지난주에 이어서 이번주에도 어제오늘 책이사를 했다. 이번에는 이사용 바구니를 써서(꽤 편리하다) 품을 덜 들인 편. 해마다 불어나는 책들이 처치곤란이어서 매년 한두 차례씩 책을 빼야한다(집에 있는 책들을 서고로). 어림으로는 대략 2500-3000권 가량을 이번에 뺀 것 같다(일을 도와준 처남의 견적으론 3500권이라지만). 그래도 아직 서재와 식탁에 쌓인 책들이 그대로라 가을이나 겨울에 한 차례 더 이사를 해야 할 형편이다.
고등학교 때인가 취미가 뭐냐는 질문에 ‘책 사기‘라고 했다. 독서는 생활이라 취미가 될 수 없다는 건 그때도 알고 있었다. 다만 책 사기 내지 도서구입도 더이상 취미가 아니게 된 지 오래다. 생활이 돼버려서(최대 지출 항목이다. 나는 알라딘 프리미엄회원 자격요건의 30배까지 구입한 적도 있다. 지금은 15배). 거기서 더 나아가 이제는 책이사도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내가 부러워하지 않는 사람이 몇 부류 있는데, 독서가와 장서가도 그에 속한다. 내가 나 자신을 부러워하지 않듯이 그들을 부러워하지 않는다. 아니 반대다. 동류의식을 느끼게 돼 반갑기도 하고 딱하기도 하다. 별수없는 족속들이라니. 최근에 책을 낸 알라디너들이 있어서 반갑다. 여러권 낸 분도 있고 처음 낸 분도 있다. 축하를 드리지만, 마냥 축하할 일만도 아니다. 책에 발목잡힌 동료로서 측은함도 느끼기에. 어쩌겠는가, 운명인 것을...
PS. 사진은 오늘 책을 주로 뺀 책방의 한쪽 서가. 빈자리가 크지 않은 건 바닥에 쌓인 책들이 그만큼 많았던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