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 샤베트
백희나 글.그림 / Storybowl(스토리보울) / 2010년 8월
구판절판


무려 달샤베트에요.

구름빵의 작가 백희나의 여름 신작! 달 샤베트 .. 뒤늦게 포토리뷰
여름밤이나 가을밤에 어울리는 그림책이었을텐데, 늦었다. 근데, 왠지 늦게 하는 리뷰도 잘 어울리는 가을

가을 하늘은 낮하늘만 높고 푸르고 휘영청 한가요?
가을 하늘은 밤하늘도 높고 까맣고 휘영청 합니다. ... 아마도

잘 모르겠지만, 아마, 이 이야기는 아이보다 어른이 더 좋아하는 이야기일지도

이야기의 배경은 '아주아주 무더운 여름날 밤'
너무너무 더워서 잠도 오지 않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던 밤

달 샤베트 이야기 ...

모두들 창문을 꼭꼭 닫고, 에어컨을 쌩쌩,
선풍기를 씽씽 틀며 잠을 청하고 있었습니다.

이 책은 작은 그림책에 속하는데,
그림과 사진을 겹친 그림들은 아기자기하게 엿보는 재미가 무척 쏠쏠합니다.

아파트 주민들의 거실이 하나같이 온갖 정성 들인 티가 팍팍 난다.
보는 재미와 비례

똑 .. 똑.. 똑...
이게 무슨 소리죠?

창밖을 내다본 부지런한 반장 할머니

커다란 달이 녹아내리고 있는 걸 발견합니다.

큰 고무 대야를 들고 뛰쳐나가 달방울들을 받았습니다.

이 장면이 좋아요. 큰 고무 다라이(대야 말고 다라이라고 해야할 것 같은) 를 들고
'달방울'들을 받았다네요. 아.. 달방울!

보는 독자도 재미나지만, 작가도 그리고, 오리고, 만들고, 사진 찍으면서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할머니는 노오란 달 물을 샤베트 틀에 나누어 담고 냉동칸에 담습니다.

우와- 노오란 달 물이래요.

에어컨 쌩쌩, 선풍기 씽씽, 냉장고 윙윙 하다가 .......

앗!

전기를 너무 많이 써서 정전이 되고 말았습니다.

모두는 빛을 따라 반장할머니 집으로 향합니다.

반장 할머니는 아주아주 시원하고 달콤한 달샤베트를 모두에게 하나씩 나누어 줍니다.

그렇게 모두는 신기하게도 더위를 싹 잊습니다.

달샤베트를 한 입 먹자, 싹 달아난 더위
주민들은 그날 밤, 에어컨도, 선풍기도 없이
창문을 활짝 열고
시원하고 달콤한 꿈을 꾸며 푹 잠이 듭니다.

아직 끝이 아니에요!

할머니네 집 문을 두드리는 옥토끼 두마리

토끼 앞의 찻잔 미니어처 진짜 귀엽지 않나요!! 저 벽지 그림도 맘에 쏙 들어요! 테이블보도 잘 어울리고!!

여튼, 이 옥토끼 두 마리는 달이 없어져서 살 곳이 없다며 찾아온 것이었어요.

빈 화분에 남은 달물을 부어요

커다란 달맞이꽃이 피고,

새까만 밤하늘에 달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토끼들은 덩실덩실
달로 돌아갔어요.


할머니는 그제야 잠이 듭니다.
시원하고 달콤한 잠 ..

어느 더운 여름밤 달이 녹아내리며 생긴 에피소드를 그린 그림책입니다.
전기를 아껴쓰자. 는 교훈적인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 책을 만들때도 콩기름 인쇄에 비닐코팅을 하지 않는등의 지구의 내일을 위한 노력을 하고 있습니다.)

재미나고 환상적인 한 여름밤의 도시 동화이기도 합니다.

이지러졌다, 동그래지는 달.
매일밤 눈을 들어 하늘을 보면, 검은 밤하늘과 함께 볼 수 있는 달을 보고, 달방울과 달샤베트를 생각하는 건

앞으로도 꽤 즐거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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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ji 2010-10-11 12: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의 압권은 옥토끼의 등장이지요! 흐흐
이 책은 아이도 좋아해요. 좋다고 유치원에 가지고 가더니 한 달 뒤에 돌아왔어요. 너덜너덜해져서, 선생님도 재미있었다면서 메모를 남기셔서. 그래서 아이에게 자랑스러운 책이 되기도 했다는.
아무튼 이 책 아름답지요^^

하이드 2010-10-11 19:16   좋아요 0 | URL
오- 그렇군요. 그림이 좀 복잡하다고 생각했는데, 아이들도 좋아하는군요 ^^
이야기도 그림(?)도 아름다운 작고 귀여운 책이에요

moonnight 2010-10-11 15: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방울, 달샤베트, 달물. >.<
무더운 여름밤에 조카에게 읽어줬음 시원했을 것 같아요. 그치만, 가을밤에도 무척 잘 어울리겠는데요.
그림도 너무 사랑스럽고, 당장 보관함에 넣습니다. 고마워요. ^^

하이드 2010-10-11 19:17   좋아요 0 | URL
그죠그죠, 이 책 나오자마자부터 보관함에 담아 두었는데, 약간 늦게 사고, 늦게 리뷰하게 되네요.
지난 여름을 그리워하며! 도 괜찮지요? (사실, 여름따위는 그립지 않지만 헤헤 )
 

사실, 이 책 이야기는 좀 자제하려고 했는데...  

방금 마침, 알라딘에서 문자를 받고,
오늘 아침 밥 먹으면서 읽은 꼭지가 마침, 이 책, 이 사람이었어서, 

이야기해야겠다.

좋은 지름정보입니다. (아, 오늘은 지름 노노! 이신 분은 살포시 백스페이스 버튼을 눌러 주시고)  

  

이건, 알만한 사람은 아는   

헤로도토스의 <역사> 라는 책인데,  

나름 '고전'축에 안 끼면 서운한 '고전'이고,  

944쪽에 39,000원에 천병희님이 옮긴 책이구요,  

내가 좀 있다 바로드림하러 갈 서점에서는 15% 하고 있는 걸,  

알라딘에서 오늘만 반값, 즉, 50%, 즉, 19,500원 한다고 문자를 받았;  

난 사실 '오늘만 반값' 이라는 마케팅을 째려보는 편이지만, 이게 대부분 오늘만 반값이면, 그게 내일도 반값이고, 모레도 반값이더라구요. 근데, 가끔, 진짜로 '오늘만 반값'이었어서, 다음날, 훌쩍 올라간 책값을 보며, 천지신명을 원망..까지는 아니지만, 뭔가, 막 화가 날 때가 있어요.  

사실 이 책 표지부터가 포스를 팍팍 풍기는 것이, 오래오래 전에 보관함에 들어 있던 책이고,   

책소개를 보면 :

기원전 5세기에 집필된 인류 최초의 역사서 헤로도토스의 <역사> 그리스 라틴 문학 번역에서 국내 최고로 손꼽히는 천병희 단국대 명예교수의 번역이다. 헤로도토스가 다루는 <역사>의 시공간에는 동시대인이 경험하지 못한 세계, 믿어지지 않는 미지의 땅에 대한 기록이 담겨있다.

먼 나라 옛 시대의 왕들, 서민들, 그들의 관습과 습관, 지형과 기후, 전설과 유적들... 그의 저술은 인류의 생활사 그 자체로, 여담(餘談) 형식의 지리학적, 인종학적, 민속학적, 역사적 자료들이 대량으로 제시된다. 그는 인간의 관습과 과거 역사에 지칠 줄 모르는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실증적 학문의 대상으로 삼은 최초의 그리스인이었다.
 

이런 책인데, 반값이건, 반의 반값이건, 구매해서 보리라.. 까지는 생각하지 않았지만,  

하필, 오늘 아침 읽은 <평생 독서 계획>의 꼭지에 나온 헤로도토스를 읽고 급관심이 생긴 찰나, 놓치지 않고, 보내준 알라딘의 스팸문자 (나는 '추천' 도서에 대해 문자 보내도 좋다고 동의한 적 없소!) 가 도착해서, 주섬주섬 장바구니에 담고,  

우리 함께 질러 보아요. 페이퍼도 이렇게 쓰고 있습니다.  

그럼 클리프턴 패디먼 아저씨가 뭐라고 했는지 볼까요?   

우리가 헤로도토스에 대해서 아는 정보는 대강 이런 것이다. 그는 소아시아의 도시인 할리카르나소스에서 좋은 가문의 아들로 태어났다. 이 도시는 원래 그리스의 식민 도시였으나 그의 반평생동안 페르시아의 통치 아래 있었다. 그는 지중해 세계 전역을 널리 여행 했는데 이때 수집한 자료들이 <역사> 속에 들어갔던 것으로 추정된다.

역사 history 라는 단어는 그리스 어에서 탐구 혹은 조사라는 뜻이다. 그의 저서는 생전에 이미 유명해졌고 사후에도 계속 유명하여 사람들의 관심에서 사라진 적이 없었다.  

아.. 이렇게 쉽게, 귀에 쏙쏙 들어오게 이야기해줘요.  

헤로도토스는 그의 목적을 이렇게 기술했다. "인간이 알고 있는 것을 망각으로부터 구해내고, 그리스인과 야만인의 위대하고 놀라운 행동들이 영광을 잃지 않도록 하려는 것"  

후반부는 그 목적을 달성했고, 전반부에는 일종의 보편적 문화사가 나온다고 합니다. 헤로도토스의 동시대와 그 앞 시대에 온 세상에 알려져 있던 사실, 일화, 신화 등을 종합하였다고.  

때로는 혼란스러운 방식으로, 때로는 매력적인 방식으로 그는 저널리즘, 지리, 민족지학, 인류학, 우화, 여행담, 시장 철학과 설교 등을 한데 뒤섞는다. 그는 산문으로 글을 쓰고 전설적 사건보다 실제 사건들을 다루고 있지만, 호메로스에 더 가까운 스타일이고, 현대의 과학적 역사보다는 예술에 더 가까운 분위기를 가지고 있다.  

로마 후기 시대의 비평가 퀸틸리아누스는 헤로도토스가 "즐겁고, 명쾌하고, 산만하다"고 말했는데 이 세 형용사는 아주 적확한 단어이다. 따라서 초급 독자들은 현대의 기준에 입각하여 그리스 - 페르시아 전쟁의 명석하고 정확한 묘사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그의 책은 아주 느긋한 마음으로 건너뛰듯 읽어야 한다. 이야기들, 산만한 곁가지 설명들, 탁월한 인물의 묘사, 수십 개 고대 민족의 풍습과 관습에 대한 놀라운 정보 등을 찾아가며 띄엄띄엄 읽어야 한다. 또 헤로도토스 그 자신을 만나는 즐거움을 위해 읽어야 한다.

이 역사가는 때때로 잘 속아 넘어가고, 때로는 회의적인가 하면 늘 인간적이고, 유머러스하고, 호기심이 많으며, 교양을 갖추고 있다. 등장인물이 누구이고 어떤 사건이 어디에서 벌어지는지 따위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구체적 사실의 파악보다는 헤로도토스가 전개하는 커다란 이야기의 강에 풍덩 빠져들도록 하라.  

그리스의 비평가 롱기누스는 이 역사가에 대해 이런 조언을 했다.
"그는 책 속에서 당신을 이끌고 가면서 자신(헤로도토스)이 들은 것을 본 것으로 바꾸어 놓는다." 이 조언은 하나의 단서가 된다. 그냥 따라가면서 사물들을 보도록 하라.  

 뭐, 이런 이야기. 헤로도토스라는 사람, 대단히 매력적일 것 같지 않습니까? 나는 마구마구 궁금해졌어요.  

이 글을 읽고, 헤로도토스 <역사>의 목차를 다시 보니, 목차마저 대단히 흥미로워 보입니다.

------------------------------- 목차  ---------------------------------

 

<평생 독서 계획>은 독서의 답이 아닙니다. 그런게 있긴 하나요?
책을 읽는 방법에 대한 하나의 제안 혹은 조언입니다. 독서의 고수로부터 얻어 듣는 그런 조언 말입니다.
혹은, 대단한 낚시꾼이어서, 그가 좋아 미치겠는 책들을 어떻게 하면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까 고민 고민 끝에 나온
대단한 미끼 같은 책일지도 모르겠네요.    

좋은 낚시입니다.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아주 아주 오랜 세월을 거쳐 검증 받은 좋은 책이었으니, 좋은 책임에 틀림없어요.
사 두면, 언젠가는 읽겠지요.. (체념조로 )    

 

+++  

 

 이 책은 안 사도 되는데요, 헤로도토스의 <역사>는 좀 사고 싶지 않습니까?

 책을 옮겨 적으며 보니, 조사 사용이 엉망이네요. ( 옮겨 적으면서 겹치는 조사들 빼면서 적긴 했지만) 
 그러거나 말거나 이 책도 추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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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10-11 11: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10-11 11: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쎈연필 2010-10-11 11: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엊그제 사려고 했는데 오늘 이렇게 반값씩이나 주네요... 정말 땡큡니다 ^-^

하이드 2010-10-11 11:46   좋아요 0 | URL
이 책이 참 여러사람에게 굿타이밍이군요 ^^

함께 사면 더 즐거워요~ 진심이에요.

oren 2010-10-11 14: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지난주 금요일에 헤로도토스의 '역사'라는 책을 샀는데(토요일에 배송받았어요),좀 더 꾸물거렸었다면 반 값에 살 뻔 했군요.하이드님의 이 글은 많은 분들께 아주 유용한 정보일 것 같아요.

저는 '범우사'에서 나온 두 권(상·하)으로 된 책을 먼저 읽었었는데, 천병희 선생님의 번역본으로 다시 읽어볼 생각을 하니 기대가 많이 됩니다. 혹시라도 이 책을 고르는데 참고가 될까봐 제 서평글 주소를 덧붙여 봅니다.

http://blog.aladin.co.kr/oren/1037919

하이드 2010-10-11 11:50   좋아요 0 | URL
판본이 어떻게 다를까 궁금하네요. 꼼꼼한 리뷰도 잘 읽었습니다. 책 도착하면, 부지런히 읽고 (일단은 부지런히 읽어볼 계획;) 리뷰는 다시 한 번 읽어보면 좋을 것 같네요. 판본이 어떻게 다른지도 궁금하네요.

한 명 이상의 사람들이 헤로도토스의 <역사>를 지난 며칠동안 떠올렸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

moonnight 2010-10-11 15: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꽥. 944쪽!!! 오늘만 반값!!!! 우엉엉 ㅠ_ㅠ;;;
백스페이스 버튼을 권장해 주셔도 절대 그럴 수는 없지요. 불끈!!! (보관함에 담으며 울고 있다는. ;;;;)

사 두면, 언젠가는 읽겠지요.. (체념조로 2) ㅠ_ㅠ

하이드 2010-10-11 20:20   좋아요 0 | URL
보관함에 담으면 안 되요. 장바구니로 고고씽~
좋은 책이래요... (체념조로 3) 헤헤

가넷 2010-10-11 20: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일하면서 그 문자를 받자마자 질러야 겠다고 결심했지요. 바로 어제 아래 10만원 이상을 질러 버린 주제에..-_-;;;

하이드 2010-10-11 20:21   좋아요 0 | URL
우아, 아래라는 말 오래간만에 보네요.
전 사실 문자만 받아서는 지를 결심 안 했을텐데, 마침 굿(?) 타이밍으로다가 평생독서계획을 읽은게 커요; 지르기 5초전입니다. (쿠폰 챙기고 있는 중 )

oren 2010-10-12 10:51   좋아요 0 | URL
'아래'라는 말에 대해선 저도 아픔이 있습니다.
지방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치고 서울로 진학해서 학교 친구들과 얘기나누면서 수시로 '어제 아래'를 남발하다가, 친구들이 못알아 들어서 난감했던 건 큰 문제가 없었답니다.

2학년을 마치고 정작 군에 입대하여 '상급부대에 보고'할 일이 많았던 보직에서 일하면서 문제가 커지더군요. '어제 아래...'는 '정확성'을 생명으로 하는 군대에서 사용할 수 없는 '용어'였던 거죠. 저는 고참한테 얻어터져서 말 그대로 '쌍코피'를 흘리면서 '아래'라는 사투리와 작별할 수밖에 없었답니다. ㅎㅎ

요즘 나이 들어 고향친구들과 다시 어울리면서는 잊어버렸던 '아래'도 가끔씩 조심스럽게 되살려보는 중이랍니다.

blanca 2010-10-11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근데 저는 왜 문자가 안오나요? 은근 서운하네요 ㅋㅋㅋ 이거 오전에 하이드님 페이퍼 보고 지금 계속 고민중입니다. 안그래도 마이클 온다치 <잉글리시 페이션트>에서 주인공이 이거에 그림도 그리고 글도 쓰고 해서 다이어리처럼 쓰잖아요. 언젠가는 읽어야겠다고 생각만 했었는데 제가 읽을 수 있을런지. 하이드님 빨랑 읽고 얘기 해주시면 안되요?^^;;

하이드 2010-10-12 02:54   좋아요 0 | URL
오호, 안그래도 잉글리시 페이션트 이야기해주신 분 있었는데, 전 새삼 잉글리시 페이션트를 다시 보고 싶어지네요. 영화에는 크리스틴 스콧 토마스가 낭독해주는 장면도 나온다던데, 영화도 보고 싶구요, 책도 읽고 싶구요.

Kitty 2010-10-11 2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랜만에 서재 돌아다니다 보니 평생독서계획 안 읽으면 간첩될 기세 ㅋㅋㅋ
얼릉 장바구니에 토쓰!

하이드 2010-10-12 02:53   좋아요 0 | URL
ㅎㅎ 재미있어요.
 

읽은 책들도 있고,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있고 .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데,
나는 왜 가을을 타나. 너무도 사랑하는 겨울이 오기 때문인가.
이래저래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늘 못 먹는 떡만 강렬하게 애정하는지라, 하필, 지금, 약간 외로운가. 싶기도 하고.  

좋을 때도, 싫을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외로울 때도, 신날 때도, 늘 함께 있어주는 책 (롯데가 야구 잘 할 때만 빼구;) 

새로운 책들만 신나게 만나면서, 동시에, 근래 읽었던 책들도 뒤적거리게 된다.

함께 뒤적여 보아요.  

 후지와라 신야 <메멘토 모리>  

 이 책 이야기를 제대로 못 한 것 같다. 한 번밖에 이야기하지 못했어. 워낙 좋으면 주구장창 이야기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말이다. 아마, 그 계절이, 계절이 아니였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연 1초, 이별 일생' 이라는 멋진 페이퍼를 쓰기도 했지만, 그건 지난 계절보다 이 계절에 더 잘어울리는 듯  

 하나 경고할 것은, 이 책이 기가 좀 세다. '죽고 싶다' 라거나, 울컥 눈물이 솟아 버린다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종류보다는 (사람에 따라 그런 감정들을 느낄 수도 있지만) 고요하게 진동을 일으키는 그런 종류의 감정을 일으켜서, 나는 사실, 읽는 동안 좀 당황스러웠다.

 

 

죽은 사람과 여자에게는
꽃이 어울립니다.  

크리스티안 뫼르크 <달링 짐>  

이 소설 참 좋은데, 추천하기는 좀 뭐한게, 이 소설이야말로 취향을 타고, 이건 적나라하게 나의 취향이라, 뭔가 좀 부끄럽기까지 한; 그런 이야기라서 그렇다. 이 책의 취향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이 소설이 너무 내 취향이라고 하는건, 너무 나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

이국적인 아일랜드 신화 속에 현대의 미스터리를 기가막히게 녹여 내었다. 아, 난 이게 너무 맘에 든다. 아일랜드 신화는 늑대로 변한 왕자 이야기인데, 이 전설을 박진감 있게 이야기해주는 이야기꾼.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직업이다. 이 이야기꾼이 바로 제목의 달링짐이다. 이름은 짐이고, 별명이 후에 달링짐이 된다.  

그리고, 이 책에는 대단한 자매들이 나온다.  잔인한 엽기살인도 나오고, 사랑과 배신의 이야기도 나오며, 어리버리해보이지만, 용감하고, 왠지 불쌍해 보이지만, 꿋꿋한 우체국직원이자 만화가를 꿈 꾸는 니알도 나온다.  

이야기 자체도 너무나 흥미로운데, 그 이야기를 무지하게 재미난 전설과 믹스시켜서 기가막힌 그림을 보여주고,  

근데, 글까지 현란하게 잘 써서, 아, 이건 뭔가 반칙. 의 느낌까지 들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분노의 롤빵'이 생각나게 해서 미안하지만 ^^; 여튼 재미있어요. 스산하고, 오싹한 사랑과 배신의 미스터리. 가을에 어울립니다. 표지도요. 

관련 페이퍼 : '주제와 상관없지만 귀여워!'  / '달링짐을 읽으면 생각나는 책들'  

제인 패커 <COLOUR>  

까사스쿨에서 번역된 이 책은 제인 패커의 책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이다.
이미 이 책을 여러군데 들고 다니면서, 구경도 시켜주고, 자랑도 했는데,  

이 책을 가을에 추천하는 것은 '사진' 때문이다.

굳이 꽃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제인 패커의 꽃과 사진들은 '사진집'으로 보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손색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   

이 책은 더구나 칼라별로, 색상별로 꽃과 꽃 어레인지먼트, 배경과 소품까지 나누어 놓은 대단히 에지있고, 보고 또 보게 되는 책이다. 여러번 자랑하면서 늘 들춰봐도 새롭다.  

개인적으로는 절화의 짧은 불꽃같은 생명력을 사진에 붙잡아 두었다는 것이 초매력적이었고, 넘치는 풍성한 색의 향연으로 흑백의 일상에 가지각색의 꽃의 색상들을 끼얹은 느낌이다.   

여러분의 일상에도 막 꽃색깔 같은 걸 끼얹어 보시라는 의미에서 추천  

도러시아 브랜디 <작가 수업>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더라.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던듯.
왜 안 좋았는지는 지금 이 책을 무지 좋아하기 때문에 까먹었다. 너란 인간. 흐음.. 흠 

이건 글쓰기 수업 아니고, '작가 되는 법'

난 작가 될 꺼 아니고, 한 번 떴다 지는 '내 블로그에는 왜 사람이 안 오는가!' 며 선전하는 글쓰기 책과도 완전 틀리고, 지구가 사실은 세모다. 라는 식의 새로운 사실도 전혀 없지만,
쏠쏠한 읽을맛이 있는데,

작가 되는 법이 아니라, 인생 사는 법.이라고 해도 좋은 그런 정신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막막 재미나게 읽히는 글은 아니지만, 읽다보면 빠지게 되는 글.

동기부여가 되고, 각자의 삶이라는 소설을 써 나가는데 도움을 주는 책. 
내 인생이라는 책의 작가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중간중간 나오는 작가 사진들의 퀄러티가 좋다. 보기 힘든 작가의 집필 사진만으로도 전혀 돈 아깝지 않아요.  

관련 페이퍼 : '작가 수업? 인생수업!'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 독서 계획>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니깐, 이 정도는 추천해줘야죠. 에헴 -
은 아니고,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것은, 가을에 책이 제일 안 팔리기 때문에 만든 출판계의 마케팅 캐치프라이즈라며? 라는 것은 음모론일까? 

이전에 읽었던 고전 가이드와는 다르다.

저자가 무지 재미있을 것 같이 설명해주는 각각의 작품들에 대해, 소위 '고전' (이라고 쓰고 ' 나 정도는 읽어줘야지 책' 이라고 읽는다) 들이라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다. 읽은 책이 대부분이라면, 이 책은 패스하기를 권한다.  (라고, 저자도 서문에서 이야기하고 있고) 

'흠,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군'
'오, 재미있겠는걸?'  

고전에 대한 관심 (거기에서 끝난다고 해도 충분히 의미 있다) 을 불끈불끈 솟아오르게 해주는 책이다.  

관련 페이퍼 : '평생 독서 계획을 읽으실 분, 구매하실 분께' / '이 책, 평생 독서 계획!' 
 

위의 책들을 추천한 내가 올 가을 읽어볼까 싶은 책들은  

힐러리 맨틀의 <울프 홀>  

2009 맨부커상 수상작 (난 맨부커상을 좀 편애하지요)  

16세기 무자비한 헨리 8세의 왕정에서 왕의 마음을 얻고 정치권력의 정점에 서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 한 인물, 토머스 크롬웰의 삶을 따라가며 권력의 속성과 비극적인 운명의 수레바퀴를 매혹적으로 그려 보인다.

피와 복수, 날 선 음모와 계략으로 얼룩진 튜더 왕조를 무대로 인간이 가지는 적의와 잔학성을 우아하게, 그리고 낱낱이 파헤친 작품으로, 힐러리 맨틀 작가 특유의 기품 있고 섬뜩한 묘사로 권력과 인간 본성에 관한 격조 높은 통찰을 보여줌으로써 "16세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전적으로 현대적인 소설을 창조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켄 폴릿<대지의 기둥>  

드라마와 함께 볼 예정이다. 이미 알라딘 마을에 재미있다는 평이 대세

12세기 영국의 가상의 도시 킹스브리지를 배경으로 한 『대지의 기둥』은, 영국 최초의 고딕 대성당 건축을 둘러싸고 종교적 열망과 세속적 욕망이 충돌하는 파란만장한 세월을 그린 한 편의 대서사시이다.  

또한 이 작품은 ‘소설로 읽는 『중세의 가을』’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중세 말기의 정치?종교적 사회상은 물론 그 시대를 산 민중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중 백미는 암흑의 시대인 중세에 어떻게 그토록 거대하고 아름다운 건물이 세워졌는가에 대한 부분들이다. 성당이라는 건축물이 지니는 아름다움의 핵심인 비율과, 높디높은 건물을 올리는 건축술의 비밀, 대성당 구조에 관한 설명, 늑재궁륭이라든지 첨두아치와 같은 중세 건축의 위대한 발명 등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어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서양 건축의 눈부신 업적인 중세 유럽의 대성당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유메마쿠라 바쿠 <신들의 봉우리> 

1993년 네팔 카트만두의 뒷골목에서 사진기자 후카마치 마코토는 오래된 코닥 카메라를 손에 넣는다. 그 카메라에는 전 세계 산악계를 뒤흔들 최대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감추어져 있다. 1924년 조지 맬러리와 어빈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것일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이끌려 카메라의 흔적을 쫓던 후카마치는 비카르산이라는 수수께끼의 남자와 해후한다. 그리고 그가 세계 산악계에서 자취를 감춘 전설의 클라이머 하부 조지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딱히 맘 잡고 읽어야할 분량이나 내용은 아닌듯 하지만, 올 가을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마크스의 산> 과 <영원의 아이> 를 재독하면서 읽어보면 어떨까.도 생각중. 두 책 다 '산'이 주제는 아니지만, '산'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고 중요한 책들.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 책도 미루어 두었던 책이다.  대단하다, 대단하다 귀에 딱지가 앉은 책

불의 7일’이라는 전쟁이 일어난 지 1000년이 지나 황폐해진 지구는 부해(腐海)라는 곰팡이숲이 계속 확장되고, 여기서 뿜어 나오는 유독가스와 그곳에 사는 오무(王蟲)라는 거대한 곤충이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녀 나우시카가 살고 있는 바람계곡에 어느 날 군사대국인 토르메키아의 비행선이 추락하고, 그 안에서 ‘불의 7일’의 전쟁에서 지구를 불태워버린 거신병(巨神兵)의 알이 발견된다. 토르메키아는 거신병을 부활시켜 부해를 태워버리고 지구상에 새로운 문명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올 가을 보나마나 짧은데, 어여어여 가을 독서 계획이나 세워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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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1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대물에 약해요. (두려워한다고 해야 할까;;) 울프 홀이랑 대지의 기둥. 은 하이드님 리뷰 읽어보고 맘을 결정해야겠어요. 호호 ^^
항상 곁에 있어주는 책. 이란 말씀이 참 와닿네요. 맞아요. 항상 내가 배신하지 책은 늘 함께 해 주니까, 고맙지요. 짧은 가을이 가버리기 전에 피치를 올려봐야겠어요. 고마워요. ^^
 
봉제인형 도시의 살생부 사건
팀 데이비스 지음, 정아름 옮김 / 아고라 / 2010년 5월
평점 :
절판


이라는 리뷰 제목의 테디베어는 '봉제인형'으로 바꾸는 것이 맞다.  

팀 데이비스, 스웨덴 출신의 남성작가로만 알려져 있는 베일에 싸인 작가. 이 작품이 데뷔작으로 악, 선, 믿음, 정의 이렇게 네가지 이야기를 '몰리산 4부작'으로 할 예정이라고 한다. 

작품에 나오는 등장인..물이 아니라, 등장'봉제'인형들이라는 것은 잠깐 제쳐두고,  

이야기만으로 보자면, 이것은 하드보일드. 작가가 스웨덴 출신이라서 그런건 아니지만, 스웨덴 출신 미스터리 작가들의 이야기는 우리가 익숙해진 '미국적' 혹은 '일본적' 좀 더 써서, '영국적', 혹은 '프랑스적'이거나 '독일적' 인 것들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독특하면서 재미도 있어서, 생소한 분위기더라도, 재미나게 읽을 수 있는 것이 번역된 스웨덴 미스터리를 보는 내 느낌.  

서로 사랑하는 부부가 있는데, 남편이 어두운 과거를 지니고 있다. 그 어두운 과거 속에서 튀어나온 악몽, 과거의 보스가 남자를 위협하며, 도시에 전설처럼 떠도는 '살생부'에 자신의 이름이 있다며, 그 이름을 지우지 않으면, 부인을 죽여버리겠다고 협박한다. 광고회사의 임원이자 명문가의 아들이자 여러 위원회에 이름을 이루고 있는 중년의 이 남자는 과거 어두운 시절을 함께 했던 팀을 모아 과연 존재하는지도 확실치 않은 '살생부'를 찾아 보스의 이름을 지우는 불가능한 미션을 이루고자 한다.  

반전도 있고, 반전에 반전도 있고,  

이 작품의 주제인 '악' 에 관한 등장인..형들의 독백과 에피소드들은 어설프거나 덜익었지 싶지만, 읽는데 거슬릴 정도는 아니고, 평균의 '악'이 주제인 미스터리들보다 훨씬 낫다고도 할 수 있다.  

이야기만으로도 그럭저럭 흥미로운데,  

이 모든 이야기를 상상하면서 덧씌워야할 어마어마한 장치가 추가된다.  

이것은 '인간' 이 아닌, '봉제인형' (구체관절도 아니고, 피규어도 아니고, 브릭도 아니고, 레고도 아닌!) 의 이야기인 것.  
봉제인형의 세계관, 인형관에 독자는 눈을 맞추어야 한다.  

우리가 생각하는 자기 전에 꼭 품고 자는 곰인형..은  

중년의 하드보일드 탐정곰이 된다. 그 중년곰, 에릭이 사랑하는 부인 엠마는 토끼인형이다.
에릭은 인형세계에서도 흔치 않은 쌍둥이로, 쌍둥이 동생곰인 테디와 형제이고,
엄마는 이 도시의 권력자중 하나인 환경부 장관 (환경부는 인형의 생사를 쥐고 있는 가장 강력한 부서) 인 코뿔소 인형 에다. 아빠는 교장선생님인 복서(무섭게 생긴 투견) 인형이다.  

가족에 대한 그림이 그려지는가? 

에릭이 소환한 이전의 팀메이트들은 이렇다.
커다랗고 난폭한 까마귀 인형 톰톰, 비열하나 냉정하고, 지적인 뱀인형 마렉, 사디스트 남창 가젤 인형 샘
 

위에 이야기한 최강나쁜놈 보스는 비둘기 인형이고, 어둠의 세계인 쓰레기장을 통치하는 쓰레기하치장의 여왕인 루스는 쥐인형이다. 태어날때부터 다리가 하나밖에 없는 기형 쥐  

이야기 자체가 단순한 것도 아니고, 끝까지 복잡한 편인데 (재미를 반감시키지 않는 정도의 복잡함이다)
어린시절 함께 했던 봉제인형들의 캐릭터를 새로운 인형관으로 매치시켜가며 읽어야 하는 기이함이 더해진다.  

게다가 작가가 묘사하는 인형세계의 몇몇 장면들은 굉장히 인상적이고, 글로 읽으면서도 확- 상상이 되어 버린다.  
예를 들면, 쓰레기 하치장의 여왕 루스에 대한 묘사가 무지 생생한데, 그녀가 머무르는 곳, 즉, 왕궁의 이미지는 거대한 쓰레기들로 쌓여 있고, 꼭대기에 루스가 맘에 들어하는 4m 가량의 트리가 있는데, 수백개의 전구가 멈추지 않고, 깜박거리고 있다던가.. 책 속에 유난히 많이 나오는, 아니, 내 눈에 유난히 밟히는 분홍의 이미지들. 얼척없이 잔인한 장면들도 꽤 많이 나오는데, 뭔가, 인형계와 인간계 반반 걸친 마음으로 책을 읽다보니, 당황스럽고, 어찌 리액션해야할지 모르는 그런 장면들. 많은 분량은 아니지만, 인상적이었던 하이에나 인형.  

각각의 인형에 대한 캐릭터가 대단히 생생하여 등장인형들이 많지만, 기억에 착 달라붙는다.

간혹 책카피에 '지금까지와는 다른 완전히 새로운' 등의 카피를 보고 읽어도 그렇게 다르지도 않더만, 이 책은 여러의미에서 지금까지 읽어왔던 소설, 미스터리와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책이다.  

이건 아마 독자 각자의 상상력에 따라 다를 수도 있을 것이다.
나는 '너무' 상상해버린 독자 중 하나.  

결말은 있지만, 뒷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하다.
남은 삼부작에서 이 책에 나왔던 등장인물들이 또 나와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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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11 1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끄악. 사디스트 남창 가젤 인형에서 눈이 휘둥그레 ;;;;;
굉장한 책이네요. 스웨덴 출신의 남성 작가란 것밖에 알려진 게 없다니, 저자에 대해서도 관심 광증폭 ;;;;;
이런 책은 사부작 모두 꼭 읽어주어야 하겠어요!!! ^^

하이드 2010-10-11 20: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그렇죠? 사부작이 나와줄지는 모르겠지만, 독특한 것만은 틀림없어요. 다음 작품이 기대되기도 하구요. ^^
 

 팀 데이비스 <봉제인형 도시의 살생부 사건>  

이렇게 시작해..  

4월 막바지의 어느 이른 아침, 붉은 벽돌 담장으로 이어진 욱스브리지 가에 있는 곰 에릭과 토끼 엠마의 아파트 문을 누군가가 거칠게 두드렸다. 새벽에 내리던 비는 그쳤고 바람도 잠잠해졌으며 태양은 몰리산 타운 위에서 빛나고 있었다.

" 시끄러워. 문 좀 그만 두드려." 곰 에릭이 머리 위로 담요를 끌어 올리며 혼잣말을 했다.  

곰 에릭과 토끼 엠마의 아파트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이야기가 일어나는 곳은 봉.제.인.형. 도시. 등장인...형들은 각종 봉제인형들    

내용은 하드보일드 ..  

이다 보니, 이거슨 SF?   

주인공 에릭의 가족은 쌍둥이 곰 테디, 아빠늠 복서 (왜 그 투견 있지 않은가), 엄마는 코뿔소 인형으로 봉제인형 도시에서 가장 큰 권력자 중 하나인 환경부 장관이다.  

에릭이 깡패두목 비둘기인형 (고릴라 인형 보디가드를 두고있는 아주 잔혹한 인형) 의 위협에 살생부에서 비둘기 인형의 이름을 지우기 위해 이전에 한패였던 인형들을 모은다. 까마귀 인형 톰톰, 가젤 인형 샘, 뱀 인형 마렉  

스토리로만 보면, 잘 빠진 하드보일드인뎅, 등장인...형들이 봉제인형이다보니,
그 각각의 동물성과 인형의 성격도 잘 매치가 되기도 하고, 묘하게 매치가 되기도 하고, 매치가 안 되는 듯 하면서 매치가 되기도 하고 (어쨌든 그것이 작가의 의도일테니깐) 잔인한 장면들이 나오면, 인간 주인공(?!) 장면보다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은데, 주인공이 봉제인형들이다보니, 뭔가 귀여운 이미지와 잔인한 이미지가 중첩되며 혼란스러운 기분으로 책을 읽어나가게 되는 독특한 경험  

작가는 이 책을 사부작의 첫번째 책이라 하고, 악, 선, 믿음, 정의에 대한 사부작을 계획중이라고 한다.  

로버트 세넷 <장인>  

더 읽어봐야겠지만 (4/1 정도 읽은 상황)
별로 내가 생각하던 책은 아니라서, 그냥 저냥 심드렁하게 읽어나가고 있다.

한나 아렌트와의 이야기에서 프롤로그 시작  

내가 생각한 건 (사실, 책 살 때 왠만하면 별 생각 안 하고, 그냥 산다 'ㅅ')
손을 쓰는 '장인' 에 대한 이야기인데,   

이야기는 '장인'의 고대부터의 역사적 의미를 찾아보는 이야기이고,
인간이 만들어낸 '판도라'의 상자에서 그 중심 스토리를 끌어내고 있다.
예를 들면, 아메리칸 프로메테우스, 오펜하이머가 핵무기를 만들고, 그에 대한 철학이 부재했다던가, 건축가들이 손으로 도면을 그리면서 하는 '학습' 효과가 CAD 때문에 없어져서 생기는 문제라던가.. 이 책 역시 삼부작으로 기획되고 있고, 뒤로 갈수록 역시 내가 생각던 예술철학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저자 소개에서 약간 짐작하긴 했지만서도.  

비야케 잉겔스 <예스 이즈 모어>

이 책의 몇 부분은 진짜진짜 맘에 들었다.  포토리뷰던 페이퍼던 따로 올리도록 하고,

책 앞에 '건축 진화에 관한 코믹북' 이라고 써 있는데,

코믹북이라는 건, 웃긴 책이 아니라 만화책이란 이야기는 알테고,
'건축 진화' 에 관한 책이라기 보다 비야케 잉겔스네 회사에서 맡았던 프로젝트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엎어진 것도 있고, 실행중인 것도 있고, 완성한 것도 있고.  

그렇다고 재미 없는 건 아니고, 사실, '건축 진화' 에 관해 만화책 한 권으로 보면 얼마나 얕디 얕겠나.  

덴마크인 저자가 소개하는 덴마크를 비롯한 스칸디나비아 건축 스타일에 대한 그림, 사진, 글은 꽤나 흥미로웠다. 사람을 배려하고, 사람을 우선으로 생각하는 심플하고, 유려하며, 독창적인! 그러나 무엇보다도 사람이 먼저인 것이 인상적. 페이퍼에 올릴 내용은 '정신병원'과  '바닷가의 요트클럽 +사회복지 둥지' 이다. 건물이 어떻게 저런게 가능하지 싶은 곡선들이 많은 것도 신기.  

데니스 루헤인 <운명의 날>은 뒤로 갈수록, 작가가 기세를 올린다는 느낌이다.
초반의 지루함이 가신지는 오래. 역사소설이다보니, 결말을 이미 다 아는데, 그 불행한 결말에 휘말린 주인공들. 영웅들.  불행과 체념이 이 책의 목적이냐! 고 소리지르고 싶은데, 그게 역사고, 그게 데니스 루헤인이네 ..  

1919년이 그렇게 먼 옛날인가? 인류가 막 네안데르탈인 그런 옛날도 아닌데,
인간성도 문명도 찾아볼 수 없다.  

 

 

 

오늘밤에 읽는 책들은  

이 정도가 될까?

 

 

 

책은 위험하다.  

오늘 팔뚝에 엄청난 상처가 생겼고, 말로님의 사랑의 할큄;  

허벅지에 ... 정말 곱게 자랐어서 이런 외상은 태어나서 처음이다. 피멍 (10cm x 3.5cm x 1cm!!) 이 부풀어 올랐어
엉엉 택배와서 뛰어나가다가 책장에 튀어나온 커다란 그림책에 제대로 허벅지를 박는 바람에 말이다.

책은 위험하다.  

알라딘 메인도 안되고, 장바구니도 안 되고, 다음뷰도 안 되고, 이 밤에 맛이 간 것 같은데? 

이번주에 내 페이퍼가 블라인드 된 걸 4개나 찾았다. 그 중에 3개가 오류였다. ... 는게 말이 되나??????????????? 이런 .. 같으니라구. 나머지 한 개는 지난 주였던듯한데, 알라딘 시작하고, 최고로 열받았던 메일 

그러고보니, 요즘, 새삼, 페이퍼 블라인드 되는 것에 내가 무척 열받아 한다는 것을 깨닫고 있다.

블라인드 된 페이퍼 하나 찾을때마다 !#$!%$^&* 오늘 이후로 또 내 눈에 들어오면, 고객센터 안 남기고 전화해서 담당자랑 30분씩 제대로 된 토크해야겠다. 똑바로 좀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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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08 11: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아아아 @_@;;
진즉에 알고 있긴 했지만, 하이드님 책을 정말 빨리 읽으시네요. 집중력이 대단하세요. 저는 나이와 함께 집중력이란 것도 한귀퉁이씩 떨어져나가더니 이제는 너무 재미있다! 생각하는 책도 일주일씩 붙들고 있다는. -_-;;;;
물론 컬러타일이란 문제가 있기도 합니다만 쿨럭 ;;;;;;

봉제인형 도시... 는 정말로 정말로 독특한 책일 듯 하네요. 근데 왠지 감정이입이 잘 안 될 듯. 잔혹한 행위를 서슴지 않는 곰인형 비둘기인형이라니요. -_-;;;;

데니스 루헤인의 책들(중 내가 읽은 몇 권 -_-;;;)은 너무 좋지만, 읽고 나면 한없이 슬퍼져서 한동안은 기분이 가라앉곤 하는데, 운명의 날. 도 역시 그런 분위기? ㅠ_ㅠ;

하이드 2010-10-08 18:09   좋아요 0 | URL
아.. 그놈의 컬러타일 ㅎㅎ 전 이제 오른손이 아파서, 자제하고 있어요. 아플때까지 따그닥따그닥 하는 저는 어찌나 미련했는지 ;;

봉제인형도시가 그래서 묘해요. 이야기가 재미나고, 뭔가 독특한 독서경험이라 추천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이전의 데니스 루헤인의 책들과는 다른 엄청난 박력이 있지요. 제 생각은 데니스 루헤인이 이 책을 쓸 때 뭔가 신이 내렸다거나 (뒤로갈수록 그 기세가 엄청나요), 역사속의 일을 이야기하는데서 오는 사실의 힘. 같습니다.

카스피 2010-10-09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이틀동안에 이 많은 책을 정말 대단하시네요^^

하이드 2010-10-10 0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하루에 다 읽는 건 아니구요, 한꺼번에 여러 책을 돌려 읽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