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러시아 브랜드의 <작가 수업>을 읽고 있다. 팝모님은 이 책의 40자평에 '재미는 있다' 라고 했지만, 나는 반대로 '재미는 없지만' 이라고 ..
불운하게, 롯데가 그 어떤 드라마보다 더 재미난 드라마 쓰고 있을 때 이 책을 집어서
이 책은 어젯밤에 읽은책, 그젯밤에도 읽은책, 그그젯밤에도 읽은... 재미없는 책이 되었을 가능성도 없는 건 아니고. (이 책의 분량이 적고, 말이 어려운 것도 아니고, 사진도 많고, 편집도 널널한데도 이렇게 한참 붙들고 있다.)
오늘은 좀 차분하게 다시 잡고 읽는데, ... 역시 재미는 없는듯.
나름 이 분야의 고전으로 일컬어지는 책인가본데, '글쓰기 수업'이 아니라, '작가 수업'이라는 것 (원제는 becoming writer) 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분량이 적고 가격이 14,000원이지만, 전혀 책값이 아까운 책은 아님을 일단 이야기해두고 ..
작가 수업이라는 것은 작가가 되는 것에 대한 수업인데,
'초보자들이 이 책을 통해 글을 잘 쓰는 법보다는 작가가 되는 법을 배우게 된다면 나의 목적은 이루어지는 셈이다. 글을 잘 쓴다는 것과 작가가 된다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러니깐.
실용적인 것 같으면서도 일반적인 것 같으면서도 에센스인 조언들을 해주고 있다.
태도라던가, 방법이라던가,
잘 써진 가이드를 보면, 그게 무엇에 대한 것이건. 삶과 상황에 대비하여 큰 도움을 얻을 수 있다.
이 책이 작가가 되는 법에 대한 잘 써진 글이 아니라, 금붕어에게 먹이를 주는 법에 대한 잘 써진 글이라고 해도 마찬가지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내가 슬랍스키의 <배우수업>이라던가, 로버트 맥기의 <시나리오 어떻게 쓸 것인가>를 좋아한다. 내가 배우가 되거나 시나리오 작가가 되고 싶은 마음은 슈스케에서 1등 먹어서 슈퍼스타가 되거나 발레리나 강수진처럼 훌륭한 발레리나가 되고 싶은 마음만큼이나 거의 없지만, 이 책들은 재미있고, 충분히 나에게 여러모로 훌륭한 가이드가 되어준다.
훌륭한 것들은 통하나보다.
다시 <작가 수업 : becoming a writer>로 돌아가서,
4장 습관에 관한 조언.에 이런 글이 나온다.
"사소한 불편과 습관의 방해는 온전하고 효과적인 삶을 꾸려나가는 데 필요한 요소라고 생각하라. 불쑥불쑥 떠오르는 어려움은 당분간 모두 잊어버리거나 무시하라. 훈련 기간에는 실패의 가능성은 아예 생각하지도 말라. 지금 단계에서는 자신에게 작가로서의 성공 가능성이 있는지 여부를 공정하게 평가할 입장이 못 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조금만 더 지나면 지금은 어렵거나 도저히 불가능해 보이는 일들이 제대로 보일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 시시때때로 스스로를 평가하면서 자신에게 쉬운 일은 무엇이고 부족한 점은 무엇인지를 짚어내는 안목이 생길 것이다. 그때 가면 이런 명확한 결점을 바로잡기 위해선 어떤 단계를 밟아야 할지가 눈에 보이면서 낙담하거나 허세를 부리지 않고도 자신에게 이로운 방향으로 길을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위에 인용해 둔 글에 이 페이퍼를 읽는 사람들중에 도움 받는 사람이 있기를 바란다. 절실한 나에게는 큰 도움이 되었기에, 꾹꾹 눌러 쓰고 싶은 글.
작가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시작하고, 무언가에 도전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명심할 이야기이다.
무언가를 시작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얼마든지 응용접수할 수 있는 이야기들이다.
사실, 이 책이 별볼일 없더라도, 중간중간 나와 있는 고퀄의 흑백 작가 사진들( 표지에 있는 것과 같은 사진들이다. 표지의 사진은 위에는 몸, 아래는 헤밍웨이) 만으로도 좋은 점수를 줄 생각이었는데, 읽을 때마다 매 번, 새로운 것을 느끼게 해 줄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좋은 책이야. (모 트레쉬님이 이야기한 것처럼 재미는 없다. .. 개인차는 있겠지만.. 그 분은 가을야구를 안 봐서 일지..도?)
이 책 안에서 '작가'라는 말을 빼고, 내가 되고 싶어하는, 내가 이루고자 하는 바로 그 일을 집어 넣는다면, 이 책은 바로 당신이 원하는 '그것'을 위한 좋은 가이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