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들도 있고, 읽어보고 싶은 책들도 있고 .

봄은 여자의 계절,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는데,
나는 왜 가을을 타나. 너무도 사랑하는 겨울이 오기 때문인가.
이래저래 싱숭생숭하기도 하고,
늘 못 먹는 떡만 강렬하게 애정하는지라, 하필, 지금, 약간 외로운가. 싶기도 하고.  

좋을 때도, 싫을 때도, 기쁠 때도, 슬플 때도, 외로울 때도, 신날 때도, 늘 함께 있어주는 책 (롯데가 야구 잘 할 때만 빼구;) 

새로운 책들만 신나게 만나면서, 동시에, 근래 읽었던 책들도 뒤적거리게 된다.

함께 뒤적여 보아요.  

 후지와라 신야 <메멘토 모리>  

 이 책 이야기를 제대로 못 한 것 같다. 한 번밖에 이야기하지 못했어. 워낙 좋으면 주구장창 이야기해야 직성이 풀리는데 말이다. 아마, 그 계절이, 계절이 아니였어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인연 1초, 이별 일생' 이라는 멋진 페이퍼를 쓰기도 했지만, 그건 지난 계절보다 이 계절에 더 잘어울리는 듯  

 하나 경고할 것은, 이 책이 기가 좀 세다. '죽고 싶다' 라거나, 울컥 눈물이 솟아 버린다거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종류보다는 (사람에 따라 그런 감정들을 느낄 수도 있지만) 고요하게 진동을 일으키는 그런 종류의 감정을 일으켜서, 나는 사실, 읽는 동안 좀 당황스러웠다.

 

 

죽은 사람과 여자에게는
꽃이 어울립니다.  

크리스티안 뫼르크 <달링 짐>  

이 소설 참 좋은데, 추천하기는 좀 뭐한게, 이 소설이야말로 취향을 타고, 이건 적나라하게 나의 취향이라, 뭔가 좀 부끄럽기까지 한; 그런 이야기라서 그렇다. 이 책의 취향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뭔가 이 소설이 너무 내 취향이라고 하는건, 너무 나를 드러내는 것 같아서.

이국적인 아일랜드 신화 속에 현대의 미스터리를 기가막히게 녹여 내었다. 아, 난 이게 너무 맘에 든다. 아일랜드 신화는 늑대로 변한 왕자 이야기인데, 이 전설을 박진감 있게 이야기해주는 이야기꾼. 지금은 찾아보기 힘든 직업이다. 이 이야기꾼이 바로 제목의 달링짐이다. 이름은 짐이고, 별명이 후에 달링짐이 된다.  

그리고, 이 책에는 대단한 자매들이 나온다.  잔인한 엽기살인도 나오고, 사랑과 배신의 이야기도 나오며, 어리버리해보이지만, 용감하고, 왠지 불쌍해 보이지만, 꿋꿋한 우체국직원이자 만화가를 꿈 꾸는 니알도 나온다.  

이야기 자체도 너무나 흥미로운데, 그 이야기를 무지하게 재미난 전설과 믹스시켜서 기가막힌 그림을 보여주고,  

근데, 글까지 현란하게 잘 써서, 아, 이건 뭔가 반칙. 의 느낌까지 들게 하는 작품이다.  

이 작품을 보면 '분노의 롤빵'이 생각나게 해서 미안하지만 ^^; 여튼 재미있어요. 스산하고, 오싹한 사랑과 배신의 미스터리. 가을에 어울립니다. 표지도요. 

관련 페이퍼 : '주제와 상관없지만 귀여워!'  / '달링짐을 읽으면 생각나는 책들'  

제인 패커 <COLOUR>  

까사스쿨에서 번역된 이 책은 제인 패커의 책들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책 중 하나이다.
이미 이 책을 여러군데 들고 다니면서, 구경도 시켜주고, 자랑도 했는데,  

이 책을 가을에 추천하는 것은 '사진' 때문이다.

굳이 꽃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제인 패커의 꽃과 사진들은 '사진집'으로 보기에 전혀 손색이 없다.( 손색이 없다는 말을 하는 것조차 미안할 정도)   

이 책은 더구나 칼라별로, 색상별로 꽃과 꽃 어레인지먼트, 배경과 소품까지 나누어 놓은 대단히 에지있고, 보고 또 보게 되는 책이다. 여러번 자랑하면서 늘 들춰봐도 새롭다.  

개인적으로는 절화의 짧은 불꽃같은 생명력을 사진에 붙잡아 두었다는 것이 초매력적이었고, 넘치는 풍성한 색의 향연으로 흑백의 일상에 가지각색의 꽃의 색상들을 끼얹은 느낌이다.   

여러분의 일상에도 막 꽃색깔 같은 걸 끼얹어 보시라는 의미에서 추천  

도러시아 브랜디 <작가 수업>  

이 책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더라. 그렇게 좋지만은 않았던듯.
왜 안 좋았는지는 지금 이 책을 무지 좋아하기 때문에 까먹었다. 너란 인간. 흐음.. 흠 

이건 글쓰기 수업 아니고, '작가 되는 법'

난 작가 될 꺼 아니고, 한 번 떴다 지는 '내 블로그에는 왜 사람이 안 오는가!' 며 선전하는 글쓰기 책과도 완전 틀리고, 지구가 사실은 세모다. 라는 식의 새로운 사실도 전혀 없지만,
쏠쏠한 읽을맛이 있는데,

작가 되는 법이 아니라, 인생 사는 법.이라고 해도 좋은 그런 정신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막막 재미나게 읽히는 글은 아니지만, 읽다보면 빠지게 되는 글.

동기부여가 되고, 각자의 삶이라는 소설을 써 나가는데 도움을 주는 책. 
내 인생이라는 책의 작가가 되는 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해도 좋겠다.  

중간중간 나오는 작가 사진들의 퀄러티가 좋다. 보기 힘든 작가의 집필 사진만으로도 전혀 돈 아깝지 않아요.  

관련 페이퍼 : '작가 수업? 인생수업!'  

 
클리프턴 패디먼 <평생 독서 계획>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니깐, 이 정도는 추천해줘야죠. 에헴 -
은 아니고, 가을이 독서의 계절인 것은, 가을에 책이 제일 안 팔리기 때문에 만든 출판계의 마케팅 캐치프라이즈라며? 라는 것은 음모론일까? 

이전에 읽었던 고전 가이드와는 다르다.

저자가 무지 재미있을 것 같이 설명해주는 각각의 작품들에 대해, 소위 '고전' (이라고 쓰고 ' 나 정도는 읽어줘야지 책' 이라고 읽는다) 들이라 읽은 책보다 읽지 않은 책들이 더 많다. 읽은 책이 대부분이라면, 이 책은 패스하기를 권한다.  (라고, 저자도 서문에서 이야기하고 있고) 

'흠, 이렇게도 읽을 수 있군'
'오, 재미있겠는걸?'  

고전에 대한 관심 (거기에서 끝난다고 해도 충분히 의미 있다) 을 불끈불끈 솟아오르게 해주는 책이다.  

관련 페이퍼 : '평생 독서 계획을 읽으실 분, 구매하실 분께' / '이 책, 평생 독서 계획!' 
 

위의 책들을 추천한 내가 올 가을 읽어볼까 싶은 책들은  

힐러리 맨틀의 <울프 홀>  

2009 맨부커상 수상작 (난 맨부커상을 좀 편애하지요)  

16세기 무자비한 헨리 8세의 왕정에서 왕의 마음을 얻고 정치권력의 정점에 서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건 한 인물, 토머스 크롬웰의 삶을 따라가며 권력의 속성과 비극적인 운명의 수레바퀴를 매혹적으로 그려 보인다.

피와 복수, 날 선 음모와 계략으로 얼룩진 튜더 왕조를 무대로 인간이 가지는 적의와 잔학성을 우아하게, 그리고 낱낱이 파헤친 작품으로, 힐러리 맨틀 작가 특유의 기품 있고 섬뜩한 묘사로 권력과 인간 본성에 관한 격조 높은 통찰을 보여줌으로써 "16세기를 배경으로 하면서도 전적으로 현대적인 소설을 창조해냈다"는 평을 받았다.
 

 켄 폴릿<대지의 기둥>  

드라마와 함께 볼 예정이다. 이미 알라딘 마을에 재미있다는 평이 대세

12세기 영국의 가상의 도시 킹스브리지를 배경으로 한 『대지의 기둥』은, 영국 최초의 고딕 대성당 건축을 둘러싸고 종교적 열망과 세속적 욕망이 충돌하는 파란만장한 세월을 그린 한 편의 대서사시이다.  

또한 이 작품은 ‘소설로 읽는 『중세의 가을』’이라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중세 말기의 정치?종교적 사회상은 물론 그 시대를 산 민중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그리고 있다.  

그중 백미는 암흑의 시대인 중세에 어떻게 그토록 거대하고 아름다운 건물이 세워졌는가에 대한 부분들이다. 성당이라는 건축물이 지니는 아름다움의 핵심인 비율과, 높디높은 건물을 올리는 건축술의 비밀, 대성당 구조에 관한 설명, 늑재궁륭이라든지 첨두아치와 같은 중세 건축의 위대한 발명 등이 소설 속에 고스란히 녹아들어 있어서, 이 책을 읽고 나면 서양 건축의 눈부신 업적인 중세 유럽의 대성당을 다른 눈으로 보게 될 것이다.
 

유메마쿠라 바쿠 <신들의 봉우리> 

1993년 네팔 카트만두의 뒷골목에서 사진기자 후카마치 마코토는 오래된 코닥 카메라를 손에 넣는다. 그 카메라에는 전 세계 산악계를 뒤흔들 최대의 미스터리를 풀 수 있는 비밀의 열쇠가 감추어져 있다. 1924년 조지 맬러리와 어빈은 세계 최초로 에베레스트에 올랐던 것일까? 거부할 수 없는 유혹에 이끌려 카메라의 흔적을 쫓던 후카마치는 비카르산이라는 수수께끼의 남자와 해후한다. 그리고 그가 세계 산악계에서 자취를 감춘 전설의 클라이머 하부 조지라는 사실을 알아차린다. 
 

딱히 맘 잡고 읽어야할 분량이나 내용은 아닌듯 하지만, 올 가을 읽어보고 싶은 책이다.  

<마크스의 산> 과 <영원의 아이> 를 재독하면서 읽어보면 어떨까.도 생각중. 두 책 다 '산'이 주제는 아니지만, '산' 장면이 굉장히 인상적이고 중요한 책들.  

 

 

 

 

미야자키 하야오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이 책도 미루어 두었던 책이다.  대단하다, 대단하다 귀에 딱지가 앉은 책

불의 7일’이라는 전쟁이 일어난 지 1000년이 지나 황폐해진 지구는 부해(腐海)라는 곰팡이숲이 계속 확장되고, 여기서 뿜어 나오는 유독가스와 그곳에 사는 오무(王蟲)라는 거대한 곤충이 인간의 삶을 위협한다. 자연과 교감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을 가진 소녀 나우시카가 살고 있는 바람계곡에 어느 날 군사대국인 토르메키아의 비행선이 추락하고, 그 안에서 ‘불의 7일’의 전쟁에서 지구를 불태워버린 거신병(巨神兵)의 알이 발견된다. 토르메키아는 거신병을 부활시켜 부해를 태워버리고 지구상에 새로운 문명을 일으키려고 하는데…. 

 

올 가을 보나마나 짧은데, 어여어여 가을 독서 계획이나 세워들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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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onnight 2010-10-11 12: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시대물에 약해요. (두려워한다고 해야 할까;;) 울프 홀이랑 대지의 기둥. 은 하이드님 리뷰 읽어보고 맘을 결정해야겠어요. 호호 ^^
항상 곁에 있어주는 책. 이란 말씀이 참 와닿네요. 맞아요. 항상 내가 배신하지 책은 늘 함께 해 주니까, 고맙지요. 짧은 가을이 가버리기 전에 피치를 올려봐야겠어요. 고마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