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안 뫼르크 <달링짐>
이거이거 약간 반칙이라는 생각이 든다.
어떤 느낌인지 설명하려고 노력해보면,
완전 쭉쭉빵빵 화려한 여자가 노래도 잘 해.
이런 느낌?
반면, 쭉쭉빵빵 화려한 여자와 평범한 여자가 우열을 가릴 수 없을만큼 둘 다 노래를 잘 했을 때
예쁜 여자는 그 외모 때문에 손해볼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
그러니깐, 그레이스 아나토미의 이지 같은 모델 의사, 그래그래 그런 느낌
이렇게나 화려한 롤러코스터 같은 이야기에 글도 잘 쓰니, 더 점수를 줄 수가 없다. 그러니깐, 글 솜씨가 화려한 이야기에 뭍히는 격이라고나 할까
이 책을 읽으면서 떠올린 책들은



음..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다섯권 다 내가 무지 좋아하는 책들이다.
나는 <처녀들, 자살하다>와 같은 책이고 싶고,
<베오울프>의 인간과 신, 선과 악의 모호한 경계가 나오는 이야기를 경외하며,
<핑거스미스>는 말할 것도 없이 끝내주는 책이고,
<스타더스트>는 잔혹동화이다.
<오만과 편견, 그리고 좀비>는 위의 네 권에 피와 호러를 더해주는 장치로 굿-
자매가 나오기도 하고.
이런 좋은 소설들을 다 끌어붙일만큼 괜찮은 소설인가? 달링짐?
네
배경도 독특하구요, 이야기의 전개가 굉장히 화려하고 통속적인 것 같은데, 예상을 자꾸 뒤엎는 전개가 끝까지 펼쳐져서 다 읽고 나서 감탄해버렸어요.
계속 찜찜한 건 '화려하고, 통속적인' 줄거리다.
만화가인 니알의 그림에선 미국의 그래픽 노블들을 떠올리게 한다. 분명 그래픽 노블을 좀 읽었다면, 그것도 생각났을텐데, 워낙 그쪽으로는 읽어보지를 못했어서.. 그런 미국 만화적 박력이 존재하면서
동시에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꾼의 전통과 그 이야기꾼( 달링짐입니다.) 이 이야기해주는 책 속 책과 같은 중세 늑대 전설은 보통의 책 속 책이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엄청 박력 있고 신선하다.
근데 이 미국 만화적 박력과 중세의 전설, 그리고 엽기적인 살인에 막가파 자매들, 그리고 이 황당한 조합에 정점을 찍는 달링짐.
가장 완벽한 남자를 상상하고, 달링짐이라고 이름을 붙이면 이 소설의 주인공 달링짐이 된다.
그리고 그 달링짐에 천하의 나쁜놈이라는 캐릭터를 살포시 덧붙인다. 그럼 이 소설의 주인공 달링짐이 된다.
비유를 자유롭게 쓰는 작가인데, 읽다가 기가 막혀서 웃으면서 왠지 공감하게 하는 비유가 한 둘이 아니다. 이전 페이퍼에 썼던 분노의 롤빵을 비롯해서 말이다. 클리쉐와 거리가 멀고(우리는 클리쉐는 종이 아깝죠.) 유머러스하고, 신선하고, 기이하지만, 왠지 납득이 가버리는 그런 비유들.
끝까지 다 읽어도 재미있는데, 왠지 막 추천을 해주지는 못하겠는 이 심정..
대중적일 수 있을까 싶은 여러 장르가 혼합되어 있고, 글도 훌륭하지만, 화려한 스토리에 뭍힐 것 같고, 뭐 그래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