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씨전 재미만만 우리고전 11
박효미 지음, 이지은 그림, 한국고전소설학회 감수 / 웅진주니어 / 201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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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씨 못난 남편 이시백만 이름 있고, 박씨는 왜 계속 박씨냐 


우리나라 옛날 이야기를 읽기로 마음 먹으면서 처음 떠올린건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이다. 그리고 '심청전' 

두 작품 다 지금 생각하면 어이 없는 학대 이야기라 이런 작품이 버젓이 교과서에 나오고, 아이들한테 읽히는게 맞냐는 이야기이다. 내 생각은 고전, 옛이야기들 읽는 것은 필요하고, 중요하고, 재미 있다. 세개 다는 아니라도 이 세개 중에 하나라도 읽을 이유는 충분하다. 어른은 기본적으로 비판적 읽기가 가능하다치고, 아이들과는 비판적 읽기와 이전과 지금의 대비에 대해 이야기하며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일단 나는 재미있어서 읽습니다. 그리고 나 역시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줄 생각하면서 좀 더 비판적 사고를 끌어낼 수 있는 방향으로 읽고 있다. 


이 시리즈 이제 시작하지만, 어휘도 풍부하고, 이야기도 그림도 재미있다. 그림은 지금 보니 '팥빙수의 전설' 이지은 작가! 그림이다! 너무 좋더라. 그리고, 글자로 말하는데, 이게 너무 재미있다. 살면서 처음 본 건 아니겠지만, 정말 오랜만에 보는, 글자 모양으로 말하기! 너무 재미있다고. 나도 이런거 써보고 싶다. 


박씨전은 "한양 대감집 도령 이시백이 결혼을 했는데 글쎄 새색시 박씨가 너무너무 못생겼더래." 로 시작된다. 


시아버지 이춘득 대감만이 며느리를 아끼고, 아들에게 외모만 보고 내면의 아름다움을 못 본다며 구박하는데, 이시백은 너무 못생겨서 참을 수가 없다고 아버지 눈치만 보며 방에 들아갔다가도 쌩- 나오고, 시어머니는 못생겨서 밥만 축낸다고 구박한다. 그러다 결국 시아버지에게 청해 피화당이라는 별당을 지어 홀로 계화라는 하녀를 데리고 들어가서 살게 된다. 남편과 시어머니의 외면과 구박 속에서도 비범함을 뽐내다가 이시백이 과거 시험 보러 갈 때는 신묘한 연적을 건네주기 위해 하녀 계화에게 잠시 들리시라 하지만 이시백은 어디 오라가라냐며 계화를 매질해서 돌려보낸다. 결국 다시 계화편에 연적을 건네주고, 이시백은 연적을 들고 과거 시험을 보러가 장원급제를 하게 된다. 


박씨가 허물을 벗듯 탈피하고 천하절색 미녀가 되자 남편은 안절부절 눈치를 보며 그 앞에서 빌빌대며 사과할 기회를 찾는다. 박씨가 용서하고 그렇게 부부가 합치게 된다. 맘에 안들어라~ 


오랑캐가 쳐들어오고 박씨의 활약이 나온다. 박씨전은 '조선 시대 한글소설로 청나라를 혼쭐내는 박씨를 통해 병자호란에서 졌던 치욕을 씻고, 그 상처를 극복하려는 당시 독자층의 소망이 담겨 있다' 고 한다. 


재미만만 한국사도 고조선부터 읽기 시작했는데, 읽다가 병자호란 나오면 왜 그 박씨전에서 있잖아, 하면서 얘기할 수 있겠다. 스토리도 글자도 그림도 재미있는 독서였다. 내용도 잔뜩 의심하며 보기 시작했는데, (박씨전이 박색인 여자가 구박 받다가 절색이 되어 받아들여지는 이야기다보니) 이야기거리도 많고 나쁘지 않았다. 할 수 있는 많은 부분을 잘 고치고 이야기한 것이 눈에 띄었다. 


오랑캐에게 끌려가는 조선 여인들 울음소리가 천지에 울려. 

"기쁜 일이 있으면 슬픈 일이 오고, 괴로운 일 뒤에는 즐거운 일이 따르니 이 또한 하늘의 뜻이오. 너무 서러워 말고 반드시 살아남으시오. 3년이 지나면 이 나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니, 부디 세자마마와 대군마마를 잘 모시고 있으시오." 박씨가 위로했지만 그렇다고 여인들 슬픔이 줄어들 리 있나. 여인들 지나는 길마다 통곡 소리 가득하니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을 지경이었어. (108-109) 


이 부분은 다른 드라마틱한 이야기에 비해 지나가는 이야기지만, 이 부분을 이렇게 써준 것이 나쁘지 않았다. 살아남으시오. 그렇다고 여인들 슬픔이 줄어들 리 없지만. 괴로운 일 뒤에는 즐거운 일이 따르니 살아남으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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