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폭스트롯 휴머니스트 세계문학 38
무스잉 지음, 강영희 옮김 / 휴머니스트 / 202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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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30년대 상하이는 당시 동양에서 가장 화려한 도시였다. 1840년 중국이 영국과의 아편전쟁에 패해 난징 조약을 체결하면서 상하이에 조계가 생겨났고, 영국, 미국, 프랑스 조계지가 생겨나면서 서구의 온갖 문물들이 빠르게 들어와 근대적이고 화려한 국제도시로 변했다. 화려함이 유별날수록 그 화려함 아래 깔린 어둠 또한 깊었고, 화려함을 쫓는 사람들과 화려함을 만드는 사람들, 혹은 그 양극을 오가는 사람들로 인한 이질성들이 혼재했고, 거기서 생겨나는 이중성을 포착하는 신감각파 작가들이 생겨났다. 


저자인 무스잉은 10대 후반에 본격 창작 활동을 시작해 이십대 초반에 이미 소설집들을 펴내기 시작했고, 이십대 후반에는 반대파의 협박을 받다가 1940년 상하이에서 집으로 가던 중 암살되어 생을 마감하였다. 


이와 같은 당시의 시대상과 젊은 나이에 이와 같은 작품을 쓰고 죽은 저자를 생각하면 저자 또한 이 작품집 속의 가장 화려한 촛불과 같은 삶을 살았던게 아닌가 싶다. 


책을 읽는 내내 계속 반복되고 중첩되는 문장들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는데, '폭스트롯과 같은 리듬' 의 글이라는 해설을 보고 아, 그렇구나 싶었다. 동양의 파리라고 불리었던 상하이에서 저자는 상하이의 밤무대를 좋아했다고 하고(결혼도 상하이에서 유명한 댄서와 했다.), 작품의 배경으로도 클럽들이 많이 나온다. 책을 읽기 시작하고, 폭스트롯 영상들을 찾아봤는데, 빠르게 끊임없이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왈츠같은 느낌이다. 왈츠는 뭔가 부웅- 부웅- 이런 느낌이면 폭스트롯은 슈악- 슈악- 이런 느낌. 


그렇게 멈추지 않는 열차에 탄 것처럼 그 앞을 가로막는 것은 다 치어가며 앞으로 나가다 벽에 박는 그런 느낌의 시대상과 잘 맞는 표제작의 제목이었던 것 같다. 


책에는 '심심풀이가 된 남자', '상하이 폭스트롯', '나이트클럽의 다섯 사람', '거리 풍경', '팔이 잘린 사람', '검은 모란', '공동묘지' 일곱편의 단편이 실려 있다. 기억에 남는건 '팔이 잘린 사람' 벽돌공장에서 일하면서 늘 사고를 보고, 자신도 팔이나 다리가 잘릴까 걱정하던 남자는 어느 날 공장 기계에 팔이 잘린다. 아이와 아내와 오손도손 살던 가족은 처참하게 해체된다.

벽돌 공자의 벽돌들로 세워진 번쩍번쩍한 상하이는 그 벽돌들을 만드는 사람들의 팔과 다리를 끊임없이 자르고, 버린다. 생활고를 비관하여 자살하고, 생활고로 죽고, 가족이 해체되기도 한다. 


'검은 모란' 의 검은 모란 괴물 같은 여자도 기억에 남고, 소심한 남자가 엄마가 죽은 공동묘지에서 사랑을 찾게 되는 '공동묘지'도 여운이 길었다. 뻔한 이야기인데, 왜 여운이 길었을까. 공동묘지에서 만나 공동묘지에서 데이트해서? 모든 작품들에 공통되게 남자 주인공들이 소심하고 찌질한데, 마지막 작품에서 그 총합같은 인물이 나와서? '심심풀이가 된 남자'의 여혐과 그를 심심풀이로 만든 고양이와 뱀 같은 룽쯔. 그러고보니 룽쯔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가 싱클레어 루이스라고 했는데, 싱클레어 루이스 읽고 싶다. 


첫 단편에 나왔던 룽쯔는 바로 전에 읽었던 서머셋 몸의 로지를 떠올리게 하는 캐릭터였다. 케이크와 맥주, 쾌락과 유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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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05 00: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요즘 세계 문학들은 무스밍처럼 우리가 그간 몰랐던 작가들을 소개해서 좋은 것 같습니다.다만 이렇게 새롭게 소개회는 책들의 경우 자국에서 인지도가 상당히 높은 작가들의 작품으로 알고 있는데 무스밍의 경우 친일적 성향으로 40년대 암살당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그러다보니 현대 중국에서는 그닥 선호되지 않을 작가란 생각(즉 사망이후 공산화된 중국에선 출판이 불가하지 않을까 여겨짐)이 드는데 어떻게 발굴되었을지 무척 궁금해 집니다.

하이드 2026-01-05 10:30   좋아요 0 | URL
흄세에서 주제별로 큐레이션해서 나오는건 알고 있었는데, 각 콜렉션 (무스잉은 방탕, 자유 뭐 이런 콜렉션에 속해있는) 작품들이 궁금해지는 책이었어요. 저도 처음 읽는 작가, 현대 중국 작가 중에 읽은 것이 거의 없어서 뭐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좋았습니다. 30년대 상하이도 무스잉의 글도 더 알고 싶어지는 책이었습니다~
 
케이크와 맥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394
서머싯 몸 지음, 황소연 옮김 / 민음사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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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크도 맥주도 딱히 좋아하지 않지만, 이 표현은 셰익스피어의 <십이야>에 처음 등장해서 


"자네가 도덕적이라고 해서 케이크와 맥주가 더는 안 된단 말인가?" 


쾌락과 유희를 상징하는 존재가 되었다고 한다. 이 소설의 테마들 중 하나이자 제목이다. 


1930년대 당시 문단의 거장 (아마도 토마스 하디) 과 몸 주변 인물들을 모델로한듯한 등장인물들로 인해 센세이셔널 했다고 한다. 재미있었겠네. 시간이 많이 흘러 몸이 거리를 두고 보던 거장처럼 자신 또한 거장이 되었다. 이 책을 발표한건 몸이 60살 정도일 때였고, 아흔 한 살에 죽었다. 


위대한 작가의 가치는 "긴 수명"에 있다고 해서, 몇 살까지 살았나 찾아봤다. 


"예로부터 노인들은 그들이 젊은이들보다 더 현명하다고 젊은이들을 끊임없이 세뇌했고, 젊은이들은 그것이 허튼소리임을 깨달을 즈음엔 이미 늙은이가 되어 그 기만적 행태에 편승해 이익을 봐 왔다. (...) 작가들은 왜 나이가 들어 갈수록 존경을 받아야 하는지 나는 오랫동안 의구심을 품어 왔다. 만약 이십 년째 주목할 만한 작품을 쓰지 못하는 노작가라면 경쟁자로서 젊은 작가들에게 아무런 위협이 되지 못하므로 그의 가치를 극찬해도 괜찮다는 점에서 합리적 찬사라는 생각을 한 적은 있다. (...) 그러나 이는 인간성을 너무 폄하하는 시각일 수 있고 ( ...) 진짜 이유는 지식인들이 서른 살이 넘으면 글을 전혀 읽지 않기 때문이다. 나이가 들수록 젊었을 때 읽은 책들은 화려한 빛을 발하기 마련이니 그 책을 쓴 저자의 가치는 해마다 높아진다. "  (144) 



화자인 어셴든은 노장 에드워드 드리필드의 전기를 쓰게 된 출세 지향 동료 작가 엘로이로부터 그와의 인연에 대한 이야기를 해달라는 의뢰를 받는다. 어린 시절 숙부네 마을에 머무르면서 에드워드와 그의 첫 번째 부인 로지와 친분이 있었던 어셴든은 어린 시절, 그리고, 젊은 시절 다시 만난 로지에 대해 떠올린다. 로지는 이 책에서 '케이크와 맥주', '쾌락과 유희'를 상징하는 인물이다. 로지와 함께 있을 때의 작품들이 걸작으로 칭송받는 걸 보면 드리필드의 뮤즈이기도 했던 것 같다. 


책소개와 별개로 몸의 책을 읽고 뻔한 결론을 내게 되지는 않는다. '몸은 이 작품을 통해 유희와 쾌락을 좇는 삶이 얼마나 덧없는지를, 현명한 작가는 마땅히 성공을 경계해야 함을 일깨운다.' 와 같은 결론 말이다. 


드리필드든 누구든 인생의 한 부분에 '쾌락과 유희'가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시절이 있고, 그것이 외부에서 오는 한 한 때이기 쉽고, 강력한 감정의 격동을 겪는 시기가 창작의 고점일 수도 있겠으나 꼭 그렇게 연결되는 것은 아닌 것으로 읽힌다. 드리필드는 워낙에 소박한 것에서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었고, 그 때 옆에 로지가 있었고. 


로지의 인생은 어떠한가. 현실에 있을법하기보다 어떤 '개념'을 형상화한 것만 같아서 책을 읽는 내내 잘 상상되지는 않았지만, 인생의 마지막 장을 사는 모습과 과거의 행동에 대한 이유가 매우 유쾌하여 그제야 땅에 발을 디디고 사는 어떤 인물로 여겨졌다. 


위선적인 대중 작가로 그려지는 엘로이는 그냥 기대치가 그 정도라서 놀랍지도 씁쓸하지도 않았다. 그냥 그렇구나. 하고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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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6-01-03 00: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책 표지가 정말 직관적이ㅔ요.책 제목이 케이크와 맥주라고 책 표지에 각종 케이크가 그려져 있는데 책 표지만 보면 무슨 케익 관련 요리책으로 착각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이드 2026-01-04 13:47   좋아요 0 | URL
네 ㅎㅎ 작품 속에 실제 ‘케이크와 맥주‘라는 말은 나오지 않습니다. 쾌락과 유희를 상징하는 말이라는 것은 저도 책 다 읽고 알았네요.
 
베르가모의 페스트 외 - 옌스 페테르 야콥센 중단편 전집 열린책들 세계문학 249
옌스 페테르 야콥센 지음, 박종대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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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때 '페스트' 제목이 들어가 있는 책을 읽고 싶었는데, 생각만 하다가 지나갔고, 이 책은 얇고 표지가 멋있는 세계문학전집을 사려고 아무 배경지식 없이 장바구니에 넣었던 책이었던 것 같다. 


옌스 페테르 야콥센은 19세기 덴마크 사람이다. 자연과학, 그 중에서도 식물학을 전공했고, 다윈을 좋아해서 '종의 기원'과 '인간의 유래'를 덴마크어로 번역하며 북유럽에 그를 최초로 소개한 인물로 과학사에 남아 있다고 한다. 


이탈리아 여행중이던 20대에 결핵에 걸려 학문적 인생은 포기했으나 소설가로서의 인생을 이어가게 된다. 

악화되는 병마와 싸우며 서른 여덟이라는 이른 나이로 숨을 거두었다. 


저자의 이런 배경들을 알고 보면, 이 책에 나오는 많은 것들이 더 크게 다가온다. 

식물학자를 꿈꾸었던 저자가 묘사하는 자연은 아름다운 묘사에 그치지 않고, 자연에 대한 신념이라고 할 정도의 이야기들이 많이 나온다. 표제작이기도 한 <베르가모의 페스트>에서는 신을 믿는 것과 신을 믿지 못하게 된 것, 광신도와 신을 저버린 자들의 이야기가 나온다. 죽음을 옆에 두고 글을 쓴 저자가 천착해오던 주제이지 않았을까. 


모든 단편의 시작과 마지막이 인상적이고, '죄책감'이라는 주제 또한 자주 보인다. 


다른 세계문학 단편집에 많이 들어간다는 '안개 속의 총성'과 '두 세계'의 결말의 여운이 길다. 여기 나온 작품들 중 한 작품 꼽는다면 '두 세계' 


'푄스 부인'은 이 시대의 작품에서 보기 드문, 근대적인 여성상을 보여주고 있다. 이렇게 쓰면서도 맞나 싶긴 하다. 현대에도 보기 힘든 여성상이지 싶다. 남편이 죽고, 딸의 실연을 달래는 여행 중에 첫 사랑을 만나게 된 푄스 부인이 자신들만 사랑하라며 반대하고 저주하는 다 큰 아들, 딸 대신 첫 사랑을 선택하는데, 어떤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아닌, 굳건한 푄스 부인을 볼 수 있고, 결말 또한 예상 밖이어서 좋았다. 


마지막 단편인 '모겐스' 도 신기한 이야기였다. 흔한 이야기 같은데, 흔하지 않게 느껴진 것은 저자가 자연과학을 공부했던 것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저자가 관찰하고 펼쳐내는 자연과 인간의 마음 구석구석에 공감하고 이입할 수 있었다. 다시 읽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하며 책을 덮었다. 


오랜만에 읽기 시작한 세계 문학 전집 책은 스마트폰으로 박살난 주의력과 집중력을 이어 붙이기 위한 딱풀이자 나의 안간힘이었다. 얇다는 이유만으로 고른 이 책에 나온 이야기들이 다음에 어떻게 될지 궁금해서 어제 저녁부터 읽어서 오늘 다 읽었다. 성공적이었다. 


책 읽는 한 시간, 달리기 하는 한 시간은 스마트폰의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딸을 지켜보는 어머니의 가슴은 찢어지는 듯했다. 마음 같아서는 당장이라도 딸아이를 가슴에 안고 무엇이건 위로가 되는 말을 해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은밀하게 소멸되어야 하고, 말로 드러내서는 안될 아픔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 그런 말은 어느 날 다시 즐겁고 행복한 일상을 구축하려는 새로운 상황에서는 장애가 될 수 있고, 거추장스럽고 무거운 짐이 될 수 있었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은 결국 타자의 입장에서 말할 수밖에 없고, 타자의 생각에서 판단하기 때문이다." (57) - 푄스 부인


"사람들은 저 안쪽에 대리석 계단과 거친 실로 짠 태피스트리가 있는 웅장한 옛 저택을 싫어했다. 시커멓고 우람한 우듬지를 자랑하는 아주 오래된 나무들도 싫어했다. 우산소나무, 월계수, 물푸레나무, 측백나무, 떡갈나무 같은 것들이었는데, 이것들은 성장기 내내 미움을 받았다. 마치 늘 불안에 떠는 사람이 아무 사건도 일어나지 않는 일상적인 것과 가만히 서 있기만 해서 반항적으로 비치는 것들을 미워하듯이." (91) - 여기 장미가 있었네


"인생 전체가 참 슬펐다. 지나온 삶은 공허했고, 남은 삶은 음울했다. 단 한 번뿐이라는 삶이 그랬다. 행복한 이들은 눈먼 인간들이었다. 그는 불행을 통해 세상 보는 법을 배웠다." (162) - 모겐스


"야콥센은 <닐스 뤼네>에서 고통스러운 깨달음을 이야기한다. <무척 슬픈 일이지만... 우리의 영혼은 늘 외로울 수밖에 없다. 영혼과 영혼의 융합을 이야기하는 것은 모두 거짓이다. 우리를 안아 주는 어머니도, 우리가 사랑하는 친구나 아내도 결코 우리 자신과 하나 될 수 없다.> 인간은 결국 이 세상의 이방인이자 외로운 나그네다. 타자와 하나 될 수 없다면 마음의 안식은 자기와의 하나 됨에서 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려면 자신에게 가치와 의미 있는 것을 찾고, 대상 속에 숨겨진 것과 이해할 수 없는 것을 포착해 내야 한다." (189) - 역자 해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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