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키호테 1~2 (리커버 특별판 + 박스 세트) - 전2권
미겔 데 세르반테스 사아베드라 지음, 안영옥 옮김 / 열린책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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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등 분리. 6개월만에 새 책 펼쳤는데, 6개월만에 확인되어 교환도 환불도 안 됨. 이 책 구매자분들 중에 책등 분리 겪으신 분 있으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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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9-24 18:18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윽 속상하시겠어요 ㅜㅜ

하이드 2021-09-24 20:25   좋아요 1 | URL
저 지금 지지난 주 주문한 책도 다음주에 받을거 같다고 연락 받은 터라 부글부글한데, 이런 일도 겹치네요.

붕붕툐툐 2021-09-24 23: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이쿠, 하이드님, 책도 아직 안 왔는데 이런 일까지! 교환, 환불이 안된다니...!!ㅠㅠ
 
마감 일기 - 공포와 쾌감을 오가는 단짠단짠 마감 분투기
김민철 외 지음 / 놀(다산북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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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감 관련 책들을 몇 권인가 보았는데, 이 책이 제일 와닿는다. 

내가 마감 속에 사는 사람이라 와닿는 것이 아니라, '마감' 과 '마감'에 대한 생활의 태도와 팁들과 애환과 애증이 난무하는 책이다. 작가로 사는 사람들 모두가 모든 글을 100% 진심을 다해 쓰지는 못할 것이다. 이 글들에는 담지 않으려야 담지 않을 수 없는 그런 찐한 진심들이 담겨 있다. 


각 일기의 맨 뒤에 나와 있는 네 컷 일러스트가 좋았다. 수십 장 일기의 내용을 네 컷 만화로 압축해 둔 것인데, 일기만큼 존재감 강한 네 컷이었다.책을 이리저리 뒤져 일러스트레이터 이름도 찾아봤다. 최진영 작가. @jychoioioi


김민철 작가이자 광고회사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의 글로 마감일기의 문을 연다. 황선우 김하나의 '여자 둘이 살고 있습니다' 읽은 사람이라면 낯익은 이름이다. 망원호프 주인장. 알고 있으면서도 이름 보고 남자려니 생각하다가 뒤에 가서야 아, 여자였지. 생각났다. 처음부터 마감 잘 지키는 사람 나와서 약간 배신감 들지만, 시작만 그렇다. 광고회사에서 일하면서 마감을 잘 지킬 수 밖에 없는 사람으로 길러지고 진화됨. 저자의 말에 따르면 일상을 무너뜨리지 않고 마감을 해내도록 만드는 '마감 근육'이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그 근육은 일상을 무너뜨리지 않고 마감을 해내도록 만드는 근육, 어렵사리 잡은 약속을 일 핑계로 취소하지 않고, 사생활을 지키면서 할 일을 해내도록 만드는 근육" 이라고 한다. 10여년 단련한 마감 근육 덕분에 저자는 "사람은 단련된다." 고 굳게 믿는다. 


읽기도, 쓰기도 운동처럼 습관과 근육을 만드는 것이라는 이야기를 근래 여러 책에서 봤는데, 마감도 근육이구나. 근육! 근육!


저자가 공개하는 마감 필살기 첫째는 메모이고, 둘째는 리스트 만들기이다. 각자에게 맞는 마감 필살기들을 산처럼 모아두고, 다 해보면서 나한테 맞는 걸 찾..기 보다는 그냥 일하는게 낫지 않을까? 어떻게 생각해? 


두번째 마감 타자는 이숙명 저자이고, 웃긴다. 보면서 나쁜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는 마감 한참 지났는데, 친구들과 인도네시알 숨바섬으로 놀러간 저자의 구구절절 편지를 볼 수 있다. 내가 편집자라면 설득당했...을리가. 편집자 아니라도 알 수 있다. 이 뭔 개ㅅ... 재미있었다. 이렇게라도 마감을 할 수 있었던 저자의 마감 짬밥에 리스펙


세번째 마감일기의 주인공은 권여선 작가이다. 낄낄 거리고 웃다가 진지해진다. 저자에게 가장 큰 마감은 학교생활이었다고 한다. "학교로 향하는 길은 두려움뿐이었고 낮에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슬픔뿐이었다"는 작가는 고3 수능을 보고 큰 마감을 마침내 했다고 느낀다. 서른두 살 등단 후 글을 못 쓰는 시간이 길어지고, (7년쯤..) 불규칙한 알바로 연명하는 것이 힘들어져서 학원강사로 돈을 벌고 다시 소설을 쓰겠다고 결심하는 동안 어느 술자리에서 주어진 것도 아니고,  눈 앞에 스쳐가는 기회를 잡는다. 반강제로 쟁취한 청탁으로 7년만에 소설을 다시 쓴다.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쓴다.  7년동안 못 했던 일을 한 달만에 해내야 했을 때 그에게 특별한 비법은 없었다. 


"내 능력이 닿는 선에서 오로지 소설만 쓸 계획을 짰다. 계획은 단순했다. 내가 잠에서 깨듯이, 시시각각 숨을 쉬듯이, 무언가를 먹고 마시듯이, 하루를 잠으로 맺듯이, 그렇게 요구된 순간에 요구된 행위를 하도록 만드는 것. 해야 한다면, 하겠다고 마음먹었으면, 길든 짧든 남은 시간은 오직 마감을 위한 것이었다. 컴퓨터 앞에 앉아 있지 않아도 계획은 시시각각 실현되어야 했다. 이를 닦고 세수를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잠을 자고 꿈을 꾸면서도, 무얼 하든 내 머리와 몸은 매 순간 소설을 쓰고 있도록. " 


이와 같은 몰입을 동경한다. 그것이 마감이든 뭐든. 그렇게 소설을 탈고하고, 소설을 완성하던 날, 울보는 펑펑 운다. 행복하고, 비통해서. 마감이 찬란해서. 이 일을 이제 더 이상 못한다고 생각하니 비통해서. 그 이후는 다들 알다시피, 청탁이 이어지고, 마감이 이어지고, 잘 알려진 소설가가 된다. 


"마감을 한다는 것은 끝내기로 한 것을 끝냄으로써 약속을 지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크든 작든 그건 내 삶의 흐름에 하나의 이정표를 세우는 일과 같다. 삶의 시간을 이쪽과 저쪽으로 구획 짓는 일이다. 마감 이전에는 내 모든 것이었던 하나의 세계를 그곳에 놓아두고 떠나는 일, 마감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하려고) 했던 자신을, 어쩌면 시간이 더 주어졌다면 더 나아졌을지도 모를 그 세계에서 단호히 끄집어내 그 너머의 세계로,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전혀 다른 차원으로 데려가는 일이다." 


다음 타자는 권남희 번역가이다. 숨쉬듯 번역하며 숨쉬듯 마감하는 그는 자고, 일어나고, 밥 먹고 하는 일상 속에 '번역하고' 를 하나 더 끼워넣었을 뿐이라고 말한다. 왜 밥을 세 끼씩 먹어야 해! 불평하는 사람 없듯이 종일 번역만 하는 데 불만 없고, 숨 쉴 때 "아이고, 내 팔자야" 하는 탄식은 좀 나온다고. 


교수 한 분이 "마감이 어디 있어. 내가 주는 날이 마감인거지"  하는걸 보고, 나의 목표! 했지만, 그런 날은 오지 않고, 대신 '마감을 칼같이' 를 신조로 지키며 칼타듯 30년쯤 마감하면 마감 득도의 경지에 올라 끊이지 않고 일을 할 수 있다고 한다. 


방송작가인 강이슬의 글은 위태위태하다고 생각했다. 극단까지 밀어붙여 얻는 것과 잃는 것을 저울에 올려두고 얻는 것만을 바라보며 달린, 또라이만이 살아남는다는 그 세계 


임진아 작가는 기쁨을 말한다. 마감은 기쁨이래. "할 수 있는 일을 의뢰받았다는 기쁨, 모처럼 신나게 그릴 수 있는 일이라는 기쁨, 생각보다 빨리 끝낼 수 있을 것 같은 헛된 희망같은 기쁨, 제안받은 조건이 좋아서 힘이 절로 나는 기쁨, 당분간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기쁨, ... 모든 일에는 끝이 있다는 기쁨" 일을 시작하고 마감을 떠올리며 괴로워하기보다 끝낸 후의 기쁨을 생각하며, 그러니깐, 조금 더 멀리 보면서 '기쁨'을 모아 일을 해낸다. 사실 '기쁨' 보다는 '기쁘고 싶다', '얼마나 예쁠가? 어서 보고싶다!' 보다는 '다 끝내면 얼마나 좋을까?'에 조금 더 가깝다고 하는데, 무엇이 되었든 그 기쁨을 향해 오늘의 나를 움직인다. 


삽화를 그리는데 가장 많이 쓰이는 것은 그림 도구가 아니라 '그릴 마음'과 '그릴 수 있는 맑은 감정' 이라는 말은 꼭 담아두고 싶다. 조금씩 무리하는 일들이 내년의 표정을 만들고, 그러지 않고 싶다는. 항상 힘이 없는 사람이어서 분배와 마음의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했던 것 같다.  강이슬 작가와 너무 대비된다.


다음 저자인 이영미 작가이자 편집자의 망치를 휘두르고 싶은 격정, 사장님 뒤에 꽂혀 있는 벽돌책들을 꺼내서 집어 던지고 싶은 마음. 마감으로 수행하는 건가. 혼자하는 마감과 달리 중간에 끼어서 모든 것을 조정해야 하는 마감 스트레스가 제대로 느껴진 일기였다. 


마지막 타자는 김세희 작가이고, 나는 지금 김세희 작가의 단편집을 주문해두고 기다리고 있다. 마감도 그렇고, 인생의 어떤 힘든 시기에 한계에 부닥치며 깨지거나 깨고 나가는 그런 모습들을 책으로나마 읽는다. 


마감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마감을 통한 삶을 이야기하는. 삶에 대한 태도를 이야기하는 좋은 책이다. 


‘지금, 고여 있는 이 물안에서, 마실 수 있는 한 모금이 없다면, 고여 있을 여유가 없지.‘ 월급만으로는 그곳에 머무르는 한 달을 이해할 수 없던 시저이었다. 하지만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듯이 퇴사할 수 없었고, 말보다는 표정에 그리고 어깨에 내 진심이 걸쳐져 있을 뿐이었다.
그런 나날이 계속되던 어느 날 점심시간에 좋아했던 상사가 나에게 이런 말을 해주었다.

"회사는 내일 당장 그만둘 수 있게 만들어놓으며 다녀야 해. 그리고 그렇게 하더라도 스스로한테 창피하지만 않으면 돼."
- P16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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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부만두 2021-09-18 09:25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도 찾아봤는데 챕터마다 있는 네 칸 만화가 귀엽네요. 권남희 번역가 부분만이라도 읽으려고요. 명절 직전에 다음 일 일정 짜는중이에요.
 
실크 스타킹 한 켤레 - 19, 20세기 영미 여성 작가 단편선
세라 오언 주잇 외 지음, 정소영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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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0세기 여성 작가들의 시나 단편집들이 몇 권 나와 있는데, 그 시기 여성 작가들의 단편들을 재조명 하는 것이 의미 있을 뿐 아니라, 무섭게 재미있다. 이 단편집의 큐레이션 역시 훌륭하다. 


엮은이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세기 전환기의 이 시기의 삶의 양상이 현재와 크게 다르지 않고, 그러한 과거를 통해 지금은 고착되어 제대로 보기 힘든 사회의 여러 면모를 새롭게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시기는 무엇보다도 여성의 삶에 급격한 변화가 찾아오고 새로운 가능성이 열리기 시작한 시기이기도 하다. 


"결혼 말고는 다른 삶의 가능성이 희박했던 과거와 달리 많은 여성들이 다양한 공적 영역에 진출하고 경제적인 독립을 이루면서 결혼과 가족을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것으로 여기던 생각에 도전 받았다." 


과거의 이 시기를 소설을 통해 읽어봄으로써, 그것이 현재에 어떻게 발전했는지, 어떻게 퇴보하거나 지지부진 그대로인지를 고민해볼 수 있다. 


살럿 퍼킨스 길먼, 케이트 쇼팽, 윌라 캐더, 이디스 워턴, 버지니아 울프, 캐서린 맨스필드의 이름이 낯익다. 

처음 접하는 작가인 세라 오언 주잇, 메리 E. 윌킨스 프리먼, 수전 글래스펠, 엘런 글래스고, 조라 닐 허스턴의 작품도 다 재미있었다. 


세라 오언 주잇의 작가소개에는 "관절염 치료차 숲속을산책하며 자라 자연에 대한 애정이 깊었다. (..) 평생 결혼하지 않고 애니 필즈와 가깝게 지내다가 그녀의 남편인 '애틀랜틱 먼슬리' 편집자 제임스 필즈가 사망하자 여생을 함께 보냈다" 고 나와 있다. 


작품 '백로'는 자연을 사랑하는 소녀가 숲을 찾아온 조류학자를 만나게 되고, 사랑에 빠지게 되었다고 생각하고, 그가 찾는 '백로'를 찾아주려 한다. 아주 높은, 아주아주 높은 나무에 올라가는 장면 묘사가 엄청 박력 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메리 윌킨스 프리먼의 '뉴잉글랜드 수녀'도 좋았다. 수녀가 나오는 이야기는 아니고, 약혼을 한 채 혼자 30여년 동안 자기만의 성을 가꾸며 남자를 기다린다. 남자가 마침내 돌아와 결혼 날짜가 잡히는데, 자신의 성을 떠나, 자신이 가꾼 모든 것을 버리고, 남자의 집으로 들어갈 생각을 하니 우울해진다. 남자는 자신의 어머니를 봐주는 여자와 사랑에 빠지지만, 둘 다 의무에 따라 결혼을 되돌리지는 않는다. 그 일이 생기기 전까지. 여자, 루이자는 "수녀원에 있지 않았지만 수녀나 다름없었다" 고 하는데, 수녀원이라고 하면, 갇혀 있는 느낌이 강하지만, 이 작품에서는 자신의 세계를 유지한다는 점에서 희망적인 의미로 나온다. 이 시기에는 결혼보다 수녀원이 좋은거였나?


세번째 작품인 샬롯 퍼킨스 길먼의 '누런 벽지'는 워낙 유명하고, 서너번쯤 읽은 것 같다. 읽어도 읽어도 으스스하다. 


케이트 쇼팽의 작품은 '아카디아 무도회에서' 와 속편인 '폭풍우' , 표제작인 '실크 스타킹 한 켤레'가 나와 있다. 결혼생활과 여자의 욕망에 대해 다룬 작품들이다. 


윌라 캐더는 평생 미혼으로 살았고, 남장을 하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이 작품에 나오는 토미가 그렇다. 평생 미혼으로 살지는 모르겠지만. 아버지의 사업을 이끌고, 아버지의 사업 친구들이 토미의 친구들이다. 그 지역에서는 젊은 여자에게도 얼마간의 사업 능력을 기대하고 인정하는 경항이 있고, 토미는 능력자였다. 은행의 출납업을 맡은 제이 엘링턴 하퍼는 사업 능력이 떨어지고, 파트너인 아버지가 꽂아준 청년이었다. 토미가 동부에 갔다 오면서 친해진 여자를 데려왔는데, '바이올렛 향수를 뿌리고 양산을 쓰고 다니는, 얌전하고 기운 없는 하얀 피부의 여자' 였다. 그리고, 제이랑, 토미랑, 그 여자, 제시카랑 이런 저런 일들이. 소설의 결말은 토미처럼 씩씩하다. 


이디스 워턴의 '다른 두 사람'은 블랙코미디 같은 느낌이다. 세번째 결혼한 웨이손 부인 이야기. 


수전 글래스펠의 '여성 배심원단'은 연극적인 느낌이 강한 작품이었다. 바보 남자들에 대항하는 여자들의 연대. 노란 카나리아.


버지니아 울프의 '벽의 자국'에서는 울프의 '의식의 흐름' 기법을 잘 느낄 수 있다. 벽에 난 자국 하나로 이렇게까지 글을 쓸 수 있다니 부러운 마음.     


캐서린 맨스필드의 '작고한 대령의 딸들' 에서는 독재자 아버지가 죽고 난 후의 이야기. 아버지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고 애쓰는 삶만을 살다 아버지가 죽은 후의 이야기이다. 


앨런 글래스고의 '제3의 그림자 인물' 또한 고딕호러물이다. 주인공이 간호사와 의사.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는 의사의 부인과 죽은 딸. 


마지막 작품인 조라 닐 허스턴의 '땀' 은 포악한 악질 남편과 그 남편과 살아낸 딜리아 존스의 이야기이다. 

 


작가 이름들을 다 기억해둬야지. 생각할만큼 작품성도 재미도 잡은 여성의 눈으로 보고 그린 여성의 이야기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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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1-09-08 12:4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무섭게 재미있다니…!!!

하이드 2021-09-08 15:45   좋아요 1 | URL
무섭고 재미있습니다. ㅎㅎ
 
나이트 스쿨 잭 리처 컬렉션
리 차일드 지음, 정경호 옮김 / 오픈하우스 / 201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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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아동도서 같지만, 리처가 등장하자마자 훈장을 받더니 학교로 보내졌다고. 


팽당한 것 같은 분위기로 소문이 퍼지지만, '학교' 라고 불리우는 곳에 가니 CIA에서, FBI에서 각각 최근에 큰 공훈을 세운 요원들이 한 명씩 와 있고, 사상 초유의 CIA,FBI, 미육군 합동 작전을 예감한다. 


대통령 직속의 국가안보위원회에서 나와 비밀리에 그들이 해결해야 할 임무를 주고, 모든 지원을 해준다. 

무슨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1억달러' 라는 판돈이 그들의 레이더에 떴기 때문이다. 


리처는 상사 니글리를 호출..하기도 전에 니글리가 먼저 알고 리처가 어느 식당 갈 것까지 예측해서 식당에서 마주친다. 

리처가 나오니 리처가 주인공이지만, CIA와 FBI 합동 작전, 그것도 큰 공을 세운 조직내 명석한 이들이 너무 시시하게 나오고 분량도 없어서 그 부분이 좀 아쉬웠다. 대신 의외로 일 잘하는 함부르크 경찰이 나온다. 리처 시리즈에 리처나 리처와 일하는 파트너 외에는 다 일 못하거나 망치는데 함부르크 경찰 나올때마다 리처도 읽는 나도 일 잘하잖아. 계속 생각했다. 리처와 긴밀히 연락하게 되는 함부르크 경찰 그리즈만은 높이 올라가고 싶은 욕망과 무사안일주의가 함께 해서 사소한 일도 부서 찾아 미루는 신공을 발휘하지만, 그 마저 사건에 도움이 된다. 그러고보니, 독일인들의 꼼꼼함을 강조한듯하다. 이 책에도 잭 리처의 적은 둘이다. 1억달러를 거래하는 테러범과 함부르크에 자리잡은 네오나치 조직이다. 조직원이 독일 곳곳에 자리잡고 있다는 설정이다. 


같은 도시에 탈영병이 있고, 헌병인 리처가 있다면, 그 탈영병을 잡는 것은 은행에 맡겨둔 돈 찾는 것과 같다고 자신감을 보이는 리처. 조직에 몸담고 있을 때의 리처는 조직에서 나와 자유인으로 민들레 홀씨처럼 돌아다니는 리처와 많이 다르다. 둘 다 재미있지만, 나는 후자가 좀 더 재미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하나 찾기의 마음으로 함부르크를 훑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뭔가 하고 있는 게 정신건강에 좋은 법이다. 그래서 그는 계속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리처니깐, 계획하고, 계속 머리를 굴려서 가장 확률이 높은 방향으로 계속 갈 뿐이다. 


리처가 산 바지. 단돈 5달러인데, 앞으로 30년도 끄떡없을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리처처럼 험하게 쓰는데, 30년 입는 바지 그거 뭐야. 나도. 


리처가 국가안보위 상사와 자는 장면이 여러번 나오는데, 그런줄 알고 있었고, 이 책도 두 번째 읽는거지만, 새삼 놀랐다. 

햄버거 패티 묘사를 해도 이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은. 뚝딱거리는 묘사다. 리처가 코어로 하는건 다 잘하니깐, 잘했을거라는 건 의심하지 않지만, 리처의 전투신처럼 여자가 움직이는걸 묘사하는데, 아니..그게.. 되어버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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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1-09-07 0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없네요? 아직 사두고 안읽은 잭 리처 몇 권 있지만 이 책 삽니다. 코어로 하는 건 다 잘하는 리처라니...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핳하하.

하이드 2021-09-07 09:57   좋아요 2 | URL
그죠? 의심하지 않죠? 못할리가. ㅎㅎ 안 읽은 잭 리처 책 있다니 부럽습니다. 근데, 두 번 읽어도 재미있네요.

독서괭 2021-09-07 11:5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코어로 하는 건 다 잘한다니 웃다가 쿨럭 ㅋㅋㅋ 리처가 산 바지 저도 궁금하구요. 저도 혼자 돌아댕기는 리처 쪽이 좀더 재미난 것 같습니다.

하이드 2021-09-07 17:10   좋아요 1 | URL
뭘 해도 코어가 중요. 저는 잠을 잘 못 잤는지, 허리가 아픕니다. ㅎㅎ 잭 리처의 피지컬 부러워요.
 
도서관 런웨이 현대문학 핀 시리즈 소설선 36
윤고은 지음 / 현대문학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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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여행자들에 이어 두 번째로 읽는 윤고은의 책이다. 

와, 윤고은 글 정말 재미있게 잘 쓰는구나가 첫번째 감상


책소개에 'AS안심결혼보험' 에 얽힌 이야기라고 해서, 뭐여? 보험 이야기? 결혼 보험 이야기? 궁금했는데, '안심 결혼을 AS 하는 보험' 부분이 판타지였다. 아, 대놓고 판타지가 아니라, 그런 일이 상상에서나 가능할법해서 판타지다. 


"안나는 고요한 책들 사이로 걸어가는 걸 좋아했다. 키 높은 서가들이 담벼락처럼 이어진 도서관에서는 아무렇게나 걸어서는 안 됐다. 신발 밑창, 특히 뒷굽을 지면에 잠깐 접촉한다는 느낌으로 내려놓아야만 소리가 나지 않았다. 포스트잇을 한장씩 바닥에 붙이는 것과 비슷하게. 안나는 자신의 걸음이 바닥에 오래 흔적을 남기지 않을 것을 알기 때문에 접촉에 대한 부담 없이 총총 걸었따." 


첫 문장부터 빨려들어가는 책이다. 읽으면서 기발하고, 반짝거리는 문장들에 반하게 된다. 

책에 나오는 연애 티키타카에 가슴 몽글거리게 된다. 


언젠가부터 'AS안심결혼보험'에 가입하기 어려워졌는데, AI가 1차로 엄격하게 고위험군을 걸러내고, 2차로 사람이 걸러낸다. 

그 보험에 가입한다는 자체가 어떤 자격을 주는 것과 같아서 사람들은 보험사에서 요구하는 개인정보들을 착착 내밀면서 자신이 결혼에 적합하다는 증빙을 얻고 싶어한다. 


책인 줄 알고 도서관에서 빌린 벽돌책은 알고 보니 보험약관이었다. 이 보험약관이 중고로 백만원까지 거래되는 희귀본임을 알게 되고, 보험약관인데, 앞부분은 결혼에 대한 에세이처럼 읽히는 책이었다. 


보험금을 청구하는 사례들로 안심결혼을 보장하는 것, 차량보험이 운전자의 안전에 대한 교육과 매뉴얼을 만드는 것과 비슷하다. 그것이 운전자와 차의 안전이 아닌, 결혼과 부부에 대한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매뉴얼인 차이가 있을 뿐이다. 


결혼에 쓴 돈을 합리적으로 쓴 것임을 증명할 수 있으면, 300만원 까지 현금으로 100만원 이상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약관을 보고 K의 식구들은 영수증들을 긁어 모아 제출하지만, 돌려 받는 금액은 미미하다. 냉장고만 200만원인데, 사치품으로 분류된다. "예전에 쓰시던 냉장고도 용량이 비슷한데, 고장도 아닌데 굳이 왜 바꿨느냐 그거죠." 버려진 냉장고는 831리터 용량이고, 한 번도 고장난 적 없었던 제품. 소음이 심하다고 생각했는데 정상범위였고, 꽃무늬 디자인이 구식이고, 새것도 800리터대 규모였고, 4도어라는 것만 달랐다. 디자인 때문에 멀쩡한 냉장고를 바꾸게 되었으니 합리적 소비가 아니어서 환급받을 수 없다는 결론. '반상기' 도 거절당하는데 "반상기는 '구시대적 발상'을 드러내는 대표적인 사례로, 신부가 부모님을 봉양하는 의미라고는 하지만 그게 과연 지속 가능한 결혼생활을 위한 합리적인 소비일지 의문입니다." 라고. 


보험사의 답변이 계몽적이기까지 한데, 그냥 들었으면 흘려듣거나 발끈했을 것 같은 이야기들도 '환금성' 으로 계산하여 돈을 돌려 받기 위한 이야기로 너무나 쉽게 스위치 되서 보험사 입장을 학습하게 된다. 


안나와 유리는 한 때 룸메이트였던 사이이고, 만났다 안 만났다 연락을 이어가는 관계이다. 

유리와의 줌으로의 연락을 마지막으로 안나가 잠적하고, 그런 안나를 걱정하여 안나와 북클럽을 하는 미정이 유리를 찾아온다. 


본격 코로나 시대 소설이고, 안나는 코로나로 사라지는 여행사에서 일했고, 유리는 코로나로 더 바빠진 보험사 직원이었다.


결혼과 보험, 여행과 책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를 둘러싼 사각관계가 나온다. 


코로나 시대, 사라지는 것들. 사랑을 하고, 사랑이 끝난 이후를 말하는 소설이다. 


삶이 좋아하는 것으로만 이루어지는게 아님을 알아. 먹구름에 가려 일몰을 볼 수 없는 날도 생기고, 애써 준비한 마음이 오해되고 버려지는 경우도 생기겠고, 삶의 타이밍이 늘 한 발 늦을 수 있고, 내 경우엔 미련도 품을 수 없을 만큼 열 발쯤 늦을 때가 많고, 시간 낭비 같은 산책도 많지. 회복 불가능할 정도의 일도 있고. 내가 사랑하는 세계가 훼손되고 내 속도가 흔들릴 때도 울지 않을 거라고 말할 자신은 없는데. 그렇지만 무언가를 누군가를 아주 좋아한 힘이라는 건 당시에도 강렬하지만 모든 게 끝난 후에도 만만치 않아. 잔열이. 그 온기가 힘들 때도 분명히 지지대가 될 거야. - P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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