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트레일러닝 첫 대회를 나가는 날이었다. 10k 였고, 2시간 22분안에 들어왔다. 8분 정도면 아슬아슬한 것 까지는 아니지만, CP도, 완주점도 시계 보면서 마지막 힘 끌어내야 했다. 


답사때 갔던 오름길의 가장 극악했던 무한 계단과 오르막 내리막은 같았지만, 답사때 길 잘못 들어 도로로 한참 왔던 것에 비해 오르막 내리막이 더 있었고, 숲길과 흙길로만 계속 뛸 수 있는, 멋진 코스였다. 


전전날까지만 해도 10키로 완주는 문제 없지. 근거 없는 자신감에 들떠 있었다. 가을에는 20키로도 할꺼고, 내년에는 37키로, 50키로.. 하면서. 전날은 내리막에 사람들이 몰려서 누구 하나 굴러 떨어지며 다 같이 굴러 떨어지는 참사가 아른거려서 잠을 설쳤다. 당일은 뛰자마자 약간의 과호흡과, 왜지, 왜 이렇게 힘들지, 못 하는거 아냐. 부정적 생각이 마구 들었지만, 그동안 달려본 것, 달려본 길 생각하면서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달리기 시작할 때 종종 드는 마음이다. 


나는 내가 멘탈 강하다고 생각했는데, 달리기 하면서 그게 아니라는걸 알게 되었다. 처음 가는 곳에서는 단 한 번의 예외 없이 약간의 과호흡이 오고, 심리적으로 힘들어진다. 가끔은 그냥 혼자 달리다가도 온다. 그럴때면 크게 심호흡을 한다. 크게 심호흡 하는 것이 마음을 안정시켜주는 효과가 있다는걸 글로만 알았는데, 이제 그게 뭔지 알게 되었다. 


러닝하는 사람들이 잔뜩 모여 있는 것을 구경하는 것이 좋았다. 러닝복, 트레일 러닝은 챙길 것이 좀 더 필요하지만, 10키로라 그렇게까지 본격적이지는 않았다. 트레일러닝화, 20키로부터는 트런화 아니면 아웃된다고 한다. 러닝 바지, 대회에서 준 러닝티, 바람막이, 러닝 모자, 고글, 베스트, 스틱, 물 정도인 것 같다. 나는 고글은 안 샀는데 (써보니 좋기는 함) 흙먼지 많아서 있으면 좋을 것 같다. 스틱은 동생이 들고 다니고 필요할 때만 하나씩 가지고 썼다. 오르막길과 계단은 스틱이 나를 올려줌. 내리막길도 스틱 있으면 덜 무섭다. 


러닝복이 세상에서 제일 예쁘다고 생각했다. 예쁜 러닝복이어서가 아니라, 숲과 오름을 뛰어 나가기 위한 기능으로서의 아름다움이 눈에 들어왔다. 


10K와 37K와 100K 가 중간중간 섞인다. 10K 출발하기 전에 100K 1등이 들어와서 다들 환호해주었다. 10K 가면서 100K 주자들 들어오는 것 마주친다. 다들 파이팅 해주고, 응원해준다. 두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안고 들어오는 주자는 마침 징검다리 앞 병목에 서 있던 10K 주자들이 가장 크게 환호해주었던 것 같다. 그리고, 10K랑 시간차 두고 출발한 37K 숙련 주자들과 10K 꼬랑지에서 뛰던 사람들이 겹친다. 지나가면서 화이팅도 해주고. 나중에는 오름 오는 등산하는 사람들도 화이팅, 힘내요. 해준다. 등산 매너이기도 하고, 트레일러닝 매너이기도 한 것 같다. 나는 누가 봐도 힘들어 죽는 표정이어서 답은 많이 못했지만, 만, 살면서 육성으로 가장 많은 파이팅과 힘내요를 들었던 날이었다. 


분기점마다 스텝들이 종을 딸랑딸랑 흔들어준다. 이것 역시 화이팅의 의미다. 


동생 없었으면 못 뛰었을 것 같다. 러닝 메이트의 중요성. 


유튜브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뛰는 것 같은 가짜 효능감을 느끼며 부풀어 올랐던 근거 없는 자신감은 펑 터졌지만, 이제 또 차분하게 연습해야지. 오르막길과 계단만 올라가면 숨 넘어갈 것 같아서 더 연습해야지. 트런은 정말 등산하는 사람들 잘 할 것 같다. 동생말로는 러닝 마일리지 쌓이는게 더 중요하다고 하지만, 오르막길, 그리고, 숲길 디딜 때 평평한 집 안에서 가장 많이 걸은 내 발이 내가 봐도 비효율적으로 허우적 거리고, 발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고. 


주 1회는 숲달리기 해보려 한다. 달리지 않고, 걷기라도 내 발이 숲길, 산길 걷는데 익숙해지게 만들어야지. 


일요일 오전, 멍때리며 트위터 보다가 두 시간 순식간에 지나가는거 너무 쉬운데, 일요일 오전, 2시간동안 달리기 열정 뿜뿜한 사람들과 자연 속에서 내 한계를 밀어붙이며 달리고 온 내가 너무 맘에 든다. 사람들과 마주치면서 들었던 화이팅, 힘내요 응원들이 몸과 마음에 착 달라붙어서 힘이 되어주는 것 같다. 


 


주최측이었던 파나고니아 부스에서 Why I Run 인터뷰를 하고 있었다. 왜 달리나 생각해봤는데, 

나를 알기 위해서인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나를 알고, 사람들을 알고, 세상을 더 잘 알게 될 것 같다. 

시작은 좀 움직이긴 해야지. 운동을 하긴 해야지. 라는 소극적인 마인드였는데 말이다. 

더 강해지고 싶어서, 더 오래 더 잘 달리고 싶어서 달린다. 그 과정에서 나를 더 잘 알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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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A. White <Nightbooks> 


호러물인 것 같지만, 세헤라자데와 헨젤과 그레텔 리텔링이 있는 글쓰기와 창작의 고통, 

마녀와 고양이, 마녀의 가든을 돌보는 동료가 나오는 이야기. 중간중간 알렉스의 나이트북에 쓰여 있는 짧은 호러 단편은 예전에 봤던 환상특급 에피소드들을 떠올리게 한다. 










 Peter Brown <The Wild Robot> 


3편까지 나왔고, 애니로도 나온 초인기작 


로봇이 야생의 섬에서 몬스터로 불리다가 점점 친해지는 이야기인데, 자연과 동물 묘사가 아름답다. 피터 브라운 특유의 일러스트가너무 좋아서 애니는 아직 못 보고 있지만, 애니도 잘 나왔다는 이야기 많이 들었다. 


기억하고 두고두고 되새길만한 아름다운 장면들이 많다. 






 케이트 디카밀로의 책들 

 <Because of Winn-Dixie> : 아름다운 에피소드들이 정말 많다. 비터스윗한 사탕 공장과 사탕, 도서관과 전쟁과 평화, 엄마에 대한 열 가지, 글로리아 던햄의 술병 나무 등등. 그러다보니 읽고 또 읽어도 재미있고, 영화도 잘 나왔다. 


<The Tale of Despereaux> : 연말이면 이 책 읽는다는 누군가를 보고, 나도 연말에 읽어봤는데, 정말 기괴하고 이상하고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미들그레이드 책들 중에 이런 이상한 이야기들을 종종 만난다. 소설 좀 읽었다고 하지만, 예상 못했던 이야기들. 생쥐(mouse)랑  쥐(rat)랑 공주랑 하녀의 이야기. 노래를 좋아하고, 공주와 사랑에 빠지는 데스페로의 모험. 올해 연말에도 또 읽어보고 싶다. 


<The Miraculous Journey of Edward Tulane> : 아.. 이 책.. 도자기 토끼 인형인 에드워드의 여행인데, 진짜 읽으면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실과 위안과 더 큰 상실이 계속 반복되고 가슴이 찢어지지만, 그래도 미들그레이드 책의 마지막은 해피엔딩일 것을 믿으며 읽고, 듣고 하다가 마지막이 해피엔딩이긴 했는데, 달리기하면서 오더블로 듣다가 에드워드~~~~ !!!! 하면서 오열해버렸다는. 


 Dave Eggers <The Eyes & The Impossible> 


 이 책이야말로 괴상하고 아름답다는 평을 받은 뉴베리 메달 수상작인데, 책도 정말 너무 아름답고, 글도 아름답다. 주인공 개와 공원의 동물들의 이야기가 우화 같기도 하고, 철학적이기도 하고, 유머러스하기도 해서 때로는 몰입해서 빛처럼 빠르게, 때로는 천천히 곱씹으며 해변 산책하듯이 그렇게 읽을 수 있다. 


위에 소개한 책들 포함해서 이 책의 레벨이 제일 높다. 





 Louis Sachar <Holes> 


 이야기의 재미를 제대로 느낄 수 있는 책이다. 3대에 걸친 우연과 숙명. 

 어느 새벽 이 책의 마지막 부분 침대에 누워서 읽다가 벌떡 일어났던 것 잊지 못해. 

 

 유명 운동 선수의 운동화 훔쳤다는 죄로 소년원 갈래,캠프 갈래, 했는데, 캠프를 한 번도 안 가본 스텐리가 캠프 간다고 했다가 벌어지는 이야기. 3대의 이야기라서 타임라인 왔다갔다 하면서 맞춰지는 이야기와 일상에서 만나는 이야기들이 진짜 엄청 재미있다. 








Kimberly Brubaker Bradley <The War that Saved my Life>


2차대전 시기에 런던에 폭탄 떨어지니깐 아이들을 시골로 보내는데, 다리를 못 써서 아동학대 당하는 주인공이 동생과 함께 시골에 가게 된다. <나니아 연대기>랑 같은 시대의 이야기. 

주인공 소녀가 굳세고, 이야기가 실감나고, 따뜻함. 











Gary Paulsen <Hatchet> 


엄마와 아빠가 이혼해서 아빠 만나러 비행기 타고 캐나다로 가다가 사고로 산림 지역에 불시착한 주인공의 서바이벌 어드벤처. 고립된 상태에서 정말 사소한 일들도 엄청 큰 일이고, 하나하나 맨 땅에 헤딩하며 생존하는 주인공의 심리와 행동이 스릴 있다. 무슨 베리 하나 따 먹는 것도 굉장히 스릴 있음. <Holes> 와 <Hatchet> 은 진짜 재미로 빠지지 않는 책. 








 Carl Hiaasen <Hoot> 


주제도 좋고, 불링 당하는 주인공의 성격도 좋고, 주인공의 동료가 되는 남매도 좋다. 

이 세계관에서 짱 쎈 주인공의 동료는 동네에서 축구짱인 여자 아이. 

Hoot 는 저 표지의 쟤인데, 아주 귀여움. 


미들 그레이드 소설들의 소재가 정말 다양하다. 진짜 어디서도 못 보던 이야기들이 나옴. 

이 책의 이야기와 주제와 메인 캐릭터들 다 좋아.






 

Tim Bowle <River Boy> 


 이 책도 너무 아름답다. 리얼리스틱 픽션인데 판타지가 가미된. 

성격 드센 할아버지와 너무나 친한 소녀가 할아버지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기 위해 할아버지의 고향으로 돌아가서 벌어지는 이야기. 죽음과 이별, 시간의 흐름같은 무거운 주제가 아름다운 자연 속에서 펼쳐진다.











오딧세이와 일리아드 어느 판본으로든 읽기 전에 가렛 하인즈의 그래픽 노블 강추. 이야기도 그림도 예술성과 재미 꽉꽉 채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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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5-04-03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 수준에 맞는 책들 추천 감사합니다~
지난 달에 에드워드 툴레인 읽고 지금 윈딕시 읽고 있어요.

하이드 2025-04-03 11:18   좋아요 1 | URL
네, 미들그레이드 책 부지런히 읽다가 그 다음단계로 읽으면 좋을 짧은 고전들과 컨템퍼러리 소설들도 추천해드릴게요~

독서괭 2025-04-03 09:5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다음주문에 일단 에드워드 툴레인을~~ 추천 감사합니다!

하이드 2025-04-03 11:19   좋아요 2 | URL
에드워드 툴레인... 읽는 내내 힘들지만, 그 힘든 걸 읽으면서 토끼도 독자도 성장해 나갑니다. 그리고 마지막에 ...

독서괭 2025-04-03 11:23   좋아요 1 | URL
번역서는 가지고 있습니다 ㅎㅎ
 

어제는 본격 한시간 달리기 연습 시작, 밤 늦게까지 꾸역꾸역 프리즈너 오브 아즈카반 다 읽고, 

오늘은 어제에 이어 한시간 달리기 연습, 고블릿 오브 파이어 시작. 




해리 포터 북클럽은 순항중, 1,2,3권 다 읽어낸 사람들, 이제 엄청 두꺼운 4권 시작한다. 

다들 재미있게 읽고 있어서 이 북클럽은 끝까지 갈 것 같다. 


읽.시.찾도 1권 읽고 2권 시작했다. 이 북클럽은 어떨지 모르겠는데, 나는 끝까지 갈 것. 

4월에는 2권, 3권 다 읽어봐야지. 



3월 마지막 날 





4월 첫째날 



근데, 스트라바랑 미핏이랑 거리, 페이스 다르게 잡힌다. 뭐지. 

스트라바 거리와 페이스면 좋겠군! 


내일은 숲달리기 해볼까 싶다. 오늘은 일 끝나고도 밝아서 한번 더 달릴까 잠깐 고민하다가 그냥 다리나 풀어야지. 

달릴 때는 안 아픈데, 집에서 일어났다 앉았다 하면 애구애그 소리가 절로 나와서 애들이 좋아함. 


한시간 달리기 하고, 좀 걷다가 들어오는데, 미밴드 한시간 맞췄더니 스트라바 18초 모자라. 한시간 50초도 한시간이라 치고, 내일은 한시간 50초에서 끊어야지. 스트라바 뉴발란스 연동으로 1키로에 천원준다. 한 달에 100키로 (만원)까지 가능. 출석체크하고 어쩌고 하면 동생 말로는 만오천원 정도까지 받을 수 있다고 하네. 러닝 마일리지 100키로? 한 번도 안 해봤지만, 4월은 완전 가능하지. 


얼마전에 하루 10키로 뛰는 사람 멋져. 근데, 10키로는 무리니깐 7키로 목표로 해야지. 했는데, 꾸준히 연습하면, 10키로도 매일 뛸 수 있을 것 같다. 너무 기록에 연연하지 않으려고 하지만, 러닝은 정말 기록의 스포츠라 거리, 시간, 페이스, 심박, 케이던스, 연속 달리기 등등 챙기는 것이 너무 재미있다고. 


오늘은 오디오북 Nexus 듣기 시작했다. 9일에 독서모임 신청해두어서 부지런히 읽어야지. 오디오 원서 듣고, 아침에는 원서 읽고, 전자책 번역본 읽을 계획. 빠짝 읽어야지. 닥쳐서 서두르지 않게. 


오늘은 오랜만에 기다리고 기다리던 좋은 뉴스도 있었고, 4월 4일 당연한, 좋은 소식 들을 때까지 매일 한시간 달리겠어. 


프루스트를 읽으면서 진짜 이런 문장을 쓰다니, 소설가의 소설가라는게 이런 관찰과 문장들에서 오는걸까 싶고, 프루스트 계속 읽으면 좀 안 닮나? 안 닮냐고. 책 읽으면 문체 좀 닮잖아. 13권이나 읽을건데, 조금이라도 닮으라고. 읽기만 하면 안되고, 연습해야겠지. 시절이야 어떻든 제주의 봄은 너무나 아름답고, 내향인 집순이가 달리기 하면서 바깥 세상에 나와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지난 몇 년간 차의 속도로 지나치며, 창문 밖 풍경으로만 감상했던 계절들의 오고감에 뒤늦게 감탄하며 제주의 봄을 온 몸과 마음으로 빨아들이고 있으니, 이 감정을 더 섬세하고 예민하게 표현하고 싶은 욕구도 생긴다.


4월, 잘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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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피 2025-04-02 02: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주도는 벌써 벚꽃이 피었나 보네요.그런데 붉은 꽃은 무슨 꽃인지 참 아름답네요.

하이드 2025-04-02 16:29   좋아요 0 | URL
네, 저희 동네는 이제 거의 다 피었고요. 붉은 꽃은 동백입니다. 개나리도 피고 있어요.
 


어제는 다음 주 트레일러닝 10K 나가는 곳 답사 다녀왔다. 동생이 페이스 메이트해줬다. 로드는 페이스 메이커라고 하는데, 트런은 페이스 메이트라고 한다. 나 때문에 동생 연습 못 하는 것 같다고 하니, 원래 트런은 밀어주고 댕겨주고 못 하는 사람 끌어주는 거라고. 뭔가 전우애 느낄 수 있는 종목인 것 같다. 대회 시상에 팀 시상도 있고. 


여튼, 어제 전까지는 제발 완주, 제발 컷오프 타임 안에 완주 바라면서 그래도 못 할거라고 생각했다. 왜냐하면, 제일 많이 걷뛰한게 6키로가 최대라서. 산달리기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어제는 걸었지만, 2시간 8km도, 2시간 반 10.3km도 아슬아슬하게 들어올 수 있었다. 뛰면 더 빨리 올 수 있겠지. 대회니깐 또 어떨지 모르지만. 길이 정말 너무 아름다웠고, 오름 정상에 오르니 세상에 이런 풍경이 있구나 싶었다. 


따라비 오름에는 무한의 계단이 있어서 허벅지 터지는 줄 알았고, 80도 넘는 경사의 오르막길과 내리막길이 있어서 오르막길은 숨 깔딱깔딱 넘어갔고, (무한의 계단 다음에 있음) 내려갈 때는 진짜 무서웠다. 동생이 스틱 챙겨주지 않았으면, 중도포기할 뻔. 여튼, 동생이 러닝 모자, 스틱, 고글까지 챙겨줘서 장비 다 갖추고 해봤는데, 와, 장비 좋더라고. 러닝 모자도 스틱도 고글도 다 신세계. 이온 음료랑 간식도 동생이 다 베낭에 챙겨서 들어줬다. 내가 키운건 아니지만, 다 챙겨주고, 편의점 음료수랑 간식도, 12키로 걷고 밥 먹는데 밥까지 사서, 어이구 잘한다. 잘해. 










여기 벚꽃길과 유채꽃길로 유명한데, 다음주에는 만개할듯하다. 여튼, 멈추지 않고 가느라 사진 많이 못 찍었지만, 너무 아름다운 날의 깨끗하고 청명한 공기, 사람도 많이 없고, 바람도 덜 불고 좋았다. 


그래도 그동안 한 두달, 꾸준히 달리기 했더니 10키로 할만한 체력은 길러진 것 같다. 

10월에 20키로, 내년 4월에 37키로, 내년 10월에 50키로, 그리고 언젠가 100키로 뛰어보자고.  


당분간 훈련은 한시간 뛰기, 존2로 (심박 130-140, 원래 110-130 뛰어야 하는데, 아직 러너의 심장이 아니라서 조금만 뛰면 150 올라가버려서 의식적으로 천천히 뛰어야 한다.) 4~5일, 그리고 고강도로 2일. 20분 보강운동, 30분 몸풀기. 


몸풀기가 진짜 귀찮고,힘들고,아프고,지루하고~~~ 그래도 매일 뛰려면 꼭 해야 하는거라서 하고는 있는데, 제대로 못 풀어서 오늘도 삐걱삐걱하면서 쉴까 말까 하다가 한시간 6키로 뛰었다. 한시간 10키로 뛸 때까지는 존2로 뛰라는데, 내가? 10키로를, 한시간에? 지금은 존2로 뛰면 거의 10분 페이스. 지난 주에 8분대 페이스 쑥쑥 나와서 신난다 했는데, 고강도, 혹은 오버페이스였던 것. 


동생은 고강도 하면 심박 200까지 올라간다는데, 나는 170 올라가면 그때부터 울렁거리고, 180 이상은 올라간 적 없는 것 같다. 이번 따라비 오름에서도 170 넘게 올라갔는데, 미식거리다가 좀 더 계속 걸으니깐 나아졌더랬다. 


이로서 외출 반경이 도서관, 동물병원에 오름으로 늘어났다.아니, 이제 하나 올랐지만 ㅎㅎ 시작이 반이죠. 



제주도를 깔고 앉은 설문대할망냥 코비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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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살과함께 2025-04-01 0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멋진 동생을 두셨네요. 페메에 장비에 밥까지 사는 동생이라니 너무 완벽한 거 아닙니까!
 


그제 밤부터 심상치 않다가 새벽부터 한시간 간격으로 깨면서 급체로 고생, 어제는 낑낑대며 일하는 시간 빼고 20시간쯤 잔 것 같다. 약 먹고, 물 마시고, 죽 먹고, 새벽에 카페인 금단 두통 와서 커피 서너모금 마시고, 다시 자고, 미역국에 밥 세숟가락 먹고. 한 번 아플 때마다 상비약 사둬서 체했을 때 먹는 약 물약, 알약 있어서 약 먹으니 좀 나았다. 

오늘 아침에 머리 아프고, 몸 좀 무겁고, 기운 없는 것 빼고는 괜찮길래, 두통약 먹고, 첫 끼니 먹고 몸 좀 후들거리지만, 이 정도면 회복. 달리기 할까말까 고민하다가 (날씨도 진짜 좋았는데) 그냥 하루 쉬기로. 이건 정말 핑계가 아니라 무리하지 않는게 나을 것 같아서. 


동생이 오늘 트렌스 제주 20K 참가신청 접수 오픈했다고 하고, 10월이길래, 6개월도 더 남았네? 고고 

하고 나니, 슬금슬금 차오르는 불안감 ㅎㅎ


나는 운동을 좋아해본 적 없지만, 한다면, 나의 동기는 서바이벌이고, 그렇다면, 달리기. 암벽등반도 포함될 수 있겠지만, 거기까지는 동기부여도 안되고, 위험한 건 질색이고, 돈 들거나 품 들이는것도 싫은 게으른 인간이라 그냥 집 주변 뛰는 달리기가 좋다. 


달리기 연습해서 산달리기하는 것이 최근의 목표가 되어가고 있는데, 동생이 요즘 러닝에 버닝하고 있어서 나도 끌려들어갔다. 주변 환경이 중요하다니깐. 물론, 동생이 기타나 보드게임할 때는 전혀 끌려들어가지 않았던거 보면, 그저 점화할 수 있는 계기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 뿐일수도. 이제 코앞으로 다가온 10키로 산달리기는 솔직히 자신 없다. 지금처럼 하면 6개월 후에는 20키로 할 수 있지 않을까 막연하고 근거 없는 자신감뿐. 


여튼, 어제 하루 거하게 아프고 보니, 몸 관리도 잘해야겠다 싶다. 급체는 원래도 1~2년에 한 번씩 앓곤 했는데, 이게 이제 이 나이 되니깐, 반나절 앓으면 나을거, 거의 이틀을 앓고, 담 날까지 컨디션 조절하고 있네.. 


체하던 날 밤에 별 생각 없었는데, 라면 먹고, 아이스크림 먹고, 얼음 와그작와그작 먹고, 거의 바로 누웠는데, 속이 불편. 그러고 두시간 있다 깨서 그때부터 계속 앓았다. 당분간 라면 끊고, 얼음 줄이고 (하루 세 컵 정도 먹었는데, 끊지는 못해. 열..개? ) 먹고 두 시간 있다가 눕기. 


달리기 공복에 안 하면 불편해서 공복에 달리기 하면 배고프서 먹고 나면 피곤해서 눕고 싶고. 이게 뭐냐고 ㅎㅎ 

근데, 4-5시 일어나면 낮잠은 2-30분이라도 한 번 자줘야 하거든. 먹는 것과 낮잠 분배를 잘 해야 해. 


여튼, 나는 러너다. 읽고 달리는 사람이다. 러너의 심장도 러너의 다리도 만들어가는 중이지만, 봄에 10키로 산달리기 잘 마무리하고, 가을에 20키로 산달리기 4시간 컷 완주해보겠습니다. 


검색햇는데, 컷오프 중간에 한 번 있어서 광탈 후기를 먼저 보다... 12.3km 3시간. 20km 4시간 




동생은 최종 목표 100K 라는데, 나는 음.. 일단 10K 뛰고, 20K 뛰고 생각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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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25-03-21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완전 응원합니다!! 무리하지는 맙시다!!

하이드 2025-03-23 14:38   좋아요 0 | URL
제가 무리는 거의 못하는 나약한 정신이지만, 컨디션 안 좋을 때를 잘 구별 못하기는 하더라고요. 20K 산달리기는 정말 훈련의 영역이라서 무리하지 않고 잘 해보겠습니다.

햇살과함께 2025-03-21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달리기 좋아하시는 분들 이거 많이 하시던데! 저도 가보고 싶어요!!

하이드 2025-03-23 14:39   좋아요 1 | URL
네, 봄, 가을에 주로 있는 것 같은데, 너무 좋을 것 같아요

카스피 2025-03-22 17: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급체라니 괜찮으신지요? 항상 건강하게 운동하시기 바랍니다.

하이드 2025-03-23 14:39   좋아요 0 | URL
원래도 1-2년에 한 번은 급체 왔는데, 이번에는 좀 오래가네요. 그래도 이제 좀 나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