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앙케이트에 빠지지 않는 질문들 중 하나일 것이다. 무인도에 간다면 들고 갈 책은? 

잠깐, 앙케이트란 말 못들어본지 오래 되었는데, 요즘도 쓰는 말이던가? 사실, 무인도에 간다면 들고 갈 책들은? 같은 질문도 들어본지 오래되기는 했다. ‘무인도’를 떠올린 내가 기특하다. 왜? 나의 2022년 마인드셋에 ‘무인도 모드’가 추가되었기 때문이다. 


무인도에 간 적도 없고, 아마 앞으로도 무인도에 가게 될 일은 없을 것이다. 하지만, 그 비슷한 마음으로 책을 챙긴 적은 있었다. 두 번이나! 한 번은 필라델피아에 석달 정도 출장 갔을 때, 그리고, 그 회사 퇴사하고, 두 달여간 도쿄 방문했을 때. 1박2일 여행만 가도, 아니, 여행 아니라 육지에 당일 볼일만 보러 가도(비행기 타야 하니 여행 기분이기도 하고)  읽을 책들 챙기느라 즐거운 고민 하는데, 두 달, 석 달 한국을 뜨고! (우리말 책을 못 사고!), 출장 여행과 시장조사 여행을 가는데, 어떤 책을 가지고 가야 할지 고민하는 것은 돌이켜보니, 무인도에 간다면 가지고 갈 책을 고민하는 것과 비슷했다. 아마, 당시 필리나 도쿄가 아닌 무인도에 간다고 했어도 그 때 가져간 책들과 비슷한 책들을 골라서 갔을 것 같다. 


두껍고, 지루하고, 곱씹어 읽을 책들. 읽어야지 사두고, 부수지 못한 벽돌 책들을 가지고 갔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읽지 않았고, 미국에선 영어책들을 잔뜩, 일본에서는 일본 책들을 잔뜩 사고, 한국에서 책을 주문했다. 그 때는 전자책도 없었다고. 지금이라면, 일본이든 미국이든 종이책 한 두 권과(과연??) 전자책 리더기면 충분했을 것이고, 무인도에 갈 때 가져갈 책을 고르는 것 같은 기분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다. 2000년대 초반과 후반의 일이었다. 


나는 2022년에 무인도에 간다. 

무인도에 도착해보니, 읽지 않은 재미있을 것 같은 책들이 잔뜩 있다. 무인도에서 나가기 전까지 이 책들을 읽기로 했다. 책들이 정말 많다. 


11월 29일 월요일부터 무지출데이를 이어가고 있다. 오늘로 9일째인데,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성인이 9일동안 돈을 쓰지 않아도 되나? 싶은 마음이 들 정도이지만, 그 동안 소비관성으로 쳇바퀴 돌리고 있던 것을 멈추고 보니, 거꾸로 무지출 관성의 쳇바퀴가 돌아가고 시작했다. 무지출데이에 대한 이야기를 자주 하는데, 무지출데이에 대해 이야기할 때 빼고는 지출 인간이다. 지출을 멈추어야 할 이유는 책으로 쓸 수 있을 정도이다. 벽돌책. 무인도에 들고 들어가라.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이유는 돈을 아껴라. 내가 지금 이러고 돈을 쓰고 있을 때가 아니다. 안 쓰고, 빚 갚고, 모으면, 모이겠지. 주식이고, 부동산이고 투자를 해야 하고, 현금을 가지고 있으면 마이너스고 미련한거라고 하지만, 나는 일단 그 단계 가기 전에 돈을 모으는 단계 가기 전에 소비 관성을 멈춰야 한다. 내 소비들 중 핵심소비는 ‘책’이다. 습관 중에 핵심습관이 있어, 핵심습관을 잡으면, 나쁜 습관들 떨어져나가고 좋은 습관들 붙는 것처럼, 핵심소비를 잡으면, 다른 소비들도 멈추게 된다. 성인이 되고 단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고, 시도해 볼 생각도 하지 않았던 책을 안 사는 것을 커피를 안 마시는 것과 함께 지난 여름 시도해보았다. 나는 나에게 너그러우니깐, 중고책 몇 권 산 정도는 성공 성공 대성공으로 쳐준다. 물론 그 이후에 찔끔찔끔 사다 확 사다를 반복했지만,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들로 책을 1년 정도 안 살 수도 있나? 까지는 생각했고, 무인도간셈치고~ 라는 마인드셋을 떠올리고 난 후, 해보자해보자해보자 되었다. 나는 종이책을 소장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전자책을 많이 볼수록, 내가 종이책을 좋아하는구나 싶고, 종이책으로 읽고 싶은 책들이 많지만, 다 읽고, 정리할 것이다. 언제나 이루어질까 싶지만, 이 마음만은 굳건하다. 집에 있는 종이책들은 안 읽은 책과 아직 정리 안 한 책 두 종류만 있다. 소장할 책은 없다. 도서관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기 시작하면서 새로운 책을 손에 넣는 것에 대한 만족감과 다 읽지 못하고 반납하는 좌절감이 더해졌기도 하고, 북피티를 하면서 읽을 책들이 많아졌고, 실제로 다 읽지 못하던 책들을 읽어나가면서, 책을 더 많이 읽기 위해서는 책을 사지 않는 시간을 가져봐야겠구나 싶었다. 11월까지는 책을 샀는데, 더이상 굿즈를 선택하지 않는다. 나의 짐도 덜어져야 하지만, 지구의 짐도 덜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십몇년동안 알라딘 다이어리와 캘린더를 신청하지 않은 첫 해이지 싶다. (올해의 서재로 보내주긴 하겠지.) 작년엔 모든 종류의 굿즈를 다 받았던 것 같다. 만년필 쓰기 시작하며, 만년필 사용 안 되는 노트에 대한 욕구가 떨어져서이기도 하다. 그러니깐, 사람이 늘 하던걸 안 하려면, 다양하고 복합적인 이유들이 필요하다고. 


나는 나에게 너그러우니깐, 적립금 들어오는 것과 네이버 포인트로는 책을 살 수도 있다. 리뷰와 페이퍼를 좀 더 열심히 쓸지도 모르겠다. 도서관에서도 꾸준히 희망도서도 신청하고, 책 들어오는 것도 빌릴 것이다. 2022년의 책목표는 덜 사고, 더 읽는 것. 책 읽는 그릇을 확실히 키워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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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이스 2021-12-07 20: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사진은 어느 극사실주의 화가의 그림 같기도 하네요^^
 


크리스마스 시즌을 준비하는 것은 10월경부터이다. 10월부터 시장에 크리스마스 물품들이 깔리곤 한다. 리스공장을 가동하고, 겨울 나뭇가지들을 나뭇꾼처럼 이고지고 다니며 날라서 끝도 없이 생화트리도 만들고 그랬지. 


지금은 또 새로운 고객들을 대상으로 크리스마스를 준비한다. 사실, 작년은 그냥 넘어갔고, 올해도 뭐 별로 생각하는거 없긴 하지만, 올해는 디즈니 크리스마스어드밴트북을 샀지! 진짜 짱짱 귀엽고 멋지다. 


대설주의보와 호우주의보, 강풍주의보가 하루 걸러 오지만, 이 동네는 안온하다. 동쪽에 있을 때의 척박함과는 너무 달라. 동쪽에 살 때는 아, 이래서 옛날에 제주로 유배 보냈구나. 스산. 척박. 바람 좀 멈췄으면, 비 좀 멈췄으면, 태풍 좀 얼른 지나갔으면. 그랬는데, 여기는 이상하게 궂은 날이 잘 없네. 이 동네 들어오는 길이 무슨 결계처럼 안개가 끔찍하게 내 앞의 손도 안 보일 정도로 끼는 날이 잦다는 것을 빼면, 보통의 날씨는 이상할정도로 좋아서 아직도 적응중이다. (물론 동쪽에 비해서 그렇다는거고, 육지에 비할바는 아니다. 


오늘은 책눈사람을 만들어봤다. 다음주에는 전구라도 달아줘야지. 반짝반짝 녹지 않는 책눈사람. 


12월 되자마자 이벤트들이 있었고, 나는 나의 행복라이프 끝이구나. 그래도 하기 싫은 건 안 해야지. 일단 안 하는걸 목표로 버틸 방법 찾아보기로 하고, 잤는데, 아침이 되니 문제가 해결되었다. 주급 라이프 안녕, 월세 라이프 안녕 

대책도 없고, 돈도 없고, 빚만 있는 미래가 잠깐 코 앞까지 왔다 가는 귀한 상황을 겪었다. 지나고나니 내가 그런 상황에서 내린 결정이 나답고, 내가 그런 사람이란걸 잘 알고, 그에 맞춰 준비해야겠다는 생각까지 했다. 


하고 싶은 것들도 많고, 게으르게 하고 있지만, 게으른 안에서 서두르지 못할지언정 쉬지 않고, 꾸준히 하나씩 해보는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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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21-12-04 07:3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어디 잡지에서 스크랩해오신 사진인줄 알았어요 책눈사람. 하이드님 작품이라니 너무 멋진데요.
그리고 바로 연상모드 불 켜지더니, 예전에 하이드님으로부터 미니 크리스마트 트리 사던 때를 회상했어요. 사서 선물한 적도 있고 그중 하나는 지금도 집에 가지고 있어요 미니 전구 켜지는 작은 트리요. 올해 전지 갈아서 다시 켜봐야겠네요.
오늘은 그냥 못넘어가고 댓글 몇자 남기고 가요. 하고 싶은 것들이 있고 하고 싶지 않은 것들의 구분이 있는 동안 우리는 아직 건재하는거 아닐까요.

하이드 2021-12-04 08:46   좋아요 0 | URL
되게 간단해서 알라디너분들도 집에서 책으로 책눈사람 만들어보면 좋을듯요. 미니트리. 하아.. 저도 찾아봐야겠어요. 다 버려도 크리스마스 짐은 못 버려서 이고지고 다녔네요.
 

오늘로 2022년 달력을 시작할 수 있다! 

물론 나는 미래의 나한테 쓴다며, 10월 26일부터 2022년 데일리에 미래의 나야, 하고 일기 땡겨 쓰고 있긴 하지만. 


오늘은 2022년 달력의 2021년 12월을 쓸 수 있다! 

물론 12월도 아니고, 12월 앞에 따라온 흐릿한 11월 꽁다리긴 하지만. 



원래 2022년 계획이었지만, 12월부터 시작하는, 아니, 11월 꽁다리부터 시작하는 '무인도의 해' 

절약의 한 해. 빚 갚고, 돈 안 쓰고, 돈 모으는 한 해. 먼슬리는 가계부로 쓸 예정인데, 오늘 새벽부터 '무지출데이' 스티커를 붙여줬다. 무지출데이 끝판왕이 되겠어. 


8월, 책 안 사는 달을 해보니, 책이 내 핵심소비였어서 다른 지출도 확 줄어서, 무지출데이 그게 뭔데? 난 그냥 맨날 돈 안 써서 지출데이를 체크하는게 낫지 않을까. 난 이제 무지출데이 그런거 필요없는 몸과 마음. 으쓱. 했는데, 9월에 슬슬 책 사기 시작하면서 소비도 같이 슬금슬금 늘어나고, 10월, 11월은 1일 2-3소비도 하고, 무지출데이는 3-4일이나 되려나 싶게 방탕했다. 책은 많이 안 샀는데, 이건 도서관 다니고, 밀리의 서재 하면서, 그리고, 읽고 싶은 책들 외에 읽어야 할 책들 (같이 읽는 책들) 이 늘어서인 것 같다.그리고, 나는 올해 한 십몇년만에 처음으로 알라딘 다이어리, 캘린더 굿즈를 하나도 안 받았다. 요즘 굿즈 선택 거의 안 해서 (500원 노트 뭐 이런 것만 내키면 함) 이제, 굿즈를 샀더니 책이 따라왔다는 밈은 사용할 수 없어. 



신나게 쓰고 지우다 첫페이지부터 찢어짐 ㅜㅜ 다음다음페이지까지 너덜해졌지만, 그 정도로 내 기분이 상할 수 없어. 하하 


아침이 좋고, 월요일이 좋고, 1일이 좋고, 1월이 좋다. 그러다보니, 아침을 기대하며 밤도 좋고, 월요일을 기대하며 일요일도 좋고, 말일도, 12월도 좋다. 늘 그랬던건 아닌 것 같지만,  당연하다. 올챙이시절을 기억하는 나. 지금은 그렇다. 

소풍날 설레하는 아이는 절대 아니었지만, 소풍날 설레어하는 그 비슷한 마음이지 않을까 싶다. 아침이 설레고, 월요일이 설레고, 1일이 설레고, 1월이 설레는. 12월 달력에 붙은 11월 꽁다리의 날이고, 해야할 무거운 일들이 있지만, 12월 1일을 기대하며 설레는 11월 말일 전 날이다.


제주는 아직 10도 아래로 떨어지는 날이 거의 없다. 그러다보니 ,보일러도 틀 일 없었다. 비 많이 오고, 습하면 틀려고 벼르고 있는데, 비도 잘 안 옴. 으스스하면, 무릎/어깨 담요 두르고 슬리퍼 신는다. (바닥 차가워서 발 시려) 하지만, 거의 1년 내내 애용하는 에스 워머를 코비가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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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라디오 2021-12-02 18:30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하이드님 안녕하세요ㅎ 벌써 22년을 맞이하고 계시군요.

<진리의 발견> 추천 너무 감사드려요^^

하이드 2021-12-02 18:54   좋아요 0 | URL
네, 10월 26일부터 썼구요. ㅎㅎ 11월 꽁다리부터는 공식적으로 22년 다이어리 쓰고 있습니다. 진리의 발견은 첫장부터 마지막장까지 다 너무 좋지만, 저는 레이첼 카슨편이 가장 좋았고, 맘에 남았습니다. 아까 리뷰 보고 더 반가웠어요.
 

11월이 열흘도 안 남았고, 12월을 코 앞에 두고 있다.

올해 안에 읽을 읽던 책들과 읽을 책들을 골라봤다.
프루스트 읽기 야심차게 시작했는데, 2권까지 밖에 못 읽었어. 담에 도전!

올 해 북피티 시작하며 무한 미룰 것 같은 책들 읽었거나 거의 읽었다. 읽을 책들 리스트 뽑아뒀으니 체크체크 하면서 올해 독서 마무리 하겠다.

ㅁ 올해 안에 다 읽고 내년 넘어갈, 읽는 중인(읽다 만) 책들 있나요?

오바마책 아직 삼십몇프로 남았는데, 날 잡고 팍팍 읽어야 한다. 독서의 즐거움은 북피티로 12월에 시작할건데 다 읽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도서관도 두 번쯤 더 갈테고, 신간들 사둔것도 추가될 수 있지만, 리스트 우선으로 읽고 넘어가는 책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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닷슈 2021-11-23 09: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북피티가 뭔가요?

하이드 2021-11-23 10:58   좋아요 1 | URL
아, 운동 피티 하는거처럼 1대1 책읽기 하는거에요. 있는 말 아니고 제가 만든 말입니다. 😆

그레이스 2021-11-23 10:5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꾹꾹이 😍

얄라알라북사랑 2021-12-03 21: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권당 몇 주는 꼬박 쏟아야 할 책 제목들이 하나도, 둘도 아니고 여럿....하이드님 진짜 부지런하게 사시는 것 같습니다!! 뤼스펙트하며 흉내내보겟습니다
 

나는 내 책을 읽는 독자가 (남자든 여자든, 동성애자든 이성애자든, 혼자이든 파트너가 있든) 글쓰기를일상생활의 틈새에, 늘 그렇듯 속박과 의무, 방해, 의심, 고난이 존재하는 일상에 끼워 넣는다고 가정한다. 어떻게 하면 일상생활에서 글을 쓸 여유를 찾을 수 있는지 내가 알려줄 수는 없지만 (내 생각에는 약간 이기적으로 굴어야 한다) 내삶의 무언가, 또는 내가 작가이자 교사로서 배운 무언가가당신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 P12

나는 강렬한 감정과 상식이라는 인식의 두 가지 모순적인상태를 모두 놓지 않음으로써 어느 정도 재미있는 이야기를만들어 낼 수 있었다. 감정은 진짜였고 나는 그것을 더 괜찮게 만드는 방법을 알아낼 수 있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필요한 것은 방종과 통제, 즉 바람을 타고 날아오르는 연과 조금씩 풀어 주다가 필요할 때는 잡아당기는 실이었다. 실은 연이 날아가게 놔두지만 놓쳐 버리지 않게 잡아 준다.
- P45

다른 사람의 분노를 감수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게다가 다른 사람들이 우리의 글을 읽고 화를 낼 때에는 대체로 우리가 예상하지 못했던 이유 때문이다).

또 본인이 쓴 글을 보면서 곰곰이 생각하고 비판적인 지성을 발휘해야 할 때도 있다. 우리는 글이 명확하고 자꾸반복되지 않도록, 이야기가 어딘가에 도달하도록 만들어야한다. 그럴 때에는 글을 훌륭하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가능하게 만드는 것에, 글을 온전하고 일관성 있게 만드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그런 다음 다시 내면의 비평가를 쫓아내고 졸리고 멍한 상태가 되어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기를 기다린다.
- P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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