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암사 - 부활하는 조선 최대의 국찰
박상일 지음 / 경기문화재단 / 2002년 3월
평점 :
품절


   의정부에서 포천으로 가는 3번 국도...덕정역 부근에서 우측으로 가평 가는길로 접어들다보면 회암사지라는 팻말이 나온다.  회암사에 가기 바로저에 유물관 등 발굴 관련 사무실과 유물을 세척하고 보존하는 시설들이 임시건물로 들어선 곳. 거기서 부터가 조선시대 최대의 국찰이었으며, 최근의 발굴로 새롭게 부활하고 있는 회암사(檜巖寺) 터이다.

  회암사터는 지난 1997년 본격적인 발굴이 시작되었다. 발굴 전에는 긴 대석으로 이루어진 건물터가 있어 아마도 상당히 큰 절이 자리하고 있었나보다고 생각을 했었고, 남아있는 부도 등을 통해 그 부도의 임자가 누구인지도 알 수 있었고, 동문선 등 회암사와 관련된 기록을 중심으로 이 지역이 회암사가 자리잡고 있었던 지역임은 알 수 있었으나 규모가 어느 정도나 되는지는 발굴전에는 잘 알 수 없었습니다. 옛 절은 간데없고 19세기에 새로 지은 회암사에는 고려 말과 조선 초의 고승이었던 지공화상, 나옹선사, 무학대사의 부도와 부도비가 모셔져 있다.  그렇다면 이런 고승들의 부도가 왜 여기에 있을까?  불교에서 내노라 하는 고승들의 입적후에 조성되는 부도가 이곳에 있음은 이곳 회암사가 고려말~조선초의 불교의 중심이었음을 말해준다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이곳을 발굴 이전에도 여러차례 다녀왔고, 발굴 중에도 자주 다녀왔었다. 서울에서 가깝기도 하지만 발굴이 진행되면서 드러나는 옛 면모가 예사롭지 않아서였다. 특이하게도 여기에서 발굴을 통하여 발견되는 유물은 일반 사찰에서 사용되는 것이 아닌 경복궁과 같은 궁궐에서 발견되는 짐승상, 토수 등이었다.  600여년이 지난 이곳....600년 전에 이곳에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었을까?

  이 책은 이런 의문을 발굴을 통하여 드러나는 유물을 바탕으로 하나하나 해답에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과연, 사찰이었나? 아니면 경복궁과 같은 궁궐 밀집지역을 벗어난곳에 지어진 궁궐이었나?  일부 학자들은 건물지에 아궁이의 흔적인 연도가 있음을 들어 이곳이 사찰이 아니고 행궁이지 않았을까? 라는 조심스러운 견해도 보인다.  태종실록에는 태종이 회암사로 가서 태상왕(태조 이성계)을 조알하였다는 기록이 있는것으로 보아 단순한 사찰의 기능뿐만 아니라 중 '자초'에게 수계를 받은 이성계가 일시적으로 머물던 태상왕의 거소일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이곳에서 발굴된 유물로 신갈에 있는 <경기도박물관>에서 전시회를 연 적이 있는데, 이 책은 경인일보 문화부 기자인 박상일이 경인일보에 연재했던 자료를 중심으로 전시회에 맞춰 발간한 일종의 자료집인데, 회암사터에서 발견된 유물 사진을 포함한 현장 사진을 가득 담고 있다.  그리고 중간 중간에는 회암사와 관련이 있었던 인물과 이들과 연관이 있는 인물의 이해관계가 어떠했는가를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마치도 잘 정리된 발굴조사보고 같이 자세한 역사적 사실과 사진들을 함께 담고 있어 읽는 사람들이 쉽게 이해를 할 수 있게 하였다.

  책의 부록으로는 문헌자료에서 이 책에 인용했던 원문을 싣고 있으며, 회암사터를 찾아가는 방법, 그리고 회암사터에 남아있는 유물에 대한 설명과 보너스로 이곳 인근의 관광지에 대해서도 간략하지만 언급을 하고 있다. 이 책은 모두 100페이지 남짓으로 되어 있는데, 두꺼운 책이 아님에도 들어 갈 내용이 다 들어가 있음은 물론, 많은 도판과 사진 자료를 실어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회암사에 대한 올바른 이해를 돕고 있다.

  불교와 유고의 팽팽한 긴장속에서 근근히 명맥을 유지해오다가  유생들에 의해 불 타 없어진 기록을 가진 회암사....이곳 회암사터는 아직도 발굴이 진행되고 있어 특별히 허락을 받지 않으면 출입에 제한을 받으나 유물을 전시하고 있는 유물관이나 교육관에서의 발굴 과정을 담은 영화감상, 그리고 지금의 회암사로 올라가다보면 중간에 회암사터를 한 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작은 전망대가 있는데 이곳에 서면 회암사의 규모가 어느 정도였는지 짐작을 할 수 있다.  이 책은 단순히 눈으로 읽을 책은 아니다. 다행스럽게도 발굴 지역인 회암사터가 서울에서 얼마 멀지 않은 곳이기에 이 책 한권만 달랑 들고 가벼운 마음으로 찾아 볼 수있다.  서울 북부에서 거주한다면 저녁 식사후에 산책하는 마음으로 다녀 올 수 있는 회암사지...이 책은  우리와 매우 가까운 곳에 있는 회암사지의 발굴로 점차 밝혀지는 진실을 담고 있 할것이다. 아직 완전히 발굴이 끝난것이 아니기에 차후 증보판에서는 추가 발굴 관련 내용을 담고  과거의 영광으로 부활하는 조선 최대의 국찰(國刹)을 담은 발굴조사보고서이며 안내서로 우리에게 다시 한번 다가올 것을 기대해 본다.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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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무의 '이춘헌'선수가 지난번의 개인전에 이어서 또 다시 단체 릴레이에서 동메달을 획득했습니다. 신문 보도에 의하면 마지막 1500m 계주를 남겨 놓고 3위에게 200여미터를 뒤지고 있었는데 '이춘헌'선수가 혼신의 힘을 다하여 결승점에 0.2초 빨리 들어와 단체 3위를 했다고 합니다. 귀족 스포츠라고도 불리는 근대5종에서 유럽세를 물리치고 개인 2위, 단체 3위를 한 '이춘헌'선수가 오늘 귀국을 했습니다.

  조금전 3시에 부대에 도착을 하고 군복으로 갈아입고 출전 복귀 신고를 했는데, 어찌나 늠름해 보이던지요...같이 출전했던 '한도령, 김인홍' 두 선수도 같이 왔고, 감독과 코치도 같이 부대에 왔습니다. 근대5종은 다 섯가지의 종목을 치뤄야 하는데 태능선수촌에도 근대5종을 위한 경기장이 없고 유일하게 승마장이 있는곳이 바로 상무부대인지라 근대5종 국가대표 남녀 선수단은 항상 훈련을 상무에서 해 오고 있었습니다. 귀족 스포츠라고 하지만 국내에서 5개의 종목을 소화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상무입니다. 그러다보니 귀국을 해서는 바로 숙소인 상무로 와야했고, 겸하여 귀국 인사를 같이 하게 된것이랍니다.

 이 자리에서도 이야기들을 나눴지만 우리 나라가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 2위나 단체 3위를 한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입니다. 복싱이나 태권도, 유도와 같이 일정한 범위를 체중으로 정해 둔 경기와는 달리 근대5종은 능력만 있으면 선수로 참가를 할 수 있기에 여러가지 불리한 조건 속에서의 거둔 이번 성적은 정말 기적을 이룬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닌 것입니다. 저는 '이춘헌'선수에게 축하의 말과 함께 당부의 말도 잊지 않았습니다.  이번 세계대회는 프레올림픽의 성격이 짙어 선수들이 전력 탐색에 목적을 둘 수도 있었을 것이니 올림픽에서 메달을 따기 위해서는 조금만 더 노력을 해야한다는 일종의 질책성이었지요. '이춘헌'선수는 공항에서부터 언론의 플래쉬를 받았는데, 이러한 일은 자칫 자만을 불러 올 수도 있기에 한 마디를 한것이랍니다.

  아직, 시차도 풀리지 않았고 경기에 참가하여 최선을 다하느라 무척 피곤할 것 같기에 귀국과 동시에 신고를 마치고 휴가를 보냈습니다. 이제 가족과 함께 세계대회 준우승의 기쁨을 누려야 하니까 말입니다. 이곳에 있다보니 감독이나 선수 모두 올림픽 출전권을 따기 위하여 어마어마한 노력들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난번 신문에 보도된 것을 보니 올림픽에서의 금메달을 따기 위한 금전적 투자액이 자그마치 1인당 (10개의 금메달을 획득했다고 가정할 경우) 19억원이라는 거금이 투입된다더군요. 더구나 오림픽은 그 출전 부터가 개인의 노력도 중요하지만 운도 따라야 하고, 올림픽에서의 메달 획득은 신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된다고 할 정도로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그들의 노력은 좁게 보면 개인의 영광을 위한 노력이지만, 조금 더 넓게 본다면 바로 국가와 국민을 위한 피땀으로 이루는 노력이라 할 수 있습니다. 비록 무언의 응원이라도 이들에게는 든든한 후원자가 있음을 인식하고 최선을 다 할 것입니다. 이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냅니다. 짝~짝~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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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6-03 1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짝짝짝짝짝짝...

가을산 2004-06-03 21: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만세~~!! (^-^)///

비로그인 2004-06-03 22: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습니다....제가 이춘헌 선수에게 격려하는 펜이 많다고 해 줬습니다. 그런데...가을산님과 조선인님이 격려를 해 줬다고 하니까 고개를 꺄우뚱~ 하더군요...하하하...고맙습니다...

민동기 2004-06-04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올림픽에 출전하는 이춘헌선수를 비롯한 상무 선수들의 건승과 화이팅을 기원합니다. 화이팅!!!!
 
신라 미술의 대외교섭 - 제6회 전국미술사학대회 발표 논문집
한국미술사학회 엮음 / 예경 / 2000년 10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한반도에서 가장 문화적으로 성숙했던 신라의 미술은 어떤 문화적 배경에서 그들만의 찬란한 문화를 꽃 피울 수 있었을까? 독특하고 창의적인 신라 미술의 원류는 무엇이며 주변 국가와의 미술적 공통점은 무엇이고 이런 외래적 요소가 다양한 표현 양식과 기법 면에서 신라에 정착되는 과정은 어떠한가? 에 대한 해답을 대외교섭의 측면에서 고찰한 논문을 수록한 책이다.

  원래 이 책은 1998년 10월에 있었던 "전국미술사학대회"에서 '한국미술의 대외교섭 3 신라'라는 주제로 발표되었던 논문을 모은 책이다. 미술사학대회라는 행사는 주로 發題者, 發表者, 評論者가 사전에 설정이 되고 발표자의 논문에서 다소 미진하다던가, 또는 잘못 연구된 부분이나 보충하여야 할 부분 새롭게 밝혀진 부분에 대하여 평론자의 질문과 발표자의 응답, 그리고 참가자의 질의로 진행이 된다. 이러한 미술사학대회는 해당 분야에 있어서는 커다란 축제이며 연구자로서 토론을 통하여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중요한 모임이며, 그 모임에서 토론되었던 제반 내용을 논문을 포함하여 정리한것이 이 책이다.

  주제 자체가 신라가 가지고 있는 미술의 형태가 주변국과 어떤 관계속에 표현되었는가를 알기 위하여 주변국의 미술품을 다수 예로 들어 신라의 미술품과의 관계를 규명하고자 하는것으로 이 책에는 '신라 불교조각의 대중관계(최성은)", '신라 조각의 대일 교섭(임남수)', '신라 서화의 대외교섭(정병모)', '신라 공예의 대외교섭(권영필)', '신라 토기의 대외교섭(최병현)" 등 5편의 발표논문과 평론 내용, 그리고 평론에 따른 발표자의 응답 및 참가자의 질문이 담겨 있다.

  발표자들은 신라 문화의 찬란함은 대외교섭을 통하여 신라에 정착된 미술양식의 독창적 발전에 의한것이라는 공감대 형성을 목적으로 갖고 연구에 임한것을 느낄 수 있는데, 이를 위해 당시 교류가 빈번했던 중국과 일본, 그리고 북방민족의 다양한 예술품을 참고 자료로 인용하여 비교 분석함으로써 어떤 차이가 있는가를 알아보고 유사한 미술품에 비해 월등한 미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신라 미술품의 우위성에 대하여 논하고 있다.

  한편으로는 단순한 비교 분석뿐만 아니라 외래문화가 어떻게 정착되게 되었나에 대한 요소를 분석하고 있는것이 특징인데, 각 예술품별로 정착 요소가 무엇인지를 밝히고 있는것이 주목된다. 이는 문화적 독창성은 자연 발생적인것이 있는가 하면 이러한 대외 교류를 통하여 정착과 발전을 거듭하는 가운데 우리만의 독창성이 가미된 우수한 문화유산을 간직할 수 있음을 설명하는 것으로, 이런 과정은 비단 종교적 성향뿐만 아니라 토속신앙인 샤머니즘과의 결합이나 민중 종교의 결합을 통하여 독창적인 문화요소로 발전하게 됨을 일목요연하게 연구하여 발표하고 있다.

  신라의 미술은 뛰어나다고 말하는데, 왜? 신라의 미술이 뛰어난 것인가를 이 연구 발표를 통하여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러한 미술사학대회의 논문을 정리한 책 들은 이 분야의 전공자뿐 아니라 관심을 갖고 공부하는 사람들에게는 더 없이 좋은 참고자료가 될것이다.

                                 <如       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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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 동생은 저보다 두 살 아래입니다. 그런데 제가 생일이 늦다보니 학교에 늦게 입학하는 바람에 학년은 한 학년 차이였습니다.  어머니는 늘 손수 재봉질을 하셔서 우리 형제의 옷을 만들어 주셨는데, 그 때 옷감의 종류도 많은 것이 아닌지라 늘 여유있게 옷감을 해 오셔서는 똑 같은 옷을 만들어 우리에게 입혀 주셨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형제는 늘 쌍둥이로 오해를 받아 왔었습니다. 옛 사진을 보면 옷은 그렇다치고 어찌 신발도 똑같고, 책가방도 똑 같이 장만을 해 주셨는지....그나마 형제가 내거다 네꺼다..하며 싸우지 않은게 지금 생각하면 대견하게 여겨집니다.

  매년 새학기가 되면 학교에서는 교과서를 나눠줍니다. 교과서를 나눠 주는 날은 빈 가방에 필통만 넣고 가서는 가방이 터질 정도로 책을 담아 옵니다. 같은 엄마의 뱃속에서 나온 형제인데 둘의 성격이 완전히 반대였습니다. 학교에서 새 교과서를 받아 집에 도아와서 다시 꺼내놓고 보면 저는 어디 구김 한군데 없는 새 책인데 제 동생 책은 헌책방에서 줏어 온 책 처럼 벌써 구겨지고 접어지고...그리고 속에는 낙서가 제법 담겨 있을 정도로 엉망이었죠.  아버님께서는 지금도 제 책을 서고에 보관하고 계신데 책에는 딱 세 글자만 남겨져 있었고, 한번도 펴 본적이 없는 새 책 처럼 깨끗했습니다. 세 글자란 바로 제 이름인데 몇 학년 몇 반 이라는 표시도 없이 달랑 이름 석자 뿐이더군요.

  제 동생의 교과서도 몇 권이 남아 있습니다만, 책이 말 그대로 너덜거리는 걸레 같답니다. 그리고 표지만 그런게 아니라 인쇄되고 남은 빈 자리에는 온통 만화같은 그림만 가득했습니다. 어렸을 때는 무척 잘 그린 그림 같아 보였는데 지금 다시 제 동생의 책을 들춰보니 그림도 형편없는 그림이지만 그림이 주는 이미지만은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저는 제 마음속 가득 담겨있던 꿈을 글로 썼고, 제 동생은 자신의 마음속에 담긴 꿈을 그림으로 그렸던 것이었죠. 교과서가 말해주듯 제 성격은 비교적 깔끔을 떠는 성격이었고, 제 동생은 조금은 지나간 자리가 어지럽고 주변 정리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스타일이었던것 같습니다.

  얼마전...교과서 전시회가 열리는 곳에 다녀 온 적이 있습니다. 딱히 갈 이유도 없었지만 그 전시회에 전시된 교과서들이 어떤 형태로 남아 있는가도 궁금함의 하나였기에 일부러 간 전시회 격이었는데, 지금 아버님의 서고에 보관되어 있는 제가 쓰던 교과서보다 훨씬 낡은 교과서들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그 날...저는 본가로 가서 일부러 서고에서 교과서를 꺼내 보았습니다. 어느 귀퉁이 한 곳 떨어지거나 접어지지 않은 채 책을 넘기느라 접어진 자국만 남은 교과서....4학년 국어 교과서에는 한글다음에 (  ) 속에 한자로 표기되어 있는데 아버님께서는 G펜으로 먹물을 뭍혀 동그랗게 한글을 지워버리셨습니다.  천생 한자를 읽기 위해서는 옥편을 찾아 그 음을 알아야만 했는데 그 덕분에 지금도 한자는 제법 많이 알고 있는 편이며 한자의 부수나 획에 대해서도 또래보다는 훨씬 많이 아는 편입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책을 깨끗하게 읽는 습관은 여전한것 같습니다. 중, 고등학교 때도 중요한것은 밑줄을 그으며 머릿속에 넣으려는 노력들을 했음에도 여전히 제 책은 공부 안하는 학생이 한번도 뒤적인적이 없었던 책 처럼 깨끗하고, 요즘 구입하는 책들도 단 한번도 뒤적여본 적이 없는것 같이 깨끗한 편입니다. 그런 교과서를 두고 제 동생은 "형은 전혀 공부를 안하는 학생"이었다고 놀려댑니다. 

  그런데 참으로 이상한것은 책은 그렇게 깨끗하게 읽으며 관리를 하면서도 방은 늘 정신없이 어질러져 있다는 것입니다. 어느 경우에는 책상이나 침대에 다다르기까지의 공간이 마치도 최전방의 지뢰밭을 조심스럽게 지나듯 온통 바닥에는 책이나 다른 물건들로 팽개쳐져 있답니다. 읽는 책이 소설류가 아니어서인지 책장에서 책을 뽑아서 읽다가는 바로 옆에 두고 일어나고...또, 다른 책을 꺼내 읽고는 바닥에 팽개쳐 두고...그런 일이 반복이 되다보니 방바닥이 엉망이 되는 모양입니다. 겨우 컴퓨터 앞이나 깨끗할까, 책상 옆에 제가 편리하게 사용하기 위한 긴 탁자를 두고 그 위에는 프린터와 스캐너가 놓여 있지만, 지금은 그 위를 온통 책을 비롯한 잡동사니가 덮고 있어 막상 프린터나 스캐너를 쓰는것은 곤란한 실정입니다.

  더구나, 아직 정리를 못한 슬라이드 필름은 필름 상자에 담기거나 필름 화일에 담겨 정리 될 날만 기다리며 어지러움에 한 몫을 하고 있습니다. 가끔 치운다고는 하지만 겨우 책이나 책꽂이에 넣어둘 뿐, 필름은 정리가 되기까지는 그냥 그자리에 그대로 두고 맙니다.(제가 사용하는 35mm 필름 마운트가 수입품인데 아직 통관이 안되었다고 하여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랍니다)  늘상 퇴근할때면 "오늘은 기필코 정리를 해야지..."하고 문을 열지만, 저 자신이 제가 어질러 놓은것을 보고는 감히 치울 엄두를 못내고 스스로 질려버리고 맙니다.  하지만, 방바닥에 엉덩이라도 붙일 일이 있다면 최소면적은 확보를 하고 방바닥에 앉지만 그 치운다는것이 제대로 정리되는 것이 아니라 어지러이 널려 있는 위에다 위치 변경만 시키는 것이지요.

  제 초등학교 시절의 교과서는 언젠가는 그것을 필요로 하는 기관에 기증을 해야 하겠지요.  한동안 창간호를 열심히 모았었는데 이것까지 필요한 기관에 기증을 해야 그나마 제가 어지럽힐 수 있는 재료가 조금이라도 줄어드는게 아닐까 합니다. 이구....지금도 방안을 한 바퀴 둘러보니 치울 일이 정말로 걱정이 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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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4-06-03 02: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교과서를 깨끗이 보는 편이셨군요. 전 꼭 그런 편은 아니었어요. 교과서 전시회, 옛생각이 나는 시간이셨겠어요. 북한교과서 전시회를 가보았던 기억이 나네요. 님의 아버님, 한자교육에 대한 철학이 지혜롭게 보입니다. 훌륭하십니다.

비로그인 2004-06-03 09: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요...당시에는 속으로 많이 야속하게 생각하고는 했는데 나름대로의 방법이셨던것 같고, 지금은 그 때의 아버님의 방법에 감사할 따름이랍니다.

민동기 2004-06-04 09: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은 깨끄ㅜㅅ하게 쓰라고 하고 지금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기도 한다던데 저는 지금생각해보니 책에 줄을 박박 그어가며 공부를 했던것 같아요. 그렇다고 머릿속에 쏙쏙 들어오는것도 아니었는데 ^^~
 

"94. 7. 5 for viole" ... 음악에 대해 비교적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다던 제게 한 부대에서 근무하다가 대한항공에 조종사로 입사하게 된 상관 한분이 제게 주신 한장의 CD에 유일하게 적힌 문구입니다. <TRAVELLING>이라는 라벨은 마이너 레이블도 자주 찾았었음에도 처음보는 전혀 생소한 음반이었습니다. 이 음반이 영화음악을 담고 있다는 것은 "bande originale du film"라고 쓰인 불어를 보고 대충 짐작을 할 수 있었습니다.

 "Tous les matins du monde"가 아마 제목인것 같은데 저는 불어를 하지 않았기에 그 제목이 무엇을 뜻하는지도 몰랐고, 혹자에게 물어보니 "비밀의 화원"이 아닐까? 라는 대답만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음반이 제 손에 들어온지 10년이 되었지만 아직도 정확하게 제목을 모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언젠가 모 방송국에 "비밀의 화원"이라는 주제곡을 들려 달라고 신청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제가 알고 있는 제목이 달랐고, 또 아마 이것이 맞을꺼라고 들려주는 음악도 비슷하기는 했지만, 이 음반에 담긴것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이 음악을 신청해서 듣고자 했던 이유는 이 음반이 많은 음반 틈에 섞여 한동안 찾을 수 없었기 때문이었죠.

  그런데 며칠전에 이 음반을 찾았습니다. 듣다가 제대로 정리를 못해서인지 전혀 엉뚱한 케이스에 들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대형 음반매점에도 가보고...다시 구하려고 이곳 저곳을 찾아 다녔지만 이 음반은 구하지 못하고 음반에 담긴 지휘자가 연주하는 몇 개의 다른 음반만 고를 수 있었습니다. "Jordi Savall(조르디 사발)"은 소프라노 가수를 아내로 둔 1941년생의 비올리스트였습니다. 그의 멋진 수염은 그의 음악 만큼이나 깊은 느낌을 주더군요. 제가 이 음반이 어떤 음반이냐를 찾는 이유는 단 한가지 입니다. 여기에는 비올라의 깊은 연주 이외에도 소프라노의 정말로 아리따운 목소리가 담겨 있는데 그 목소리는 기쁨이나 환희가 아닌 거대한 성의 회랑 한 가운데서, 또는 언덕위에서나 꽃이 가득한 정원에서 혼자 쓸쓸한 마음을 달래며 부르는 노래같기 때문입니다.

  이 음반에는 모두 16곡이 담겨 있는데 제가 원래의 original picture를 보지 못했기에 이 음반에 담긴 음악들이 어떤 장면에서 연주되거나 불려졌나를 알고 싶어서 입니다. 그리고, 그 분위기가 제가 느낀 느낌과 같을까? 라는 의문에서 입니다. 예전에 미국에서 음악으로만 듣던 "지붕위의 바이얼린"의 soundtrack에 매료되어 두개의 테잎으로 만들어진 "지붕위의 바이얼린" 비디오테잎을 구했을 때의 기쁨....Izac stern의 실루엣 처리된 연주 장면이 지붕위에서 어른 거릴 때의 모습은 정말로 제가 연상했던 그 느낌과 너무도 같았기에 이 음반이 담긴 영화의 원명을 알고 싶은 것이랍니다. 저는 영화나 TV는 거의 보지 않는 편이지만, 늦게라도 이 영화의 비디오테잎이라도 구할 수 있다면 제가 느낀 느낌을 되살려 보고 싶어서랍니다.

  혹시...아...그거다...라고 아시는 분은 제게 알려주시면 고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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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인 2004-06-02 17: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세상의 모든 아침"을 얘기하시는 게 아닌가 싶은데...
저도 그 영화 정말 감명깊게 봤습니다.
'비올'이라고 비올라랑 비슷한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인데,
그 사운드트랙을 다시 구하긴 힘드실 거고,
차라리 영화를 찾아 보시는 게 빠를 거 같습니다.
설령 다른 음반이라고 확인된다 해도 영화 보시고 후회는 없을 겁니다.
제라르 드 빠디유의 연기도 일품이거든요.

비로그인 2004-06-0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언뜻 듣기로는 두 자매가 음악 수업을 받으며 성장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고 했습니다. "세상의 모든 아침" 이라는 영화의 내용이 그런 비슷한것인지요? 음반에 실린 곡을 들으면서도 그저 예사 영화가 아니라는 짐작은 했습니다만.... 꼭 한번은 영화의 배경음악이 어느 경우에 나왔는지를 알고 싶군요..

조선인 2004-06-02 17: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나 해서 검색해보니까 www.changgo.com에서 수입품으로 팔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 앨범은 미리 듣기를 제공하지 않지만 그래도 확인해보세요.

조선인 2004-06-0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두 자매가 나오는 건 맞는데, 그들의 아버지와 제자로 들어왔다가 큰딸과 사랑에 빠졌던 제자의 이야기가 더 큰 축입니다. 어쨌든 님이 찾는 음반이 맞는 거 같아 기쁘네요.

비로그인 2004-06-02 17: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녜..조선인님...알라딘의 매장에는 없구요 저는 그 음반은 찾았답니다. 문제는 조선인님의 말씀처럼 "세상의 모든 아침"이 맞다면...또 그영화가 후회를 하지 않을 영화라면...이제는 그 영화를 찾아야 할것 같습니다...저도 알려주신 창고에 일단 가서 앨범 자켓이 동일한 것인지 확인을 해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 *^_^*~

비로그인 2004-06-02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녀왔습니다. 맨 윗칸에 나와 있더군요...."세상의 모든 아침"이 맞았습니다. 이 음반이 1991년 발매된 음반인데 아직도 판매를 하는군요...정말 감사드리며, 이제는 이 영화를 어떻게 구할 수 있나를 알아봐야 되겠습니다. 조선인님이 10년의 궁금증을 풀어 주셨습니다. 제가 알고 있던 "비밀의 화원"이 아니었군요...

다연엉가 2004-06-02 18: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수수께끼님 왔다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