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제가 이곳에 있다보니 운동 선수가 올림픽에 한번 출전하는 일이 여간 힘드는 일이 아님을 알게 되었습니다. 금년은 올림픽 100주년을 기념하여 처음 올림픽이 열렸던 아테네에서 하계 올림픽이 개최되는데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운동 선수라고 아무나 올림픽에 참가를 하는것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올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우리의 올림픽 축구팀이 중국을 2:0으로 꺾고 출전 자격을 획득한 것 처럼 매 종목마다 출전권을 따기 위한 시합에 참가하여 출전 자격을 획득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2. 올림픽 출전권 획득은 세계대회 10위권 이내, 또는 각 대륙 선수권 대회 4위 이내, 또는 단일 종목 세계대회 3위 이내 입상 등등 종목별로 각 대륙에 주어진 쿼터가 있어 이것을 따기 위해 종목별로 노력을 하는 것이며, 보통 올림픽 이전까지 서너개의 대회에 참가를 하면서 출전권 획득을 위해 안간힘을 쓰는 것입니다. 그중에는 참가한 선수가 상위 입상하여 바로 그 선수가 올림픽에 출전을 하는 <권투>나 <근대 5종> 같은 종목이 있는가 하면 <유도>, <레슬링>,<태권도> 등등 출전권을 획득한 선수와 관계없이 국내에서 선발전을 통하여 출전 선수를 결정하는 종목이 있습니다.
3. 예를 들어 <유도>의 경우에는 남녀 7체급씩 모두 14개 체급이 있으나 우리 나라 선수가 전 종목에 출전을 할 수 있는것이 아니라 출전권을 획득한 체급만 출전이 가능하며 이 체급에서 출전 선수는 선발전을 통하여 출전을 하게 되는 것이며 실제 출전권을 따온 선수라도 올림픽 선발전에서 선발되지 못하면 그의 올림픽 출전은 좌절되는 것입니다.우리 나라의 체육 정책은 미국이나 영국, 프랑스 등과 같은 생활체육에 기반을 둔 선수 육성이 아니라 특별한 선수를 국가대표라는 이름으로 선발하여 태릉선수촌에서 훈련을 하며 육성하는 엘리트 스포츠 위주입니다. 생활체육은 자기가 하기 싫으면 하지 않아도 되는 일이고 엘리트 체육은 말 그대로 오로지 메달을 따서 국위를 선양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행되는 것으로 주로 후진국형 행태의 스포츠 정책인 것입니다.
4. 우리 나라의 복싱은 그나마 격기 종목으로 매 올림픽때마다 톡톡히 효도를 했던 종목입니다. 그래서 복싱 연맹에서는 각종 세계대회에 우리 선수를 출전시켜 출전권 획득을 하고자 무척 노력을 하고 있으며, 금년도에 들어서도 벌써 4차례의 해외 대회에 파견하여 격전을 치렀음에도 제대로 출전권을 획득하지 못했습니다. 지금은 파키스탄에서 국제대회가 열리고 있는데 이 대회는 각 체급별로 상위 2명만이 올림픽에 출전을 할 수 있는 대회로 각국에서는 올림픽이 열리기전의 마지막 출전권 획득 기회이기에 가능성이 있는 선수는 모두 참가를 하여 5월 16일 까지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5. 여기에 상무소속의 <홍무원>선수가 플라이급에 출전을 하고 있는데 현재 4강 까지 올라가서 일본 선수와 결승행을 다투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제 일본 선수만 꺾게 되면 결승전에 올라 그토록 바라던 올림픽에 출전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그동안 올림픽 중계를 지켜보며 단순히 우리 나라 선수가 잘 싸우기만을 바랐었는데, 그 중계의 주인공이 되기 위한 엄청난 관문을 어렵게 뚫어야만 한다는 것을 이곳에 근무하고 나서야 알게 된 것입니다.
6. 더욱 중요한 문제가 우리 나라 스포츠계에 잔존하고 있는것이 문제입니다. 국가대표 선발전을 치루면서 선발 인원을 각 단체별로 안배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체육 경기자를 전문적으로 양성하는 XX대학교에서 대표선수가 한 명도 없으면 안된다는 식으로 선발전에서 안배를 하여 선발을 하는 것입니다. 이들의 행태는 국가의 명예를 고양시키는데 우선 목적이 있는것이 아니라 그 학교의 위신을 먼저 고려하여 대표선수를 선발하는 것입니다.
7. <홍무원> 선수도 최종 선발전에서 상대선수에게 무차별 주먹을 휘둘러 이겼다고 생각했습니다만, 결과는 잔뜩 얻어맞은 모 대학의 K선수의 손이 올라갔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그 결과에 대해 불만스럽게 생각하여 이의도 제기를 했습니다만, 이런 이의는 전혀 받아들여지지도 않고 자칫 하다가는 자신들의 권위에 대한 도전 행위로 받아들여져 복싱감독이 자격 정지등의 징계를 받기 쉽상입니다. 억울함으로 흥분한 복싱감독을 달래고 그 울분을 그날의 저녁상에서 토로했었는데 이때 선발된 K 선수는 3차례의 국제대회에서 번번히 초반 탈락이라는 참담한 결과만 가져왔고 출전권 획득이 절실한 복싱연맹의 속을 태우게 만들었습니다. <홍무원>선수는 풍부한 국제대회 경험이 있으며 국제군인 올림픽에서는 금메달을 획득했던 유망주로 제가 판단하기에는 올림픽에 출전하면 무난히 동메달 이상은 획득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는 선수입니다.
8. 마지막 대회인 파키스탄 대회를 불과 10일 앞두고 다급해진 복싱연맹에서 한가지 제안을 해 왔습니다. 아직도 연맹에서는 K 선수에 대한 미련이 남아있고 또 말씀드린 대로 특정 학교의 선수를 어떻게 해서든지 올림픽에 내 보내야 하기에 상무의 <홍무원>선수와의 재대결을 통하여 파키스탄 대회에 참가하여 출전권을 획득할 선수를 뽑자는 것이었습니다. 상무로 통보가 온 시기는 체중 조절에 상당히 어려움을 껶을 짧은 시간이었고, <홍무원> 선수는 매일 땀복을 입고 체중 조절을 위해 달리기를 하였습니다. 플라이급은 몸집이 작은 선수라서 살도 별로 없는 상태라 체중을 빼는데는 상당히 어렵지만 시합 당일 아침까지는 +200g 정도까지 몸무게를 맞출수 있었습니다. 이 정도라면 싸우나에 한번 들어갔다 나오면 조절이 가능한 체중입니다.
9. 최종 결승전은 태릉선수촌에서 벌어졌습니다. 그곳에서 훈련중이던 K선수는 미리 경기일정을 알고 있었기에 사전 체중 조절을 하여서 경기에 특별한 영향이 없었지만, <홍무원> 선수는 체중을 통과하고(주로 아침 8시 이전에 계체량이 이루어집니다) 영양식으로 마련한 죽을 먹고는 경기 시간인 오후 2시에 맞추어 12시 까지 잠을 자게 합니다. 출전하는 날 아침.. 컨디션을 물어보니 "좋습니다"라고 답하는 <홍무원>선수는 그냥 슬쩍 밀었음에도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할 정도로 비틀거렸습니다. 한마디로 제가 당사자가 아님에도 차마 눈뜨고 보기 힘든 그런 모습이라 무척 측은하기까지 하였습니다. 그리고는 오후에 게임에 임했는데 저는 직접 관전을 못했지만 거의 두 배의 포인트로 통쾌하게 이겼습니다.
10. <홍무원> 선수는 K선수가 대결하여 패했던 선수들 모두 이겨본 경험이 있었고, 이번에 파키스탄에 출전해서도 K선수를 꺾었던 다른 나라 선수들을 많은 점수차로 누르고 준결승에 진출한 것입니다. 준결승 상대인 일본 선수를 얕잡아 보는것은 아니지만 일본 선수는 <홍무원>선수의 적수가 되지 못하기에 무난히 결승전에 오를것으로 판단이 됩니다. 결승전에 올라 똑같이 올림픽에 출전할 자격을 획득한 상대방과 대결을 펼치게 되는데 여기서는 꼭 이길 필요도 없지만 나중에 다시 격돌을 할것에 대비해서 사전 탐색을 하는 기회로 삼기를 바랄뿐입니다.
11. <홍무원>선수가 통쾌하게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게 되면 그 쾌거는 어쩌면 복싱연맹에 대한 통쾌한 반격이 될수도 있습니다. 국가보다는 체면을 중시하는 이 풍토가 다름아닌 우리 나라의 경기 단체의 실정입니다. 제가 실명을 거론을 했습니다만, 이는 비단 복싱연맹뿐이 아니라 알게 모르게 경기 단체에서 행해지는 것으로 이런 행위야 말로 정말 반국가적 행위라고 말 할 수 있습니다. <홍무원> 선수가 무난히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하고 올림픽에 참가하여 메달을 따서 엉터리 선발전을 치룬 연맹에 무언의 항의와 더불어 자성을 하는 계기로 삼게 될 수 있도록 여러분께서도 열심히 응원해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올림픽이나 국제대회에 우리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은 엄청난 스트레스와 부담속에서 경기를 치루며 선발이 됩니다. 양궁같은 종목은 우리 나라의 선발전이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는것보다 더 힘들다는 것은 익히 잘 알려진 일입니다만 이러한 관문을 뚫고 올림픽에 출전하는 우리 선수들에게 정말로 따뜻한 격려를 보내주신다면 선수들은 사기백배하여 나라를 위해 혼신의 힘을 다 쏟을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의 따뜻한 격려를 기다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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