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그란 다름이 아니라 복싱을 하던 '심성영'이라는 친구를 말함입니다. 통합병원에서 전역 결정이 내려지고 육군 본부에서 최종적으로 전역 결정이 내려져서 그는 우리 곁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의 어머니와 함께 전역 인사(통합병원에 입원을 하게 되면 소속이 변경이 되어 전역 신고는 통합병원에서 하게 됩니다)차 부대를 방문 하였고 우리는 그 동안 그를 위해 모금해 두었던 500여만원을 전달하였습니다.
2. 그는 무척 살이 쪄 있었습니다. 아시다시피 복싱은 계체량 종목으로 상당한 에너지를 필요로 하기에 운동 중에는 미처 살이 찔 틈이 없습니다만 잠시라도 운동을 멈추면 급격하게 살이 오르는데 이 친구도 시력악화로 운동을 하지 못하다보니 눈에 띄일 정도로 몸이 불어 있었습니다. 시력은 급격하게 약화되어 한쪽눈은 0.01로 나오고(0.01이라는 시력이 있다는것을 처음 알았습니다) 좀 나았던 눈은 0,1이 채 안된다고 하였습니다. 그 말을 들으니 이 친구가 물음에 답변하는것은 시력이 보여서가 아니라 목소리로 판단을 하고 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3. 말씀드렸었지만, 이 친구는 '눈의 유전적 요인 + 복싱선수로서 시합및 훈련간 머리의 충격'이 시력 약화의 직접 원인이 된것으로 판명이 났고 최종적으로는 국가보훈처에서 시행하는 중앙보훈심의 위원회의 결정에 의하여 장애등급이 판정이 날것입니다. 물론, 복무중 장애로 인한 전역이기에 원호대상이 되고 얼마간의 연금이 주어지게 될것입니다. 그러나 이제 만 23세의 그가 앞으로 두 눈을 버리고 살아가야한다고 생각하면 천만금이 나온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습니까? 500여만원은 모금액으로는 체육부대에서 가장 많이 모아진 금액이라고 하는데 이 금액은 단지 그의 일생중에 찰나에 일순간 동안의 평안만 가져다 주는 미약한 정도일 뿐일것입니다. 식당에서 어렵게 일하시는 그의 홀어머니의 가슴에는 얼마나 커다란 상처가 남겠습니까?
4. 그는 그래도 웃으면서 저희 곁을 떠나갔습니다. 그를 대하며 결코 가볍지 않았던 것은 그 자리에 참석한 부대 관계자의 공통된 심정이었을 것입니다. 뭐라 제대로 된 위로의 말을 찾기가 그렇게 어려울 수가 없던 자리였던것 같았습니다. 저 자신도 지금은 그로 인해 마음이 무척 아프지만 언젠가는 그도 제 마음을 떠나게 될것입니다. 아니...그를 떠나보내게 될 제 마음의 간사함이 더욱 두려운 것입니다. 사람들은 말합니다....자신에게 닥친 불행이 다른 어던 불행보다도 크게 여기는게 사람이라고 말입니다. 어쩌면 두 눈의 시력이 감퇴되는 것은 그의 불행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한 순간일지라도 그와 함께 했고, 시합후 땀 범벅이 된 그를 껴안아 주었던 저이기에 쉽게 잊혀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가 웃으면서 제 곁을 떠나듯이 늘 그 웃음으로 세상을 이겨나갔으면 하는 바람일 뿐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