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형사 피터 다이아몬드 시리즈 1
피터 러브시 지음, 하현길 옮김 / 시공사 / 201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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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여름휴가는 가급적 해외에서 보내려고 하는 편이다. 이번 여름휴가는 방콕에서 보내게 되었는데, 힐링하면서 이 책과 함께 했다. 피터 러브시는 <가짜경감 듀>를 통해서 알게 된 작가인데, 사실 <가짜경감 듀>가 내게 강력한 인상을 준 책은 아니지만, 다이아몬드 시리즈는 비교적 평이 좋아서 속는 셈 치고 읽게 되었다. 지금은 이 시리즈가 국내에 나오지 않는 것 같은데 이 시리즈의 1편인 <마지막 형사> 또한 나온지 꽤 된 책이다.

 

추리소설 및 형사소설을 워낙 좋아하는터라 국내에 출간된 책들은 모두 읽어보고 싶은 욕심은 가득한데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고단하고 녹록치 않아서 쉽지가 않다. 그래서 가급적 새로 출간된 책 위주로 보려고 하는데, 아무래도 최근에 집필된 책일수록 플롯 및 트릭이 좀 더 정교할 것 같아서이다. 그런 의미에서 <마지막 형사>는 출간된지 오래된 책이라서 자격조건에는 부합되지 않는다.

 

그런데 내 예상이 기우였음을 알게 되었다. 숨가쁘게 흘러가는 스토리가 <가짜 경감 듀>와는 많이 달라서 같은 작가가 쓴 책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으며, 최근에 출간된 책이라고 해도 될 만큼 플롯이 꽤 그럴 듯(?) 했다. 허를 찌를 정도는 아니었으나, 두꺼운 책임에도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올 여름 휴가를 함께 한 책으로 나쁘지 않았다.

 

시리즈를 워낙 좋아하는 편이라, 요즘 빠진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에 이어 내가 또 한 번 빠져서 읽게 될 시리즈로 점찍어놓았으나, 영국에는 시리즈가 꾸준히 출간되고 있음에도 국내에는 이유 모를 정체상태라서 무척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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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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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었다. 늘 사랑에 목말라하던 때였고, 언제나 책과 함께 살던 때였다. 그런 내게 그 책은 여느 독자들에게도 그렇겠지만, 무릎을 칠만큼의 탁월한 심리묘사가 압권이었다.

 

30대가 되고, 그렇게는 살지말아야지 싶은 인생을 살고 있으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내게 이 책을 통해서 오랜만에 알랭 드 보통이 찾아왔다. 역시나 사랑에 대한 소재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늘 드는 생각은 '결혼'이다. 장담하건대 앞으로 십년 후의 나는 여전히 싱글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결혼에 대해서는 구역질이 날만큼 부부싸움을 어렸을 적부터 보고 자라왔기 때문에 안 맞는 결혼을 할 바엔 싱글로 살아가는게 훨씬 현명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변의 나와 나이가 비슷한 젊은 부부들을 보면, 늘 '저들은 행복할까?' '결혼이란 뭘까?' 따위의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그 생각의 끝엔 '결국 나도 결혼을 하는게 맞는 걸까?'라고 이어지다가 결국은 답 없이 생각의 끈을 놓는다.

 

책을 읽으며 평소에 내가 느꼈던 결혼에 대한 호기심을 다시 한 번 가지게 되었다. '결혼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더 없이 적나라하고 현실적으로 담아내는 책이다. 결혼을 해 보지 않는 내가 평소에 '이럴 것이다'라고 막연히 상상했던대로 결혼생활이 묘사되어졌다. '자식'으로 대체는 부부간의 사랑, 연애 초기의 설렘은 부부로 살면서 일상이 되어버리자 흔적 없이 증발해버리게 되고 자연스레 젊고 아름다운 이성에게 생기는 부정한 마음 등. 너무나도 자명하지 않은가?

 

그래서 결혼은 요컨대 '소울메이트 찾기'인 듯 하다. 인간은 스스로 살아가기 힘든 존재이므로, 기쁨과 고통을 반으로 나누며, 번식을 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물려주기 위한 지극히 본능적이자 인간적인 제도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제도에 대해서 더 없이 찬사를 보낸다. 외도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충동을 막기 위한 시스템은 불가피하며, 결국 잠깐의 흔들림은 부부사이의 큰 폐해를 낳게 되며 그 외도의 결과 또한 행복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하기에 결혼은 이래저래 쓸모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말이다.

 

어쩌면 이 책에 등장하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단상들이 무척이나 당연하기 때문에 공감보다는 지면낭비와 시간낭비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허를 찌르거나 무릎을 탁 치는' 정도의 발상은 보기 어려웠다. 그저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을수록 자연스레 알게 되는 심리를 다소 어렵게 풀어쓴 것에 불과한 듯 보였다.20대 때의 뭣모르던 내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놀라움이 이제는 무뎌지기 시작하고, 알랭 드 보통 역시 그런 의미에서 다소 식상해져버렸다. 그럼에도, 곱씹을만큼의 심리적인 분석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의 책은 한 번 보다는 여러 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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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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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은 탄생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책을 읽으며 줄곧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덮을 때 까지도 정답은 알 수 없었다. 소설에서 그 답을 찾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기 때문. 어디까지나 저자가 꾸며낸 이야기에서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듣는 것에 불과하므로.

 

사람마다 누구나 '악'은 있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며 이 차이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내성적이고 잘 삐쳤던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내 성격이 원만했던 것 같지는 않다. 너무나도 여린 성격이라서 그 후에도 학교를 다니며 강제적으로 사회화되어야 하는 시스템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전전하며 살다보니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도 유연하게 하고 사회생활도 나름 순탄하게 하고 있지만, 과연 이것이 내 본 모습일까? 전혀 아니다. 매일이 스트레스이다. 늘 혼자 있고 싶다. 선천적인 성격은 역시 쉽게 바뀔 수 없는 것 같다.

 

내 마음의 흉터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처음으로 기억하는 어린 나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 오는 부부싸움과 관련이 있다. 자식을 미쳐버릴 정도로 고문주는 부모의 영향이 20년 넘게 꾸준히 나의 '악'을 자극했던 것 같다. 입 밖으로 나오는 거친 말들과 남들이 보면 손가락질 할 정도의 부모자식간의 험한 행동들. 화와 분노가 내재되어서 몸에 병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흉터를 계속 칼로 후벼팔 정도의 괴로움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은 인간의 '악'이라는 것은 어쩌면 나처럼 선천적으로 뇌에 이상이 있는 사이코패스보다는 후천적인 원인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극을 하는 정도가 더 강해진다면 '악'은 행동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가끔 뉴스를 통해서 극악무도한 범죄를 접하게 된다. 그들 중 일부는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사이코패스라고 판명난다. 그들의 인생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내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사이코패스와 평범한 사람은 그저 종이 한장의 차이라고 느껴진다. 후천적인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오늘도 나는 내 안의 '악'을 숨기며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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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식가의 죽음 해미시 맥베스 순경 시리즈 8
M. C. 비턴 지음, 문은실 옮김 / 현대문학 / 201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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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까지 나온 해미시 맥베스 시리즈의 마지막 편이다. 왜 이렇게도 다음 편들이 더디게 출간되는지 알 수 없지만, 이번편도 역시나 밀당이 재미나다. 심리를 알 수 없는 해미시와 그녀와의 밀당.... 마치 아카시아 잎을 하나씩 버리며 '사랑한다, 사랑하지 않는다'를 주문처럼 외는 것 같다.

 

 

 

지금까지 읽으면서 느낀 것은 이 시리즈를 진지하게 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사건에 대한 묘사가 적나라하게 잔인하지도 않으며, 반전이 대단하지도 않다. 그런 일본식 미스터리에 비교해서는 상당히 마일드하다. 배경이 스코틀랜드의 작은 마을이라는 장소적인 특징도 한 몫한다. 때로는 이렇게 미스터리이지만 따뜻함이 가미된 스토리가 매력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내가 이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들 중의 하나도 바로 이것이다.

 

 

 

멜로물을 좋아하지도 않고, 드라마에서의 러브라인에 대해서는 시큰둥하지만 이 시리즈의 해미시의 러브라인에 대해서는 더 없이 흥미가 생긴다. 그의 알 것 같으면서도 알기 힘든 사랑에 대한 감정은 어쩌면 너무나도 현실적일 수 있다. 무척이나 공감이 된다.

 

 

 

한 가지 바람은 이런 포켓 사이즈의 책이 많이 나오는 것이다. 휴대하기도 편하고 가격도 저렴하고! very goo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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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경감 듀 엘릭시르 미스터리 책장
피터 러브시 지음, 이동윤 옮김 / 엘릭시르 / 201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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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추리는 그만의 특색이 있는데, 사실 그닥 선호하지는 않는다. 시대에 뒤떨어지다보니 트릭도 구식이고 배경도 구식이라서 흥미진진하지가 않으니까.

 

피터 러브시라는 작가가 영국에서는 꽤 유명한 추리소설 작가라고 소개되어 있는데, 사실 국내에서는 번역된 책이 적다. 그 중 하나가 <가짜 경감 듀>인데, 1920년대를 배경으로 해서인지 고전과 현대의 기점을 오락가락한다. 배경은 '배' 안으로 한정되어 있어서 이 부분은 고전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럼에도 나의 고전에 대한 편견을 무너뜨린 이유는 비록 대단한 트릭과 반전은 없지만 나름 흥미진진한 줄거리를 돋보였다는 점이다. 다만 사실 내가 추리소설 시리즈를 좋아하는 이유가 주인공의 매력을 지속적으로 접할 수 있기 때문인데, 가짜 경감 듀를 흉내낸 주인공 윌터는 정말이지 매력이라고는 찾아볼 수가 없다. 시리즈로 나오지 않은게 어쩌면 다행일 정도로 말이다.

 

위에서 소개한 윌터는 치과의사로서 결혼한 몸이지만 환자로 만난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다. 이 여인과 함께 살기 위해서 공모하여 배안에서 현재의 아내를 죽이고 둘은 함께 미국으로 떠나서 가정을 이루어 살고자 계획한다. 배에 승선한 후 뜻하지 않은 살인사건을 접하게 되어 윌터가 경감 흉내를 내서 사건을 해결한다는 줄거리이다.

 

잔인하고 심각하면서도 재미있고 유쾌하다. 어쩌면 이런 색깔들 중에서 그 무엇하나 뚜렷하지 않고 다소 어설픈 플롯 때문에 내용의 퀄리티에 높은 점수는 줄 수 없지만, 나름 재미있게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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