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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의 기원
정유정 지음 / 은행나무 / 2016년 5월
평점 :
악은 탄생되는 것인가, 만들어지는 것인가? 책을 읽으며 줄곧 이 물음에 대한 답을 구하고자 했다. 그러나 덮을 때 까지도 정답은 알 수
없었다. 소설에서 그 답을 찾는 것 자체가 넌센스이기 때문. 어디까지나 저자가 꾸며낸 이야기에서 저자의 개인적인 의견을 듣는 것에
불과하므로.
사람마다 누구나 '악'은 있지만, 정도의 차이일 뿐이며 이 차이는 후천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한다.
내성적이고 잘 삐쳤던 내 어린 시절을 돌아보면 내 성격이 원만했던 것 같지는 않다. 너무나도 여린 성격이라서 그 후에도 학교를 다니며
강제적으로 사회화되어야 하는 시스템에 적응하기 힘들었고,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도 마찬가지였다.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을 전전하며 살다보니 이제는
사람들 사이에서 커뮤니케이션도 유연하게 하고 사회생활도 나름 순탄하게 하고 있지만, 과연 이것이 내 본 모습일까? 전혀 아니다. 매일이
스트레스이다. 늘 혼자 있고 싶다. 선천적인 성격은 역시 쉽게 바뀔 수 없는 것 같다.
내 마음의 흉터 이야기를 하자면, 내가 처음으로 기억하는 어린 나이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어져 오는 부부싸움과 관련이 있다. 자식을
미쳐버릴 정도로 고문주는 부모의 영향이 20년 넘게 꾸준히 나의 '악'을 자극했던 것 같다. 입 밖으로 나오는 거친 말들과 남들이 보면 손가락질
할 정도의 부모자식간의 험한 행동들. 화와 분노가 내재되어서 몸에 병으로 나타나기 시작하고 있다. 흉터를 계속 칼로 후벼팔 정도의 괴로움은
현재도 지속되고 있다. 내가 이 책을 읽으며 느꼈던 것은 인간의 '악'이라는 것은 어쩌면 나처럼 선천적으로 뇌에 이상이 있는 사이코패스보다는
후천적인 원인으로 인해서 생겨나는 경우가 더 많을 것이라는 점이다. 자극을 하는 정도가 더 강해진다면 '악'은 행동으로 나오게 될 것이다.
가끔 뉴스를 통해서 극악무도한 범죄를 접하게 된다. 그들 중 일부는 평범한 사람들과 다른 사이코패스라고 판명난다. 그들의 인생이 어떤
이야기를 담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내 인생을 돌아보았을 때 사이코패스와 평범한 사람은 그저 종이 한장의 차이라고 느껴진다. 후천적인
환경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의미이다.
오늘도 나는 내 안의 '악'을 숨기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