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애니멀 - 인간은 왜 그토록 이야기에 빠져드는가
조너선 갓셜 지음, 노승영 옮김 / 민음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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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이 끝나자마자 블로그를 만들었고 지금까지도 꾸준히 이 곳에 책 리뷰를 올리고 있는 나 자신이 이야기 중독자, 활자 중독자라고 결론내리게 된 때가 몇 년 전이다. 책 없이 사는 삶은 생각도 할 수 없다. 그때도 지금도 마찬가지이다. 어디를 가든 꼭 책 한 권은 넣어 다닌다. 읽던 읽지 않던 상관 없다. 버스보다는 책 읽기 편한 지하철을 더 선호한다. 그리고 책이 안 들어가는 작은 가방보다는 여유 있는 큰 가방을 좋아한다. 그러니까 내 삶에서 꽤나 많은 요소들이 책과 연관되어서 돌아간다고 할 수 있다.

 

비문학과 문학에서 어떤 장르를 더 선호하냐고 물으면 딱히 대답하기가 힘들다. 문학을 좋아하는 만큼 비문학을 좋아하고, 비문학만큼 문학을 좋아하기 때문이다. 음식에 대해서도 딱히 편식을 하지 않는데, 책에 있어서도 그렇다. 그런데 머리가 복잡하거나 현실이 따분할 때는 자연스레 소설에 손이 가곤 한다. 이야기로서 현실도피를 추구한다고 할 수 있겠다.

 

처음에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이미 그 내용은 충분히 예감할 수 있었다. 스토리를 이렇게 좋아하는 것은 나뿐만이 아님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테고리를 동물과 인간으로 나누었을 때 전반적인 인간들이 이야기를 좋아함을 알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남자보다는 여자가 더 그렇지만 말이다. 이 책은 바로 스토리텔링 애니멀인 인간과 스토리와의 연관성을 다방면을 통해서 조명해보았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이 책에서 다루는 모든 부분이 내가 처음부터 알고 있었던 자명한 사실들이었다. 그런 사실들을 마치 새로운 지식 체계를 다루는 논문 마냥 있어보이게 포장하는 듯 보여서 실망스러웠다. 인생경험이 있다면 누구나 단조로움보다는 갈등이 팽배해있고 시련을 헤치는 이야기의 보편 문법이 흥미성을 보장함은 알 것이다. 내가 그레이 아나토미를 보며 에피소드마다 새로 등장하는 환자들과 의사들간의 갈등과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도 프로페셔널한 자세에 열광하는 것도 이와 똑같다. 실제 대학병원 의사들이 이런 삶을 살까? 대체적으로는 그렇지 않을것이다. 이처럼 책속에서 보편문법이라고 칭해진 부분에 대해서 대단한 사실 마냥 다루는 것은 김빠지는 노릇이었다.

 

나는 '감동'이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감동적인 이야기를 밥먹듯 주기적으로 봐줘야 한다. 이는 책, 영화를 막론하고 그 수단은 중요하지 않다. 직장 때문에 시간이 없을 때면 잠들기 전에 스마트폰으로 유튜브를 통해서라도 소비해줘야 한다. 그러나 이로써 만족하지 않는다. 내 삶 또한 감동적인 이야기로 만들고 싶은 계획을 세운다. 이를 위해서는 정체되어서도 안 되며 작은 이익에 만족해서도 안 된다. 감동이란 도전이기 때문이다.

 

가장 인간적인 행위가 이야기를 읽고 보고 들으며 감동하는 것이라면 우리는 여기서 더 나아가서 우리의 삶 또한 하나의 감동적인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라고 늘 생각해왔다. 스토리텔링 애니멀인 인간이 스토리에 울고 웃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스토리를 만드는 것이 동물과 다른 인간만이 할 수 있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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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기침 2014-06-27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스토리텔링 애니멜인 존재가 인간이군요.^^
갑자기 천일야화가 뜬금없이 떠오릅니다.
좋은 저녁 되시고요

미미달 2014-07-02 10:05   좋아요 0 | URL
스토리를 좋아하는 동물은 인간밖에 없는 것 같아요. 가장 좋은 도구가 책인 것 같구요. 반갑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