낭만적 연애와 그 후의 일상
알랭 드 보통 지음, 김한영 옮김 / 은행나무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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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대 때 알랭 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읽었다. 늘 사랑에 목말라하던 때였고, 언제나 책과 함께 살던 때였다. 그런 내게 그 책은 여느 독자들에게도 그렇겠지만, 무릎을 칠만큼의 탁월한 심리묘사가 압권이었다.

 

30대가 되고, 그렇게는 살지말아야지 싶은 인생을 살고 있으며 무미건조한 일상을 보내고 있는 내게 이 책을 통해서 오랜만에 알랭 드 보통이 찾아왔다. 역시나 사랑에 대한 소재이다. '소설'의 형식을 빌리긴 했지만,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와 크게 다르지 않다.

 

요즘 늘 드는 생각은 '결혼'이다. 장담하건대 앞으로 십년 후의 나는 여전히 싱글로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결혼에 대해서는 구역질이 날만큼 부부싸움을 어렸을 적부터 보고 자라왔기 때문에 안 맞는 결혼을 할 바엔 싱글로 살아가는게 훨씬 현명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변의 나와 나이가 비슷한 젊은 부부들을 보면, 늘 '저들은 행복할까?' '결혼이란 뭘까?' 따위의 생각을 자연스레 하게 된다. 그 생각의 끝엔 '결국 나도 결혼을 하는게 맞는 걸까?'라고 이어지다가 결국은 답 없이 생각의 끈을 놓는다.

 

책을 읽으며 평소에 내가 느꼈던 결혼에 대한 호기심을 다시 한 번 가지게 되었다. '결혼이란 무엇일까?'에 대한 답을 더 없이 적나라하고 현실적으로 담아내는 책이다. 결혼을 해 보지 않는 내가 평소에 '이럴 것이다'라고 막연히 상상했던대로 결혼생활이 묘사되어졌다. '자식'으로 대체는 부부간의 사랑, 연애 초기의 설렘은 부부로 살면서 일상이 되어버리자 흔적 없이 증발해버리게 되고 자연스레 젊고 아름다운 이성에게 생기는 부정한 마음 등. 너무나도 자명하지 않은가?

 

그래서 결혼은 요컨대 '소울메이트 찾기'인 듯 하다. 인간은 스스로 살아가기 힘든 존재이므로, 기쁨과 고통을 반으로 나누며, 번식을 해서 자신의 유전자를 다음 세대로 물려주기 위한 지극히 본능적이자 인간적인 제도이다. 알랭 드 보통은 이 제도에 대해서 더 없이 찬사를 보낸다. 외도의 관점에서 보면 그런 충동을 막기 위한 시스템은 불가피하며, 결국 잠깐의 흔들림은 부부사이의 큰 폐해를 낳게 되며 그 외도의 결과 또한 행복할 수 없다는 게 분명하기에 결혼은 이래저래 쓸모 있는 제도라는 점에서 말이다.

 

어쩌면 이 책에 등장하는 연애와 결혼에 대한 단상들이 무척이나 당연하기 때문에 공감보다는 지면낭비와 시간낭비라고 여겨지기도 했다. '허를 찌르거나 무릎을 탁 치는' 정도의 발상은 보기 어려웠다. 그저 나이가 들고 경험이 많을수록 자연스레 알게 되는 심리를 다소 어렵게 풀어쓴 것에 불과한 듯 보였다.20대 때의 뭣모르던 내가 책을 읽으며 느꼈던 놀라움이 이제는 무뎌지기 시작하고, 알랭 드 보통 역시 그런 의미에서 다소 식상해져버렸다. 그럼에도, 곱씹을만큼의 심리적인 분석이 뛰어나기 때문에 그의 책은 한 번 보다는 여러 번 읽어볼만한 가치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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