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피렌체 테이블 - 그곳에서 한 달, 둘만의 작은 식탁을 차리다
김은아.심승규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4년 7월
평점 :
내 로망 중의 하나는 '피렌체'였다. 감수성 풍부한 십대 때 정확히 말하자면 열아홉에 나는 <냉정과 열정사이>를 알게 되었고, 피렌체라는 곳은 내게 꿈이 되어버렸다. 십년도 더 전에 썼던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그 때의 멜랑꼴리했던 심정이 지금은 다소 같잖게 다가오지만 요즘도 가끔 OST를 들으면 가슴이 먹먹해진다. 그래서 아직까지도 누군가 내게 가장 감명깊게 본 영화가 무엇이냐 물으면 망설임 없이 <냉정과 열정사이>라고 말한다. 그만큼 내게 이 영화는 큰 영향을 끼쳤고, 이 영화의 배경이었던 피렌체는 꼭 가봐야 할 곳이라고 여기고 있었다.
불행히도 유럽에 일년간 체류했을 당시에 피렌체를 꼭 가보리라 마음먹었지만 런던에서의 직항을 찾기 힘들었고, 여러가지 사정으로 못 갔던 게 영화와 책을 본 후 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내가 꿈의 도시 피렌체를 밟지 못하게 된 이유이다. 지금의 내가 흠뻑 빠져있는 북유럽도 그 때에는 전혀 관심 밖의 나라였었지만, 만약 관심이 없어도 가보았더라면 지금은 아마 다른 의미로 기억될 곳이 될텐데 아쉬울 따름이다.
시간은 흐르고 나는 어쩌다보니 삼십대가 되어버렸고, 피렌체는 여전히 못 가고 있으며 대신 현실에 치여서 살고 있다. 그러던 중 이 책을 읽게 되었고 정말 아주 단숨에 빠져버렸다. 책으로 이렇게 피렌체의 매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게 된 것은 내가 한때 그토록 가고 싶었던 곳이며 저자 또한 <냉정과 열정사이>를 나만큼이나 감명깊게 보았던 이유 때문인 것 같다. 간단히 말해서 이 책은 부부의 한 달 간 피렌체 체류기라고 할 수 있는데 부인의 직업이 '푸드 스타일리스트'라 주로 해 먹고 사 먹는 음식을 위주로 여행기가 꾸며졌다. 파스타와 피자의 나라 이탈리아, 그 뿐만이 아니라 서서 단숨에 마실 수 있는 에스프레소까지. 이미 우리나라에 이탈리아 음식 문화가 깊이 들어왔고 이탈리아 단어까지 메뉴에 자연스레 기재되어 있다. ('그란데'가 이탈리아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그러나 한국에서 접하는 이탈리아와 이탈리아에서 직접 접하는 현지의 역사와 문화가 깃들린 이탈리아는 다르다. 심지어 우리와 가까운 일본 또한 그런데 이탈리아는 오죽할까.
30일 동안의 결혼 2년차 부부의 한국에서의 일상을 벗어난 피렌체에서의 달콤한 일상은 단숨에 나를 유혹해버렸다. 인생을 즐기려면 '나중에'라는 말은 가장 피해야 할 말이지만 정말 피치못하게 나중에 꼭 타국에서 한 달간 생활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이 나중에는 막연히 나중에가 아니라 내가 지금 계획하고 실행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성공하는 즉시 실행에 옮길 때를 의미한다. 안 해보고 후회하느니 해 보고 후회하라고 하지 않던가. 세상은 넓고 갈 곳은 많고 여행은 정말 저마다의 의미를 가진다. 그렇기에 그저 인생은 원더풀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