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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다큐멘터리 : 공부하는 인간 - HD 리마스터링 한정판 (3disc)
남진현 외 감독, 유승호 목소리 / 디에스미디어 / 2013년 5월
평점 :
품절
학교 다닐 때 내 성적은 사실 그저 그랬었다. 그렇다고 딱히 노는 것을 좋아하지도 않았으며 열심히 공부했던 것도 아닌, 그야말로 '어중간한' 아이였던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 누구보다도 '책'을 좋아했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재수를 할 때도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었다. 그 때의 나는 '책' 그 자체보다도 고통 스러운 현실을 도피해서 무언가에 몰입하는 게 좋았었고 그 무언가가 바로 '스토리'였었다. 이 모든 근본적인 이유는 바로 내가 너무나도 외로움을 잘 타는 인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느 대한민국의 10대들 처럼 나의 10대도 철저히 혼자서 공부에 파고들었어야 했다. 외로움이 싫었던 그 때의 나는 그런 상황을 견디는 것이 너무나도 힘들었었고, 그저 방황했었다.
당시에는 오로지 공부에 대해서만 생각했어야 했고,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에 누가 속시원히 대답해주지 않은채 그저 빠져들었어야 했었다. 그랬던 내가 무척이나 궁금했던 것을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드디어 해결할 수 있었다. 당시의 나는 '전 세계적으로 나와 같은 나이의 학생들이 이런 방법으로 공부를 하는걸까?'라는 의문을 가졌었다. 그러나 그때에는 이 의문에 대한 답을 찾을 시간도 없었고, 찾을 방법도 없던 중 이제서야 뜻하지 않게 정말 보석 같은 다큐멘터리를 발견하게 된 것이다.
하버드 대학생 네 명이 한국, 중국, 인도, 이스라엘 등의 여러 국가를 여행하며 민족 각각의 공부 방법에 대해서 보고 듣는다. 여행을 하며 느낀 가장 큰 차이점은 바로 '동양'과 '서양'의 공부에 대한 인식과 방법의 차이임을 알게 되었다. 동양에서는 필기를 중심으로 '기록'하는 공부이며 철저히 조용한 환경에서 '혼자'하는 공부인 반면, 서양에서는 서로 '토론'하며 '소통'하는 방법으로 공부 문화가 발전되어 왔다.
어떤 공부 문화가 반드시 낫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이제 와서 느끼는 틀림 없는 사실은 내가 서양의 공부문화와 더욱 잘 맞았다는 사실이다. 그토록 외로운 몰입을 강요받았던 때에 나는 끝내 낙오되었다고 생각했다. 내가 만약 서양의 다른 국가에서 공부를 했었다면 지금의 나와 같은 삶을 살고 있을까라는 생각도 문득 하게 된다.
앞으로도 대한민국의 교육열은 더욱 강해질 것이며 성적을 통해서 '위너' 혹은 '루저'의 삶을 살아야 함을 깨달은 10대들은 언제나 존재할 것이다. 그러나 나처럼 그들이 공부를 무조건해야 하는 의무로 보지 말고 '학문'이라는 넓은 시야를 가지고 본다면 공부가 지겹고 고통스럽기 보다는 호기심을 채워주는 가장 인간적이 행위로 여겨질 것이다. 이것이 바로 대한민국의 교육이 풀어야 하는 가장 큰 과제이기도 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