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에 '그림책 읽는 행복한 엄마'라는 블로그를 가진 소연이 엄마는 네 살짜리 딸과 남편을 위해 두 권의 책을 쓰고 있다.
물론 소연이와 소연이 아빠에게는 아직 비밀이다. 소연이 아빠 생일에 공개할 생각이다. 그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잠이 안온다. 소연이에게 줄 책은 지난 1월부터 쓰기 시작했고, 남편에게 줄 책은 최근에 시작하였다.
네이버에서 소연맘(davis112)이란 닉네임을 쓰는 그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그런데도 그가 쉽지 않은 책쓰기를 작정한 것은 우연히 알게된, 책 만들어주는 사이트 덕분이다. 이 사이트는 마침 100일 동안 하루도 빠짐 없이 글을 쓰는 사람에게 책을 공짜로 만들어주는 이벤트를 진행 중이었다. 오래된 소망을 이루도록 공짜로 도와준다니 대번에 맘이 끌리지 않을 수 없었다.
소연이 엄마처럼 직접 책을 쓰는 네티즌이 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인터넷 공간에 미니홈피나 블로그 등 개인 공간을 활용한 서비스가 크게 늘고, 네티즌이면 누구나 그 공간에서 다양한 글쓰기를 하면서, 그 축적물을 책으로 엮고자 하는 욕구가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네티즌 책 중에서는 '육아일기'나 '연애일기'가 으뜸이다.
가끔 대중에게 팔리는 책도 나오지만, 네티즌의 책은 대개 아주 가까운 사람에 대한 선물용이다. 소연이 엄마가 쓰는 책도 그렇다. 소연이에게 줄 책은 '육아일기'이고, 남편에게 줄 책은 '연애일기'이다. 그래서 네티즌의 책은 많아야 한 두 권 씩 제작된다. 기존 출판사로서는 감당이 안되는 책 제작방식이다. 그 틈새로 '주문형 책(POD)'이라는 게 등장한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 네티즌이 자유롭게 글을 올리고, 주문을 하면, 비록 소량일지라도, 책으로 제작해주는 사업이 생겨나게 된 것이다.
그 중에서 마이아이북(www.myibook.co.kr)은 '육아'나 '동화' 전문이다. 소연이 엄마가 육아일기를 쓰고 있는 곳도 바로 이곳이다.
이 회사 장대환 이사는 "현재 6천여 명의 엄마가 육아일기를 쓰고 있으며, 이중 매일 쓰는 엄마도 2천여 명에 달한다"고 말했다.
책을 만드는 데 드는 비용은 권당 2~4만원으로 책 표지, 페이지수 등에 따라 다양하게 선택할 수 있다. 이 회사는 특히 일동후디스 등 육아 관련 20여 개 사이트와 제휴, 그곳 네티즌에게도 책을 만들어주고 있다고 한다.
이 회사는 또 '내꼬야문고'라는 브랜드로 유명 동화책의 주인공을 개인으로 바꿔 제작해주는 사업도 하고 있다. 동화책 저작권자와 계약을 한 뒤, 동화의 주인공을 일반 어린이로 바꾸어 '단 한 권의 책'을 만들어주는 것.
장 이사는 "현재 육아나 동화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지만, 앞으로는 네티즌이 다양한 창작물을 쏟아내고 있는 대형 미니홈피 사이트나 블로그 사이트와 제휴해, 출판 사업을 확대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마이아이북은 가변처리 프로그램을 직접 개발, 다양한 이미지와 텍스트를 책으로 만드는 비용을 줄였다"고 말했다. 이 소프트웨어 때문에 대형 미니홈피의 창작물으로 책으로 엮기에 손쉽다는 말도 덧붙였다.
그런데, 사실 국내 POD 원조는 '앤체리닷컴 (www.ncherry.com)'이다.
마이아이북이 '육아'와 '동화' 중심이라면, 앤체리닷컴은 '책 제작 백화점'. 소연이 엄마가 '연애일기'를 쓰는 곳도 이곳이다. 99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이미 70만여 명의 회원을 거느리고 있고, 하루 200~300권을 출판한다.
이 회사도 책 만들기 과정은 마이아이북과 비슷해 책 표지와 글꼴을 선택하고, 100페이지 내에서 자유롭게 사연을 올린 후 책을 주문하면 된다. 보통 일주일에서보름 정도 사이에 받아볼 수 있다. 평균 단가는 2만3천 원 선.
두 회사는 지금도 '100일 이벤트'를 하고 있다. 100일 동안 하루도 빼지 않고 글을 쓰는 고객에게 공짜로 책을 만들어주는 이벤트다.
"매일 잊지 않고 쓴다는 것이 정말 어렵네요. 특히, 쉬는 날은 더욱. 첫 마음으로 계속 잘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나, 사랑하는 이에게 사랑을 나타내는 방법으로 이보다 더 좋을 수 있을까요? 여러분도 함 해보세요."
소연이 엄마가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이들 사이트를 추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