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신 상 근 두 달 동안은 생활의 변경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로 내 주변의 모든 것을 송두리째 바꿔버리는 시간을 보냈다.
일단.
직장은 결국 이직을 결심. 가타부타 여러 가지 말들을 덧붙이고 싶지만 그 쪽 분야의 사람들이 보기엔 루저의 변명으로 밖에 치부할 수 없는 단어들의 나열이기에 별 할 말은 없다는. 하지만, 이것 하나 만큼은 말하고 싶은 건 미련은 없다는 사실과 누군가 내 분야의 일을 선택할 생각이라면 차라리 유학을 가서 그 곳에서 그 분야의 일에 종사하길 권유하고 싶은 생각뿐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학문일지라도 특정 지역에 따라서는 발전 가능성이 전무한 경우도 있다는 사실은 분명 존재한다.
그리하여. 이직을 하긴 했는데... 이게 전에 했던 일과는 180도 다른 일이기에 아주 고단한 일상을 반복하고 있다. 일단 좋은 점부터 말하자면 누우면 바로 잠이 들어버리는 숙면의 나날을 만끽하고 있다. 근 15년간 하루 4시간 수면으로 수명을 갉아 먹는 올빼미 인생에서 탈피. 평균 수면시간 6시간 이상. 그것도 아주 깊숙한 숙면을 취한다는 것.
각종 몸 쓰는 기술이 늘고 있다. 운전이라고는 오토매틱 승용차가 전부인 나에게 이젠 손토매틱 화물차를 끌고 고속도로를 질주한다. 더불어 지게차까지 다룰 줄 아는 라이더(?)로 발전하고 있다. 그 외 다양한 스킬을 연마 중이다. ( 그중엔 사기 치는 법도 포함)
나쁜 점은 앞의 좋은 점에 비해 한도 끝도 없이 많다는 사실이 좀 괴롭긴 하다. 일단 수입이 거의 반 토막 수준으로 곤두박질쳤다는 사실. 이건 이직을 결심하면서 각오한 일이기에 어쩔 수 없는 현실이긴 하지만 피부로 와 닿으니 모든 것이 힘에 부친다. 그래서 조금씩 익숙해지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더불어 30분 출근시간이 1시간 이상으로 늘어버렸다. 그것도 대중교통이 아닌 자가운전으로 고속도로만 1시간. 그러니까 길바닥에서만 2시간 이상을 잡아먹어 버리는...대중교통이 아니기에 이동 중 독서는 그림의 떡. (책 읽는 여자를 옆에 태운다면 모를까)
다시 보니 이직을 한 후 장점보다 단점이 많은 듯 하다는 느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일에 어느 정도 출혈은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었기에 당분간 한 눈 팔지 말라고 눈 옆에 가리개를 씌운 경주마처럼 살아가야 할 것 같다.
그리고 가정.
일단 나이 40줄에 분가. 더불어 더 이상 서울시민이 아닌 경기도민으로 주 서식처를 옮기게 되었다. 이런 저런 경우를 따져 D시에 입성. 주니어 역시 전학은 필수. 다행인 것은 전에 다녔던 학교보다 여러 가지 면에서 많은 장점을 가진 학교이기에 교육적인 부분에 대해선 만족스럽다. 더불어 마님이 일하기 편한 상황이기에 그것 역시 대만족. 하지만 상대적으로 개인적으론 여러 가지 면에서 불편함이 따르는 건 강철의 연금술사에 나오는 ‘등가교환의 법칙’의 성립이라고 에누리 치련다.
앞으로가 더더욱 중요한 날들이 다가올 것 같다. 박하사탕 처음에 나오는 설경구의 외마디 외침마냥 ‘나 돌아갈래!’ 따위 대사는 떠벌리고 싶진 않다. 심리적 스트레스에서 해방된 기쁨만큼은 어느 것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상황 속에서 배트맨 비긴즈의 명대사 “It's not who I am underneath but what I do that defines me” 같은 생활을 유지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