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을 벗어나 합사라는 형태로 강남으로 출퇴근을 한지 어연 2달이 넘어간다. 아이러니하다고나 할까. 지금 출퇴근을 하고 있는 위치가 내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던 동네와 동일하다는 것이다. 겸사겸사 일에 치이다 어느 정도 정리가 되는 시점인 지금 달랑 나와 함께 남은 직원 한 명과 호기롭게 법인카드를 긁자는 심산으로 사회생활 초년기 때 자주 갔던 고기 집으로 퇴근코스를 잡게 되었다.

다행히 10여년이 지난 그 자라 그 위치. 아직도 그 간판 그대로 존재하고 있었다. 그래도 세월이 얼만데 날 아직도 기억하시겠어. 하며 월요일 저녁 한산한 자리 한 귀퉁이를 차지하고 주문을 하게 되었다. 언제나 먹던 이 집의 대표메뉴 목살. 이런저런 찬거리를 준비해주시는 아주머니는 여전하시다. 찬과 더불어 주문한 소주를 내오시는 와중 나를 살짝 쳐다보시는 아주머니가 던진 한 마디. 



'오랜만에 오셨어요. 잘 지내셨어요. 그간?'

솔직히 감동받았다. 하긴 20년 넘게 한 자리에서 같은 업종으로 장사를 하시는 이 동네 터줏대감 같은 가게지만 무려 10여년 가까이 발길을 끊은 손님의 얼굴을 아직도 기억하시는 아주머니의 인사가 너무나 반가웠던 것.

'아...하하하 저 기억하세요. 아주머니 여전하시네요. 더 젊어지신 것 같아요.'

'웬걸요. 손님이 오히려 그때 그대로인걸요...'

'아닙니다. 이젠 사람이 아니라 곰의 형상이죠..'

'호호호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재미있으시네. 맛있게 드세요..' 





수많은 시간이 흘렀으나, 여전히 고집하는 생고기의 선도는 으뜸이고 맛 또한 변함없었다. 단지 차이점이라면 고기를 시키면 딸려 나오던 겨자소스와 콩가루가 생략된 부분. 두 번째 고기를 시키며 아주머니께 '요즘은 콩가루 안 주시나 봐요.' 하니 방긋 웃으시며 ' 있죠. 내 챙겨 드릴 테니 잠깐 기다려요.' 하며 부리나케 주방으로 달려가셔서 콩가루와 겨자소스를 챙겨주신다. 더불어 고기 집에 흔히 없는 이 집의 별미인 콩비지를 시켜 이미 고기로 배를 불린 두 사람은 구수한 콩 내음을 맡으며 게걸스럽게 저녁을 해결했다.

계산을 마치고 종종 찾아오겠다는 다짐과 반가운 인사를 한 후 같이 술을 먹은 사무실 과장의 질문이 쏟아진다. '어떻게 알게 되신 거예요?? 오래된 가겐가 봐요?' 이런저런 설명을 곁들이며 나이든 티 팍팍 내며 한 마디를 거들었다.

가게나 사람이나 저렇게 한결 같아야 좋은 거겠지..?? 물론 좋은 의미로 말이야...

서울 토박이인 나에게 어쩌면 이런 곳이 고향 같은 의미를 가지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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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해한모리군 2010-05-10 2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너무 맛나보여요 으흣

Mephistopheles 2010-05-10 23:59   좋아요 0 | URL
더불어 소주는 참이슬 빨간딱지(오리지날) 이 소주 저 소주 먹어봤지만 빨간딱지가 숙취도 거의 없고 제일 맞더군요.(늙은 티 팍팍)

무해한모리군 2010-05-11 08:59   좋아요 0 | URL
전 소주는 이제 못마시겠어요 아휴~ ㅎ

웽스북스 2010-05-10 23: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진짜 입에서 녹을 것 같아요. 쓰읍~

Mephistopheles 2010-05-11 00:00   좋아요 0 | URL
음..웬디양님. 살! 이전에 일단 건강부터 챙기시고. 그럼 제가 언젠가 맛난 거 사드릴께요.

비로그인 2010-05-10 23: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식맛이 깔끔할 것 같다는...^^

Mephistopheles 2010-05-11 00:00   좋아요 0 | URL
고기집임에도 불구하고 너저분하다는 느낌보다 깔끔합니다..^^

울보 2010-05-11 00: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맛나겠다,
옆지기 정말 생고기 저렇게 양념안된 고기 너무너무 좋아하는데,,
저기가 어딘가 궁금궁금,,

Mephistopheles 2010-05-11 18:26   좋아요 0 | URL
옆지기님이 고기맛을 제대로 아시는군요.^^
원래 좋은 고기는 아무 양념없이 생으로 구워 그냥 가뿐하게
소금 살짝 찍어 먹는 것이 제일 맛있거든요...^^

turnleft 2010-05-11 04: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쳇... (   -)y-~

Mephistopheles 2010-05-11 18:26   좋아요 0 | URL
므흐흐흐흐흐..(누구 저랑 하이파이프 할 사람 없나요?)

세실 2010-05-11 0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어쩜 이리도 맛나 보일까요. 콩가루는 그냥 묻혀 먹나요?
나를 기억해 준다는 것, 그 맛에 단골을 챙기나 봅니다.
전 어제 소고기 모둠이랑 소주 마셨답니다^*^

Mephistopheles 2010-05-11 18:27   좋아요 0 | URL
다 구운 고기를 인절미마냥 콩가루에 뒹굴거려 듬뿍 묻힌 다음
먹으면 됩니다. 고소하다죠..^^

다락방 2010-05-11 09: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향이 어디죠? 저는 강남에서 8년째 근무하는데 왜 대체 그곳이 어디인지 모를까요? 그나저나 고기는 정말 맛있겠네요. 이놈의 회사에서 뛰쳐나가 고기먹으며 소주 마시며 기절해버리고 싶어요. 에휴..

Mephistopheles 2010-05-11 18:27   좋아요 0 | URL
선X역 쪽에 잘 찾아보면 나온답니다. 근데 아무리 초절정 미녀라도 한 손엔 소주병을 한 손엔 젓가락을 그리고 입에는 고기를 물고 기절해 있는 모습은 그림이 안되어 보입니다요..ㅋㅋ

야클 2010-05-11 10: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 고깃집 밤 늦게 혼자 가지마세요. 10년이 지났는데도 가게와 주인아줌마 얼굴이 그대로 라는건 왠지... 혹시 메피님을 기다리다 10년 묵은(너무 짧나? -_-)지네가 된 여인일지도 모른다는.... 아침에 술깨고 나면 고깃집이 아니라 흉가일지도 모른다는.... -전설의 고향 version

Mephistopheles 2010-05-11 18:28   좋아요 0 | URL
음....이제서야..야클님 본인이 직접 말씀하신 '감각'이 죽었다. 라는 말씀을 이제서야 이해하게 되었습니다.=3=3=3=3

L.SHIN 2010-05-11 1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 남들이 곰에서 사람으로 변할 때, 메피님은 사람에서 곰으로 역행...
역시 남다른 것을 좋아하시는게 틀림없어요,없어. ㅎㅎㅎ

맞아요, 저도 늘 하는 말이 특히 음식 가게는 '초지일관'해야 번성한다고 생각합니다.

Mephistopheles 2010-05-11 18:32   좋아요 0 | URL
남들이라고 해봤자 곰에서 사람으로 변한 건 제가 알기론 웅녀말곤.......
오랜 세월 한 자리에서 식당을 꾸준히 유지하는 분들의 공통점은 바로 초지일관이죠..(저도 초지일관으로 엘신님을 약올리겠다는 결심을 했어요!)

L.SHIN 2010-05-12 12:46   좋아요 0 | URL
아...형님, 그 멋진 사자성어의 화살을 저한테 돌리실 필요는...ㅡ.,ㅡ^

584 2010-05-11 10: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Mephistopheles 2010-05-11 18:35   좋아요 0 | URL
시계, 넥타이, 가방, 썬그래스, 양말, 벨트 스카프(아직 이런걸 할 나인 아님), 신발 샌들은 다 있습니다. 그런데 wrisband...이게 뭔가요?

머큐리 2010-05-11 1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기을 익히는 기술은 거의 예술의 경지군요....꼴깍..

Mephistopheles 2010-05-11 18:35   좋아요 0 | URL
수 많은 고기를 굽고 또 굽다보니 이제 경지에 다다르지 않았나 싶습니다.

순오기 2010-05-11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맛나겠어요.
메피님 2킬로는 더 불었을라나~~~~~~ㅋㅋ

Mephistopheles 2010-05-11 18:36   좋아요 0 | URL
그간 쌓인 스트레스를 더한다면 아마 2킬로 이상일지도...흑흑...

레와 2010-05-12 14: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좋다.
이야기도 좋고, 고기도 좋고. 으흐~ ^^

어딥니까?! 여기가?!

Mephistopheles 2010-05-13 14:02   좋아요 0 | URL
X릉역 쪽에서 찾아보시면 골목 깊숙히 위치하고 있는 조그마한 고기집이랍죠.^^

Alicia 2010-05-13 1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참 행복한 분이시네요 메피님은. ^^
좋아보여요, 이런 식당이 있다는게, 그리고 지금도 그런 추억을 간직하고 계시다는게.
저는 고기가 아니라 분홍색 스트라이프 셔츠가 눈에 확 들어왔어요.
마님이 센스쟁이신가봐요 ㅎㅎ
잘 지내시는거죵? ^^

Mephistopheles 2010-05-14 12:57   좋아요 0 | URL
그냥 행복할려고 노력 중이죠..
알리샤님은 뭐하시고 지내실까나요 잘 지내시겠죠.
근데 말입니다. 카메라를 들고 찍은 사람이 저라면 저 분홍색 스프라이프 셔츠를 입은 인물은 과연 누구일까요..ㅋㅋ

BRINY 2010-05-14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10년전에 선X역 근처에 살면서 삼X역으로 출퇴근했는데, 왜 저는 모르는걸까요...

Mephistopheles 2010-05-14 12:57   좋아요 0 | URL
원래 선릉역 근처가 주택가와 유흥가의 구분이 확실하기 때문에 잘 모르실 수도 있습니다..^^

카스피 2010-05-14 16: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 맛있어 보입니다.10년이 한결같은 식당은 성공할수 있지요. 그나저나 메피님 양,대창등도 좋아하세요^^(뜬금없는 질문인데 고기 사진보니 갑자기 양 대창이 생각나네요)

Mephistopheles 2010-05-18 16:30   좋아요 0 | URL
안가리고 다 잘 섭취하는 잡식이지만요.확실히 곱이 잔뜩 들은 양. 대창은 먹을 땐 좋은데 먹고나선..좀 느끼한 건 어쩔 수 없더라고요.^^

2010-05-18 15:36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8 16:3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0-05-18 23:03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