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쇠의 생활백서 #36
-마님의 화르륵 버닝모드 (롤코체)
초딩들은 육두문자 남발해요. 육두문자 뜻이 뭔지도 모르고 남발해요. 요즘 세상에 뭐...라고 치부하기엔 너무나도 짜증나고 십장생 개나리 같은 경우에요.
오늘 하루 더 놀았어요. 바쁠 땐 주칠일 근무 당근 말밥이지만 널널하면 인정사정없이 쉬는 시스템인 직종이에요. 그래서 구정연휴 하루 더 놀았어요. 아싸라비아. 벌써부터 방굴러데쉬를 생각하며 즐거움이 충만해져요.
하지만 마님이 그 꼴 못 보겠다고 해요. 오늘 남들보다 하루 더 쉬는 날 마님 판 삶의 체험현장 촬영하자고 해요. 이런 우라질네이션. 결국 아침부터 봄방학 맞은 주니어 피아노 학원에 보내줬어요. 그리고 잠시 동네 서점 마실 다녀왔어요. 3시 반까지 지역 체육센터 수영장 가야 해요. 다리 아포. 차로 가면 빨라요옷! 하는 마님과 주니어의 받침 없는 애교 말투에 어쩔 수 없이 차 끌고 나가요. 4시부터 5시까지 수영 끝나면 6시부터 7시까지 줄넘기가 기다려요. 점심도 제대로 못 먹었더니 배가 살살 고파와요. 대기실 의자에 앉아 책 읽다 영화 보다 흐느적거리다 때마침 줄넘기 끝마치고 주니어가 체육관에서 나왔어요.
이런...주니어 표정이 어두워요. 뭔 일이 있나 직감한 마님 바로 질문공세 들어가요. 안에서 무슨 일 있었니?그러자 주니어 누가 자기에게 성질내고 욕했다고 해요. 순간 마님의 눈에 불이 번쩍해요. 누누이 말하지만 우리 마님 화나면 정말 겁나 무서워요. 극지방 얼음 녹지 않게 하려면 마님 열받게 하면 안돼요.
상황을 지켜봐요. 금방 내용이 파악되었어요. 동갑내기 성질 사나운 사내 녀석이 릴레이 도중 부딪쳤다고 욕을 엔드리스 퍼레이드로 펼쳤나 봐요. 그런데 줄넘기 수업이 끝났음에도 불구하고 대기실에 나와서도 그 사내 녀석 눈에 독기 품고 주니어를 째려봐요. 그리고 떠들어요. 쟤가 잘못해서 자기가 화가 나서 욕을 했데요. 그런데 이 녀석 초등학교 1학년이에요. 어린 애들이 입에다가 신발 신발 달고 다니는 거 이젠 어색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내 기준에선 인정 못해요. 평소 작심하면 눈매 사나워지는 메피스토는 순간 미간을 모으고 눈에서 발사되는 레이저 초점을 그 녀석에게 맞춰 보아요.
10초 쳐다봤어요..그래도 눈에 독기 안 풀어요. 20초 쳐다봤어요. 그래도 눈에 독기 안 풀어요. 보통 녀석이 아니에요. 살짝 입 꼬리 올라가는 썩소를 날려봐요. 그제야 동공이 확장되면 겁먹은 표정으로 돌변해요. 이때 그 아이 엄마 출현해요. 바로 무슨 일이야! 외치기 시작해요. 그 녀석 울먹거리며 떠듬떠듬 뭐라 말하며 지 엄마에게 성질 부려요. 그 엄마 오냐오냐 내 새끼 받아줘요.
오호라. 어이하여 세대를 초월한 육두문자를 남발하는 그 녀석이 되었는지 이제 감이 와요. 아이에게 맞춘 초점을 이제 그 아이 엄마에게 돌려봐요. 이때 마님이 안전핀을 꽂아요. 역시 우리 마님은 메피스토의 천적이에요. 바로 순한 양의 눈으로 돌변하는 메피스토. 접대성 멘트 날려요.
‘그래 아가야 우리 아들이 잘못해서 넘어졌다는데 어디 다치지는 않았니?~~~’
돌변한 내 모습에 육두문자 소년은 이제 아주 혼란스런 표정을 지어요. 체육센터에 곰이 난입해 째려보는 걸로 그치지 않고 살벌한 사탕발림 말까지 하니 아주 잔뜩 겁을 집어 먹은 표정이에요.
메피스토의 역할은 여기까지였어요 바로 마님이 정리 들어가요. 여차, 저차 해서 이런 일이 생겼다. 그런데 이 지경까지 갔다. 알아듣기 쉽고 조리 있게 육두문자 소년의 어미에게 설명을 첨부해요. 마님은 냉정해요. 아이 싸움이 어른 싸움까지 확산되는 걸 막아 놓아요. 그렇게 정리하고 주차장으로 향했어요. 차에 타자마자 마님의 분노가 터져 나와요.
“이제부터 누가 욕하면 상대도 하지 말고 쳐다보지 말고 말도 걸지 마. 그런 애들은 가깝게 지낼 필요가 없어!! 알았지!! 엄마랑 약속했어! 어!!”
주니어는 어금니 꽉 깨물고 약속을 다짐해요. 주니어는 까불 형 어린이는 아니고 똥고집 어린이형이기에 지가 약속하면 무조건 지키는 스타일이에요. 하지만 이걸로 마님은 성이 안 풀리나 봐요. 이미 체육관의 해결사로 소문이 자자하신 주니어의 친할머니에 모든 사실을 고해 바쳤어요.
“어머니..오늘 체육관에서 불라불라 이러쿵저러쿵 요리 조리 씰룩씰룩....”
할머니 거실에서 뜨개질 하시다 손을 잠깐 멈추며 확인 작업 들어가요...
“그 애 엄마, 검은 테 안경에 키는 160정도 되어 보이고 육두문자 소년은 머리는 곱슬 파마에 누나로 보이는 여자애도 하나 있지 않던...??”
미국에 CIA가 있고 소련에 KGB가 있으면 우리 동네엔 GMT(그랜드마더)라는 어마어마한 비밀조직이 존재하나 봐요. 벌써 육두문자 소년이 누구고 그 엄마가 누군지 한순간에 파악이 되었어요. 할머니의 전적은 벌써 작년 농구 수업때 애들 상습적으로 폭행하는 초등학생 형제를 몰아낸 전력이 있어요. 이번 주 목요일 육두문자 소년은 할머니의 타깃이 될 것 같아요. 아마도 목요일 쯤 아싸라비아 언빌리버블 판타스틱한 일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어요.
이상으로 육두문자 남발하는 시베리아에서 귤 까먹다 얼어 죽을 초딩에 관련된 페이퍼를 마칠까 해요. 아무리 욕이라는 것이 해학이 넘치고 기분을 유쾌통쾌상쾌하게 하는 구석이 있다 하더라도 초딩들의 입에서 나오는 육두문자는 너무나 보기 안좋아요.
뱀꼬리 : 다음 달부터 주니어를 복싱이나 검도, 태권도를 수강해야겠다고 생각 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