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올리는 페이퍼를 보고 오해들을 하실까봐 미리 말하겠지만. 절대 절대 메피는 짐승 같은 식욕의 소유자가 아닙니다. 단지 석 달 동안 매일 비슷한 식당에 동일한 시간대에 별반 차이가 없는 음식을 양계장 닭처럼 먹다 보니 어쩌다 좀 멀리 나가 먹는 평범한 음식에 환장을 하는 거라 보시면 됩니다.
고로..
오늘은 인천 소래포구까지 달려가서 먹었던 조개구이가 주제.
다른 이유는 없이 회사 워크숍에서 저녁에 먹은 회가 영 만족스럽지 못한 몇몇 분들 덕분에 급조된 소래 포구 행 이었다는. 산지에서 자연산으로 먹은 회가 아무래도 양식보단 두툼하거나 외관상 푸짐하지 않은 건 사실이었고, 더불어 잔뼈를 빼내지 않고 회를 치다보니 익히 먹던 생선회와 익숙하지 않기에 다른 만족거리를 찾기 위해 대안으로 택한 것이 조개 구이었다.
금요일 아주 대놓고 한 시간 당겨 퇴근을 강행하고, 지하철을 타고 버스까지 갈아타고 무려 1시간 반이나 걸려 소래포구에 도착했다. 그래도 푸짐하게 준다는 집은 이미 수배해놨고 일부러 소래포구 수산물을 판매하는 시장을 관통하여 조개구이 집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7년여 만에 찾은 소래포구는 변해도 진짜 많이 변했다. 뭔 놈의 아파트가 그리도 많이도 들어섰는지 인근엔 대단위 신도시까지 포진하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인 건 시장 풍경은 그리 크게 변해보이진 않았다는.
수배한 조개구이 집을 찾아 자리를 잡았다. 일찍 도착했는지 손님은 없고 한산하다. 단지 벌써부터 꽤 음주를 하신 얼굴을 가진 아가씨 5명만이 꽤 소란스럽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특대로 시키고 기다리니 연탄불 3개를 내오신다. 더불어 한산한 손님 덕분에 아주머니가 직접 조개를 해체하고 구워주는 호강까지 누렸다. 조가비를 비롯해 각종 조개들이 불판 위에 올라가 지글지글 끓기 시작한다. 더불어 야채와 붉은색조의 국물에 커대한 키조개의 속살이 투여된다.(이거 제법 맛있다. 옛날엔 커다란 키조개 껍데기에 직접 양념하고 조리했는데 그 보다 더 맛나다.) 더불어 피조개까지 등장한다.



밑바닥에 깔린 굴과 소라는 불에 올려놓으면 터진다고 하기에 호일에 싸 불판에 올려놓는다. 그렇게 먹고 마시다 보니 이미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다. 뭔가 모자란 느낌에 새우까지 주문한다. 소금에 오른 통통한 새우들이 주방에서 어느 정도 익혀 나온다. 열심히 까먹으며 부어라 마셔라. 분위기 무르익는다.


마무리는 바지락 잔뜩 들은 칼국수. 분위기가 분위기인지라. 면에서 살짝 밀가루 냄새가 날지라도 모든 게 용서되는 상황. 이 날도 무지하게 퍼마시고 거나하게 소주의 취흥을 느끼며 볼 빨간 얼굴들을 하고 집으로 귀환하는 버스 정거장을 향해 움직였다.

거리 멀고 먹고 마시다 보니 집으로 돌아가는 회귀로 인한 불안감이 분명 존재하지만 분위기 탓인지 조개는 알이 크고 싱싱하더라는. 더불어 왠지 서울에서 먹었던 조개구이에 비해 푸짐한 느낌까지 지울 순 없었다. 기분 탓이기도 하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