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 비교적 홀가분한 마음으로 일찍 퇴근을 했습니다.
6시 조금 넘어 사무실에서 나왔고 버스 정거장까지
걸어갔습니다.
북적북적 거리는 인파들이 제법 한산합니다.
아마도 축구 때문일꺼라 예상합니다.
때 마침 버스도 옵니다. 기가막히게 제 앞에 딱 서줍니다.
재빨리 탔습니다. 언제나 즐겨 앉는 버스 앞쪽 출입문 바로
앞자리에 냉큼 앉았습니다. 이때까진 참 좋았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뒤에서 어떤 여인네의 목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합니다.
보통 목소리도 아닙니다. 뭔가 감정에 치받쳐 격양된 목소리가
울려퍼집니다. 내용도 장난 아닙니다.
현란한 육두문자 퍼레이드가 펼쳐집니다.

이XXX 갈아먹을 XXX 씹어먹을 XXX 확 찢어죽일 XXX X같은 XXX
니X이 XXX,XYS라는 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야 이 X아..주절주절
이런 쳐 죽일 XXX 썩어빠진 XXX.....

이렇게 대상이 누군지도 모를 상대에게 엄청난 상욕을 퍼붓고
있었습니다. 3정거장이 지나갈 때까지..

버스에 막 타신 분들도 버스에 들어서자 마자 표정이 창백해집니다.
모두들 조용히 그 분의 욕을 경청(?)합니다. 어느 누구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습니다.

누굴까 궁금했지만 차마 뒤 돌아 보지 못했습니다.
가끔 이런 분과 눈 마주치면 큰일 납니다.
바로 타겟이 되니까요.

4정거장쯤 지났을까 이 분의 욕은 끝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욕이 잦아듭니다. 그러더니만.. 
 

 

 

 


 

두차례 우렁차게 이 노래를 부릅니다.
아... 저 웃겨 죽는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웃으면 안됩니다.
웃으면 바로 그 분의 타겟이 됩니다.
인상을 쓰고 억지로 웃음을 참습니다. 

두 정거장이 더 지났을까 갑자기 조용해집니다.
그래도 전 차마 누군지 확인을 못했습니다.
다음 정거장 제가 내릴 때가 되었습니다.
웃음을 억지로 참으며 인상을 쓴 상태에서
뒤쪽 출입문으로 향했습니다.

누굴까 궁금한 맘에 뒤쪽에 앉은 승객들
살펴봤습니다. 대부분 여성분들이 앉아 있습니다.
그분들 표정은 하나같이 '전 아니에요' 라고 써있습니다.

아마도 그분들이 본 제 표정은 '대체 누구야?' 일껍니다.

이렇게 퇴근길 버스에서 전 웃음을 참다 방귀까지
낄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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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09-04-01 2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어른들은 모르는 '4차원 세계'를 보여주는 게 목표였나 봅니다.ㅋㅋㅋ

Mephistopheles 2009-04-02 10:30   좋아요 0 | URL
그런데 저 노래를 가사 하나 안틀리고 부른다면..이미 어른이 아닐까요??

부리 2009-04-01 21: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전 그런 남자분을 몇번 봤는데, 여자분은....혹시 얼굴에 점있는 사람 아니었나요?

Mephistopheles 2009-04-02 10:30   좋아요 0 | URL
헉...혹시 그 얼굴에 점 있는 여자분이 자꾸만 청와대 아는 사람있다고 떠들지 않던가요???

뷰리풀말미잘 2009-04-01 23: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흣, 삶이 고달프신 분이었나보네요. 그것보다 전 이상한 나라의 폴 작화가 저렇게 엉망이었다곤 상상도 못했어요. 저 장갑낀 강아지 손가락은 예나 지금이나 이상해 보이네요. ㅋㅋㅋ

Mephistopheles 2009-04-02 10:46   좋아요 0 | URL
시대가 시대인만큼...그래도 저 만화풍으로 그때 꽤 많은 애니들이 있었죠. 이상한 나라의 폴이라던지 타임보칸 시리즈 얏타맨(이겨라 승리호) 등등 꽤 재미있는게 많았었죠..(얏타맨은 실사판으로 만들었다더군요)

야클 2009-04-01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시 DMB로 축구중계 보셨나... 이상한나라의 폴은 응원가. 아무튼 우리 아이들은 욕 없는 세상에서 자라야 될텐데. ^^

Mephistopheles 2009-04-02 10:33   좋아요 0 | URL
저기...시간적으로는 아직 축구를 할 시간이 아니었지게 신빙성이 없습니다..야클님..ㅋㅋ 욕 없는 세상..근데..요즘 버스에서 가끔씩 마주치는 여고딩 중딩들 입이 참...대단들하더군요.

비로그인 2009-04-01 23: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궁금함을 못참고 돌아봤을 것 같아요.

Mephistopheles 2009-04-02 10:34   좋아요 0 | URL
바로 그 순간 리플리님은 그 분의 타겟이 되어 그 정체가 모호한 대상을 향한 욕이 바로 리플리님께 해일처럼 밀려올지도 모릅니다..^^

비로그인 2009-04-02 20:43   좋아요 0 | URL
아하하하 궁금함을 해소했다면 그정도는 감당해낼 수 있습니다. ㅅㅅ

맥거핀 2009-04-02 04: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예전에 새벽 막차 지하철을 탔는데, 제 옆 분이 통화를 하시는데, 엄청난 규모로 다양한 표현들을 19금으로 구사하시더군요. 처음에는 다른 곳으로 옮길가 하다가 그 분을 관찰하기로 했습니다. 정말 신기했거든요. 여러 문학적 표현들과 19금과 삶의 희노애락의 그 적절한 조화란..상당히 재미있는 경험이셨을 듯 합니다.(뭐 잘 견디기만 한다면요.)

Mephistopheles 2009-04-02 10:35   좋아요 0 | URL
관찰은 좋은데 상대방이 자기가 관찰당한다라는 느낌이 들게 노골적으로 관찰하면 큰일납니다. 전 예전에 쳐다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길거리에서 싸운 적이 있으니까요..^^

L.SHIN 2009-04-02 06: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정말 참기 힘드셨을 것 같은 순간..ㅋㅋ
그런데, 마왕이 저렇게 무섭게 생겼었던가? ㅡ_ㅡa

Mephistopheles 2009-04-02 10:36   좋아요 0 | URL
무섭다기보단 집착의 대마왕입니다. 언제나 폴이 니나를 구해내는 마지막 순간에 나타나 무소불위의 권력을 힘을 이용해 니나를 낚아채곤 한다죠.

L.SHIN 2009-04-03 08:22   좋아요 0 | URL
원조 스토커군요..ㅋ

Mephistopheles 2009-04-03 10:28   좋아요 0 | URL
스토커 수준을 넘어서서 감금과 콜렉터 수준입니다..^^

프레이야 2009-04-02 08: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그걸 끝까지 안 돌아보고 참을 수 있었다니요 ㅎㅎ
전 얼마전 목욕탕 탈의실에서 어떤 아주머니의 육두문자를 바로 옆에서
생생하게 들었지요. 눈도 마주쳤어요. 쓰윽~

Mephistopheles 2009-04-02 10:37   좋아요 0 | URL
전 옛날 눈 마주쳤다가 정신줄 놓으신 분이 절 따라온 적도 있기에 왠만하면 눈을 안마주치고 신경도 안쓴답니다.^^ 물론 그 분들 나름의 사정도 있고 가족들의 고충도 있지만, 아주 극단적인 경우 남에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는 상황이 언제나 가능하기에 왠만하면 피해가는 편입니다..^^

카스피 2009-04-02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 아줌마 아니였을까요.대한민국 아줌마들은 세상에서 제일 용감하시니까요.

Mephistopheles 2009-04-02 10:37   좋아요 0 | URL
주로 내뱉으시는 육두문자의 연식이나 표현법 그밖에 문학적인 소양을 따질 때 절대 아가씨는 아니였습니다..ㅋㅋ

비연 2009-04-02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혹..근데 정말 얼굴 궁금합니다...ㅋㅋㅋㅋ

Mephistopheles 2009-04-02 10:38   좋아요 0 | URL
차마..못 돌아봤어요...사람도 그렇게 많지 않은 버스에서 돌아봤다가 바로 타겟되는 거죠..ㅋㅋ

주니어 2009-04-02 14: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용케 잘 참으셨습니다. 말씀 그대로 타겟이 되는거죠. 호기심은 참아도 귀찮은건 못참겠는...; (얏타맨은 AV로도 나왔더군요...;)

Mephistopheles 2009-04-03 10:19   좋아요 0 | URL
때론 지나친 호기심이 파국을 맞이하죠.대부분의 공포영화들이 지나친 호기심으로 인해 비명횡사하는 걸 보면 말입니다..^^ (그나저나 걔네들은 대체 AV소재로 안쓰는게 뭐가 있을까 싶군요.ㅋㅋ)

새초롬너구리 2009-04-02 19: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깜짝 놀랐습니다. 저 부른줄 알고 ㅡ.ㅡ 힘들어서 좀 눈에 힘풀고 모니터보고있었거든요. 저라면 쳐다봤겠어요..라고 말하려다보니 과거에 쳐다보다 싸움나실 뻔했군요. 근데, 누가 그랬는지 정~~말 궁금해요.

Mephistopheles 2009-04-03 10:20   좋아요 0 | URL
눈에 힘을 풀다니요. 안됩니다. 꽉 주고 보톡스의 효과를 두배 세배로 올리셔야 합니다.^^ 제가 사는 동네에도 정신이 나가신 분이 하나 있는데 이분 취미가 동네사람들 시비거는 거와 청와대 사칭입니다. 저번에 한번 또 시비 걸길래 경찰에 신고한다고 전화거는 시늉을 하니까 다음부턴 눈도 안마주치고 피하더군요..^^

무스탕 2009-04-02 17: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몇 년전 동네 횡단보도에서 전 이쪽에 있고 저쪽에서 건너오는 30정도 나보이는 여인네가 핸펀에다가 고래고래 소리질러가며 온갖 욕을 다 하며 건너오더군요.
뭐 남의 이목 신경 안쓰고 할 말 다 하느라 누가 쳐다보든 말든 이었었어요.
하여간 요상한 사람들 많다니까요..

Mephistopheles 2009-04-03 10:21   좋아요 0 | URL
버스를 타면 간혹 그런 분들을 마주치곤 합니다. 쉽게 말해 정신이상이신 분이나 자폐적인 증상을 보이는 남자. 물론 그분들 개개인의 사정이 있겠지만 조금은 위태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고요..^^

물만두 2009-04-02 19: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그 분 욕이 노래였다는 줄 알았어요.
그나저나 매번 그러면 큰 코 닥칠 날이 있을 것 같네요.

Mephistopheles 2009-04-03 10:23   좋아요 0 | URL
글쎄요. 목소리를 들어보니까 제정신은 아닌 분 같습니다. 욕도 무한반복으로 오토리버스되고 그리고 노래도 아주 웃기게 부르시더군요. 큰 코 닥치는 건 그분이 아니라 그분들 가족이 아닐까 싶어요..

2009-04-02 19:54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3 10: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2 21:11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09-04-03 10:26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돌이 2009-04-03 0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설마 이거 만우절이벤트성 페이퍼 아닌가요? 저 이상한 나라의폴을 불렀다구요? 아 정말 상상이 안가요.^^

Mephistopheles 2009-04-03 10:27   좋아요 0 | URL
아 저도 만우절날 아주 만우절스럽게 버스에서 그 분을 마주쳤습니다. 이상한 나라의 폴 추억의 명작만화죠..ㅋㅋ

쟈니 2009-04-03 11: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노래 부분에서는 웃음이 터지네요. 아주 가끔 전철에서도 불특정 다수인을 향해 욕이나 충고를 하는 분을 봅니다. 무엇때문에 그렇게 되었는지 안타까울 때가 있죠. 어쩌다 눈이 한번 마주쳤는데, 저보고도 바르게 살아라고 한 3분을 이야기하셔서 민망했습니다.

Mephistopheles 2009-04-03 17:02   좋아요 0 | URL
안녕하세요 쟈니님. 지하철 뿐만 아니라 버스안 길거리에서도 종종 마주칩니다. 특정역에는 아예 무리로 상주하는 분들도 존재하죠. 그냥 다른 방법은 없는 것 같습니다. 눈도 마주치지 말고 모르는 척 없는 척...이게 무시의 개념이 아니라 그냥 서로 조용히 지나가는 윈윈 방법이라고 보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