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출근도 안했을 뿐더러 술까지 마셔주는 음주주말이였다
어제 공연준비로 출근을 했던 마님을 모시러 갔고 때마침 같이 끝난 마님의 후배가
동승을 하게 되었다. 마님의 후배는 얼마 전 결혼을 하여 신혼살림을 우리집에서 한
40번 자빠지면 코가 닿는 거리에 위치하다 보니 가는 길에 동승하는 건 어찌보면 당연
한 것이였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슬쩍슬쩍 마님의 직장후배나 동료들이 마당쇠와 술
한잔 하자는 제의를 제법 많이 받아 왔었고 그 중에 어제 같이 차에 탄 후배 역시
자기 서방님이랑 함께 밥 한끼 먹자고 먹자고 여러차례 이야기가 오고 갔었다.
이놈의 인기하곤...참 나...
(마님 앞에서 앞머리 쓸어 올리며 이 대사 했다가 바로 옆구리에 미들킥 콤비네이션이
작렬하더라.)
집으로 귀환하는 중 두 여자는 조잘조잘 수다를 떨었더랬다. 아마도 15일날부터 시작
하는 유럽 3개국 해외공연때문에 이것저것 준비하는 것에 대해 여러가지 말이 오고
가고 있었다.(15일부터 10월 1일까지 메피스토는 쏠로생활..주니어는 미쿡에 마님은
터키,이스라엘,세르비아에.) 그러던 와중에 신혼생활 중인 후배는 예의 또 밥 먹자는
말이 나왔고 마님은 쇠뿔도 단김에 빼자고 바로 오늘 날을 잡아 버렸다.
장소를 어디로 잡을까 생각하면서 떠오른 곳은 길 건너편에 연탄불로 돼지고기 구워
준다는 "돼지사냥"을 생각했으나 마침 그곳이 1달에 한 번 쉬는 정기휴일이 바로
둘째주 일요일이였다는 사실을 알고 어디로 갈까 여기저기 알아보는 수고를 인터넷을
통해 하게 되었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우리 동네에 이리도 맛있는 집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되는 순간이
였다. 워낙 서민들이 많이 사는 동네이다 보니 맛도 맛이지만 가격까지 착한 가게들이
많다는 사실..나야 기껏해야 이 동네에서 술은 안먹고 어쩌다가 먹는 밥집들은 알고
있었지만 이리 술과 함께 즐길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음식점들이 많다는 새로운 진실을
알게 되었다.
1KG에 39000원으로 양 뽀지게 먹을 수 있는 소고기구이집.(갈비,안창,차돌박이등등.)
양념돼지갈비가 1인분에 3500원 한다는 집.
우리동네가 본점인 제법 이름 꽤나 있는 해물찜집.
테이블 달랑 5개 밖에 없는 곱창집.
끝내주는 계란말이 깁밥집까지...
기껏해야 알고 있는 완산정의 콩나물국밥(단언하건데 이곳 국밥은 서울시내에서 쵝오!)
가까히 있는 삼미옥의 설렁탕과 워낙에 유명한 신림동 순대에다가 계속 첨부하게 해주었다.
저녁과 함께 소주를 마신 집사람 후배의 남편도 역시 이곳 물가가 너무 착해서 맘에
든다는 이야기는 십분 공감할 수 있었다. 아울러 그 분 소개로 갔던 삼겹살집도 괜찮은
퀄리티를 자랑하더라는. 비스듬한 불판에 신김치와 콩나물을 듬뿍 올려주는 센스하고는.
등잔 밑을 소홀히 관리한 미안함 맘에 이곳저곳 두루두루 달려 볼 생각이다. 고기집과
김밥집 그리고 간만에 완산정의 콩나물 국밥 국물 후루룩 거리며 모주까지 마셔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