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7일

제헌절날..
출근은 했고 간간히 주차장에 나와 담배를 물던 나는 이상한 소리를 듣게 되었다.
누군가가 싸우는 소리였고 좀 언성이 높은 소리가 아닌 거의 악을 쓰는 수준의
싸움이였다. 목소리로 보아 추정연령은 한사람은 나이가 들은 여자였고 또 다른
여자는 꽤나 어린 목소리였다. 10대후반에서 20대 초반..많이 쳐봐야 20대 중반.??

어찌나 크게 싸우는지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이 모두들 휘휘 고개를 돌려가며
소리의 진원지를 확인하며 지나가고 있었다. 아마도 주변의 높은 건물에 입주한
가정집에서 싸우기에 소리만 들리고 모습은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리라.

나 역시 그 소리가 신경에 쓰였고 꽤나 오랜 시간 울려나왔기에 진원지를 찾기
위해 사방을 휘휘 둘러봤었는데.. 사무실 건물 3집 건너 5층에서 나는 소리라는
짐작을 하게 되었다. 담배를 다 피고 사무실로 들어가는 그 순간까지도 온갖 육두
문자가 난무하면서 그 싸움은 끝이 날 줄 몰랐다.

7월18일

사무실에서 챙겨먹은 저녁밥이 소화가 유난히 안되는지라 소화도 시킬 겸 담배도
필 겸 주차장으로 나갔다. 때마침 청소도구를 정리하는 청소아주머니를 만나 인사를
나눴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약간은 놀란듯한 표정의 아주머니는 인기척없이 주차장으로 향하던
나를 보고 흠짓 놀라기까지 한다. 청소도구를 정리한 아주머니는 난데없이 나에게
말을 걸기 시작하신다.

"사람이 죽었데요.."

아닌 밤중에 홍두깨...네? 라고 반문을 하는 나를 향해 두런두런 이야기를 해주는
아주머니...

"아까 7시 반쯤에 동네 난리났잖아요.. 사람이 죽었는데 그게 자연사가 아니였나 봐요
목격한 사람 전화걸고 경찰오고 백차오고..꽤 소란스러웠는데...그나저나 그 사람
죽어나간 건물도 제가 청소하거든요..그런데 오늘은 가기가 좀 무섭네요..워낙에 건물
출입구가 불도 안들어오고 어둡거든요..거기다가 사람까지 죽어나갔으니..."

호기심이 발동하여 어느 건물이냐고 물어봤더니...

1층에 페인트가게 있는 집이라고 친절하게 알려주시고 집으로 돌아가시는 아주머니...

그런데...

1층에 페인트가게가 있는 건물이라면....
사무실 건물 옆에 옆에 옆에 있는 건물....
그러니까 어제..
그렇게 악을 질러가면서 여자 둘이 싸우던 소리가 났던 건물...

그리고 청소 아주머니의 마지막 한마디...

"젊은 여자가..죽었다고 그러던데.....???"

12시 넘어 후덥지근한 날씨에 퇴근을 하는데 유독 그 집앞만 서늘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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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돌이 2007-07-19 0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끔찍한 일이... 결국 싸우다가 둘 중에 하나가 죽었다는 말이군요. 예전에 저희 집앞에서도 젊은 남자 둘이가 밤에 싸우다가 한명이 다른 한명을 죽인 사건이 있었어요. 바로 우리집 앞이었다죠. 그 밤에 전 그것도 모르고 잠만잤는데... 한동안 집앞에 경찰들이 치는 그 줄 쳐놓고 있는걸 봤는데 섬뜩했었습니다.

Mephistopheles 2007-07-19 02:19   좋아요 0 | URL
그건그건 아무도 모르지 않을까 싶어요..
어제 싸우던 당사자들 중 한명일수도..아니면 전혀 상관없는 사람일수도 있고..
문제는 제가 직접 보지 않고 목격담을 들은지라...그리고 그 싸움의 진원지도
추측만 하고 직접 본 것이 아닌지라...^^

조선인 2007-07-19 08: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신고는 하셨어요? 그래야 하지 않나?

Mephistopheles 2007-07-21 19:59   좋아요 0 | URL
이미 백차, 경찰차 다 출동했다고 하더군요..

다락방 2007-07-19 08: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이런일이 그러니까 실제란 말씀이신가요?
무서워요 ㅜㅜ

Mephistopheles 2007-07-21 19:59   좋아요 0 | URL
바로 반경 20미터 안에서 일어난 사건이랍니다....흐흐흐흐

프레이야 2007-07-19 08: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시시... 전에 살던 동네의 이웃 아파트에서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어요.
부부싸움 끝에 각자 방에 들어와 잤는데 여자는 투신자살하였던.. ㅜㅜ

Mephistopheles 2007-07-21 20:00   좋아요 0 | URL
아...투신자살...왜 고소영이라는 명배우가 주연한 "아파트"라는 영화가 생각나는 건지..^^

무스탕 2007-07-19 09: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전 몇 년전에 저희 아파트 앞 동에서 누군가가 뛰어내려 바닥에 누워있는, 이미 죽어있는 걸 내려다 본 적이 있어요.. -_-
아.. 싫던데.. 싫던데.. 메피님도 싫으셨겠어요...

Mephistopheles 2007-07-21 20:01   좋아요 0 | URL
직접 본 건 아니고 이야기만 들었는데도 기분 더럽더군요...
직접 본 무스탕님은....오죽하셨겠습니까..으헉.

홍수맘 2007-07-19 09: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가끔은 실제상황이 더 무섭다는... -_-;;;

Mephistopheles 2007-07-21 20:01   좋아요 0 | URL
어두운 밤거리에 귀신보다 더 무서운 존재는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사람이 제일 무서워요..사람의 천적은 역시 사람..^^

비로그인 2007-07-19 09: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미...저의 아파트도 윗층에서 사람이 계속 죽어나간다는 몇호가 있대요.
사연 모르는 사람들만 이사들어온다는...-.-...

보석 2007-07-19 09: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섬뜩하셨겠어요. 그 집이 아닐 수도, 그때 싸우던 그 여자분이 아닐 수도 있지만 그래도 기분이 묘하셨을듯.

Mephistopheles 2007-07-21 20:02   좋아요 0 | URL
그러니까요...그 시끄럽게 싸우던 소리가 바로 다음날의 사건과 그냥 연동되버리더군요.

울보 2007-07-19 09: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류가 어릴적에 3층에서 갑자기 무언가가 풀썩 하는 모습을 보았는데,,
80이 다되신 할아버지가 아들과 말다툼을 하다가 화김에 현관문을 열고 바로 뛰셨데요
할아버지는 바로 돌아가셨어요,
참 그몇달은 기분이 그랬는데,,

Mephistopheles 2007-07-21 20:02   좋아요 0 | URL
그게그게 아마 정신적 외상 중에 하나일꺼에요..일종의 트라우마...
지나가다 차에 치여 죽은 개나 고양이를 봐도 한참 가는데 사람이라면..
으 끔찍하군요.

비로그인 2007-07-19 10: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흠, 그 두사람 중에 하나??? 여하간, 저 아는 사람도 자기 옆집에서 살인났는데 정말 섬뜩하다고 결국 이사가드라구요. 그리구요, 누가 전번에 전번에 (수다떠는 자세 도입) 이사가려고 집을 보는데 갔는데, 그 집만 이상하게 더 싸대요. 근데 이상한게 안방 벽에 피가 묻어있어, 그게 뭐냐고 했더니 그 집애들이 놀다가 다쳐서 그렇다고 하는데 흠 수박 작은거 만한 핏자국을 왜 안지울까요? 애들이 싸워서 다쳤으면 지우잖아요. 여하간 그집엔 뭔가 냉기가...냉기가....^^ 그래도 좋은 아침되세요~

Mephistopheles 2007-07-21 20:04   좋아요 0 | URL
그 핏자국은 아마 결코 지워지지 않을지도 몰라요...도배를 해도 페인트를 다시 칠해도..혹시 일종의 지박령이...??? 이 이야기를 하시는 님의 뒤에도 주온의 그 몰골을 한 기괴로운 것이 있을지도..허걱..

asdgghhhcff 2007-07-19 10:2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허걱... 글로만 접했는데도 오싹함이 전해져 옵니다. ~ 으스스 ~

Mephistopheles 2007-07-21 20:04   좋아요 0 | URL
이야기로만 들었는데도 찝찝하던데...직접 목격한 당사자들은 꽤나 그 후유증이 오래갈꺼라 예상되네요..^^

향기로운 2007-07-19 10: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소름이 돋았어요..ㅠㅠ;;; 정말 남량특집이네요.. 사람 목숨이 어쩌면 이리도 가벼운지.. 그나저나 청소하시는 아주머니 고생하시겠네요. 메피스토님도 늦은 밤길 조심하세요^^;;

Mephistopheles 2007-07-21 20:05   좋아요 0 | URL
질기기는 소 힘줄보다 질긴게 사람 목숨이라고 생각하는데..
가끔 이런 사건 접하면 정말 한순간이다..라는 생각도 든답니다..^^

이매지 2007-07-19 1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역시 여느 공포소설보다 현실이 더 무서워요.

Mephistopheles 2007-07-21 20:06   좋아요 0 | URL
현실이 냉혹하고 무서운 법이죠..소설이나 영화는 예상을 한다지만 현실은 예상절대 불가이기에 더더욱 잔혹한 법일지도 모른다죠..^^

twinpix 2007-07-19 12: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소름 돋네요. 현실이라 더 무섭게 다가오는 얘기인듯.

Mephistopheles 2007-07-21 20:07   좋아요 0 | URL
주변 전혀 모르는 남의 비극이 타인들에겐 공포와 전율을 선사해주는 전형적인 예가 아닐까 싶습니다..^^

춤추는인생. 2007-07-20 13: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어릴적에. 뛰어내린 여자의 시체를 봐버린적이 있어요. 것두 목이 없는 여자.
2층난간에서 잘린 목을 경찰이 가지고 내려올때. 아.. 그끔찍함.
조심스럽게 내려오던 경찰이 시퍼렇게 떠진 여자의 눈을 조심스럽게 감겼다죠.
제인생에서 가장 씻을수 없는 공포의 하나로 기억되는 사건입니다... 오싹....

Mephistopheles 2007-07-21 20:08   좋아요 0 | URL
거참..춤인생님은 여간해선 보기 힘든 사건의 현장에 있으셨군요..
사람 몸이 근육과 뼈로 이루어졌다 한들 세상의 사물들과 비교해볼때
결코 단단하지 않지요...쉽게 찢어지고 부러지고 떨어져나가고.....
더군다나 어린아니였다니 그 정신적 외상...오래가셨겠습니다..흐.

세실 2007-07-20 16: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무서워. 전 지금도 겁이 굉장히 많아요. 아침에 지석진 굿모닝FM 납량특집 듣다가 무서워서 껐는데....아 덥다..
지금 메피님 뒤에는....깍!!!!!!!

Mephistopheles 2007-07-21 20:09   좋아요 0 | URL
세실님...댓글을 달으신 서재의 주인이 아직도 메피스토로 보이십니까...
아직도 메피스토로 보이시냐고요...흐흐흐흐흐..
쩝 제대로 보셨습니다.=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