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과학

제 2600 호/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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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해서 문제인 당, 줄이는 게 답!


‘당(탄수화물)’의 수난시대다. 몇 년 전부터 백색의 공포라는 프레임으로 설탕이 비난을 받더니 최근에는 탄수화물 중독을 주제로 ‘당’의 유해성이 주목을 받고 있다. 

■ 당, 과해서 문제다 

사실 당은 단백질, 지방, 비타민, 무기질과 함께 우리 몸에 꼭 필요한 영양소다. 뇌의 유일한 열량원이자 우리가 활동하는데 필요한 에너지를 만든다. 부족하면 뇌기능은 물론 기분과 체온, 운동 능력 등 신체 전반의 기능이 떨어진다. 

문제는 과할 때다. 당은 크게 단순당과 복합당으로 나뉜다. 단순당은 대개 혀에 닿았을 때 단맛이 느껴진다. 단당류인 포도당과 과당, 갈락토오스와 이당류인 설탕(포도당+과당), 맥아당(포도당+포도당), 젖당(갈락토오스+포도당) 등이 단순당이다. 화학적 구조가 비교적 단순해 체내에서 빠르게 분해돼 혈액으로 흡수되면서 혈당을 급격하게 올린다. 

복합당은 단당류가 여러 개 결합한 탄수화물로 식이섬유소와 올리고당, 녹말이 대표적이다. 단순당과 달리 단맛이 나지 않고 소화와 흡수가 느려 혈당 상승 곡선이 완만하다. 

단순당과 복합당 모두 당이기 때문에 과할 경우 비만의 원인이 된다. 우리 몸은 쓰고 남은 당을 피부 아래 지방으로 저장한다. 따라서 필요 이상으로 당이 들어오면 그만큼 많은 지방이 쌓인다. 

특히 단순당은 더 위험하다. 단순당을 섭취하면 혈당 수치가 빠르게 올라가면서 인슐린의 분비도 많아진다. 인슐린은 간, 근육, 지방 등의 세포막에서 포도당 운반체의 수를 증가시켜 당이나 단백질 등의 합성과 저장에 관여한다. 당 수치가 높아지면 인슐린 입장에서는 일거리가 많아진 셈으로 빠른 처리를 위해 많은 양이 분비되는 것. 문제는 그 다음이다. 인슐린이 과잉 분비된 탓에 혈당이 급격하게 떨어지고 우리 몸은 빨리 혈당량을 회복하기 위해 다시 ‘당’을 찾는 악순환을 유발한다. 

또 단순당을 섭취하면 순간적으로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세로토닌의 양이 늘어났다가 급격히 줄어들면서 섭취 전보다 낮은 상태로 떨어진다. 행복감이 갑자기 밀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지면서 우울해지는 것이다. 세로토닌 양이 떨어지면 반대로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량은 늘어나면서 우울에 스트레스까지 더해지는 상태가 된다. 우리 몸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또 단순당을 찾고 이는 중독으로 이어진다. 

실제 지난 2013년 미국 보스턴 대학 연구진은 12명의 과체중, 비만 환자를 대상으로 같은 맛과 열량을 가지고 있으나 당 함량에 차이가 있는 밀크셰이크를 마시게 한 뒤 뇌 활동을 확인했다. 그 결과 단순당 함량이 높은 밀크셰이크를 마신 집단에게서 뇌의 중격의지핵(nucleus accumbens)이 활성화 된 것으로 나타났다. 중격의지핵은 쾌감중추이자 보상회로로 1953년 캐나다 몬트리얼의 올즈와 밀런 박사의 실험으로 유명하다. 박사팀은 스키너의 방을 개조해 쥐들이 지렛대를 누르면 이식된 전극을 통해 뇌의 중격(septum)을 자극할 수 있게 했다. 자극을 맛본 쥐들은 시간당 무려 7천 번의 지렛대를 눌러 중격을 자극했다는 결과가 발표되면서 화제가 됐다. 

반복적인 단순당의 과잉섭취는 당뇨병과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비롯해 협심증과 뇌졸중 같은 심뇌혈관 질환, 대사 증후군 등의 위험을 높이기도 한다. 서울대병원은 단순당이 많이 함유된 정제된 탄수화물 식품을 간식으로 먹는 여성이 유제품을 먹는 여성에 비해 대사증후군 발병 위험이 30% 높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기도 했다. 또 하버드대 공중위생센터의 연구팀은 전 세계 18만 3000명의 사망 원인을 분석, 탄산음료를 비롯해 단당류인 설탕이 첨가된 주스와 스포츠‧에너지 음료 등이 사망과 관련이 깊다는 보고서를 낸 바 있다. 

■ 단순당 섭취를 줄이는 것이 답이다 

방법은 당, 그 중에서도 단순당의 섭취를 줄이는 것뿐이다. 먼저 간식 메뉴를 바꾸거나 줄여야 한다. 흔히 간식으로 많이 먹는 도넛이나 떡, 사탕, 초콜릿 등은 단순당 덩어리다. 당지수(GI)는 당의 함유량과 음식을 섭취한 지 30분 후 당수치 상승률을 기준으로 수치화한 지수다. 55~69를 ‘보통’으로 보는데 도넛은 86, 초콜릿은 91, 사탕은 109, 흰설탕은 그 중에서도 가장 높은 109로 조리과정에서 설탕을 많이 쓴 음식도 당지수가 높다고 볼 수 있다. 믹스커피, 아이스크림, 콜라 등 청량음료에도 단순당의 함유량이 높다. 

놀라운 사실은 쌀밥은 92, 식빵은 91, 떡은 85, 감자와 옥수수도 90으로 예상외의 ‘복병’ 식품도 많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백미로만 지은 흰쌀밥은 마치 흰설탕을 그냥 먹는 것과 같다고 표현할 정도로 영양 가치는 적고 소화흡수가 빠른 당이 많아 공복감을 빨리 느끼게 하고 과식을 부르는 대표음식이다. 

과일 중에서도 수박(60), 파인애플(65) 등은 당지수가 높은 편으로 사과(36), 복숭아(41)에 비해 빠르게 혈당량을 올린다. 

식습관 개선도 필요하다. 탄수화물은 4kcal의 열량을 갖고 있으며 1일 권장량은 전체 식사양의 55~65% 정도다. 밥으로 환산했을 때 여성을 기준(1800kcal)으로 하루 2~2.5공기(한 공기 250~280g 기준), 남자의 경우(2400kcal) 3공기 정도의 양이 적당하다. 

따라서 식사를 할 때는 흰 쌀밥이나 식빵 등 흰 빵, 찹쌀보다는 잡곡밥이나 통밀빵 등을 섭취하는 하는 것이 좋다. 반찬은 식이섬유소가 많은 우엉이나 고사리, 말린 표고버섯 등 채소류와 미역이나 파래, 김 등 해조류가 좋다. 또 흡수가 쉬운 주스 형태보다 생채소, 생과일 형태로 섭취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조리할 때는 설탕보다 단맛이 나는 양파 등 식재료를 이용하는 것이 좋고 레몬즙이나 식초를 이용하면 당지수 상승을 20% 정도 낮출 수 있다. 

우리는 많은 경우, 이분법으로 사고한다. 특히 식품에 대해서는 이롭거나 그렇지 않으면 해롭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또 많은 경우, 활용하기 나름일 때가 많다. 당도 그렇다. 집중해야 할 때 당은 분명 뇌 활동에 도움이 된다. 등산이나 운동을 할 때 챙겨가는 초콜릿과 바나나 역시 피로를 회복하는 데 긍정적이다. 필요한 만큼 잘 섭취하고 또 잘 가져다 쓰자. 당은 해롭다는 누명을 쓰기엔 우리 몸에 너무나 이로운 점이 많다. 

0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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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602 호/2016-0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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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는 식품을 차갑게 하고 부패하지 않게 저온에서 보관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모든 식품이 냉장고에 들어간다고 해서 부패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냉장보관 때문에 상하는 식품이 있다. 

토마토는 냉장고에 넣으면 화학구조가 변형된다. 그래서 토마토가 숙성되는 것을 막고, 풍미도 없어진다. 또 5℃이하에서는 토마토가 저온장애가 나타나면서 표면이 문드러지기 쉽다. 감자도 마찬가지다. 감자를 냉장고에 보관 할 경우 감자의 녹말 성분이 당으로 변하면서 감자 본연의 맛과 색을 잃게 된다. 감자는 건조하고 서늘한 곳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양파의 보관법은 껍질을 벗겼을 경우와 껍질을 벗기지 않았을 경우로 나뉜다. 껍질을 벗겼을 경우에는 밀폐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하지만 껍질을 벗기지 않았을 때는 통풍이 잘 되고 서늘한 상온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빵을 사면 한 번에 먹지 못하고 남긴 빵을 냉장보관하기 쉬운데, 빵도 상온에 보관하는 것이 좋다. 빵 속 탄수화물이 낮은 온도에서 굳으면서 표면이 딱딱하게 변하는 것이다. 빵은 상온에 보관하면서 되도록 빨리 먹는 것이 좋다. 

바나나와 같은 열대과일은 차가운 온도를 견뎌내는 능력이 없다고 한다. 따라서 바나나를 냉장고에 보관하면 바나나의 세포벽이 파괴되면서 소화 효소 능력이 떨어지고 색도 검게 변한다. 게다가 덜 익은 바나나를 냉장고에 두면 익지 않고 색깔만 검게 변하게 된다. 바나나는 상온에 보관하는 것이 맛도 영양도 더욱 좋다. 

마늘도 마찬가지다. 마늘은 냉장고에 두면 오히려 곰팡이가 필 수 있다. 마늘은 약간 어두운 상태에서 상온에서 건조하고 서늘하게 보관하는 것이 좋다.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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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 2016-03-07 06:5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껍질 벗긴 양파는 냉장고 안에 있고 그렇지 않은 양파는 베란다에 있어요. 이 글을 읽다보니, 우리 엄마는 이런 걸 어떻게 알고 하고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드네요. 마침 간식으로 방울토마토를 가져가는데 회사 도착하면 냉장고에 넣어둬야지, 했다가 이 글 읽고 그냉 책상에 두자 싶어요. 적절한 타이밍에 읽었어요.
:)

마노아 2016-03-07 06:57   좋아요 1 | URL
그러고 보니 우리집도 껍질 벗긴 양파는 냉장고 안에, 그렇지 않은 애는 베란다에 있네요. 엄마들의 지혜가 놀라워요.^^
나이스 타이밍! 오랜만에 과학향기 올린 보람이 있어요.^^

단발머리 2016-03-07 08:2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는 다락방님 어머님이나 마노아님 어머님같은 `어머니`가 아닌데, 깐 양파는 냉장고에, 그냥 양파는 베란다에 두고 있어요.
저는 이걸 어떻게 알았나요? ㅎㅎㅎ

다락방 2016-03-07 10:13   좋아요 1 | URL
음.. 아마도 단발머리님의 어머님이 그렇게 하신 걸 보고 익힌 게... 아닐까요? (라며 여전히 어머님의 지혜를 강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마노아 2016-03-07 14:18   좋아요 1 | URL
어머니의 지혜는 유전되는 걸로 합의봐요. ㅎㅎㅎㅎ

책읽는나무 2016-03-07 08:4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저도 어머니가 되면서 그냥 냉장고 자리가 모자라 자연스럽게 상온보관 하게 되었는데 그런 행동들이 과학적인 행동이었단 것에 감탄중이었는데 모든 이들의 댓글에 감탄과 웃음이 나오네요^^
헌데 전 토마토는 필히 냉장고에 넣어 두고 유통기한 다 되어가는 빵도 무조건 냉장고에 넣었거든요ㅋㅋ
확실히 냉장고에 들어간 빵들은~~ㅜㅜ
그리고 곰팡이가 핀 깐마늘이 그래서??고개 끄덕였어요^^

다락방 2016-03-07 10:14   좋아요 2 | URL
냉장고에 들어갔다 나온 빵은 진짜 진짜 맛없더라고요. 이건 경험에 의해서 저도 빵은 냉장고에 넣지 않아요. 경험에 의한 습득.. 이랄까요. 아하하핫

마노아 2016-03-07 14:18   좋아요 2 | URL
빵은 도저히 못먹겠으면 냉동보관! 냉장은 결국 버리게 되는데, 냉동은 해동하면 먹을 만하더라구요.
하지만 저는 빵순이라 그렇게 되기 전에 다 먹습니다! ㅎㅎㅎㅎ

다락방 2016-03-07 10:1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여기 내 서재인가...)

단발머리 2016-03-07 10:27   좋아요 1 | URL
(제 서재도 관리 좀 해주세요~~*^^*)

책읽는나무 2016-03-07 13:41   좋아요 0 | URL
(주인님이 바쁘시다면~~대행관리도 좋네요^^)

마노아 2016-03-07 14:19   좋아요 1 | URL
ㅋㅋㅋㅋ 완전 귀여웠어요. ㅋㅋㅋㅋㅋ
 

FUSION 과학

제 2579 호/2016-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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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이 불행할 때 뇌에서 느끼는 불편한 기쁨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A와 B는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절친’이었다. 하지만 고등학교에 들어온 뒤부터 두 사람 사이에 거리가 생기기 시작했다. A는 가정 형편과 성적, 성격, 외모 등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소위 ‘엄친아’였던 반면, B는 모든 면에서 평범한 학생이었다. 둘 사이가 소원해진 것은 B가 A에게 부러움과 열등감을 느끼기 시작하면서부터다. 그러던 어느 날, 수능시험을 앞둔 A가 교통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했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은 B는 ‘기분이 나쁘지만은 않은’ 묘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데…. 

■ 그의 불행에 기쁨을 느끼는 나의 ‘뇌’ 

독일어에는 이런 감정을 표현하는 ‘샤덴프로이데(Schadenfreude)’라는 단어가 있다. 손해를 뜻하는 ‘샤덴(Schaden)’과 기쁨이라는 뜻을 담은 ‘프로이데(freude)’를 합성한 이 단어는 타인의 불행에서 느끼는 기쁨을 표현한다. 

대체 이런 감정은 왜 생기는 걸까. 일본 교토대 의학대학원 다카하시 히데히코 교수팀은 샤덴프로이데가 생기는 동안 뇌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실험을 통해 직접 확인하고 그 결과를 2009년 2월 ‘사이언스’에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다카하시 교수팀은 평균연령 22세의 신체 건강한 남녀 19명에게 가상의 시나리오를 주고 읽으면서 자신을 주인공으로 생각하도록 했다. 주인공은 능력이나 경제력, 사회적 지위 등 모든 면에서 평범한 사람이며 그를 제외한 등장인물은 세 명으로 모두 대학 동창생이다. 
시나리오에는 등장인물들의 대학생활과, 사회에 진출한 뒤 동창회에서 다시 만난 이야기가 묘사돼 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가 이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동안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기능성자기공명영상(fMRI) 장치로 촬영해 분석했다. 그 결과, 놀랍게도 강한 질투를 느끼는 사람에게 불행이 닥쳤을 때 우리 뇌는 기쁨을 느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 질투할수록 뇌는 아프고 또 기쁘다 

연구팀이 실험 참가자들에게 건넨 시나리오에는 실제로 있을 법한 우리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주인공을 제외한 등장인물 가운데 유일한 동성인 ‘최고야’ 씨(가명)는 주인공과 같은 고등학교를 나왔고 전공과 장래 희망도 비슷하다. 무엇보다 주인공보다 성적이 좋고 같은 동아리에서 최고의 실력자로 평가받는 ‘에이스’다. 이성 등장인물인 ‘나잘난’ 씨(가명) 역시 출중한 능력을 뽐내며 두각을 나타내고 있지만 주인공과는 전공도 다르고 속한 동아리나 장래 희망도 다르다. 또 다른 이성인 ‘평범해’ 씨(가명)는 주인공처럼 평범한 사람이며 전공이나 동아리, 진로 희망 모두 주인공과는 별로 관련이 없다. 

연구팀은 먼저 실험 참가자들이 설정된 상황을 받아들이는 동안 뇌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관찰했다. 그리고 이들에게 ‘등장인물들이 얼마나 부러운지’ 점수를 매기게 했다. 1점은 전혀 부럽지 않은 것이었고 6점은 가장 부럽다는 것이다. 
설문과 fMRI 영상을 분석한 결과, 질투를 강하게 느낄수록 불안한 감정이나 고통을 느낄 때 활성화되는 ‘배측전방대상피질(dorsal Anterior Cingulate Cortex, dACC)’이 반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참가자들이 최고야 씨와 나잘난 씨, 평범해 씨에게 느낀 질투 정도는 각각 4점, 2점, 1점 정도였는데, 배측전방대상피질에서 나타난 반응의 크기도 같은 순서였다. 자신과 관련 없는 분야에서 잘나가거나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보다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친구의 이야기를 들을 때 뇌가 강한 반응을 보이면서 질투를 느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때 뇌에 나타나는 반응은 ‘고통’이다. 

연구팀은 다음으로 최고야 씨와 평범해 씨가 시험 도중 부정행위를 한 것으로 적발됐다거나, 여자(남자)친구가 다른 사람과 바람을 피웠다는 이야기 등을 시나리오에 넣고 역시 설문조사와 fMRI 측정을 했다. 
설문조사 결과 최고야 씨가 겪은 불행에 참가자들은 평균 3.3점의 샤덴프로이데 점수를 준 반면 평범해 씨가 겪은 불행에는 1점의 점수를 줬다. fMRI 결과도 비슷했는데, 최고야 씨가 겪은 불행을 읽어 내려가는 참가자의 뇌에서는 기쁨과 만족감을 발생시키는 보상회로인 ‘복측선조체(ventral striatum)’ 활동이 더 많이 활발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하게 질투를 느끼는 사람이 불행을 겪을 때 우리 뇌는 기쁨을 느낀다는 것이다.

■ ‘가식’으로도 숨길 수 없는 ‘고소함’ 

미국 하버드대 심리학과 미나 시카라 교수는 지인이 안 좋은 일을 당했을 때, 평소 그에 대해 느꼈던 부러움이 클수록 기쁨에 해당하는 생리적인 반응이 나타난다는 연구 결과를 ‘뉴욕과학아카데미연보’ 2013년 9월 24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불쌍한 노인(연민)과 잘나가는 전문직(부러움), 마약중독자(혐오), 학생(뿌듯함) 등의 사진을 보여주고 그들이 겪는 상황을 묘사했을 때 실험 참가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물어봤다. 그와 동시에 근전도 측정기를 볼에 부착해 참가자가 미세하게라도 미소를 지을 때 나타나는 전기적인 반응을 측정했다. 생리적인 반응을 포착해 ‘가식’으로 속일 수 없는 ‘본심’을 확인하려는 것이다. 
실험 결과는 다카하시 교수팀의 결과와 일맥상통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자기가 부러움을 느끼는 대상이 ‘5달러를 주웠다’는 긍정적인 상황보다 ‘택시가 튄 물에 흠뻑 젖었다’는 부정적인 상황에 더 활짝 웃은 것으로 나타났다. 

■ ‘뇌’도 ‘나’도 행복해지는 길 

정말 샤덴프로이데가 본능이라면, 사람은 거기서 벗어날 수 없는 걸까. 다카하시 교수팀과 시카라 교수팀의 연구에는 우리가 이 불편한 기쁨에서 벗어나게 해 줄 단서가 제시돼 있다. 두 연구에서 공통적으로 주목할 부분은 ‘질투의 대상이 어느 영역에 속해 있는지’다. 나와 관련이 없거나 내가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분야에 속한 사람은, 아무리 잘나가도 질투를 느끼거나 그 사람의 불행에 기뻐하는 생체 반응이 나타나지 않았다. 또 돈이 관련됐을 때 질투가 커졌다. 경제적으로 성공한 친구나 잘나가는 전문직이라는 조건에 대부분 질투심을 느꼈기 때문이다. 이 두 가지를 슬기롭게 해결하면 질투를 해소할 수 있다는 뜻이다. 

다카하시 교수는 “전공이나 동아리를 바꾸는 것처럼 자신이 중요하게 여기는 분야를 바꿀 수도 있고, 열심히 노력해서 실력을 쌓는 것도 방법”이라며 “궁극적으로는 인생의 목표를 (경제적 성공이 아닌 다른 분야로) 재설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지은 이화여대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질투가 인간의 유일한 본성은 아니므로 좌절할 필요가 없다고 말한다. 김 교수는 “사람은 악하고 선한 본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며 “자기보다 다른 사람을 위해 돈을 쓸 때 더 큰 행복감을 느낀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결국 우리가 가지고 있는 선한 속성에 좀 더 초점을 맞추고, 악한 속성을 최대한 멀리하는 것이 ‘뇌’도 ‘나’도 행복해지는 길이 아닐까. 

글 : 최영준 동아사이언스 기자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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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74 호/2016-0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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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조의 효심과 정약용의 지혜가 만든 ‘수원 화성’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수원 화성은 정조(正祖, 1752~1800)가 그의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묘를 수원으로 옮기면서 1796년에 만들어진 성입니다. 당시 기술로는 구현되기 어려웠던 거중기나 녹로와 같은 신기재를 사용했습니다. 축성 당시 원형을 거의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수원 화성은 군사적 방어기능과 함께 상업적 기능도 함께 보유하고 있습니다. 또한 실용적인 구조로서 동양 성곽의 백미로 평가 받고 있습니다. 
2016년은 수원 화성이 축성된 지 220주년 되는 해입니다. 2016년 과학향기에서는 수원 화성에 담긴 의미와 과학기술, 또 우리나라 주요 성곽이나 한옥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고자 합니다.



역사를 소재로 한 사극은 한국영화 흥행 순위 상위권에 빠지지 않고 등장해왔다. 2010년에는 ‘전우치’가 3위를 기록했고 2011년에는 ‘최종병기 활’이 1위를 차지했다. 2012년에는 ‘광해, 왕이 된 남자’가 2위에 올랐고 2013년에는 ‘관상’이 3위를, 2014년에는 ‘명량’이 1위를 거머쥐었다. 지난 2015년에도 사극의 저력이 증명됐다. ‘사도’가 ‘킹스맨’과 ‘미션 임파서블’을 누르고 5위에 오른 것이다. 

영화 ‘사도’의 매력은 비극적 스토리에 있다. 1762년 아버지 영조에 의해 뒤주 속에 갇혀 8일 동안 밥도 물도 먹지 못하다 스물여덟의 젊은 나이에 결국 세상을 떠난 사도세자의 실제 사건을 그렸다. 사도세자가 남긴 아들은 스물다섯 살에 영조에게 왕위를 물려받아 조선의 22대 임금에 올랐다. 이산이라는 이름으로도 널리 알려진 정조 대왕이다. 고통 속에 죽어가던 아버지의 최후를 열한 살 때 목격한 정조는 당시의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평생을 아버지의 명예회복을 위해 노력했다. 그 과정에서 탄생한 것이 ‘수원 화성’이다. 

정조는 1776년 3월 즉위한지 열흘 만에 아버지의 묘소 호칭을 ‘수은묘’에서 ‘영우원’으로 바꿨다. 묘소는 서울시립대학교 뒷산인 배봉산 자락에 위치해 있었다. 즉위 13년째인 1789년에는 윤선도가 ‘천 년에 한 번 나올 명당’이라 극찬했던 경기도 화성시 송산리 인근의 화산 자락으로 이전하고 호칭을 ‘현륭원’으로 다시 고쳤다. 문제는 그 장소에 수원읍이 위치해 있었다는 점이다. 정조는 수원읍을 10km 가량 북쪽으로 옮겨 팔달산 자락에 새로 지으라고 지시했다. 신도시를 만들라는 어명이었다. 

정조는 신도시 수원을 왕권 강화의 상징으로 삼고 싶어 했다. 독특한 모습을 지닌 ‘임금의 도시’를 건설하는 것이다. 도시가 커지려면 상업이 발달해야 했다. 전국의 산물이 모이는 한양의 경제적 이점과 연계시키는 일이 중요했다. 정조는 부자들에게 자본금을 주고 수원에서 장사를 시작하도록 지원했다. 덕분에 수원은 금세 상업 중심지로 발돋움했다. 

그러나 도시가 제 기능을 하려면 외곽 전체에 낮은 성벽을 둘러서 ‘읍성’을 갖춰야 했다. 세계 대부분의 문화권은 방어와 보호의 목적으로 성을 쌓았다. 산지가 발달한 우리나라는 산성을 쌓아 전쟁에 대비해왔다. 경제가 점점 발달하면서 변란(變亂) 때마다 생활 터전을 버리고 매번 옮기는 일이 어려워졌고, 결국 도시 주위에 읍성을 쌓아서 보강하는 방식으로 바뀌었다. 새로 마련된 수원읍도 주변에 성을 둘러쌓아야 했다. 

사진. 수원 화성의 화서문(출처: wikipedia/bifyu)



정조는 서른한 살의 젊은 신진학자 다산 정약용에게 새로운 형태의 읍성을 구축하라고 지시했다. 다산은 1792년 기본 설계를 마치고 ‘성설’이라는 이름의 설명서를 지어 올렸다. 돌을 깎아 성을 쌓되 여느 읍성보다 더 크고 높이 짓도록 했다. 둘레는 3천600보, 즉 4.2km로 하고 높이는 2장 5척, 즉 7.75m로 했다. 기존의 국내 성곽뿐만 아니라 중국의 기술도 비교하고 검토해 형태와 기능 면에서 가장 낫다고 여겨지는 아이디어를 총동원했다. 

성벽 아래에는 참호를 파서 연못을 만들고 성벽의 모양은 아래부터 3분의 2 지점까지는 조금씩 안쪽으로 들인다. 거기서 윗부분은 다시 바깥쪽으로 내어 중간이 홀쭉해 보이도록 만드는 ‘규형’ 방식을 채택한다. 성문 앞에는 항아리 모양으로 감싸 안는 별도의 ‘옹성’을 덧붙여서 적들이 한 번에 들이치지 못하도록 방어력을 높인다. 성문 위에는 ‘누조’라는 물통을 준비해 두었다가 적군이 불을 지르면 오성지라는 다섯 개의 구멍을 통해 물을 흘려보낸다. 성벽 중간마다 밖으로 내어 지은 ‘치성’을 쌓고 대포와 활을 배치한다. 

정조는 이러한 제안을 거의 다 받아들였고 성벽 축조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다산은 빠르고 효율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기 위해 기구와 장비 10가지도 새로 고안해냈다. 대표적인 것이 도르래를 이용해 무거운 돌을 손쉽게 들어 올리는 대형 ‘거중기’와 그보다 작은 ‘녹로’다. 이외에도 언제나 수평을 유지하는 짐수레 ‘유형거’, 소 40마리가 끄는 ‘대거’, 10마리가 끄는 ‘평거’, 그와 유사한 ‘별평거’, 1마리가 끄는 ‘발거’, 사람 4명이 끄는 소형 수레 ‘동거’, 둥근 나무 막대를 깔고 그 위로 돌을 미끄러뜨리는 ‘구판’, 바닥이 활처럼 굽어 있는 수레 ‘설마’, 당시 중국을 통해 전래된 서양의 기술을 참조하되 독자적인 발상으로 만든 것들이다. 

장비까지 발명한 이유는 공사비의 효율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당시는 국가에서 건축물을 지을 때도 강제로 동원하는 방식이 아니라 노임을 주고 인부를 사는 체계가 굳어져 있었다. 무거운 석재를 나르려면 그만큼 인원이 늘어나야 해서 품삯이 많이 들었다. 적은 숫자로 큰일을 할 수 있다면 공사 기간과 비용을 한꺼번에 줄일 수 있었다. 

1794년 정월에 시작된 공사는 2년을 넘겨서 1796년 9월까지 진행됐다. 한여름에는 더위 때문에, 한겨울에는 추위 때문에 공사가 중단되기도 했지만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건물과 성벽이 세워졌다. 지형에 맞춰 설계를 바꾸느라 애초보다 둘레가 1천보 가량 늘어났으며 마침내 총 5.2km의 성벽이 완공됐다. 곳곳이 유려한 곡선으로 휘어져 시각적으로도 아름다웠고 내구성과 방어 측면에서도 유리했다. 

일정 간격을 두고 만들어진 성문에는 목조 건축물을 올려 예술성을 보탰다. 목재를 현란하게 짜 맞춘 공포를 주된 기둥 윗부분에 올리는 방식을 주심포 방식이라 하는데, 정문에 해당하는 남쪽의 팔달문은 기둥과 기둥 사이에도 공포를 배치하는 다포 방식으로 지어 화려함을 갖췄다. 동쪽의 창룡문과 서쪽의 화서문은 처마를 지탱하는 공포를 간결하게 바꾼 조선 고유의 익공 방식을 적용했다. 석축 성벽과 목조 건축물의 연결 부위는 벽돌을 쌓음으로써 아름다움과 기능을 모두 만족시켰다.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소가 위치한 화산(花山)과 연계성을 두기 위해 수원읍성의 이름을 비슷한 발음의 ‘화성(華城)’으로 정했다. 지금은 인접한 경기도 화성시와 구분하려 ‘수원 화성’이라고 부른다. 화성은 독특한 발상과 독자적인 기술 이외에 꼼꼼한 기록도 갖췄다. 정조는 공사 전체의 기록을 10권 8책으로 총망라해 ‘화성성역의궤’라는 서적으로 펴냈다. 

수원 화성은 정조의 굳은 의지, 다산의 혁신적인 제안, 조선의 발달된 과학기술, 전체 과정을 담은 엄밀한 기록물 등 당대의 총체적인 역량이 한데 모인 예술과 기술의 합작품이다. 덕분에 수원 화성은 1997년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됐고 지금도 수원시의 중심에서 늠름하고 수려한 모습으로 관광객을 맞이하고 있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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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양식 2016-01-28 0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함께생각해보아요~

마노아 2016-01-29 09:58   좋아요 0 | URL
네~ ^^
 

FUN 과학

제 2564 호/2016-0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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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과 아빠의 평화로운 오후. 소파에 앉아 TV 채널을 돌리고 있던 아빠를 향해 돌연 강아지 몽몽이가 사납게 짖어대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대머리가 시작된 아빠의 허전한 정수리에 코를 박고 격렬하게 냄새를 맡는다. 

“거 봐요. 몽몽이도 냄새난다잖아요. 음…, 문학적으로 비유하자면, 장마철에 물어 젖은 채로 한 열흘간 방치된 썩은 걸레에서 나는 냄새랄까요?” 

“무슨 소리! ‘노푸’ 그러니까 샴푸를 쓰지 않고 물로만 머리를 감는 ‘No Shampoo’를 하면 계면활성제, 파라벤과 같은 수십 종의 화학성분이 닿지 않아 두피가 건강해지고 냄새도 나지 않는다고 일본의 ‘우쓰기 류이치두’가 쓴 <물로만 머리 감기의 놀라운 기적>에 나와 있어. 머리카락이 덜 빠진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노푸 열풍’까지 불었다고.” 

“그런데 아빠는 왜 냄새가 날까요? 음, 뭔가 수상쩍긴 한데. 암튼, 누구나 노푸를 하면 머리가 덜 빠져요?” 

“물론, 누구에게나 좋은 건 아니야. 화학성분이 닿지 않으니까 두피에 좋긴 하겠지만, 두피가 지성인 사람은 안 하는 게 좋단다. 물로만 머리를 감으면 아무래도 모공을 깨끗하게 씻어내지 못하니까 피지가 모공을 막아 오히려 탈모가 심해질 수 있지. 또 두피가 불긋불긋하고 간질간질한 지루성 두피염을 앓는 사람 중에, 치료 방법으로 노푸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 역시 염증이 악화될 수 있어 좋지 않단다. 이뿐만 아니라, 노푸는 생각보다 꽤 어려운 일이기도 해. 매일 흐르는 물에 3분 이상 꼼꼼하게 머리카락을 닦아줘야 하고, 혹시라도 비듬이 보일까, 냄새가 나진 않을까 늘 신경 써야 하거든.” 

“샴푸 대신 베이킹소다로 머리를 감는 사람도 있다던데요?” 

베이킹소다를 쓰면 화학약품 걱정을 안 해도 되니까 조금 안심은 되겠지만, 워낙 강한 알칼리성이라서 오래 쓰면 세균감염을 막는 두피의 방어층까지 얇게 만들 수 있단다. 설거지할 때 주방 세제 대신 베이킹소다를 써도 기름때가 쏙쏙 잘 빠지는 거 본 적 있지? 그만큼 성분이 강하다는 뜻이니까 아주 가끔만 써야 해.” 

“휴, 탈모가 뭐라고 다들 이렇게 난리인지 모르겠어요.” 

“흑, 넌 모른다. 머리숱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순식간에 10년은 더 늙어 보이는 비애를, 살짝만 바람이 불어도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정수리 대평원의 부끄러움을, 여름이면 직각으로 내리꽂는 뜨거운 햇살을 맞아 새빨갛게 닳아 오르는 그 아픔을. 국내 탈모 환자가 무려 1,000만 명이야. 국민 5명 가운데 1명꼴이지. 어마어마하지 않냐? 물론 여자는 대머리가 아니라 숱이 적어지는 수준이기는 하지만, 탈모에 대한 스트레스는 남녀 모두 별반 차이가 없다는구나.” 

“아니 그럼, 노푸도 모두에게 좋은 건 아니고, 베이킹소다도 가끔만 써야하고. 대체 어떻게 하면 탈모를 막을 수 있는 거죠?” 

“우선은 자신이 정말 탈모인지 아닌지 자가진단부터 해보는 게 좋아. 여러 가지 방법이 있지만 제일 쉬운 것으로 하나만 얘기하자면, 머리카락 한 가닥을 쑥 뽑았을 때 꼬불꼬불한 모양으로 뽑힌다면 아직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뜻이고, 일자로 힘없이 뽑힌다면 탈모를 의심해야 한단다. 특히 뽑은 머리카락의 뿌리가 윗부분보다 얇다면 탈모 가능성이 크니까 병원을 찾아가 보는 게 좋겠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거 말고는 탈모를 막을 방법이 없어요?” 

“물론 방법이 있어. 일단 술 담배 끊고, 다이어트를 하고 있다면 다이어트도 멈춰야 해. 다이어트를 한다고 무작정 굶거나 한 가지 음식만 먹으면 영양 불균형 때문에 살과 함께 머리카락도 숭숭 빠져나거든. 또 검은콩, 두부, 우유 등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이나 해산물을 많이 먹고, 물도 많이 마셔야 하고….” 

“뭐야, 특별한 게 없잖아요. 그냥 몸에 좋은 거 하면 되는 거예요?” 

“그럼! 머리카락과 두피도 인체의 일부분이야. 건강하게 먹고 행동하면 당연히 탈모예방에도 도움이 된단다. 다만 몇 가지만 더 팁을 주자면, 우선 손가락을 세워서 두피를 톡톡 두드리며 마사지를 하면 두피가 건강한 자극을 받아 탄탄해지지. 또 머리를 감은 뒤에는 젓은 채로 다니지 말고 가급적 빨리 말리는 게 좋아요. 두피가 축축하면 각종 세균이나 유해물질이 달라붙을 가능성이 커서 염증이 잘 생기거든. 그렇게 되면 당연히 머리카락도 잘 빠지겠지. 그리고 젖은 머리는 자연바람으로 말리는 게 가장 좋지만, 그게 어렵다면 꼭 드라이어의 찬바람으로 말리는 게 탈모예방에 도움이 된단다.” 

“머리를 안 감으면 덜 빠진다는 얘기도 있던데요?” 

“예전에는 그렇게 믿는 사람이 꽤 있었지. 아빠 대학 동기 하나도 절대 대머리는 되지 않겠다며 이를 악물고 머리를 감지 않다가 새하얀 비듬 덕에 ‘어깨 위의 흰 눈’이라는 치욕스러운 별명만 얻고, 현재는 대머리 생활을 하고 있단다. 암튼, 그건 잘못된 상식이고, 머리는 가급적 매일 감는 게 좋아요. 모공이 깨끗해야 머리카락이 숨을 쉬면서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거든. 대신 헹굴 때 샴푸 잔여물이 남지 않도록 깨끗하게 헹궈내는 게 아주 아주 중요하단다.” 

“들어보니까 탈모를 예방할 방법이 꽤 많은데요? 물론 대머리 유전을 완벽하게 극복할 수는 없겠지만,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아빠는 이 많은 방법 중에 왜 하필 노푸를 선택하셨어요?” 

“어엉? 그건….” 

“혹시 노 샴푸가 아니라 노 머리 감기를 하고 계신 거 아니에요? 노푸를 잘하면 머리 냄새가 안 난다는 데 아빠한테서는 썩은 걸레 냄새가 나잖아요. 머리 감기 싫으니까 노푸 열풍에 묻어가려는 게 틀림없어 보여요. 혹시, 방금 말 한 ‘어깨 위의 흰 눈’이 아빠 아니에욧?!”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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