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의 씨엠립 국제공항을 운항하는 비행기들은 이용하는 항공객 수에 비해 크기들이 모두 작은 편이다. 그 이유는 바로 세계문화유산 앙코르와트를 보호하기 위해 유네스코와 캄보디아가 비행기 크기를 제한하고 있기 때문이다. 앙코르 유적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중요한 고고학 유적 중 하나다. 산림지역을 포함해 400km 이상 퍼져 있는 이곳에는 앙코르와트 외에도 수많은 유적들이 있다. 그중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 대표적인 유적은 바이욘 사원이 있는 앙코르 톰과, 영화 ‘툼 레이더’의 배경이 됐던 타프롬, 그리고 반티아이 스레이라는 힌두교 사원 등이다.
빽빽한 밀림 속에 묻혀 있던 앙코르와트를 최초로 발견해 외부로 알린 이는 1850년 프랑스의 뷰오 신부다. 그는 베르사유궁전보다 더 큰 사원이 있다는 사실을 본국에 알렸으나 프랑스 정부는 아무런 관심도 보이지 않았다. 후진국의 밀림 속에 그처럼 아름답고 큰 사원이 있다는 사실을 믿지 않았던 것이다. 뷰오 신부의 말이 사실임을 확인한 이는 1860년 프랑스의 식물학자 앙리 무오였다. 그는 현지인들과 함께 밀림을 탐험하다 우연히 앙코르와트를 발견한 후 다음과 같은 말을 남겼다. “솔로몬왕의 신전에 버금가고, 미켈란젤로와 같이 뛰어난 조각가가 새긴 것 같다. 이것은 고대 그리스와 로마인이 세운 것보다도 더 장엄하다.”
7톤짜리 기둥 1800개와 돌로 만든 방이 260여 개에 달하는 이 사원은 컴퓨터로 설계하는 데만 해도 2년이 걸린다고 한다. 그런데 앙코르와트는 12세기의 기술로 불과 37년 만에 지어졌다. 그럼에도 천년이 지나도록 물이 새지 않을 만큼 완벽한 건축 기법이 사용됐다. 접착재료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 돌에 네 군데 정도 홈을 파서 돌끼리 서로 끼우는 방식과 아치형으로 돌과 돌이 서로 의지하도록 결합시킨 것이다. 또한 지붕도 돌을 이용해 홈을 파서 물이 바깥으로 빠지도록 만들었다.
외벽 길이만 5.5km에 달하는 앙코르와트는 좌우대칭이 정확하게 맞아떨어지는 기하학적인 구조를 지녀 현대 건축가들도 감탄을 금치 못할 정도다. 앙코르와트는 대부분 사암과 라테라이트로 지어졌는데 주변은 돌이 없는 밀림과 평지뿐이다. 그 엄청난 양의 돌을 어디서 어떻게 가져왔으며, 당시 100만 명에 가까운 규모의 인구가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어디로 사라졌는지도 미스터리로 남아 있다.
그런데 최근 이 같은 수수께끼를 풀어줄 중요한 단서 하나가 발견됐다. 호주의 고고학자 대미언 에번스 박사팀이 앙코르로부터 29km 떨어진 산 속에 위치한 프놈쿨렌 국립공원의 땅 밑에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중세도시를 발견한 것. 에번스 박사팀이 이 중세도시를 처음 발견한 것은 지난 2012년이다. 당시엔 도시의 일부만 발견했으나, 이번엔 도시의 전체 규모와 20여 곳의 숨겨진 사원들을 찾아내는 성과를 올렸다.
이 중세도시는 크메르 왕국의 최초 수도인 ‘마헨드라파르바타’다. 앙코르 유적지는 9세기부터 15세기까지 크메르 제국의 수도였으며, 그 토대를 세운 인물은 자야바르만 2세다. 기록에 의하면 자야바르만 2세가 수도를 산악지대에 건설했다고 돼 있는데, 지금까지 그 실체가 파악되지 않았던 것이다. 에번스 박사팀이 이 같은 성과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은 최첨단 ‘라이다’ 탐사기법 덕분이다. 연구진은 헬리콥터에 이 탐사장비를 탑재한 뒤 1901km의 면적을 조사해 도로와 수로 등 도시 흔적들을 발견하고, 인구가 밀집했던 이 도시가 12세기에 전성기를 이룬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마헨드라파르바타가 현재 캄보디아의 수도 프놈펜에 필적할 만한 규모를 지녔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라이다(LIDAR ; Light Detection And Ranging)’는 레이저 광선을 목표물에 쏜 뒤 반사돼 되돌아오는 빛을 감지해 목표물과의 거리, 방향, 속도, 온도, 물질 분포 및 농도 특성, 3D 영상 등의 정보를 수집하는 장치다. 라이다의 측정 원리는 전파를 발사해 배나 비행기의 위치 및 크기 등을 측정하는 레이더와 똑같다. 레이더에서 사용하는 전파 대신 레이저 광선을 사용하므로 레이저를 사용한 레이더라는 의미에서 ‘레이저 레이더’라 불리기도 한다.
이동 중인 물체를 측정하는 데 흔히 사용되는 레이더는 파장이 수~수십cm다. 태풍이나 장마전선의 위치를 파악하는 기상 레이더의 경우 파장이 수cm인 전파를 쏘아 구름 안의 물방울과 부딪쳐 되돌아오는 시간을 측정한다. 그러나 레이더는 구름 속 물방울의 크기가 작으면 그대로 통과해버리고, 고도 10km 이상에서는 반응을 잘 하지 못하는 단점을 지닌다. 이에 비해 라이다는 파장이 250nm(나노미터)~10㎛(마이크로미터)의 매우 짧은 빛을 쏘므로 미세한 물방울도 정밀하게 측정할 수 있을뿐더러 고도 80km까지 관측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라이다는 광활한 지역에서 수증기, 오존, 먼지 등의 종류 및 농도, 이동 모습을 알아내는 데 사용되며 특히 황사 관측에 없어서는 안 되는 장치가 됐다.
또한 특정 지역의 지형 및 식생 종류 분포를 알아내는 데도 이용되며, 나무들의 키와 굵기 분포 등을 측정해 숲의 이산화탄소 흡수량을 측정하는 기술로도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도 지구과학 및 우주탐사용, 우주정거장과 우주선 도킹 시스템용, 지구 지형 관측, 환경 관측, 도시 모델링, 해안선 관리 등에 주로 사용된다.
최근에 라이다는 자율 주행차의 핵심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자동차 주변에 무엇이 있는지 3D 이미지로 만들 수 있어 어두울 때도 낮처럼 자율 주행차가 주행할 수 있도록 해주기 때문이다. 자율 주행차 용도로 개발된 최첨단 라이다 센서의 경우 cm 수준의 정확도로 최대 200m 범위까지 초당 30만~220만 개 지점의 데이터를 취합할 수 있다. 반사되는 레이저 빛을 다중배열 수신소자를 통해 수집함으로써 3차원 영상 구현이 가능한데, 에번스 박사팀이 땅 밑에서 지금까지 드러나지 않았던 중세도시를 발견하는 데도 이 기술이 사용됐다. 최첨단 과학기술이 지난 150여 년간 세계 7대 불가사의로 남아 있는 앙코르 유적지의 비밀을 과연 풀 수 있을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글 : 이성규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