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 과학

제 2470 호/2015-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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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이 만든 가장 비열한 무기, 지뢰


1980년 10월 10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 UN 군비축소회의는 특정 재래식 무기의 사용을 금지하는 조약을 체결했다. 여기에는 누구든 건드리기만 하면 피해를 입는 지뢰와 부비트랩, 눈을 멀게 하는 레이저 무기, 전쟁 이후에도 남아서 생명과 신체를 위협하는 잔류 폭발물이 포함됐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관심을 받는 무기는 ‘지뢰’다. 미국 남북전쟁 때부터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해 전 세계에 퍼져 있는 폭발식 지뢰는 눈에 띄지 않도록 땅 속에 묻어두기만 해도 사람이나 차량이 지나가는 순간에 맞춰 폭발하기 때문에 인명 피해 가능성이 높다. 전쟁 후에도 오래도록 남아 있어 군인과 민간인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적으로 피해를 주는 바람에 ‘인간이 만든 가장 비열한 무기’로 불리기도 한다. 

지뢰는 정확히 어디에 묻었는지 기록으로 남기지 않으면 추후에 일일이 찾아내 수거하기가 불가능하다. 특히나 탐지가 불가능하도록 플라스틱이나 나무로 만든 지뢰나 탐지 기계가 내보내는 자기장에도 쉽게 폭발하는 지뢰, 자동으로 폭발하거나 원격으로 폭파시킬 수 있는 지뢰는 요주의 대상이다. 지뢰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인명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1955년 미국이 개발한 M14 대인발목지뢰는 적은 양의 폭약을 터뜨려 사람의 발목을 잘라냄으로써 과다 출혈로 사망하게 하거나 평생 불구로 살아가게 만든다. 잔인하기 짝이 없는 무기지만 무게가 100g에 불과하고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져 탐지가 쉽지 않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서 민간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가족들에게 슬픔을 주는 M14 지뢰를 우리나라는 여전히 100만 발 가까이 보유하고 있다. 

세계 90여개 국가의 1,400개 비정부기구로 구성된 민간단체 ‘국제지뢰금지운동(ICBL)’의 조사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에 매설된 지뢰는 1억 개가 넘는다고 한다. 그 중에서도 우리나라는 단위면적당 지뢰 매설 수가 가장 많다. 6.25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한반도 곳곳에 매설된 지뢰의 숫자는 수백만 개에 달하며 전쟁 이후에도 1천 명 이상이 지뢰로 인해 목숨을 잃고 신체 피해를 입었다. 그 중 80%는 민간인이다. 

ICBL은 군비축소회의에서 관련 조항을 더욱 엄격하게 개정하도록 지속적으로 요구해왔다. 덕분에 1997년 12월에는 캐나다 오타와에서 121개국이 대인지뢰의 사용을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국제조약 이른바 ‘오타와 협약(Ottawa Treaty)’에 서명했다. 이 공로로 국제지뢰금지운동을 처음 시작한 조디 윌리엄스(Jody Williams)는 그해 노벨 평화상을 수상했다. 

연간 2만6천 명에 달하던 지뢰 피해자는 오타와 협약 10년 후 1만5천 명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그러나 현재 133개국이 서명하고 161개국이 비준한 오타와 협약을 우리나라는 아직도 거부하고 있다. 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이스라엘, 북한도 마찬가지다. 다행히 지뢰 피해자와 유족에게 금전적 보상을 지급하는 ‘지뢰피해자 지원에 관한 특별법’이 우리나라 국회를 통과해 지난 4월 16일 본격적으로 시행됐다. 

앞으로 지뢰를 사용하지 않겠다는 결의와는 별개로 기존에 매설된 지뢰를 없애는 작업도 꾸준히 진행돼야 한다. 지뢰를 제거하는 일이 생각만큼 간단하지 않아서 문제다. 지금까지는 갈퀴나 철선으로 땅바닥을 긁거나 나무와 폭약에 불을 붙여 지뢰 매설지대에 굴리는 방식으로 제거를 시도해왔다. 이 과정에서 군 장병과 전문가들이 많은 피해를 입는 바람에 1993년부터는 속도보다는 안전을 중시하는 ‘인도적 지뢰 제거법’이 도입됐다. 금속탐지기를 이용해 위험지역을 조금씩 확인하거나 살수차가 물을 뿌린 후 특수차량이 지나가며 지뢰를 발견하는 방법이 사용됐다. 

최근에는 땅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지층관통 레이더(GPR)를 금속탐지기와 결합해 복합적으로 작동하는 이중센서 감지기, 쥐나 꿀벌을 이용하는 생물학적 탐지법, 폭발물과 닿으면 색이 변하는 특수식물 살포, 지뢰가 폭발해도 끄떡없는 특수로봇 등이 시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2000년부터 2003년까지 비무장지대(DMZ) 서부전선에서, 2002년부터 2006년까지 동부전선에서 철도 부설을 위해 지뢰 제거 작업을 진행한 적이 있다. 플라스틱 파이프에 폭약을 넣어 위험지역에 굴려 넣고 간이파괴통으로 우선 지뢰를 제거 하고, 공기 압축기로 나뭇잎과 먼지를 날려 보낸다. 그리고 땅속 지뢰를 드러나게 한 후 이를 수거해, 특수복을 착용한 군인이 직접 살펴보고 해체 처리를 한다. 방탄 처리가 된 굴삭기로 지표면을 50cm 이상 벗겨내는 등 총 6단계에 걸친 제거 방법을 사용했다. 

민간 기업들도 지뢰 제거에 뛰어드는 상황이다. 마인테크 인터내셔널(MineTech International), 지포에스(G4S), 식스 알파 어소시에이츠(6 Alpha Associates), 메켐(Mechem), 백테크 인터내셔널(BACTEC International), 더 디벨롭먼트 이니셔티브(TDI) 등 수많은 전문기업이 활동 중이다. 이들은 국제 분쟁으로 인해 군대를 파견하기 어려운 지역이나 특수 설비가 필요한 경우에 초빙된다. 

이러한 노력에도 골칫덩이 지뢰를 없애는 일은 쉽지 않다. 시간, 비용, 안전 등의 제약이 따르기 때문이다. 미국 국무성이 2001년 발간한 ‘숨은 살인자(Hidden Killer) 보고서에 따르면 지뢰를 한 발 매설하는 비용은 5천원에 불과하지만 제거할 때는 200배가 넘는 100만 원이 소요된다고 한다. 10년 넘게 기술 개발에 매진한 결과 현재는 30만 원 정도까지 제거 비용이 낮아졌지만, 국토 곳곳에 매설된 지뢰 전체를 없애려면 천문학적인 돈이 필요하다. 시간도 부족하다. 우리나라 국방부의 계산에 따르면 한반도 내 모든 지뢰를 제거하려면 앞으로 500년이나 흘러야 한다. 

최근 우리나라 비무장지대에서 지뢰가 폭발해 군 장병들이 피해를 입었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고 신체를 다쳐야 비극이 끝날 것인가. 세계적인 관심과 지속적인 노력 없이는 불가능하다. 

글 : 임동욱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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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개 2015-09-07 08:22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단위면적당 지뢰매설도 최고에
단위면적당 핵발전소도 최고니
나라전체가 폭발물이군요.

마노아 2015-09-07 13:16   좋아요 0 | URL
정말 위험천만한 나라입니다.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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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65 호/2015-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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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OKING의 과학] 토마토가 익으면 의사의 얼굴이 파래진다?


먹는 것은 삶의 가장 기본적인 일이죠. 모두가 어려웠던 옛날에는 무조건 많이 먹는 것이 우선이었지만, 요즘 트렌드는 맛있는 음식을 건강하게 먹는 것입니다. 그런 트렌드를 반영하듯, TV 프로그램에서는 요리를 다루는 프로그램이 늘어났고, 최근에는 메인 시간대에 편성되면서 대중의 인기를 받고 있습니다. 이 뿐만 아니라, 블로그나 카페에 다양한 요리법이나 영양소에 대한 내용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COOKING의 과학]이라는 코너를 신설해 매월 제철 음식을 소개하고, 그 속에 담긴 영양소도 함께 전달하고자 합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건강을 위해서는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 것이 좋다. 그러나 과일의 경우 당 성분 때문에 너무 많이 먹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도 한다. 그러나 토마토의 경우 당 걱정이 필요 없다. 건강을 위한 가장 매력적인 작물 중에 하나는 바로 토마토다. 요즘같이 여름 늦더위가 이어지면 사람들은 보양식을 계속 찾게 된다. 보양식하면 대개 삼계탕, 개고기, 장어 같은 음식을 떠올린다. 그러나 이런 고단백 보양식은 고기를 자주 먹지 못하던 과거의 보양식이고 오히려 요즘처럼 영양 과잉시대에 이상적인 여름 보양식은 바로 토마토다. 토마토는 무더운 여름이 제철이다. 

이렇게 토마토는 현재 전 세계인들이 즐겨 먹지만, 처음부터 환영받았던 작물은 아니었다. 토마토는 원래 남미 페루의 안데스 산맥에서 태어났다고 추정된다. 그러다가 16세기 초 남미에서 유럽으로 건너갔고 처음에는 독초 취급을 받았다. 그러나 원래 건조하고 햇빛이 많은 곳에서 잘 자라는 토마토는 지중해 연안을 중심으로 재배되면서 그 진가가 알려졌고 사랑받기 시작했다. 그 후 북유럽 전체로 전파된 것이다. 이후 토마토는 점차 유럽 요리에 빠져서는 안 되는 중요한 식품으로 발전했다. 그 후에는 고향을 떠난 지 거의 300년 만에 미국으로 다시 건너간 토마토는 중국음식으로 알려진 케찹과 결합해 토마토케찹으로 재탄생했다. 현재 토마토케찹은 전 세계인들의 요리에 빠지지 않는 중요한 소스다. 

처음에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식용보다 관상용으로 심었다고 한다. 토마토라는 이름은 모두가 알지만 ‘일년감’이라는 이름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일년감은 국어사전에 등재된 토마토의 한글이름이다. ‘일 년을 사는 감’이라는 뜻이다. 옛 문헌에는 한자이름 ‘일년시’ 라고 나온다. 토마토는 우리나라에 소개된 역사가 꽤 길다. 조선시대 유학자 이수광은 ‘지봉유설(芝峰類說)’이란 책에서 토마토를 감 ‘시(枾)’ 자를 써서 ‘남만시(南蠻枾)’ 라고 소개했다. ‘남쪽 오랑캐 땅에서 온 감’이라는 뜻이다. 지봉유설이 나온 건 1614년이니 그전에 이미 토마토가 우리나라에 들어왔음을 알 수 있다.

토마토는 미국 타임즈가 선정한 10대 슈퍼푸드 중의 하나로 선정될 만큼 건강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어떤 성분들이 토마토를 이렇게 최고의 건강식품으로 등극시켰는지 한번 따져보자. 먼저, 토마토에 함유돼 있는 성분으로는 각종 유기산, 아미노산, 루틴, 단백질, 당질, 회분, 칼슘, 칼륨, 철, 인, 비타민A, 비타민B1, 비타민B2, 비타민C, 식이섬유 등 많은 영양소가 들어 있다. 비타민C의 경우 토마토 한 개에 하루 섭취 권장량의 절반가량이 들어 있다. 또한 토마토에 함유된 비타민C는 피부에 탄력을 줘 잔주름을 예방하고, 멜라닌 색소가 생기는 것을 막아 기미 예방에도 효과가 뛰어나다. 또한 토마토에 많이 들어 있는 칼륨성분도 매우 중요하다. 칼륨은 체내 나트륨을 몸 밖으로 배출시켜 주는 중요한 역할을 하므로 우리나라 사람들의 짜게 먹는 식습관에서 비롯된 고혈압 예방에도 도움이 된다. 

유럽 속담에 “토마토가 빨갛게 익으면 의사 얼굴이 파랗게 된다”는 말이 있다. 아주 오래 전부터 토마토는 의사가 필요치 않을 정도로 건강에 좋은 식품이라는 뜻으로 생각해왔다. 토마토가 건강식품으로 주목받은 가장 큰 이유는 ‘라이코펜(lycopene)’ 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토마토에는 라이코펜, 베타카로틴과 같은 항(抗)산화 물질이 많은 편이다. 그런데 토마토가 예쁜 빨간색을 띠는 것은 ‘카로티노이드(carotinoid)’라는 식물영양소(phytonutrient)라는 성분 때문이고, 이 중에서도 특히 라이코펜이 주성분이다. 잘 익은 빨간 토마토 100g에는 라이코펜이 7∼12mg정도가 들어 있다. 토마토 한 개를 200g으로 본다면 20mg정도를 섭취하는 셈이다. 

토마토의 붉은색을 만드는 라이코펜은 노화의 원인이 되는 활성산소를 배출시켜 세포의 젊음을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또한 라이코펜은 남성의 전립선암, 여성의 유방암, 소화기계통의 암을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 라이코펜이 알코올을 분해할 때 생기는 독성물질을 배출하는 역할을 하므로 술 마시기 전에 토마토 주스를 마시거나 토마토를 술안주로 먹는 것도 좋아 서양에서는 토마토를 해장용으로 먹기도 한다. 또한 토마토는 다이어트에도 제격인데 토마토 1개(195g)의 열량은 35kcal에 불과하며 수분과 식이섬유가 많아 포만감을 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식사 전에 토마토 한 개를 먹으면 식사량을 줄일 수 있으며, 소화도 돕고 신진대사를 촉진하는 효과도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토마토를 주로 과일로 취급했다. 어릴 적이면 여름철에 엄마가 해주던 설탕 뿌린 달달한 토마토의 맛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달랐다. 미국에서는 토마토가 세금문제 때문에 과일이냐 채소냐 하는 법정시비가 있었고, 대법원에서는 토마토를 채소로 판결을 내렸다. 

그럼, 토마토는 어떻게 먹는 것이 좋을까? 생으로 먹는다면 파란 것보다 빨간 것이 건강에 더 유익하므로 완전히 익혀 먹는 것이 좋다. 빨간 토마토에는 라이코펜이 많이 들어 있으나 그냥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다소 떨어지므로 열을 가해 조리해서 먹는 것이 좋다. 열을 가하면 라이코펜이 토마토 세포벽 밖으로 빠져나와 우리 몸에 잘 흡수된다. 토마토의 라이코펜과 지용성 비타민은 기름에 익힐 때 흡수가 잘 된다. 

라이코펜은 열에 강하고 지용성이라 기름에 볶아 먹으면 체내 흡수율이 높아진다. 따라서 토마토는 올리브오일이나 식용유를 곁들여 익혀 먹는 게 좋다. 또는 기름에 볶아 푹 익혀서 퓨레 상태로 만들어 두면 편리하다. 또한 토마토의 껍질을 벗기려면 끓는 물에 잠깐 담갔다가 건져서 찬물에서 벗기면 손쉽게 벗길 수 있다. 잘 익은 토마토 껍질을 벗기고 으깨면서 체에 걸러 졸인 것을 ‘토마토 퓨레’라고 한다. 파스타나 피자에 사용하는 토마토소스는 마늘과 쇠고기를 다져서 올리브유에 볶다가 적포도주 조금과 함께 토마토 퓨레를 넣으면 쉽게 만들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9세기 초에 남쪽 오랑캐가 전해 준 관상용 감 정도로 생각해 ‘남만시’라고 불렸던 토마토였지만 이제는 전 세계인들의 건강식품이 됐고, 우리 식탁에서의 위치도 달라졌다. 토마토를 생으로 먹는 것도 좋지만, 고기나 버섯처럼 구워 먹고, 올리브오일을 뿌려 구워먹는 것도 좋다. 또한 푸른 토마토로 김치나 장아찌를 담그는 것과 같이 우리나라 음식과 다양하게 응용해 보는 건 어떨까. 

글 : 정혜경 호서대학교 바이오산업학부 식품영양전공 교수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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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454 호/2015-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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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연과 아빠 엄마, 오늘도 아침밥을 먹자마자 은행 문을 열고 들어선다. 이름 하여 뱅크피서를 위해서다. 하루 종일 쌩쌩 돌아가는 에어컨 아래 푹신한 소파에 앉아서 책도 보고 옥수수도 뜯으며 더위를 피하는 뱅크피서! 둘째가라면 서러울 최강 넉살을 가진 아빠는, 몹시 염치없는 이 상황에서도 경비아저씨와 절친까지 맺었다. 

“그러니까 이런 증상이라는 거지? 두통이나 피로감, 어지러움과 함께 소화불량, 복부팽만감, 그리고 복통과 설사가 수시로 반복되고, 기억력도 점점 떨어지는 데다, 집중도 안 되고, 어떨 때는 팔다리가 욱신욱신 쑤시면서 허리까지 아프다 이거잖아.” 

“헐! 족집게셔. 어떻게 딱딱 알아맞히나 그래?” 

“감기인 듯 감기 아닌 감기 같은 증상이지? 낮에는 심하다가 저녁에 집에 가면 덜하고.” 

“흐헐! 나보다 나를 더 잘 알다니, 혹시 그동안 스토킹 한 거 아닌가?” 

“김경비는 어쩜, 오버하는 것까지 딱 내 스타일이이란 말이야. 허허. 암튼, 지금까지 얘기한 증상들은 몽땅 냉방병에 관한 걸세. 이렇게 추운 데서 일하려니 냉방병을 피하기 어려웠겠지.” 

“역시, 친구가 과학자니까 참 좋구먼. 그런데 시원한 데 있으면 몸도 정신도 더 짱짱해져야 하는 거 아닌가? 짱짱해지기는커녕 몽롱해지는 이런 병은 도대체 왜 생기는 거야?” 

안과 밖의 온도가 5~8°C 이상 벌어지는 곳에서 오랫동안 있으면 말초혈관이 빠르게 수축할 수밖에 없는데, 이렇게 되면 당연히 혈액순환이 원활하게 되지 않아요. 뇌로 가는 혈류량이 줄어드니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기운 없으면서 졸리게 되지. 또 위장으로 가는 혈류량도 줄어 소화기 쪽도 영 시원찮고 말이야. 거기다 자율신경계 기능에도 변화가 생겨서 얼굴이 화끈거리고 가슴이 두근거리거나, 여성의 경우 생리가 불규칙해지기도 해요. 근육이 뻐근하게 쑤실 때도 잦고.” 

“아, 이제야 싹 다 이해가 되는구먼. 남들은 시원한 데서 일한다고 날 부러워하지만, 냉방병이라는 슬픈 직업병을 앓는다는 사실을 아는 건 자네밖에 없을 걸세. 그런데 대체 우리 몸은 온도 차이에 왜 이리 예민한 건가?” 

“우리 몸은 빠른 변화를 아주 싫어한다네. 세포 하나하나를 재정비해가며 변화에 적응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거든. 환절기만 되면 감기 같은 각종 감염병이 늘어나는 이유도, 인체가 빠른 환경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져 버리기 때문이라네. 봄에서 여름으로 넘어오는 한 달 동안의 계절변화에도 쩔쩔매는 데, 하루에도 몇 번씩 5~8°C씩 온도가 오락가락하면 몸이 버텨내지 못하는 게 당연하지 않겠나?” 

“사람은 이래서 배워야 하는 걸세. 난 그런 것도 모르고 감기인 줄 알고 며칠째 종합감기약만 열심히 챙겨먹었지 뭔가.” 

“많은 사람이 감기와 냉방병을 헷갈리는데, 이걸 구분하는 팁을 하나 줌세. 기침이나 가래 같은 호흡기 증상이 있으면 감기, 없으면 냉방병일 가능성이 높고. 그리고 냉방을 하지 않을 때 증상이 호전되면 냉방병, 그것과 상관없이 계속 증상이 이어지면 십중팔구 감기라네. 알겠나?” 

“오호, 아주 명쾌하구만! 그럼, 끝으로 하나만 더 물어봄세. 대체 이 냉방병은 어떻게 하면 고칠 수가 있나?” 

“음, 묘약이 딱 하나 있긴 하지. 에어컨을 끄고 하루 이틀만 지나면 금방 몸이 좋아진다네. 따뜻한 차를 마시거나 마사지를 해서 혈액순환을 도와주면 더 빨리 호전되고 말이야. 또 에어컨을 하루 종일 틀지 말고 가끔 20~30분씩 창문을 열어 환기를 하는 것도 냉방병을 예방하는 훌륭한 방법이지. 그러나 이 모든 것이 자네에겐 그림의 떡일 테니, 긴팔 옷을 입거나 목에 작은 수건 같은 걸 둘러서 체온이 너무 떨어지지 않게 막는 게 최선일 것 같구먼.” 

“음, 그런데 미안하지만, 사실 내 병은 냉방병이 아니네.” 

“아니 여태까지 듣고는, 갑자기 무슨 냉방병 걸린 귀신 씨나락 까먹는 소린가?” 

“사실, 나의 두통이나 근육통, 어지러움, 소화불량, 복통, 설사는 실내외 기온 차 때문이 아니라네. 달랑 의자 10개가 전부인 작은 은행지점에 자네 가족이 벌써 사흘째 아침부터 저녁까지 진을 치고 있다는 게 내 병의 근원이야. 위에서는 어떻게 좀 해보라고 자꾸만 나를 닦달하고, 그렇다고 대놓고 나가라고 할 수도 없고, 하도 스트레스가 쌓여 온몸 여기저기가 아프지 않은 곳이 없다네. 이보게 친구, 이렇게 만난 것도 인연인데 그만 나가주면 안 되겠나? 친구 하나 살리는 셈 치고 말일세. 흑흑.” 

“난 또 뭐라고. 성격이 왜 이리 급한가? 우물가서 숭늉 찾겠구먼. 허허. 조금만 더 참아보게, 나도 이제 휴가가 하루밖에 남지 않았으니까.” 

“참말로 뻔뻔하구먼. 벼룩도 갖고 있다는 그 낯짝이 왜 자네에게만 없는 것인가. 흑흑” 

“안 들린다, 안 들린다. 더 격렬하게 아무 말도 안 들린다.” 

글 : 김희정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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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찬샘 2015-08-12 12: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우와, 멋진 글이군요, 김희정님!
과학적 사실을 이렇게 맛깔스럽게 전하다니! 좋은 글 읽게 해 주신 마노아님도 감사 드려요.

마노아 2015-08-12 21:54   좋아요 0 | URL
과학향기 필진 중에서 김희정 씨 글이 가장 재밌고 내용도 쏙쏙 들어와요. 저 그림 캐릭터도 참 즐겁구요.^^
최근에 카페에서 죽치고 책 읽다가 저도 냉방병을 잠시 앓은 것 같은데 더운 집에 돌아오니 멀쩡해진 것 같아요. ㅎㅎㅎ
우리 냉방병 없이 이 여름을 지나가도록 해용~
 

FUSION 과학

제 2429 호/2015-07-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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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배고픔에 지는 당신, 참아라!


여름을 앞두고 다이어트 돌입한 사람이 많다. 하지만 식욕은 마음처럼 줄지 않는다. 든든히 밥을 먹고 후식까지 챙겨먹었지만 세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 출출함이 밀려온다. 하지만 막상 군것질을 하고 나면 배부르다는 행복감보다 괜히 먹었다는 후회가 밀려올 때가 있다. 바로 ‘가짜’ 배고픔에 속았을 때다. 

우리 뇌의 시상하부는 몸에 필요한 에너지(열량)가 부족하면 ‘배고픔’이라는 신호를 보내 음식물 섭취를 유도한다. 문제는 열량이 부족하지 않을 때도 뇌가 배고픔의 신호를 보낼 때가 있다는 것. 하지만 가짜 배고픔과 진짜 배고픔은 원인과 증상이 다른 만큼 차이점만 잘 알아만 둔다면 오히려 가짜 배고픔을 이용해 보다 효과적으로 체중 감량을 할 수 있다. 

■ 스트레스 받아도 배가 고프다 

가짜 배고픔의 대표적인 속임수는 ‘당’이다. 혈중 당분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혈당이 떨어졌다는 의미가 열량 부족을 뜻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이 순간만 이겨낸다면 쌓여있는 지방을 효과적으로 태울 수 있다. 체내 혈당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먼저 간이나 근육에 축적된 글리코겐을 분해해 에너지원으로 쓰다가 지방을 분해해 에너지를 마련한다. 지방 분해 단계에 접어들기까지는 대략 한 시간. 하지만 이를 무시하고 바로 음식을 먹으면 혈당은 올라가고 지방은 그대로 쌓여 오히려 살이 찐다. 

스트레스도 가짜 배고픔을 유발한다. 스트레스를 받거나 울적해지면 체내 세로토닌의 수가 줄어든다. 세로토닌은 뇌의 시상하부에 있는 신경전달물질이다. 교감신경에 작용해 혈압과 호흡 횟수를 늘려 우리 몸에 활기를 주고 기억과 학습능력을 비롯해 소화나 장운동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로토닌이 떨어지면 우리 몸은 피드백 작용에 따라 세로토닌의 분비량을 늘리려고 한다. 이 때 우리 몸이 사용하는 방법이 배고픔이다. 특히 단 음식을 찾게 하는데 이는 인슐린의 분비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세로토닌은 트립토판이라는 아미노산을 통해 뇌 속에서 만들어지는데, 트립토판이 뇌에 도달하려면 인슐린의 도움이 필요하다. 따라서 혈당을 낮추는 역할을 하는 호르몬인 인슐린의 분비를 유도하기 위해 혈당을 높이는 단 음식을 찾게 뇌에서 신호하는 것이다.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코르티솔이라는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는데 코르티솔은 식욕을 억제하는 호르몬인 렙틴의 분비량을 감소시켜 식욕을 돋운다. 폭식증 환자 중에는 만성 스트레스를 호소하는 사람이 많다. 이는 과다 분비된 코르티솔이 끊임없이 식탐을 부르고 배고픔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다이어트 상황 자체도 가짜 배고픔을 만든다. 우리 몸은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아도 평소 섭취하는 열량보다 조금만 적게 먹으면 이를 채우기 위해 신호를 보낸다. 하지만 에너지 부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이 순간을 이겨내다 보면 어느 새 우리 몸도 변화에 적응하면서 더 이상 배고픔의 신호를 보내지 않게 된다. 

푸짐한 안주를 먹고도 과음 뒤에 배가 고프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는데 이 역시 가짜다. 술은 위와 장에서 흡수돼 간에서 해독작용을 거친다. 간은 해독작용 외에도 글리코겐을 포도당으로 변화시켜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만드는 역할도 한다. 하지만 과음을 하게 되면 간이 해독작용으로 바빠지면서 포도당을 만드는 일을 제대로 못하게 된다. 자연히 혈당은 떨어지고 뇌는 배고프다는 신호를 보내지만, 이 역시 일시적인 현상이다. 이 때 배고픔을 참지 못하고 과식으로 이어지면 비만을 유발하는 습관으로 굳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음주 후 배고픔이 느껴질 때는 야식보다 꿀물이나 초콜릿 등으로 당분을 보충하는 것이 좋다. 

■ 식후 3시간, 특정 메뉴가 먹고 싶다면 ‘가짜’ 배고픔 

가짜와 진짜 배고픔을 구분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배고프다고 느낄 때 내 몸의 변화를 유심히 살펴보는 것이다. 진짜 배고픔은 배고픈 느낌이 서서히 커지면서 속이 쓰리거나 배에서 꼬르륵 소리가 난다. 살짝 어지럽거나 가벼운 두통, 기분이 쳐지는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특정 음식보다 어떤 음식을 먹어도 상관없다 느끼고 먹고 나서는 만족과 행복감에 기분이 좋아진다. 

반면 가짜 배고픔은 슬프거나 짜증나는 일이 있을 때 느끼는 경우가 많고 초콜릿처럼 달거나 떡볶이처럼 매운 것과 같은 특정 음식에 대한 욕구가 강해진다. 또 배가 불러와도 계속 먹으려고 하고, 먹은 뒤에는 행복감보다 공허함과 자책감이 밀려오는 경우가 많다. 

증상으로 구분이 어려울 때는 물을 한 컵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식사한지 3시간이 채 지나지 않아 배가 고프다면 물을 한 컵(약 200mL) 마셔보자. 물을 마시고 20분 후에도 여전히 공복감이 있다는 이는 진짜 배고픔이다. 

■ 가짜 배고픔에는 오히려 강도 높은 운동과 고단백 식사가 도움 

가짜 배고픔을 이겨내는 방법에는 무엇보다 의지가 가장 중요하지만 생활 습관의 변화로도 약간의 도움은 받을 수 있다. 우선 가짜 배고픔을 느꼈을 때, 짧은 시간에 강도 높은 운동을 하는 것이다.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에 대항할 수 있는 건 엔도르핀뿐이다. 엔도르핀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으로 우리가 통증을 느낄 때 진통제 역할을 한다. 유산소 운동보다는 스쿼시나 축구, 농구처럼 강도 높은 운동을 짧은 시간에 할 때 많이 분비된다. 

단백질 섭취도 중요하다. 미국 존스홉킨스대학 보건대학원 연구팀의 논문을 살펴보면 총 칼로리는 같게 하면서 각각 단백질과 탄수화물, 불포화지방산을 강화한 식단을 각 실험군에게 6주간 섭취하게 했다. 그 결과, 단백질을 강화한 식단을 먹은 실험군이 다른 두 식단을 유지한 실험군에 비해 식욕 억제 효과가 두드러지게 높았다. 

체중 조절이 날씬한 몸매를 뽐내고자 할 때도 필요하지만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중요하다. 비만은 만성질환의 위험 인자로 꼽히는 만큼 이번 기회를 통해 가짜 배고픔에 조금은 단호하게 대처해 보는 건 어떨까. 효과적인 체중감량은 물론 더 건강한 삶을 사는데 분명 도움이 될 것이다. 

글 : 이화영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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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노아 2015-07-08 21:0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돌아서면 배고프던 그것들이 모두 위장이었구나!!!

아무개 2015-07-09 08:11   좋아요 0 | URL
그러게나 말입니다!

마노아 2015-07-09 19:13   좋아요 0 | URL
뇌의 농간에 속아왔던 겁니다. 부릅!!
 

[LIGHT] 꿀잠을 위한 간단 팁, 깜깜하게 자라!  FUSION 과학

제 2424 호/2015-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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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꿀잠을 위한 간단 팁, 깜깜하게 자라!


세상은 빛과 함께 존재합니다. 세상을 밝고, 아름답고, 화려하고, 오묘하게 만들어주는 빛은 희망, 깨달음, 즐거움의 상징이기도 하죠. 그래서 거의 모든 종교의 창세기가 세상을 밝혀주는 빛으로부터 시작합니다. 실제로 빛은 우리에게 온기를 주고 안전을 지켜줍니다. 빛을 이용한 녹색식물의 광합성이 없었더라면 지구는 지금도 아무것도 살지 않는 삭막한 행성으로 남을 수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2015년은 UN이 지정한 "세계 빛의 해"입니다. 2015년 과학향기에서는 ‘빛’을 주제로 한 칼럼을 연 4회 기획하고 있습니다. 과학향기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잠이 보약이라고 했던가. 꿀잠을 자고 나면 하루 종일 컨디션이 좋다. 꿀잠을 자기 위해서는 자는 공간의 온도나 습도를 적절하게 맞춰야 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빛이다. 빛을 차단하고 깜깜한 환경, 즉 완벽한 밤을 만들어주는 것이 꿀잠의 기본인 것이다. 

하지만 피곤한 하루를 마친 현대인들은 불을 끄지 않은 채 자는 경우가 많다. 그냥 자기 아쉬워 책이나 TV를 보려고 노력하지만, 피곤함에 나도 모르게 잠이 들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잠들면 새벽에 한 번씩 깬다. 아침에 일어나도 잔 것 같지가 않고 피곤하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렇게 불을 켜놓고 자는 횟수가 늘어나면 비만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밤의 인공조명(사진 : 이윤선)



■ 인공 빛 오래 쬐면 갈색지방 줄어 

네덜란드 레이덴 의대 샌더 쿠이즈만 연구팀은 인공 빛을 많이 쬘수록 체지방이 늘어난다는 사실을 밝혀 ‘미국 국립과학원회보(PNAS)’ 3월 3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야근이나 회식과 같은 이유로 인공 빛을 상대적으로 더 많이 쬐는 사람들이 일반인보다 뚱뚱하거나 관련 질환이 많다는 사실에 주목했다.그리고 실험쥐를 세 그룹으로 나누어 같은 양의 먹이를 먹게 하되, 하루에 쪼이는 인공 빛의 양을 각각 12시간과 16시간, 그리고 24시간으로 다르게 했다. 

5주 동안 관찰해 본 결과, 인공 빛을 많이 쬔 쥐일수록 몸속의 지방량이 많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세 그룹의 쥐 무게에는 변화가 거의 없었지만 체지방량은 최대 1.5배까지 차이가 났다. 또 특이한 점은 인공 빛을 가장 많이 쬔 그룹의 갈색지방 양이 가장 적었다는 점이다. 안철우 강남 세브란스병원 내분비과 교수는 “이 연구결과는 체지방이 늘어남은 물론 갈색지방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인공 빛을 오래 쬐면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갈색지방은 무엇일까. 

■ 지방을 태우는 갈색지방 

갈색지방은 지방을 태우는 지방이다. 주로 추위를 느낄 때 당이나 지방과 같은 에너지원을 태워 열을 내고 체온을 유지해주는 역할을 한다. 우리 몸에 필요이상으로 들어온 영양분을 저장해 비만을 일으킨다고 알려진 일반적인 ‘지방’은 백색지방으로 분류된다. 따라서 갈색지방은 백색지방과 달리 몸의 에너지를 소모하고 비만을 예방하는 몸에 좋은 지방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과학자들은 갈색지방을 갖고 있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살도 덜 찌고 질병에 잘 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반대로 갈색지방이 적은 사람은 상대적으로 에너지를 쓰는 효율이 낮기 때문에 같은 양을 먹어도 몸에 쌓이는 지방이 늘어나 비만이 될 확률이 높다. 

갈색지방은 스스로 체온을 조절하지 못하는 설치류의 몸속에서 발견됐다. 따라서 체온조절이 가능한 사람의 몸속에는 갈색지방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뜻밖에도 사람에게도 갈색지방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갓 태어난 신생아들은 스스로 체온을 올리는 행동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갈색지방의 존재가 매우 중요한 것이다. 이후 자라면서 갈색지방이 필요 없어짐에 따라 흔적기관처럼 점차 사라진다. 그러나 2009년, 하버드대 의대 연구팀이 일부 성인들의 몸에는 갈색지방이 남아있고 활성화된다는 사실을 새롭게 밝혀냈다. 

그렇다면 갈색지방을 늘리는 방법은 없을까? 많은 과학자들이 설치류를 연구하며 갈색지방 양을 늘리는 방법에 대해 연구하고 있다. 추운 곳에 오래 있으면 몸에서 열을 내기 위해 갈색지방이 만들어진다거나 매운 맛을 내는 캡사이신을 먹으면 갈색지방이 활성화된다는 등의 다양한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방법들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아직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가장 정확한 방법은 운동이다. 근력운동을 하면 근육에서 ‘아이리신’이라는 호르몬이 분비되고, 이 호르몬이 백색지방을 갈색지방으로 바꿔주기 때문이다. 우리가 운동을 하면 몸에서 열이 나고 칼로리를 소모해 살이 빠진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현상이 아이리신 호르몬 분비로 갈색지방이 활성화되고 몸에 저장돼 있던 당이나 지방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 멜라토닌 부족하면 갈색지방도 줄어들어 

불을 켜놓고 자는 습관은 비만을 유발하는 현상인 멜라토닌 호르몬과도 관련이 있다. 멜라토닌은 밤이 되면 잠을 자라고 뇌에 신호를 보내는 호르몬이다. 뇌에서 제3의 눈으로 불리는 송과샘(松果腺)에서 빛을 감지해 멜라토닌을 내보내는데, 주로 밤 11시~새벽 1시에 분비된다. 그런데 이 시간에 자면서도 불을 켜놓으면 송과샘은 빛을 인지해 멜라토닌을 분비하지 않는다. 실제로는 밤이지만 몸은 여전히 낮이라고 인지하는 것이다. 잠을 자도 잔 것 같지도 않고 계속 피곤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았을 때 생기는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우리 몸의 여러 가지 호르몬은 서로 연결돼 있어 혈액을 따라 흐르며 다른 호르몬을 건드리거나 활성화시키는 것과 같이 서로에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호르몬 하나가 분비되지 않거나 망가지면 도미노처럼 모든 호르몬 체계가 무너질 수 있다. 멜라토닌이 분비되지 않으면 갈색지방을 활성화시키는 아이리신 호르몬이 제대로 분비되지 못하고, 우리 몸속의 갈색지방은 점점 줄어들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호르몬의 문제로 건강이 나빠지고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 

소를 잃고 외양간을 고친다 한들 잃어버린 소는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소를 잃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더 중요한 것이다. 안철우 교수는 “사람마다 개인의 차는 있겠지만 사람은 갈색지방을 갖고 태어나고, 밤에 제대로 자고 건강한 생활을 하면 갈색지방의 감소와 비만을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늘 밤, 꿀잠을 위해 과감하게 인공 빛을 침대에서 차단해 보자. 

글 : 이윤선 과학칼럼니스트 

출처 : 과학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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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오기 2015-07-01 07: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 나한테 꼭 필요한 내용이네요.
내 비만의 절반은 이런 이유가 아닐까...ㅋㅋ

마노아 2015-07-01 08:38   좋아요 0 | URL
저도 화들짝! 이래서 의사가 살빼고 싶으면 일찍 자라고 했나봐요. 저는 깨어 있으면 그만큼 먹게 되어서 그런다고 생각했는데 더 중요한 이유가 있었어요.(>_<)

서니데이 2015-07-01 09: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불켜진 채로 자는 날이 많은데, 고쳐야겠네요. 저한테도 꼭 필요한 내용입니다.
마노아님, 즐거운 하루 되세요.^^

마노아 2015-07-02 00:54   좋아요 0 | URL
아아 일찍 자야 하는데 어느새 새벽 한시... 더 분발하겠음돠!
서니데이님도 즐거운 목요일 보내셔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