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오랜만에 언니와 찜질방을 다녀왔다. 엄니가 집에 계셨으면 언니는 엄니와 갔을 테지만 엄니는 병문안을 가셨고 나를 데리고 가야 했다. 등 밀어줄 사람이 필요했던 것은 아니고(언니는 팔이 길어서 혼자서 잘 밀더라...;;;) 스포츠 맛사지 1+1 때문이었다. 혼자 받아도 값이 똑같으므로 한 명 더 데리고 가서 받는 게 언니의 삶의 낙이랄까.
뭐 암튼, 그 덕분에 나도 가서 받았다. 조선족 여자분이었는데 처음엔 조용히 시작하시던 두 분이 친구가 놀러왔는지 너무 시끄럽게 떠들어서 밖에서 한참 나가수 시작했는데 노래를 들을 수가 없었다. 흑...ㅜ.ㅜ
소개 인사는 전혀 안 들리고 김범수가 네버 엔딩 스토리를 부르는 것을 들었는데 아무래도 이승철 보다는 약하다고 느꼈다. 난 좀 멀리서 들었고, 그나마 소음과 함께 들었고, 김범수가 컨디션 나빴다고 얘기하던 것 같은데 뭐 암튼 그랬고...
BMK가 김광진의 '편지'를 부를 때는 환장할 것 같았다. 저 담백한 노래를 저렇게 힘주어서 우렁차게 부르다니... 오디션 프로에서 심사위원들이 곧잘 하는 얘기인데 선곡이 절반 이상은 먹고 들어가는 것 같다. BMK는 우연히 부르게 된 아름다운 강산은 좋았지만 본인이 골라온 곡들은 어째...ㅜ.ㅜ
그에 비해서 박정현은 늘 영리한 선곡을 해낸다. 이번에 유재하 카드도 현명했다. 노래만 잘 하는 게 아니라 스마트해!!
맛사지 거의 끝나갈 무렵 내 등짝 위로 이분이 훌떡 올라가셔서는 밟는 게 아닌가. 꽥! 가슴이 호떡이 되는 줄 알았다. 어이쿠, 사실 아직도 등이 결리다. 내가 초짜인 건지, 그분이 초짜인 건지... 흑흑...
그렇게 스포츠 맛사지 받고 나오니 이소라가 막 무대를 끝내고 있었다. 노래를 못 들었는데 보아의 넘버 원 부를 때의 포스였었나보다. 대단한 이소라!
그리고 자리 잡고 앉으니 윤도현의 차례. 아, 정말 신났다. 나는 앉아서 보고 싶은데 뒷사람 때문에 누워서 시청하자니 마구마구 근질거렸다.
그리고 맨발로 나온 JK김동욱. 와, 비상이라니 정말 용감한 선곡이었다. 난 김동욱 목소리가 다소 답답하다고 여기긴 하지만 그래도 노래 잘 부른다는 것에 이의 없음.
이어서 가장 궁금했던 옥주현 차례다. 스포일러에 따르면 그녀가 선택한 곡은 이승환의 천일동안이었으니까.
천일동안을 불렀다는 소리에 잠시 움찔했던 건 사실이다. 아씨, 그럼 나중에 울 공장장 출연해도 천일동안 못 부르는 것 아냐? 뭐 이런 생각 때문에...ㅎㅎㅎ
엄청나게 떨던 그녀는 기대 이상으로 좋은 무대를 보여주었고 후덜덜 떨면서 내려갔다. 나더러 어땠냐고 물으면, 원곡보다 좋을 수는 없지만 무척 마음에 들었다고 대답하겠다. 아주 약간 없는 가사를 한 글자 보탠 게 살짝 마이너스지만 뭐 그 정도야 넘어가고... 마지막의 '그 천일동안'이라고 한 번 더 지른 것은 살짝 미스라고 여기지만, 그래도 지난 번 뮤지컬 아이다 보다도 더 좋게 들었다. 내가 점찍은 바로는 옥주현 1등에 BMK 7등이었다. 이로써 아이돌 출신 가수의 나가수 출연에 대한 논란을 잠식시킬 거라고 순진하게 생각했는데 오히려 더 욕을 먹고 있어서 살짝 속상했다. (이거 다 보고 나오느라고 주차 시간 오버해서 주차비 많이 나온 것도 속상...;;;)

천일동안은 어려운 곡이다. 이승환의 발성이 개성 있어서 따라 불러도 똑같을 수 없고 웬만큼 잘 부르지 않고는 본전 차리기도 힘든 노래라고 본다. 그러니 색다르게 편곡을 해야 했다. 뮤지컬 스타일로 부른 게 뭐가 문제일까? 모두들 무대 위에서 연기를 한다. 박진영은 그런 의미로 엄정화를 최고의 가수로 치지만, 뭐 내가 거기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박정현이 과도한 손동작과 R&B창법으로 부르는 것도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이다. 개인 차가 있으니까 그걸 싫어할 수는 있지만 그렇게 불러서 욕먹을 이유는 없다고 본다.
관객 반응 편집 건은 뭐가 진실인지 모르겠다. 그런데 혹시 예상하는 것과 반대로 옥주현 무대의 반응을 BMK노래 화면에 넣었을 수도 있지 않은가. 딱히 옥주현을 좋아하지도 않았고 싫어하지도 않았지만 요새 욕먹는 것을 보니 참 가엾다.
그래도 개념 찬 기사도 있어서 다행....
각설하고, 나로서는 요새 공장장 버전과 옥주현 버전의 노래를 같이 연달아 듣는 게 참 즐겁다.
이승환은 매 공연마다 자신의 곡들을 다른 버전으로 편곡하고는 하는데 '붉은 낙타' 같은 경우는 라이브 버전이 이미 수년 전에 10개가 넘었으니까 지금은 그보다 늘었을 것이다. 발라드를 댄스 혹은 락으로 편곡하고, 락을 발라드나 트롯 버전으로까지 변신시킨 적도 있다. 내 기억에 R&B 빼고는 모든 장르를 넘나들었던 것 같다. 그런 와중에도 가장 편곡이 적었던 곡이 그의 대표곡 '천일동안'이었다. 딱 한 번 라이브에서 댄스 버전을 선보인 적이 있는데 원곡의 장중함에 비해서 너무 가벼워서 그때 한 번 선보이고 사라졌고, 그 밖에는 담백하게 부르기, 섹서폰 버전 등등으로 다섯 손가락 안쪽의 버전만 들어본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무적전설 버전의 꽉 찬 사운드의 천일동안을 좋아하지만, 9집 이후의 담담한 노래도 좋다. 요새는 따라 부르라며 친절하게 무대에 가사를 보여주는데 그 배경으로 쓰이는 영상이 참 근사하다. 달밤의 숲이 계속 뒤로 후퇴하는 모습의 화면인데 최근에 JTN공연에서는 오랜만에 마지막 후주 부분에서 질러주어서 무척 반가웠다.
박정현 버전은 꽤 오래 되었다.
예전에 한참 들었던 넬 버전도 참 좋았다.
완전 새롭게 부른 k.will 버전도 좋아한다. 생각보다 이 노래 부른 가수가 많네.
신혜성 버전은 처음 들어본다. 호오...
린도 불렀지만 동영상을 못 찾았다. 예전에 들어는 봤는데 굉장히 별로였던 기억이...;;;;;
SG워너비의 이석훈이 콘서트에서 부른 천일동안
이재원이 부른 천일동안
옥주현 나가수 버전
이승환 99년 무적전설 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