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에는 거국적인 황사가 예고되어 있었지만 일산까지 먼 걸음을 했다. 님 보러 가는 길, 황사 따위야 흥!
토요일은 비가 많이 와서 행사가 취소되진 않았지만 환불해주기로 했단다. 나야 뭐 일요일 예매자였으니 해당사항 없음.
일산까지 가면 야곱을 만나고 오려고 했는데 약속이 취소되었다. 가족 모임이 생겼다고. 역시 아쉽지만 님보러 가는 길을 막을 수는 없지.
원래 저런 페스티벌은 일찌감치 가서 쉬엄쉬엄 즐기고 놀다 오기 마련이지만 혼자 가면 그런 것 짤 없다. 자리를 맡을 수가 없으니 화장실을 갈 수가 없고, 뭘 먹기도 힘들다. 그래서 나는 님 차례에 맞춰서 도착. 역시나 자리가 없다. 스탠드 맨 뒤에 서서 보자니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귀로 듣는 데는 무리가 없지. 소리가 시원하게 뻥뻥 뚫리는 것이 야외 공연의 묘미!
단독 공연에서도 좀처럼 들려주지 않는 '변해가는 그대'를 엔딩으로 듣고 얼어붙은 몸을 녹이려고 우동 집을 찾아 헤맸다. 길을 건너서 한참 걸은 뒤에 김가네 발견. 얼라, 여기 아이콘 보러 왔던 그 동네구나! 똑같은 역이었는데 출구 번호가 달라서 몰랐다. 흐흠...;;;;;
우동 한 그릇 먹고 다시 부랴부랴 돌아와서 박지윤의 무대를 보았다. 오랜만에 본 그녀는 그동안 유학 생활을 했다고 한다. 호곡, 그랬구나. 전혀 몰랐다. 드라마 복귀한다며 잠깐 소개도 했는데 드라마 제목은 까먹었다.
암튼, 데뷔 시절 히트곡을 모두 뺀 채 그녀의 목소리와 의지가 더 많이 반영된 노래들을 내리 불러서 마음에 들었다. 감기 중이라 중간에 노래가 중단되기도 하고 꽤 힘들어 보였지만 그것도 예쁘게 보였다. 다만, 말주변이 너무 없어서 그냥 노래만 계속하면 좋을 뻔 했다. 본인도 꽤 답답할 것이다.
어제는 저녁 8시에 이승환 서울 소극장 공연 1차분 예매가 있었다. 수영 시간과 겹쳐서 수영을 하루 빼먹을까 고민하다가 한 시간 일찍 가서 자유 수영을 했다. 다행히 추가 요금 안 받았다.ㅎㅎㅎ 그런데 8시 정각에 컴퓨터가 다운 됐다. 아씨... 지난 토요일에 싹 밀고 다시 깔았는데... ㅜ.ㅜ 결국 앞자리 사수는 못했지만 여하튼 예매는 성공. 2차분 예매는 내일 8시인데 백지연의 피플 인사이드 방청을 할 예정이므로 제때에 예매가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래저래 내일도 수영은 나몰라라....;;;;
(근데 보아하니 엄니도 오늘 수영 빠질 태세....ㅡ.ㅡ;;;;;)
오늘은 오전에 오랜만에 정장 차려 입고 볼일을 보았다. 아, 이제 스타킹 못 신을 것 같아.... 너무 더워..;;;;
돌아오는 길목에 예전에 언니가 하던 가게 자리에 새로 들어선 스타벅스에 들렀다. 건물 싹 밀어내고 새 건물을 예쁘게 지었는데 거기 1층에 붐비지 않는 스타벅스가 있었다. 입지가 사람이 아주 많은 동네가 아닌지라 오래 앉아있기 딱 좋은 모양새였지만 나는 갈 길이 바쁘므로 캬라멜 프라푸치노를 테이크 아웃시켜서 나왔다. 아, 이젠 얼음을 갈아만든 음료가 먹힐 더위가 닥쳤다.
걸어서 세종문화회관으로 가서 카쉬 전을 관람했다. 전시 소식을 알았을 때 조금만 버티면 소셜 커머스에서 분명 반값 티켓이 나올 것 같았는데 역시나 쿠팡에서 반값 세일을 했다.
입장할 때 봉투를 하나 주었는데 열어보지 않았다. 나중에 나오면서 인상 깊었던 사진 몇 장을 샀는데 집에 와서 열어보니 역시 그 사진들이 아닌가. 기막히게 한 장도 안 겹쳤다. 행운이다.
위의 두 장이 받은 사진이고 아래 세장은 내가 구입한 사진. 1장에 2천원, 3장에 5천원, 7장에 만원이다.
전시장에서 압도적으로 많이 팔린 오드리 헵번의 사진. 카쉬는 오드리 헵번에게서 상처받기 쉬운 연약함을 끄집어냈다고 했다. 그 이야기를 했을 때 오드리는 2차 세계 대전 당시 겪었던 고난에 대해서 이야기했다고 한다.
오드리 헵번의 사진은 작년에 본 '세실 비튼 사진전'의 사진이 훨씬 아름다웠지만 이 사진을 보고 나니 그녀에 대한 이야기까지 궁금했다. 전시장 밖에서는 책도 팔았다.
아, 45,000원. 비싸다. 중고 알림 등록시켜놓았다. ...;;;;
재클린 케네디의 사진. 컬러로 보면 어떨지 모르겠지만 지금 생각에는 옷이 참 촌스럽다. 아마 당대에는 최고의 패션을 자랑했을 텐데... 그나저나 재클린은 소녀시대 효연과 무척 닮았다. 영화 아바타와도 좀 닮았고... 미간이 넓어서 그런가 보다.
카쉬에게 사진가로서의 명성을 얻게 해준 유명한 사진의 주인공 처칠이다. 인상 잔뜩 찌푸린 이 노회한 정치가에게 위축되지 않고(게다가 물고 있던 시가마저 빼앗고!) 사진을 찍었다. 이 사진의 제목은 '으르렁 거리는 사자'란다. 처칠마저도 그에게 졌다고 생각했는지 이어서 한 장 더 찍을 것을 권했다. 다음 사진은 웃는 표정이었는데 그 사진은 인터넷에서 못 찾았다.
아아, 그레이스 켈리 너무 곱다. 저렇게 우아할 데가... 아래 진짜 여왕 사진도 나오지만 미모는 정말 최강이구나!
그녀의 죽음에 대해서는 음모론 없나? 넘 일찍 죽은 것 같다...ㅜ.ㅜ
뒷모습에서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게 한 파블로 카잘스의 사진이다.
개고기 사건이 아니었음 모르고 살았을 배우 브리짓 바르도의 육감적인 사진이다. 이 사진이 1958년 작인데 당시 그녀는 25세였다. 왕년에 인기 엄청 많았었겠다. 그렇지만 현재 네이버 대표 이미지는 이모양....
나이 탓인가, 성형 부작용인가... 통 알 수가 없다.
많고 많은 사진 중에 굳이 이 사진이 대표로 나와 있는 것은 혹시 국민 감정이 반영되었나????
엘리자베스 공주의 사진이다. 그러니까 현 영국 여왕 엘리자베스2세의 젊었을 적(26세) 모습인데 깜짝 놀랐다. 지금과 완전 똑같이 생겼다. 저기서 주름만 추가하면 지금의 얼굴이 될 것 같다. 정면 사진을 보니 무척 어깨가 동그랗고 가냘펐다.
로렌스 올리비에와 비비언 리의 사진이다. 둘이 왜 같이 찍었지? 하고 찾아보니 20년 간 부부로 지냈구나.
비비언 리는 체실 비치 전에서도 그 아름다움에 감탄에 감탄을 거듭했는데 세월의 힘을 무시하기는 어려웠다. 유난히 고왔던 만큼 유난히 나이의 무게가 느껴진다.(위 사진 찍혔을 때 42세) 이영애가 좀 더 나이들면 저렇게 되지 않을까... 피부에 탄력이 너무 없어서리...;;;;
카쉬의 사진들은 흑과 백의 조화가 오묘했다. 인위적으로 어둠을 주고 빛을 주어서 인물에게서 잡아내고자 하는 바를 강렬하게 부각시켰는데 그것이 자연스러우면서 힘이 있었다. 여러 예술가들과 유명인들이 그의 사진의 모델이 되었는데 그들도 모두 자신을 찍은 사진들에 만족하지 않았을까.
전시의 두번째 주제가 '손'이었는데 바이올리니스트 야샤 하이페츠와 권투 선수 무하마드 알리, 그리고 슈바이처의 손만 클로즈업한 사진들이었다. 그 손이 얼마나 위대한가에 대해서 새삼 생각하게 만들었다.
엘리자베스 테일러에 대한 포스터 설명은 문제가 없는제 전시장 사진의 설명에는 비문이 있다. 6줄의 '만난'이 두 번이나 들어가 있다. 전시회를 가 보면 단 한 번도 포스터나 설명에서 오타나 비문 없이 말끔한 문장을 본 적이 없다.(물론 내가 가본 곳에서) 꼭 어디선가 하나는 틀려 있다. 사소한 실수로 좋은 전시의 감동을 깎아먹어서 매번 불만이다.
엘리자베스 테일러가 저 사진을 찍었을 때 나이가 14세였다. 우리나라 중학생을 떠올려보면 굉장히 조숙했음을 알 수 있다.
슈바이처의 저 설명을 보면서 울컥해 버렸다. 그건 바로 사랑이라니, 아름다운 이름이다.
슈바이처의 눈썹이 어찌나 무성하고 긴지 머리카락인 줄 알았다. 털투성이 슈바이처!
광화문 광장은 마지막으로 내가 보았을 때보다 많이 정리되어 있었다. 세종로 지하에 레스토랑도 많이 들어섰고, 벽도 예쁘게 꾸며놓았다. 해가 눈부셔서 지하도를 통해 교보문고를 갈 생각이었는데 그 길목에서 이것과 마주쳤다.
아, 나도 해보고 싶었다. 게다가 부담 없이 무료라니! 그렇지만 난 혼자였는 걸. 게다가 오늘은 정장 차림. 사진 찍어줄 사람도 없었고... 다음에 조카 데리고 가서 해봤음 좋겠다. 어린이용 옷도 따로 비치되어 있단다. 그치만 왜 여자 옷은 없는겨? 중전 옷도 같이 해놓지....
오랜만에 교보를 가보았다. 지하도에 내려가서 길을 헤맸다는 건, 그래서 거기 서 있던 경찰에게 물어봤던 건 작은 해프닝. 오전에 가려던 곳도 무려 세 번이나 물어보고 도착했다는 것도 그저 해프닝이랄까....
교보에서는 화장실(벽의 그림이 참 멋지던 걸!) 앞쪽에서 유화 사진을 찍어서 팔고 있었는데, 일단 찍어보는 건 무료라고 붙잡는다. 예쁘게 나오면 살까? 이러면서 한 컷 찍었다. 나더러 눈 크게 뜨라고, 이빨 보이게 크게 웃으라고 갖은 주문을 하더니 30초 그대로 있으라고...;;;;;
그리고 나온 사진은 그냥 봐줄만은 했지만 가장 작은 사이즈를 만원 주고 사기엔 포토샵으로 내가 해도 될 것 같은 그런 느낌이었달까. 그래서 그냥 고마웠다고 인사하고 나왔다.
몇몇 책을 살펴보았는데, 확실히 책은 실물을 보아야 더 관심이 간다. 읽고 싶어진 리스트다.
교보도 가볍게 한 바퀴 돌았고 이제 집으로 가야겠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버스를 타야 하는 쪽 출구를 못 찾겠다.
아, 잠시 당황... 내 비록 교보를 몇 달만에 오긴 했지만 출구를 못 찾으면 정말 바보 되는 건데....
쿨럭, 한 바퀴 돌고 제대로 찾아서 나갔다. 순식간에 피곤이 몰려왔다.
글을 마무리 지을 무렵, 다현 양이 유치원에서 돌아왔다. 달팽이를 갖고 왔다고 귀엽다며 호들갑을 떨며 자꾸 내게 내민다.
아, 귀엽다고 맞장구 쳐주자니 바짝 소름이 돋았다. 차마 치워달라고 말은 못하고...ㅜ.ㅜ
얼마 전에 친구가 달팽이 좀비? 흡혈귀? 어떤 영화 얘기를 해줬는데 제목이 기억이 안 난다. 뭐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