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수영을 시작하면서 아는 얼굴 마주친 것 같아 내내 찝찝했는데, 그것도 한 2주 정도 지나니까 무뎌졌다. 그래서 마음 탁 놓고 있었는데 언니 사무실에 갔던 날 언니한테 전화가 한 통 왔다.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까지 다녔던 교회의 오빠인데, 그 오빠가 교회 안 나온지 꽤 되었으니까 내가 마지막으로 얼굴 본 것은 거의 20년 전이다. 암튼 그 오빠가 수영장에서 나를 보았다고 울 언니한테 전화한 것을 내가 옆에서 들은 거다.
아, 정말 기분이 나빠져 버려서...
그리고 그 다음날 수영장에 갔더니 웬 남자가 아는 척을 한다. 누구지? 한참을 쳐다봤다. 정황상 전날 전화했던 그 오빠일 텐데 도저히 얼굴을 못 알아보겠다. 그럴 수밖에 20년 가까이 지났는 것을.... 그 오빠야 울 언니를 계속 보고 지냈으니 닮았다고 알아봤다지만...
암튼, 기분이 참 나빴다. 그냥 모른 척하지 아는 척을 한담?
다음 달 강습 등록해야 하는데 확 옮겨버릴까부다...ㅡ.ㅡ;;;;
2. 울 수영 샘은 첫날만 멋지구리 몸매를 보여주시고 그 다음 번 부터는 계속 (거의) 전신 수영복을 입고 계신다. 그거 뭐라고 부르는지 모르겠다. 암튼 그래서 몸매 감상은 텄다. 아마 추워서 그러신 걸 테지? 첫날 버틴 것은 고객 유치(?) 차원의 서비스일까? ㅎㅎㅎ
3. 개학 전날 교무실에 들러서 청소도 하고 책도 좀 보았는데 그 사이에 학생들로부터 전화가 많이 왔다. "개학이 언제인가요?" 이때 쯤 같은데 내일이 아니길 간절히 바라는 그 목소리들. 그렇지만 어쩌랴. (가차없이!)내일이다!!!
4. 어제는 갑작스레 잡힌 회의를 마치고 부랴부랴 버스에 올라 이대로 갔는데, 버스에서 내리면서 핸드폰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왜 없지? 직장에 두고 왔나? 잃어버렸나? 고민했지만 별수 있나. 중요한 건 공연을 봐야 한다는 거!
제5회 이승환이 꿈꾸는 음악회
이승환의 공연은 볼거리와 쇼가 많은 연말 공연과, 차카게 살자 기부 공연과, 불시에 공지하고 갑자기 예매해서 소수만 모이는 돌콘이 있고, 마지막으로 음악회를 닮은 격조높은 '꿈꾸는 음악회'로 세분화된다. 그 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연은 꿈꾸는 음악회다. 많이 안 뛰어서 좋고(서른 넘어가니까 스탠딩 공연이 너무 부담스럽다.ㅜ.ㅜ) 평소에 잘 안 불러주는 레어 곡을 불러주는 게 좋고, 쇼를 배제한 채 우리끼리의 친밀감이 두드러지는 공연의 분위기가 좋다.
이번 공연에서는 나를 이승환 팬으로 만들어준 결정적 그 노래 '그대는 모릅니다'를 오리지날 버전으로 들었다. 팬 생활 12년 만에 처음이었다. 감격 감격! 그거 말고도 감동의 순간은 늘 많았지만, 어제는 특히 몹시 위로가 되는 느낌이었다.
어제 직장에서 무척 스트레스를 받았다. 익숙했던 일인지라 그냥 무딘척 했었는데, 사실은 상처가 됐던 거다. 그게 상처였다는 것도 모르고 있었는데, 어떤 곡을 듣는 순간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내가 사실은 힘들었구나. 내가 사실은 아팠구나. 위로가 필요했구나...
그렇게 깨닫는 순간 고마워서 또 눈물이 났다. 좋은 시간을 선사해준 울 공장장님, 언제나 땡스!
5. 거기가 지하 4층이었는데 지하 1층까지 올라간다는 게 내리고 보니 지하3층. 다시 엘리베이터를 기다려서 지하1층까지 갔는데 밖으로 나갈 수 있는 문이 모두 닫혀 있었다. 다시 지하 2층, 지하3층 모두 내려봤지만 다 잠겨 있음. 우쒸, 결국 지하4층으로 다시 내려가서 밖으로 나간 뒤, 지상까지 무수한 계단을 올라갔다. 덕분에 20분 정도 날렸나보다. 12시 전에 귀가할 수 있었는데 아깝다!
6. 집에 도착하니 난리가 났다. 왜 이리 연락이 안 됐냐고. 내가 늦게 들어온다고 전날 말해놨는데 전화 연결이 안 되어서 걱정하셨나보다. 집에서는 둘째 언니네도 전화를 했고, 다들 전화 연결 안 되어서 아우성.
7. 출근해서 보니 부재중 통화 15통. 새벽 2시 넘어서도 언니가 전화한 흔적이 있다. 덕분에 잠을 설쳤다고 한다. 먄! 거기 연락해둔지 몰랐어~
8. 지역 도서관에 신청해 둔 '울기엔 좀 애매한' 책이 도착했다는 문자 메시지가 왔다. 신청자를 1순위 예약으로 받아주지만 순오기님이 보내주실 거니까 1착은 양보하기.^^ㅎㅎㅎ
9. 수영장 그 오빠는 마흔인가 그런데 '오빠'라고 부르니 두드러기가 날 것 같다. 울 공장장님은 마흔 여섯인데도 오빠라고 부르는 게 자연스러운데...(킁!)
10. 졸리다. 어제 흥분과 광분과 설렘과 뿌듯함에 잠을 잘 못 잤다. 아침엔 일이 생겨서 평소보다 일찍 출근했더니 더 피곤하다. 내일은 놀토가... 아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