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날 잡아서 좀 멀리 놀러가지 못하는 터라 조카들과 함께 놀이공원에 다녀오기로 했다. 이 더운 여름 날엔 실내가 최고라며 롯데월드 낙점.
마지막으로 롯데월드를 가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까마득하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말복날(광복절이었다.) 수학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다녀온 기억은 나는데 그게 마지막일 것 같지 않지만 그 다음 날짜는 기억나지 않는다. 둘째 조카 태어나기 전에 온 가족이 에버랜드에 다녀온 기억은 나는데 그 날도 말복 날 광복절이었다. 아, 겁나 더웠던 기억들이 스멀스멀... 그날 김밥 먹고 체했는데 바이킹 타고서 쏠려서 혼났던 기억도 새록새록...-_-;;;;
암튼, 둘째 조카는 놀이공원에 처음 가본다고 했다. 호곡! 그랬구나. 자주자주 가야겠는 걸!
4시 이후 자유이용권으로 끊었다. 온라인으로 끊으면 우선승차권을 준다길래 미리 어른 표를 끊고 아이들 표도 구했는데, 어른은 50% 할인을 받아서 15,000원이건만 아이들은 할인을 받아도 17,600원이나 된다. 왜 애들 표가 더 비싸지? 뭘가 할인을 덜 받은 찜찜한 기분. 그냥 어른표로 더 끊을 걸 그랬나? (ㅡ.ㅡ;;;)
가기 전 언니가 검색을 해봤댄다. 롯데월드 가는 데 준비물이 뭐냐고? 세 명의 질문에 한결 같은 대답이 '돈'이랜다. 헉, 정답이네.ㅡ.ㅡ;;;;
3시 반에 큰 언니 사무실에서 언니를 픽업해서 4시 경에 잠실에 도착했다. 도착하자마자 입구에서 빤딱빤딱 머리띠 하나 사서 입장, 벌써 배가 고프네. 롯데리아에서 햄버거를 먹어줌. 여기서 벌써 2만원 소비. 역시 정답이었어....;;;;
(사진 펑!)
사진발 잘 안 먹히는 큰 언니. 모처럼 잘 나왔다고 나혼자 마구 흥분했다. 언니는 시큰둥. 다현양은 벌써 졸린 눈치고, 세현군은 머리띠 했다가 다현양이 마구 떼 써서 안 볼 때 몰래 찍었다. 둘째 언니만 못 찍었는데, 둘째 언니는 아마 머리띠 절대로 안 했을 거다. 재밌는데..ㅎㅎㅎ
입장을 했는데, 사람이 너무 많았다. 휴가를 바다로 가지 않고 놀이공원으로 온 것일까?
일단 눈에 띄는 곳부터 먼저 줄 섰다. 우선 승차권을 내밀며 후룸라이드 탑승. 다현양은 키 제한에 걸려서 큰 언니가 데리고 유아용 접시(?) 타는 곳으로 이동했고, 우리 셋이서 기구를 핬는데, 원래 4인승인지라 3명이 타니 나는 혼자 앉고 말았다. 직원분이 "어머니, 뒤로 기대세요." 한 마디에 기분 완전 상했음....ㅡ.ㅡ++++
후룸 라이드가 그리 무서운 놀이기구가 아니었음에도, 그렇게 떨어지는 기분을 너무 오랜만에 느껴서 마음의 준비가 안 되어 무척 무서운 기분이었다.
나와 보니 화면에 사진이 찍혀 있다. 찰칵, 하고 디카로 찍었는데 알고 보니 이게 돈 받고 파는 거였다. 인화해 주는데 6천원. 이렇게 돈 버는구나!
(사진 펑!)
이번엔 다 함께 탈 수 있는 걸로 고르자고 해서 낙점된 게 '신밧드의 모험'. 어릴 적엔 동굴 속 탐험이 무척 재밌었는데, 오랜만에 다시 타 본 신밧드의 모험은 지루하기 짝이 없었다. 게다가 어둡고 기괴한 목소리 들리고 온통 해골에 고문하는 장면까지 등장하다 보니 어린 다현양은 오싹해져서 무섭다고 바들바들 떨었다. 잘못 골랐어...;;;;
중간중간 사진 찍을 수 있는 코너가 있긴 했는데 여기도 줄 서야 한다. 한 컷 찍으면 바로 일어나주는 게 예의!
그 다음엔 어딘가 줄을 섰는데 대기 시간이 무려 한 시간 이상이어서 패쓰하고, 나만 남겨두고 어린이용 열차를 타러 내려갔다. 나는 남아서 후렌치 레볼루션을 탔는데 일명 청룡열차. 역시나 오랜만에 귓불 부딪혀가며 열차를 탔더니 너무 재밌는 거다. 여기서도 카메라 찍히는 소리가 들렸는데 혼자 나와 있던 터라 서둘러 일행으로 합류하는 바람에 사진은 확인하지 못했다. 무지 웃겼을 텐데...
조카한테로 가보니 어린이 범퍼카 줄 서고 있었다. 큰언니는 핸드폰 충전하러 고객센터에. 모두 흩어져 있는 터라 아무도 안 탄다고 했던 자이로 드롭을 타기로 결정했다. 매직 아일랜드로 나가는 순간 훅 끼쳐오는 더운 바람. 세상에, 여긴 열공장이군. 그런데 아뿔싸. 비도 온다. 그러거나 말거나 줄을 섰다. 생각보다 줄이 길지 않다. 순식간에 내 차례가 되었는데 비가 많이 쏟아진다. 손이 미끄럽다. 겁이 덜컹 난다. 기구가 올라가기 시작하는데 후회가 마구 밀려왔다. 내가 이걸 왜 탄다고 했지? 빠르게 올라가는 만큼 빠르게 공포감이 솟구친다. 석촌 호수 너머 백제 고분을 보는 게 목표였는데 아무리 두리번거려도 못 찾겠다. 비가 와서 앞이 잘 안 보이기도 했지만 이미 너무 무서워져서 그거 찾을 상태가 아니었던 것. 그리고 기구가 뚝 멈춘다. 아파트 25층 높이에서 시속 100km로 떨어지는 순간. 아, 너무 시원했다. 올라갈 때가 훨씬 무섭고, 떨어지는 건 너무 순간이어서 더워 죽겠던 순간에 짜릿한 쾌감이 밀려왔다. 오, 디즈니 랜드에 가면 얼마나 재밌을까? 더 늙기 전에 가봐야 하는데...라는 생각이 문득....;;;;
이 시점에선 폭우성 소나기가 쏟아진다. 냅다 뛰어서 다시 어드벤쳐 몰로 입장. 식구들은 회전목마를 타고 있다. 잽싸게 사진 찰칵!
카메라가 워낙 훌륭해서 셔터 반응 속도가 엄청 느린데, 앞쪽 보고 있을 때 눌렀건만 정작 찍힌 사진은 뒷모습. 훗, 그럴 줄 알았지..;;;;
중간중간 뭘 먹긴 했는데 엄청 목이 탔다. 그래서 간식 타임. 뭘 먹어도 맛이 없구나. 궁시렁 궁시렁 대면서 중간 결산을 했는데 먹은 것 없이 돈만 왕창 썼다. 음료수 한 모금 먹을 때 500원씩 내라며 마구 웃었다. 나중에 돌아올 때쯤 각자 돈 쓴 걸 계산해 보니 입장료랑 주유비 포함해서 어른 셋이 1인당 10만원 이상씩 쓴 거다. 정말, 필수 준비물이 돈이었구나.ㅜ.ㅜ 우리 저녁도 못 먹었는데.... 배불렀던 게 다행이랄까.ㅎㅎ
7시에 카니발을 했는데 이젠 나이 먹어서 이런 건 재미가 없다. 그래도 조카들은 신기해 하고 재밌어 한다. 그럼 다행이지 뭐.
다행히 카니발을 기점으로 해서 사람들이 많이 빠져나갔다. 아침부터 왔던 사람들이 이때 쯤 저녁 먹으러 퇴장했나보다. 이제 좀 숨 쉴 것 같다. ㅎㅎ
완전 아이들 용 코너였는데 기구에 공을 넣고 스위치를 빵 누르면 대포에서 볼이 펑하고 튀어나가는 기구다. 한 번 입장해서 10분 간 노는 건데 아이들은 참 좋아한다. 둘째 언니가 음료수 사러 가고 큰 언니가 데리고 입장하고, 나는 찍사! 동영상도 찍었는데 이때 찍은 동영상이 메모리를 다 잡아 먹었다.
사진 앞쪽으로 바람이 나와서 공을 공중에 붕 띄우는 기구가 있었는데, 저게 더 신기해 보였건만 조카들은 서로 안 지겠다고 저기서 떠날 줄을 몰랐다.
철창이 고무로 되어 있어서 쭈욱 늘어난다. 족쇄까진 못 채우고 사진을 급히 찍었다. 갑자기 사람들이 몰려드는 바람에...
조카의 앞니가 너무 두드러진다. ㅎㅎㅎ
이어서 '월드 모노 레일'을 탔는데, 매직 아일랜드까지 나가야 맞지만 비에 젖은 터라 실내 공간에서만 운영한단다. 그런데 그 안이 어찌나 찜통이던지, 매직 아일랜드까지 나갔으면 두 배 걸렸을 테니 차라리 못 나간 게 나았던 듯 싶기도...
월드 모노 레일이 너무 시시했던 터라 큰 언니와 나는 만회하기 위해서 '스페인 해적선'을 타러 이동했다. 조카들은 어린이용 기구 앞에서 줄서기.
아, 오랜만에 타는 바이킹, 얼마나 재밌던가. 맨 위로 올라가서는 만세를 외치기 마련인데, 둘째 언니한테서 문자가 왔다.
"팔은 꼭 들어야 하는 거야?"
그래야 재밌다니까 그러네.ㅎㅎㅎ
다현양은 놀이기구가 무서워서 찔끔 울었다는데 그래도 엄마랑 눈 마주치니까 씩 웃었다고 한다. 예쁜 것!
매직 아일랜드로 나가려고 했지만 아까보다 비가 더 쏟아져서 도저히 나갈 수 없었다. 그렇다면 남은 선택은 레이저 쇼!
9시에 한다던 레이저 쇼는 20분 늦어진 채 시작되었다. 이때는 다른 놀이기구도 운행을 중단.
저 사람이 제우스란다. ㅎㅎㅎ 전반적으로 정말 너무 유치했지만, 역시 아이들은 열광하는 분위기. 그럼 됐지 뭐...;;;
레이저 쇼는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
아까 회전목마를 못 탄 나는 조카들 데리고 탑승하고, 언니들은 좀 쉬기로 했다.
(사진 펑!)
얼라, 그런데 언니가 내 카메라로 사진을 찍었네. 난 조카 데리고 셀카 찍기에 여념이 없었음. ㅎㅎㅎ 움직이는 터라 건진 건 거의 없지만...;;;;
이제 형부가 데릴러 올 시간이 되어서 마지막으로 하나씩만 더 타기로 했다. 큰 언니와 나는 스페인 해적선을 한 번 더 타기로 했고 조카들은 아까 그 놀이기구를 다시 타기로 했다.(내가 안 타서 이름 모름...;;;)
다현 양이 타자마자 울어버려서 중간에 멈췄고, 그 바람에 큰 조카가 더 오래 탔다고 좋아했다. 어쩜 좋아..ㅎㅎ
우리가 바이킹에서 내릴 때 구경하던 세현 군이 자신도 타고 싶다고 한다. 무서울 텐데? 그래도 타겠단다.
그래서 내가 데리고 한 번 더 탔다. 일부러 가운데에 탔는데 역시나 녀석 무섭다고 잔뜩 긴장해 버렸다. 맨 뒤에 앉을 때만큼 스릴은 없지만 연속으로 세 차례 탔더니 멀미가 날 것 같다. 윽.... 집에 가야 해.
주차장에서 조금 문제가 있었지만 아무튼 무사히 밖으로 나오는데, 출구를 떠나자마자 너무 더운 거다. 꼭 손님 받아들일 땐 환대하면서 손님 갈 때는 이렇게 박대한단 말이지... 습식 사우나에 들어간 기분이었다. 열대야, 끔찍하다. 집에 도착해 보니 실내 온도 33도. 아, 미친 더위다.
자면서도 얼마나 뒤척였던지.....
오늘 아침, 우리 집으로 밥 먹으러 온 조카들이 놀이공원 또 가자고 아우성이다.
조카들, 향후 5년쯤 지나야 이 피곤을 잊지 않을까? 좀 더 일찍 잊으면 일찍 가자구. 당분간은 힘들어...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