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요일부터 미친 듯이 머리를 자르고 싶었다. 십수년 째 변하지 않는 머리스타일을 바꾸자니 어떤 머리를 해야 할지 도무지 감이 오질 않았다.
앞머리도 내리고 싶었고, 더 파격적으로는 숏커트를 해보고 싶었지만 사각턱을 생각할 때 용기가 나지 않는 거다.
뜯어 말리는 주변 인간들의 만류도 한 몫했다.
그런데, 오늘 또 다시 미친 듯이 머리를 자르고 싶었다. 오늘 안 자르면 또 얼마나 고민을 할까.
그래서 뛰쳐나갔다. 새로 신장개업한 근처 미용실은 대기 시간이 50분이어서 도로 나왔고, 집 앞 미용실을 갔더니 할머니 한 분이 머리 끝마무리 중이었고, 아주머니 한 분이 염색 중이셨다.
원래 계획은 기장을 자르고 숱을 치고 옆 가르마를 타서 자르는 거였다. 삔 꽂고 다니게.
근데 사장님께서 앞머리 잘라보라고 권유하셨다. 아, 내가 앞머리 없이 산 지 근 20년이건만! 나는 냉큼 네! 했다.
그리고 머리를 잘라가는데, 기다란 내 앞머리의 흔적은 저거다.

머리를 잘라가는데, 나는 웨이브 없는 그 형태가 맘에 들었건만 굳이 고대기로 꼭꼭꼭 말아주신단다.
그 덕분에 옆에 분 샴푸 하는 동안 고스란히 기다려야 했다. 타블로의 소설을 읽으면서.
그리고 고대기로 말아주셨는데, 난 웨이브 전이 더 맘에 들더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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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간 사장님의 역작의 결과는 이렇다.
(사진 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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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말씀이 나같이 얼굴 큰 사람은 오히려 숏 컷을 해야 더 작아 보인다고 친절히 알려주셨다.
쿨럭, 용기 백배랄까..;;;;
집에서 나올 때 지갑 없이 달랑 카드지갑만 들고 간 나는, 그러나 이 미용실에 카드 단말기가 없다는 것을 알 리가 없었지롱...
결국 언니한테 전화해서 지갑 들고 와 달라고 했다. 가까웠으니 망정이지 멀었으면 욕 먹을 뻔..;;;;
자고 일어나면 웨이브는 풀릴 것 같고, 소원하던 나름의 변신(?)에 만족.
앗, 약 먹을 시간이다!
p.s 어저께 집에 오다가 노란색 쿠퍼를 봤는데 엄청 깜찍하더라.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은수가 갖고 싶다던 차가 그 미니 쿠퍼가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