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계발활동(CA) 수업이 있는 날.

내가 새롭게 맡은 반은 종이접기반인데 강사 선생님이 따로 오신다.

수업 다 마치고 뒷정리 할 때 한 녀석이 오더니 차비가 없다고 천원만 빌려달란다.

이제 두번 얼굴 본 터라 이름도 모르는 아이기도 했고, 선생한테 돈 빌려달라고 말하는 학생이 어이가 없었다.

친구들한테 빌려보라고 하니 친구 없댄다.ㅡ.ㅡ;;;

옆에 계시던 강사 선생님이 이미 동전 털어서 510원을 빌려준 상태.

이 학생이 어떤 아인지 내게 사전정보가 없으니 알길이 없지만, 집에 갈 차비가 없다는데 어쩌겠냐 싶어서

남은 500원을 빌려주었다. 짜식이 고맙단 말도 안 하고 가네? 혼내주려다 말았는데,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마주보고 앉은 선생님이 그 학생 담임이었는데, 이 아이가 '상습범'이란다.

크헉!  상습적으로 선생님들께 차비 빌려달라고 하고 안 갚는다고...;;;;;

알고 보니 집도 그닥 멀지 않은 편이란다. 걸어갈 수 있는 거리라고...ㅠ.ㅠ

뭐야... 나 이젠 학생한테 뜯긴 거야?

어제 피라미드 사건은 당황!  오늘 사건은 황당!

당하는 나는 뭐냐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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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스탕 2007-10-06 12: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학생을 믿는 선생님이 잘못된건 절대 아니지요.
그렇게 상습적인 녀석이 절대 잘못된거죠. 액수가 적으니 저는 뭐 그정도 갖고 그러냐.. 싶겠지만 아닌건 아닌거죠.
받아내세요. 다음 수업시간에 갚으라고 하세요.
(꽤 옛날에 회수권이 있던 시절. 버스정류장에서 생전 처음보는 누군가가 차비를 빌려 달라기에 회수권을 준 적이 있어요. 회수권 1장을 팔아서 어떻게 하진 않았겠죠? ^^;)

마노아 2007-10-06 12:35   좋아요 0 | URL
저도 고딩 때 차비 없다고 회수권 빌려달라고 한 선배 언니가 있었는데 그 후 소식 깜깜...
하긴 누군지 기억이 안 나니 받을 수도 없었죠. 오늘 그 학생은 제가 가르치는 학생도 아니에요..;;;;
담임 선생님이 대신 받아주신다고 했어요. 진짜 액수의 문제가 아니라 '버릇'이 잘못된 거죠.
에구에궁...

세실 2007-10-06 1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두 도서관에서 가끔 차비 빌려주곤 했습니다. 그러고보니 받은 적이 별로 없네요. 이런...
선생님께 돈을 빌린다는 자체가 벌써 예사롭지 않다 했습니다. 에휴...자식 잘 키워야지 정말.

마노아 2007-10-06 12:35   좋아요 0 | URL
'교육'의 중요성을 매순간 실감해요. 참 어려보 까다로워요..;;;;

마늘빵 2007-10-06 13:1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애 있더라고요. 안쓰러워서 빌려주면 갚지 않습니다. -_- 안빌려주면 쪼잔하네 어쩌네 뒷다마까죠.
황당한 사건 많아요. 기본적인 마인드의 문제가 있는 애들.

마노아 2007-10-06 22:47   좋아요 0 | URL
가정에서 제대로 보살핌 받지 못한, 대체로 '방치'된 아이들에게서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것 같아요.
그렇게 생각하면 안쓰러운 일이죠ㅠ.ㅠ

조선인 2007-10-06 13: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잘 키워야겠습니다. 켁.

마노아 2007-10-06 22:47   좋아요 0 | URL
조선인님은 너무 잘하고 계십니다(>_<)

실비 2007-10-06 13: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대략난감이네요;;;

마노아 2007-10-06 22:48   좋아요 0 | URL
5천원짜리 밖에 없다 하니까 매점 가서 거슬러 오겠다고 하더군요. 켁!

야클 2007-10-06 13: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빌려준거니까 꼭 받으세요. ^^

마노아 2007-10-06 22:48   좋아요 0 | URL
꼭 받겠습니다. 불끈!

비로그인 2007-10-06 13: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선생님한테까지 그런 짓을 하다니요.
저는 청년한테 '대학생인데 고향집에 내려가는 차비가 없다'고 해서 5천원을 털린 적 있었어요.
주면서도 더 못 주어 미안해했던 제가 참 바보같아요.

마노아 2007-10-06 22:48   좋아요 0 | URL
울 엄니, 그렇게 해서 많이 털리셨습니다. 심지어 운동화 달라고 해서 나이키 운동화를 내준 적도 있다는....커헉..;;;

Mephistopheles 2007-10-06 19: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떼인 돈 받아드립니다. "700-5425"
고객의 소중한 돈 지옥 끝까지 찾아가 기필코 받아들입니다.

길거리 육교에 써 있었던 저 현수막이 생각나는군요..ㅋㅋ

마노아 2007-10-06 22:48   좋아요 0 | URL
전 메피스토님이 받아준다는 얘긴 줄 알았습니다^^ㅋㅋ

마늘빵 2007-10-07 08:26   좋아요 0 | URL
메피스토님이 받아주셔도 될 거 같습니다 =333

비로그인 2007-10-07 01: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음에 또 그러면, 따끔하게 한 마디 해두세요.
" 지난번에 빌린 것부터 갚지 그러냐? 한푼 두푼이 문제가 아니다. 네 신용도가 문제다. " 라고.
그런데 상습범인줄 알면서도 그걸 묵인하는 다른 선생님이 더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는 그러지 못하도록 교육을 해야 하는게 선생 아닌가요? ㅡ.,ㅡ

마늘빵 2007-10-07 08:28   좋아요 0 | URL
저는 그래서 한번 떼이면 다신 안빌려줍니다. -_- 일일히 받으러다니는것도 고역이에요. 아니 무슨 선생이 교실로 쉬는 시간마다 가서 애들 찾고 있고. 못 할 짓이더군요. 그래서 몇번 당한뒤로는 선생님이랑은 돈거래 하는거 아니다, 등등의 이야기를 해줍니다만, 뒷다마만 까이더군요. 쪼잔하다고. -_-

마노아 2007-10-07 10:06   좋아요 0 | URL
애를 다시 찾으려고 나갔는데 이미 떠나고 없더군요.(어찌나 빠르던지..;;;)
이번에 제대로 혼내킬 듯해요. 담임선생님이 어머니를 모셔와야 하는게 아닐까 하시더라구요.
월요일에 학생을 만날 테니, 그때 따끔하게 야단을 쳐야지요.
정말 변수가 많은 학생들입니다.

비로그인 2007-10-07 20:39   좋아요 0 | URL
" 돈 빌리고 갚지 않는게 더 쪼잔한거다 " 라고 면전에 대고 말해주고 싶군요. ㅡ.,ㅡ
도대체 그런 애들은 어디서 그런 것을 배울까요..쯧.

마노아 2007-10-08 09:55   좋아요 0 | URL
배우지 못해서 이런 일이 발생하나봐요. 일종의 가정교육의 부재죠.
당연히 알아야 할 것들을 알지 못하는...ㅠ.ㅠ
그래서 대개 못 사는 지역의 아이들이 더 버릇없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그렇게 생각하면 또 불쌍한 일이기도 해요. 이쪽 지역엔 편부모도 많고 아예 소녀가장도 많고 그렇거든요.

다락방 2007-10-07 14: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옷. 요즘 학생들 무섭군요. 상상도 못한 일을 orz

저는 고등학생때 같은 나이또래로 보이는 여자애들 세명이 오더니 "야, 돈 좀 줘!" 이러더군요. 처음 보는 애들인데 말입니다. 어찌나 껄렁껄렁 하던지. 제 여동생은 깜짝 놀라 제 팔을 꽉 쥐는데 제가 그애를 똑바로 쳐다보고 "너, 지금 나한테 말한거냐?" 하니까 갑자기 "야, 가자." 이러면서 무리를 이끌고는 그냥 가더군요. --;;

집에와서 거울을 한참이나 봤답니다.
나...깡패보다 무섭게 생긴건가? 이러면서요. orz

마노아 2007-10-07 16:39   좋아요 0 | URL
오옷, 세명이나 되는 학생들을 눈빛 제압하신 건가요? 다락방님 카리스마 죽입니다!
제가 배워야 할 부분이에용^^;;;

마늘빵 2007-10-08 20:17   좋아요 0 | URL
다락방님을 직접 뵈면 그냥 자연스럽게 이해가 됩니다. 그 아이들이 왜 도망갔는가를. ㅋㅋㅋ

마노아 2007-10-08 09:56   좋아요 0 | URL
우리 학교가 그나마 얌전(?)한 편에 속한다고 생각은 하는데, 갈수록 놀랄 일들이 늘어나요. 앞으론 더 할 거란 짐작이.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