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 중에는 북플의 뉴스피드에 올라오는 이웃의 글을 전부 읽었는데, 학기 중에는 북플에 자주 들어오지도 못하고 가끔 들어오면서 그 시점에 눈에 보이는 글 정도만 읽고 있다. 그래도 매주 100자평을 하나씩은 올리고 있는데, 벚꽃과 함께 더 분주해지기 전에 페이퍼도 하나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알라딘에는 나와 비슷한 성향의 사람이 많을 듯 한데, 나는 어떤 분야에 관심이 생기면 일단 책으로 그 분야를 공부해보아야 한다. 그 분야에 대해 대략적으로 이해하고 전체적인 지도가 그려져야만, 그 분야와 관련하여 나 자신이 무엇을 계획하고 어떻게 행동할지 결정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부터 그랬다. 스스로 납득할 수 있는 이유가 없다면, 나는 남들이 다 하는 입시 준비도 할 수 없는 사람이었다. 내가 움직이기 위해서는 일단 이해가 가능해야 하고 설명이 가능해야 한다.
현실에서 앎과 삶은 분리된 것이 아니어서, 이렇게 머릿속이 정돈되어 있어야 하는 나의 성향은 일상의 생활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설거지와 세탁 및 청소 그리고 분리수거 등 집안일을 미뤄두는 경우는 없으며, 집안에서 모든 물건은 정해진 자리가 있다. 또한 내가 계획하고 결과물을 만든다는 면에서 요리도 좋아한다. 게다가 성격상 이 모든 일들이 전혀 수고스럽지 않으며, 내 공간과 생활을 관리하는 일은 목마를 때 물을 마시는 것처럼 힘들이지 않고 자연스럽게 된다.
이러한 점에서 나의 진정한 적성은 가사를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다른 사람의 가사에는 관여할 마음이 들지 않고 내 가사에는 경제적 소득이 따르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경제적인 소득을 위해 아무 직업이나 가질 수도 없다. 이러한 나의 성격에는 치명적인 문제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을 진행해야 하는 경우에, 나는 사람들이 일반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정도 이상의 스트레스를 받는다. 물론, 열심히 스스로를 사회화했기 때문에, 부모님 정도를 제외하면 내가 스트레스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채는 사람은 없다.
아무튼 나 자신의 성향과 장단점 등을 더 깊게 이해하고 다루어가면서 인생을 살아가고 있다. 나 혼자서 스스로 계획하고 실행하면 되는 지금의 직업을 가졌다는 것도 큰 축복이고, 이 영역에서 꾸준하게 공부하며 나 자신을 개선하고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기쁜 일이다. 결론적으로, 이렇게 안정과 질서를 좋아하는 나는 책탑 사진이 아니라 정리된 책장 사진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