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봐, 내 나라를 돌려줘!
마이클 무어 지음, 김남섭 옮김 / 한겨레출판 / 2004년 6월
평점 :
절판


미국, 그 넓은 땅에서 골랐다는 놈이

부시냐!!! 그러니 맨날 부서지고 부시는 일만 벌이는 게지. 좀 쫓아버려라!

표지부터 웃음을 유발하는 이 책의 진가는 톡 쏘는 미국 특유의 콜라맛이다. 시원하고 달짝지근한 맛이 자꾸 마시게 하더니만 결국 이를 썩이고, 건강을 헤치는 콜라처럼, 웃으며 책장을 넘길 수 있으나 결국 부시라는 등장인물이 속을 썩이고, 성질을 건드려 화병을 도지게 한다.

남의 나라 일이라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우리에게 너무나 큰 미국. 미국이 재체기만 해도 독감에 걸린다는 우리의 현실에서 이 책의 내용은 먼 나라의 이야기일 수가 없기에 더욱 신경을 곤두세우게 한다.

도대체, 15명의 사우디아라비아 사람에게 테러 공격을 받은 부시는 왜 아프카니스탄과 이라크를 상대로 싸우는가. 부시 세력이 바보이든가 아니면 다른 꿍꿍이가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미국이라는 거대한 나라에서 소수이면서도 절대권력을 추구하는 보수세력을 등에 업은 부시가 바보일리는 없다. 오히려 자신을 싫어하는 상대 세력을 세뇌시켜 바보로 만드는 엄청난 꽁수를 부리는 인물이다. 불리한 상황에서 전 국민을 슬픔과 두려움으로 몰아넣은 테러를 교묘하게도 자신의 집권과 경제적 이익을 위해 활용하는 치밀한 인물이다.

그러나 모두가 부시의 꽁수에 속는 것은 아니다. 마이클 무어라는 한 작가가 막강한 권력을 등에 없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석유라는 보물을 얻으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무섭게 달려드는 부시에게 깊은 태클을 걸었다. 그리고 그 태클은 일단 부시에게 커다란 치명상을 준 듯 싶다. 부시는 아직까지 무어의 태클에 대해서 묵묵무답이다. 사실 거짓말쟁이가 자신이 한 말 모두를 기억하는 질문자를 만났으니 거짓말도 소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을 것이다. 비켜가기가 최고의 방법이라고 여길 것이다. 그러나 무어의 태클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부시 행정부가 만든 세금인하 법안덕에 많은 돈을 얻게된 무어는 부시 낙선의 그날까지 물질적인 노력까지 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이클 무어의 의견에 동의하는 이유가 단지 전쟁광 부시를 끌어내리려 한다는데만 있는 것은 아니다. 독재정권과 결탁하거나 괴뢰정권을 만들어 힘없는 국가의 국민들을 자신의 부를 축적하기 위한 희생양으로 만들려는 기존의 정책을 포기하고,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 국가로 거듭나야한다는 주장에 더 큰 공감을 하는 것이다. 일한만큼 얻고, 얻은만큼 사회에 환원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기고, 지구 전체의 환경을 생각하며, 인류 전체를 공존의 대상으로 생각해야한다는 무어의 주장에 더 큰 지지를 보내는 것이다. 사실 부시가 이번 재선에서 떨어지고 다른 누군가 미국의 대통령이 된다하더라도 미국의 기본 정책에 변화가 없다면 무어는 자신이 바라는 온전한 나라를 돌려받을 수 없을 것이다.

이 책은 미국이라는 나라의 비양심적이고 부도덕한 욕망이 인류를 얼마나 고통스럽게 만드는가를,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는 길이 쉽지는 않지만 극복하지 못한다면 인류의 미래가 극히 암울하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느끼고 비통함에 빠지게 한 책이다. 그러나 희망을 잃지 않고, 우리 각자가 무슨 일인가 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느끼게 해주는 책이라는 점에서 현실을 인식하는 감각을 발달시키는 영양가 많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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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대 2004-07-23 0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원하게 잘 쓰셨네요. 추천합니다^^

마냐 2004-07-23 00: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흐흐. 저도 어젯밤, 다 읽었슴다. 리뷰가 밀려서리...^^;;;; 저도 꾸욱~

메시지 2004-07-23 00:4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갈대님, 마냐님 감사합니다. 자꾸 미루면 못 쓸 것 같아서 저의 느낌위주로 썼습니다.

잉크냄새 2004-07-23 09: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미국의, 미국에 의한, 미국을 위한 획일적 사고를 세계화나 인류평화로 포장하여 둔갑시켜버리더군요. 그래서 세계화라는 단어는 부정적 이미지가 강한가 봅니다. 리뷰 잘 읽었어요.

stella.K 2004-07-23 09: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추천하기 두번은 눌러야 할 것 같은데, 하나는 무어를 위해, 또 하나는 메시지님을 위해! 그러나 뭉뚱그려 한방에 때리죠. 잘 쓰셨습니다.^^
 

  알라딘의 서재폐인을 자처하시면서 이 책을 모른다면 분명히 간첩이겠죠.

슬슬 서재폐인의 증세가 심해지는 저로써 간첩으로 끌려가 고문받는 일이 두려워 공포에 떨다가 이 책을 구입했습니다. 전 고문을 당해본 적은 없지만 간지럼을 태운다거나, 잠을 재우지 않겠다는 말만 들어도 겁이나서 덜덜 떠는 소심함때문에 고문이라는 말만 들어도 공포감을 느낀답니다. 얼른 이책을 읽고 싶었으나 뜻하지 않은 문제로 쉽게 이 책에 접근할 수 없었습니다.

제 아내가 저보다 먼저 앞부분을 읽어보더니 저에게 건내지않는 것이었습니다. 기다라는 것이었습니다. 하루만에 책 전부를 재미있게 읽은 아내는 아직 책을 읽지도 않은 저에게 책 내용을 말해주면서 자꾸 웃는 것이었습니다.  내용에 대한 궁금중은 도를 넘어 이제는 답답해지기까지 습니다. 

이 책이 제 손에 들어온 날 밤, 첫 이야기를 읽고 공포감에 휩쌓였습니다. 잘못하면 잠을 못자고 날을 세운 후,  다음 날 하루를 온전하게 병든 닭으로 살아야한다는 공포감말입니다. 힘든 유혹을 참고 책을 덮은 저는 이 책을 머리맡에 둔채 선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학원에 출근한 저는 쉬는 시간에도 아이들과 주변 선생님의 움직임에 상관없이 책을 읽었습니다. 책을 다 덮을 무렵, 옆에 계신 선생님께서 무슨 책이냐고 물으셨습니다. 최초의 의학엽기소설  '대통령과 기생충'입니다. 라며 전 몇가지 내용을 또 신나게 말해주었고 앞자리에서 일을 하던 다른 선생님까지 재미있고 기발한 내용에 감탄을 하게되었습니다.

리뷰를 쓸까했더니 벌써 많은 분들께서 쓰셨을 뿐더러, 오늘 stella09님께서 이 책의 리뷰를 올리셨으므로 리뷰대신 이렇게 페이퍼로 대신합니다. 기발한 발상과 유쾌한 웃음, 거기에 더해지는 기생충이라는 가깝고도 먼 생물체에대한 해박한 지식을 만날 수 있으실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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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완성 2004-07-21 0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그..궁금함을...저에게까지 전염시키시는군요....ㅠㅠ
메시지님.....나빠욧욧욧...!!!

메시지 2004-07-21 00: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앗 간첩이다. ㅋㅋㅋ 쉽게 잘 읽히고 재미있어요. 뒷부분의 기생충 사진이 조금 놀랍기도 하구요.

밀키웨이 2004-07-21 00: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니!
결혼도 하신 남자분이셨습니까?
허걱!
저는 여태 왜 미혼의 아가씨라고 생각했을까요?
이런이런...
제대로 서재탐방을 못한 결과로군요.
그나저나 제 신조가 가까이 하지 말자, 유부남인디..우짜나? ^^;;;

메시지 2004-07-21 00: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밀키웨이님처럼 저를 여성으로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으시더라구요. 저의 표현이 조금 여성스러워보이나봐요^^* 저 유부남(유난히 부드러운 남자)에요. 3돌을 지난 아들녀석도 있구요. 그렇다고 안 오시면 안돼요.

비로그인 2004-07-21 0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이 책 읽고 아벤다졸 사 먹었쟎아요. 거 새벽녘에 잠들다 말고 이상하게 똥꼬가 근질근질해집디다. 흠...전 변기에 말라붙은 노랑물에 혀를 대는 마태수 탐정, 그 부분 읽고 장풍에 맞은 듯한 아찔함을 느꼈습니다. 마태수 탐정보다 더한 기생충학자들의 인간을 위한 희생과 고통의 실화가 책뒷면에 실려 있지만 말입니다. 기생충을 연구하시는 모든 연구원들께 고개 조아려 감솨의 인사를 드립니다.

마냐 2004-07-21 0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을 읽지 않은 이가 점점 희귀해집니다....버틸 이유도 없이 버티고 있으려니...슬슬 초조하군요. 흐흐.

다연엉가 2004-07-21 09: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도 읽고는 뭐든지 팍팍 삶고 집을 한바탕 다 뒤집어 놓고 아이들 보고 손 매매 씻어라고 하고 한 일주일 갔습니다.^^^^

stella.K 2004-07-21 09: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되어요 메시지님! 어서 리뷰 쓰셔요!

아영엄마 2004-07-21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재미있게 읽었는데 리뷰는 많은 분들이 쓰셔서.. 생략할까.. 선물 받았는데 쓰는 것이 도리가 아닐까.. (여기는 안 올려도 다른 사이트에 올릴지도..^^;;) 뭐 그러고 있습니다..

메시지 2004-07-21 11: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다른 사이트도 있군요. 그런데 전 여기서만 활동중이에요. 여러군데 활동하려면 힘들것 같아서요.
stella09님/ 차력도장 선정도서인 '이봐 내나라를 돌려줘'의 리뷰도 써야해요. 리뷰가 자꾸 밀리네요.
책울님/ 저도 자주 손씻습니다. 물론 상현이한테도 자주 손 닦으라고 하구요. 이러다가 결벽증환자되면 어떡하죠.
마냐님/ 압박이 심해지다가 결국....
복돌님/ 저도 먹을까 고민중입니다. 제가 회를 좀 좋아하거든요. 회덮밥이랑 초밥도 많이 먹었구요. 읽는 동안 은근히 걱정이 되더라구요. 결혼 전에는 꼬박꼬박 회충약을 먹었는데...

마태우스 2004-07-21 1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 제게 달라고 하셨으면 당장 드릴텐데 왜 사셨어요. 마음이 아파요. 집에 너무 많이 쌓여서 공간도 좁은데... 죄송합니다....

메시지 2004-07-21 12: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서봐서 더 흐뭇합니다. 마태우스님 좋은 책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처재네 가족과 함께 남원에 다녀왔습니다.  전날 회식으로 마신 술에서 덜 취한 저와,  퍼붓기와 멈추기를 반복하는 비때문에 취소할까도 했지만 결국 출발했습니다. 빗속을 달련 남원에 도착할 무렵 비는 그쳤고, 오히려 시원한 날씨에 돌아다니기에 더욱 괜찮았습니다. 술기운도 서서히 사라지고...

콘도에 짐을 풀고 화엄사를 향했습니다. 구례로 가면 금방이라고 하는 것을 길을 잘못들어 지리산도로로 빠졌습니다. 제가 조수석에서 길을 안내했습니다. 좌우를 딱 한번 헷갈렸을 뿐이데 그런 일이 일어나더군요.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훨씬 더 좋았습니다. 구룡폭포와 춘향묘를 지나서 정령치를 넘게되었습니다. 간간히 뿌리는 비가 오히려 지리산의 푸르름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습니다. 아래로 보이는 산봉우리들과 그들사이를 유유히 흘러가는 흰구름들은 역시 변함없는 지리산의 모습이었습니다. 노고단을 지나 구례 화엄사에 왔을때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화엄사에 드러서면서부터 하나도 빠짐없이 다세히 둘러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절을 둘러보는 동안 갑자기 엄청난 비가 쏟아졌습니다. 긴 시간동안 차에 있다가 또 한참을 걸어서 힘든지 제게 업어달라는 아들녀석을 없고 절집 처마밑에서 떨어지는 비를 손으로 잡으며 물장난을 쳤지요. 거센 빗줄기도 전혀 걱정없이 즐겁게 맞을 수 있었습니다. 등산을 위해서 몇 번 화엄사에 들렸었지만 이번의 화엄사는 전과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지나는 길에 들린 것과 이 절집을 보기위해서 온 것이 그 차이의 원인이었겠지요.

화엄사에서 특이한 것은 처마끝에 매달린 풍경에 물고기가 달려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원래 풍경에는 물고기가 달려있는데 화엄사 각황전의 네 처마끝의 풍경 어디에도 물고기는 없었습니다. 푸른 하늘로 날아갔다는 정호승님의 동화가 떠으르더군요.

다음날, 남원의 박물관과 잘 꾸며진 관광단지를 거쳐서 광한루를 찾았습니다. 송강 정철이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은하수를 이곳에 꾸며놓았다는 안내문의 내용을 보며 역시 정철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위정자로써 백성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는 따져보는 일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정원의 공사는 그의 말에서 시작되었겠지만 그 결과는 당시 백성들의 땀으로 이루었을 것은 굳이 생각지 않아도 될 일이겠지요. 정철의 기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백성의 땀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광한루가 기생의 딸 춘향이가 양반인 변학도의 강압을 이겨낸 상징이라는 것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많이 지쳤는지 자꾸만 업어달라, 안아달라는 아들녀석의 뜻을 받아주며 돌아다니다보니 금세 땀으로 범벅이되고, 팔과 다리가 아팠지만 무척이나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처재내 아이까지 칭얼거리면 시원한 대밭 그늘에서 더위를 피했습니다.

무척이나 좋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만 디카를 놓고가서 그 정경들을 여기에 못 올리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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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ylontea 2004-07-19 13:5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여행에.. 사진이 없다니 아쉽긴 하네요...
가족들 마음 속 깊이 좋은 추억으로 간직되기를 바랍니다..

메시지 2004-07-19 14: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행히 처제네가 사진기를 가져와서 나중에 받으면 되요. 대신 제가 찍고싶던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그것들을 찍지못해서 아쉬움이 커요. 화암사의 물고기없는 풍경도 찍고 싶었는데...

미완성 2004-07-19 14: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메시지님이 공술좋아하신다고 할 때부터 알아봤어..궁시렁-_-;)
아이들이 있으면 여행가기가 참 힘들던데, 그래도 역시 저의 환타스틱한 메시지님께선 아이들때문에 힘들어하지 않으시고 오히려 즐거워하셨다니...역시나 멋져욧 *.*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산자락을 가졌다는 지리산...아, 한 번 가보고 싶네요.
메시지님은 절을 아주 좋아하시는 거같애요. (너무 늦게 깨달은 건가??) 저도 절이 참 좋아요;;
바다와 맞닿은 깎아지른 절벽 위에 세워진 용궁사는 어떠실까요. 막상 가보면..웬지 절이 아니라 무슨...관광단지나...꽤나 돈 들인 건축물로밖에는 안보입니다마는, 풍경은 정말 좋더라구요..

stella.K 2004-07-19 15: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며칠 조용하시다 했더니 여행을 다녀오셨군요. 비만 아니었으면 더 좋았을텐데, 그래도 잘 다녀 오셨다니 부럽네요.
여독은 쌓이지 않으셨는지? 몸 잘 추스르십시오.^^

진/우맘 2004-07-19 15: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구, 저도 단란한 가족사진을 기대했더니만.^^

sooninara 2004-07-19 18: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술이 문제군요..그래도 사진 못찍은 대신에 맘속에 찍어 오셨겠죠?^^
(이렇게 부인을 위로하세요..ㅋㅋ)

메시지 2004-07-19 20: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다들 사진때문에 아쉬워하시는 군요. 다들 감사합니다. 가족사진이나 여행의 추억을 담을 만한 사진들은 처재네 사진기로 많이 찍었습니다. 아쉬운 것은 제가 특별하고 찍어서 보관하고 싶었던 몇 가지를 찍지 못했다는 것 뿐입니다. 저의 개인적 취향을 만끽하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뿐입니다. 나중에 사진받으면 잘 골라서 올려놓을께요. 참 멍든사과님께서 말씀하신 용궁사는 혹시 부산에 있나요? 제가 절을 좋아하긴 하지만 많이나 자주 다니는 편은 아니에요. 시간과 경제적인 문제때문에 어렵죠.

미완성 2004-07-19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넵. 부산 송정에 있어요.
용궁사빼고는 그쪽은 완전히 시골동네여요. 관광버스 대절해서 오시는 분들 정말 많더라구요. 아예 관광버스 정류장도 운동장만큼 크게 만들어놨구요. 절 앞에는 멸치젓부터 별별 걸 다 팔구요. 절밥도 천원이나 받는데 무지 맛이 없어요.
근데 뭐, 국내 유일의 바닷가에 지어진 절이라 하니...정말 럭셔리한 절이긴 했어요...
웬지 마음 한쪽이 좀...안좋긴 했지만요.
(제가 지금 소개를 하는 건가요, 절 하나를 두고 씹고 있는 건가요?? -_-;;;;)

메시지 2004-07-19 2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 부산가본지도 무척이나 오래됐는데... 가보고 싶네요.
 

시가 읽고 싶은 날이다. 몇 주동안 시를 읽은 적이 없다. 물론 다른 이유로 읽어주기를 한 적은있다. 오늘 낮에도 황동규의 '즐거운 편지'와 김종삼의 '성탄제'를 읽어주었으니까.

내일은 서점에 나가야겠다. 내가 가는 서점의 시집코너는 쾌쾌하다. 물론 여고생의 감성을 자극하는 시들은 화려하게 놓여있다. 그러나 나는 여고생이 아니다. 감수성이라는 것도 동일한 것의 반복에는 질리는 것인지 한때 매달렸던 감성의 시들은 이제 마음에 차지않는다. 한쪽 구석에 먼지를 뒤집어쓴 채로 외면당한 케케묵은 것들에게 눈이 간다. 그런데 서점에서 시집을 고르다보면 내가 이 시인의 시집을 읽었는지 안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 않을 때가 있다. 간혹 같은 시집을 사는 실수를 범한 적도 있다.

책장의 시집들을 훑어 보았다. 이미 읽은 시집일텐데 낯설게 느껴진다. 뽑아들고 펼쳐본다. 기억이 없다. 밑줄도 접힌 부분도 없는 시집은 더 그렇다. 다행히 접힌 부분이나 연필로 끄적여놓은 흔적들을 발견하면 조금씩 그 시에 대한 경험이 얼핏 떠오르기도 한다.

망설인다. 다시 읽어야 할까 아니면 기억은 없어도 읽은 것이니까 그냥 꽃아둘까.  또 망설인다. 

나의 시읽기는 많은 고민을 동반한다. 어떤 날은 하루종일 쩔쩔매면서 한두편을 간신히 읽고, 어떤 날은 단숨에 한 권을 통째로 읽어버리기도 한다. 

나는 아직도 읽기방법을 찾지 못하고 시앞에서 배회하고 있다. 어떻게 시앞에서의 배회를 멈출 수 있을까. 가능하기나 한 일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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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영엄마 2004-07-16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도 유행을 타나 봅니다. 시집 붐이 일때는 누군지도 모를 시인들이 시집이, 그것도 니의 말씀처럼 여고생 취향의 시집이 쏟아져 나오더니...
저는 홀로서기나 접시꽃 당신 같은 시가 나오던 시절 이후로는 시를 잊고 살고 있어요..

연우주 2004-07-16 12: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시 좋아하는데. 요샌 다 메말라버린 듯 해요. 모든 게.

메시지 2004-07-16 14: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저는 홀로서기에 빠졌었죠. 접시꽃 당신은 그저 그랬고. 그런데 홀로서기는 다시 안 봐지더니 접시꽃 당신은 다시 봐지더라구요. 접시꽃 당신에 실린 시들 중에서 새롭게 다가오는 시들이 있었습니다.
우주님/ 기운내세요. 곧 집들이가 있으시잖아요. 서재의 지인들과 어울리시면 많은 기운이 생기시리라 믿습니다. 못가서 죄송하구요.전 아마도 남원의 지리산 끝자락에 있을듯 합니다.

아영엄마 2004-07-16 20:1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건 혹시 님이 혼자였을 때와 옆에 소중한 사람이 생긴 후의 차이점이 아닐까요? 언제 시간나면 집에 먼지 소복히 쌓인 시집들을 찾아 뒤적거려 봐야겠어요~^^*
 
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허균 지음 / 돌베개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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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에 가면♬'

'시장에 가면'이라는 놀이 아시죠? 그럼, 동일한 방식으로 우리 문화유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절집에 가면♬' 이라는 놀이를 해보겠습니다. 종교적인 이유와는 상관없이 소풍이든 수학여행이든 또는 봄이나 가을의 경치를 감상하기위해서라도 다들 한번쯤은 유명한 사찰에는 들러보셨죠? 자, 그럼 놀이를 시작합니다.

♬ 절집에 가면, 연꽃도 있고, 나무도 있고, 풍경도 있고, 탑도 있고, 부도도 있고, 종도 있고, 북도 있고, 운판도 있고, 불상도 있고, 연못도 있고, 다리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새도 있고, 용도 있고, 호랑이도 있고, 사자도 있고, 여우도 있고, 토끼도 있고, 거북이도 있고......

뭐라고! 절에 호랑이, 사자, 여우, 토끼와 거북이까지! 거기가 무슨 동물원이냐!

몇가지 내용이 답이 될 수 없다는 항의 때문에 잠시 놀이를 중단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양애해주신다면 원활한 놀이를 위해서 잠시 몇가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연못이 있다는 것은 동의하시죠? 왠만한 절에는 다 연못이 있고, 그 연못에는 진흙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않는 연꽃이 있습니다. 속세의 지저분함 속에서도 자신의 고운 자태를 지켜가는 모습이 불도를 구하고자하는 불자들에게 모범이 되는 꽃입니다. 또한 현세에서 다른 세계로의 탄생을 이룰 때 이 연꽃을 이용합니다. 마치 자궁과 같은 곳이지요. 연꽃의 이러한 의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심청전'에서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용궁에서 지상으로 다시 나오게되는 장면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불교와 도교에 해당하는 용궁을 연결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구요? 그러나 절집을 잘 살펴보면 우리의 불교가 도교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절집에는 산신이나 칠성님을 모시는 삼신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호랑이를 타고 다니는 산신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용궁의 용들은 불법을 수호하기위해 절집의 곳곳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용은 불법의 수호자 역할 외에도 종의 윗부분에서 비명을 지르며 종을 붙잡고 있는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그런 모습은 용이 가장 두려워하는 물고기(고래) 모양의 당목이 종을 치기 때문이랍니다.

토끼와 거북이는 왜 있냐구요? 거북이 또는 자라의 꾐에 빠져 용궁에갔다가 살아돌아온 꾀많은 토끼이야기는 다 아시죠? 그 설화가 원래는 불교의 발생지인 인도의 설화입니다. 인도의 설화가 여러 경로를 거쳐서 우리의 불교에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여기서 거북은 용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의미있는 동물이 되지요. 여우 역시 부처님이 등장하는 인도 설화와 관련되어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법당의 뒷벽이나 옆벽의 탱화들에 등장하고 있답니다. 그 외에도 불도에 이르는 길을 그림으로 보여준 그림에는 소도 등장한답니다.

지금까지 절집 여기저기에서 새로운 의미로 살아있는 몇가지 동식물들에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절집에 가면 동식물뿐만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문양과 조각, 건축물, 그림들이 그 나름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절집 곳곳에 머물러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도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의 의미와 그 속에 숨은 사연들을 하나씩 엿보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지금까지의 저의 말은 모두 허균님의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를 참고한 것이며, 책의 극히 일부분에만 해당되는 것들입니다. 직접 책을 들여다보시면 '절집에 가면♬'이라는 놀이를 더욱 즐겁게 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럼 다들 이해하신 줄 믿고 다시 놀이를 시작하겠습니다.

♬ 절집에 가면, 연꽃도 있고, 나무도 있고, 풍경도 있고, 탑도 있고, 부도도 있고, 종도 있고, 북도 있고, 운판도 있고, 불상도 있고, 연못도 있고, 다리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새도 있고, 용도 있고, 호랑이도 있고, 사자도 있고, 여우도 있고, 토끼도 있고, 거북이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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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7-1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흥에 겨우셨구랴, 좋겠수. 메시지님. 저자의 책도 다 받으시구요. 아, 이거 메시지님 넘 뜨는 거 아녀요? 에지간허면 쫌 내려오셔요, 내려오랑게요!

메시지 2004-07-13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가 사서 본 책이에요. 고규홍님께서 보내주신 책은 아직 못보고 있어요. 아껴볼 생각이랍니다. 근데 제가 너무 높이 올라갔나요? 어쩐지 자꾸 어질어질 현기증이 나더만요.^^*

superfrog 2004-07-1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당분간 그냥 붕붕 떠 다니세요..^^ 기분 좋잖아요..ㅎㅎ

미완성 2004-07-13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씨구나~ 덩더쿵더러러~~~ 아아...저도 따라 전국노래자랑 방청객이 되어버렸어요..ㅠ.ㅠ

미완성 2004-07-1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어어어어.....알라딘이 이상해요..ㅠ.ㅠ
메시지님 멋져요,,님의 메시지는...ㅠ.ㅠ
아아...더워...제 뇌속이 너무 후덥지근해요. 이 올리니만 못한 코멘트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