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
허균 지음 / 돌베개 / 200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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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집에 가면♬'

'시장에 가면'이라는 놀이 아시죠? 그럼, 동일한 방식으로 우리 문화유산의 많은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절집에 가면♬' 이라는 놀이를 해보겠습니다. 종교적인 이유와는 상관없이 소풍이든 수학여행이든 또는 봄이나 가을의 경치를 감상하기위해서라도 다들 한번쯤은 유명한 사찰에는 들러보셨죠? 자, 그럼 놀이를 시작합니다.

♬ 절집에 가면, 연꽃도 있고, 나무도 있고, 풍경도 있고, 탑도 있고, 부도도 있고, 종도 있고, 북도 있고, 운판도 있고, 불상도 있고, 연못도 있고, 다리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새도 있고, 용도 있고, 호랑이도 있고, 사자도 있고, 여우도 있고, 토끼도 있고, 거북이도 있고......

뭐라고! 절에 호랑이, 사자, 여우, 토끼와 거북이까지! 거기가 무슨 동물원이냐!

몇가지 내용이 답이 될 수 없다는 항의 때문에 잠시 놀이를 중단하겠습니다. 여러분께서 양애해주신다면 원활한 놀이를 위해서 잠시 몇가지 설명을 드리겠습니다.

우선, 연못이 있다는 것은 동의하시죠? 왠만한 절에는 다 연못이 있고, 그 연못에는 진흙속에서도 아름다움을 잃지않는 연꽃이 있습니다. 속세의 지저분함 속에서도 자신의 고운 자태를 지켜가는 모습이 불도를 구하고자하는 불자들에게 모범이 되는 꽃입니다. 또한 현세에서 다른 세계로의 탄생을 이룰 때 이 연꽃을 이용합니다. 마치 자궁과 같은 곳이지요. 연꽃의 이러한 의미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심청전'에서 인당수에 빠진 심청이가 용궁에서 지상으로 다시 나오게되는 장면을 통해서도 알 수 있습니다.

불교와 도교에 해당하는 용궁을 연결시키는 것은 말이 안된다구요? 그러나 절집을 잘 살펴보면 우리의 불교가 도교와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우리의 절집에는 산신이나 칠성님을 모시는 삼신각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그곳에서는 호랑이를 타고 다니는 산신을 만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부처님의 설법을 들은 용궁의 용들은 불법을 수호하기위해 절집의 곳곳에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습니다. 용은 불법의 수호자 역할 외에도 종의 윗부분에서 비명을 지르며 종을 붙잡고 있는 모습으로도 나타납니다. 그런 모습은 용이 가장 두려워하는 물고기(고래) 모양의 당목이 종을 치기 때문이랍니다.

토끼와 거북이는 왜 있냐구요? 거북이 또는 자라의 꾐에 빠져 용궁에갔다가 살아돌아온 꾀많은 토끼이야기는 다 아시죠? 그 설화가 원래는 불교의 발생지인 인도의 설화입니다. 인도의 설화가 여러 경로를 거쳐서 우리의 불교에 받아들여진 것입니다. 여기서 거북은 용궁의 세계로 우리를 인도하는 역할을 하는 의미있는 동물이 되지요. 여우 역시 부처님이 등장하는 인도 설화와 관련되어있습니다. 이들은 대체로 법당의 뒷벽이나 옆벽의 탱화들에 등장하고 있답니다. 그 외에도 불도에 이르는 길을 그림으로 보여준 그림에는 소도 등장한답니다.

지금까지 절집 여기저기에서 새로운 의미로 살아있는 몇가지 동식물들에대해서 알아보았습니다. 절집에 가면 동식물뿐만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문양과 조각, 건축물, 그림들이 그 나름의 상징적 의미를 가지고 절집 곳곳에 머물러있습니다. 가까이 다가가서도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들의 의미와 그 속에 숨은 사연들을 하나씩 엿보는 일은 즐거운 일입니다.

지금까지의 저의 말은 모두 허균님의 '사찰장식, 그 빛나는 상징의 세계'를 참고한 것이며, 책의 극히 일부분에만 해당되는 것들입니다. 직접 책을 들여다보시면 '절집에 가면♬'이라는 놀이를 더욱 즐겁게 하실 수 있으실 것입니다. 그럼 다들 이해하신 줄 믿고 다시 놀이를 시작하겠습니다.

♬ 절집에 가면, 연꽃도 있고, 나무도 있고, 풍경도 있고, 탑도 있고, 부도도 있고, 종도 있고, 북도 있고, 운판도 있고, 불상도 있고, 연못도 있고, 다리도 있고, 물고기도 있고, 새도 있고, 용도 있고, 호랑이도 있고, 사자도 있고, 여우도 있고, 토끼도 있고, 거북이도 있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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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로그인 2004-07-13 17: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주 흥에 겨우셨구랴, 좋겠수. 메시지님. 저자의 책도 다 받으시구요. 아, 이거 메시지님 넘 뜨는 거 아녀요? 에지간허면 쫌 내려오셔요, 내려오랑게요!

메시지 2004-07-13 17: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은 제가 사서 본 책이에요. 고규홍님께서 보내주신 책은 아직 못보고 있어요. 아껴볼 생각이랍니다. 근데 제가 너무 높이 올라갔나요? 어쩐지 자꾸 어질어질 현기증이 나더만요.^^*

superfrog 2004-07-13 18: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에이.. 당분간 그냥 붕붕 떠 다니세요..^^ 기분 좋잖아요..ㅎㅎ

미완성 2004-07-13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얼씨구나~ 덩더쿵더러러~~~ 아아...저도 따라 전국노래자랑 방청객이 되어버렸어요..ㅠ.ㅠ

미완성 2004-07-13 22: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어어어어.....알라딘이 이상해요..ㅠ.ㅠ
메시지님 멋져요,,님의 메시지는...ㅠ.ㅠ
아아...더워...제 뇌속이 너무 후덥지근해요. 이 올리니만 못한 코멘트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