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재네 가족과 함께 남원에 다녀왔습니다. 전날 회식으로 마신 술에서 덜 취한 저와, 퍼붓기와 멈추기를 반복하는 비때문에 취소할까도 했지만 결국 출발했습니다. 빗속을 달련 남원에 도착할 무렵 비는 그쳤고, 오히려 시원한 날씨에 돌아다니기에 더욱 괜찮았습니다. 술기운도 서서히 사라지고...
콘도에 짐을 풀고 화엄사를 향했습니다. 구례로 가면 금방이라고 하는 것을 길을 잘못들어 지리산도로로 빠졌습니다. 제가 조수석에서 길을 안내했습니다. 좌우를 딱 한번 헷갈렸을 뿐이데 그런 일이 일어나더군요.그러나 결과적으로는 훨씬 더 좋았습니다. 구룡폭포와 춘향묘를 지나서 정령치를 넘게되었습니다. 간간히 뿌리는 비가 오히려 지리산의 푸르름을 더욱 돋보이게 하였습니다. 아래로 보이는 산봉우리들과 그들사이를 유유히 흘러가는 흰구름들은 역시 변함없는 지리산의 모습이었습니다. 노고단을 지나 구례 화엄사에 왔을때 다시 비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화엄사에 드러서면서부터 하나도 빠짐없이 다세히 둘러볼 생각이었습니다. 그렇게 천천히 절을 둘러보는 동안 갑자기 엄청난 비가 쏟아졌습니다. 긴 시간동안 차에 있다가 또 한참을 걸어서 힘든지 제게 업어달라는 아들녀석을 없고 절집 처마밑에서 떨어지는 비를 손으로 잡으며 물장난을 쳤지요. 거센 빗줄기도 전혀 걱정없이 즐겁게 맞을 수 있었습니다. 등산을 위해서 몇 번 화엄사에 들렸었지만 이번의 화엄사는 전과 다른 느낌이었습니다. 사실 지나는 길에 들린 것과 이 절집을 보기위해서 온 것이 그 차이의 원인이었겠지요.
화엄사에서 특이한 것은 처마끝에 매달린 풍경에 물고기가 달려있지 않다는 것입니다. 원래 풍경에는 물고기가 달려있는데 화엄사 각황전의 네 처마끝의 풍경 어디에도 물고기는 없었습니다. 푸른 하늘로 날아갔다는 정호승님의 동화가 떠으르더군요.
다음날, 남원의 박물관과 잘 꾸며진 관광단지를 거쳐서 광한루를 찾았습니다. 송강 정철이 견우와 직녀가 만난다는 은하수를 이곳에 꾸며놓았다는 안내문의 내용을 보며 역시 정철답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가 위정자로써 백성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가는 따져보는 일은 않기로 했습니다. 그 아름다운 정원의 공사는 그의 말에서 시작되었겠지만 그 결과는 당시 백성들의 땀으로 이루었을 것은 굳이 생각지 않아도 될 일이겠지요. 정철의 기지에 의해서가 아니라 백성의 땀으로 아름답게 꾸며진 광한루가 기생의 딸 춘향이가 양반인 변학도의 강압을 이겨낸 상징이라는 것이 오히려 더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들었습니다..
많이 지쳤는지 자꾸만 업어달라, 안아달라는 아들녀석의 뜻을 받아주며 돌아다니다보니 금세 땀으로 범벅이되고, 팔과 다리가 아팠지만 무척이나 좋은 여행이었습니다. 처재내 아이까지 칭얼거리면 시원한 대밭 그늘에서 더위를 피했습니다.
무척이나 좋은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그런데 제가 그만 디카를 놓고가서 그 정경들을 여기에 못 올리는 것이 안타깝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