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박은정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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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의 기자가 제2차 세계대전을 겪은 어르신들을 만나며 기록한 인터뷰 모음집이다. 특별한 점은 남성이 아닌 여성들의 이야기만을 다루었다는 것. 남성들의 전쟁 일화는 충분히 차고 넘칠 만큼 존재하지만, 여성들의 이야기는 언제나 수면 아래에 있어 아무도 알아주지 않았다. 남녀노소 다 겪는 전쟁이 어째서 남자들의 전유물이란 말인가. 하여 저자는 주목받지 못했던 여성들의 가슴속 깊은 곳에 박혀있던 감정과 설움을 끄집어내어 만천하에 공표하였다. 그 과정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인터뷰에 응해준 수많은 이들의 울분을 받아주어야 했고, 어떤 이들에게는 괜한 짓 한다며 비난을 받기도 했다. 저자 스스로도 이 일이 옳은 행동인지를 의심하였으나, 인터뷰를 할수록 그들의 목소리를 세상에 드러내야만 한다고 생각하였다. 그것이 기자의 사명이자 본분이 아니던가.


이 책을 읽게 된 것은 2022년 초에 일어난 러시아-우크라 전쟁이 지금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길든 짧든 그 폐해는 말도 못할 것인데 군인이나 민간인이나, 남자나 여자나 할 거 없이 두려움과 공포 가운데 숨죽여 목숨을 부지중일 테고, 전쟁이 끝나고 살아남았대도 앞날을 생각하면 그저 막막함뿐이다. 말 그대로 누구에게나 참혹한 전쟁이지만, 이번에는 책의 기획대로 여성들의 입장을 주목해보았다.


집안에 모든 남자들은 전쟁터로 나갔고, 희생자와 사망자가 늘어나면서 결국 여자들도 전선으로 나아간다. 어떤 이는 강제적으로, 누군가는 자발적으로 참여한다. 체격과 나이, 경력의 유무와 상관없이 일단 불려가서 간호사든 조종사든 저격수든 보직을 주는대로 부여받고 속성 교육과 훈련을 받는다. 마음의 준비도 안된 채 총질을 해야 하고, 사지가 잘린 아군을 돌봐야 하며, 옆자리 동료가 한순간에 목숨을 잃는 광경을 날마다 목격해야 했던 소녀 병사들. 장총보다도 키가 작은 어린이부터 결혼을 앞둔 신부까지, 전쟁은 수많은 청춘과 꿈들을 앗아가버렸다. 총성이 울리자 그녀들의 찬란했던 우주는 그만 호흡을 멈추었다.


이 책을 기획하며 저자는 수많은 방문과 인터뷰를 하고 방대한 양의 편지와 전화를 받았다. 그 사연들을 다 담지 못해 아쉬운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책 중반쯤에 그런 말이 나온다. 남자들은 전쟁의 지식을 기억하지만, 여자들은 전쟁의 감정을 기억한다고. 단순히 성별 차이가 아니라 여성성을 강제로 박탈해버렸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일화들이 그것과 연결되어있다. 남성 치수의 군복과 속옷과 군화를 지급받았고, 2차 성징이 찾아와도 신경 쓸 틈이 없었으며, 생명을 낳는 게 아닌 생명을 멸하는 신분이 돼버렸다. 가장 기억나는 일화는 참전 서류를 없애버린 분이었는데, 그게 있으면 아무도 자신과 결혼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나 결혼은커녕 집도 없이 살다가 병에 걸렸는데, 그 서류가 없어서 어떤 혜택도 못 받는다고 했다. 아아, 정말 눈물이 다 난다. 이 많은 울분을 저자는 어떻게 감당해냈을까.


가만 생각해보면 인생 자체가 곧 전쟁이다. 우리네 인생은 별다른 훈련도 못 받고 전쟁터에 투입된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총알과 포탄, 밟는 곳마다 펑펑 터지는 지뢰, 깜빡이도 없이 껴드는 탱크와 전투기. 싸워야만 살아남는 현실이 전시상황과 다를 게 뭐가 있을까. 길어지는 코시국과 러시아-우크라 전쟁으로 세계 경제가 바닥을 치고 있다. 하여 전 인류가 전쟁을 간접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근데 미안하지만 국가적 문제보다도 당장 내 생계부터 해결하는 게 급선무란 말이다. 그래서 오늘도 난 피곤에 절은 채로 귀가해 몸져눕는다. 근데 이 책을 읽고 나니 이 정도면 나는 배부른 삶이구나 싶다. 다들 이렇게 정신승리라도 하면서 삽시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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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쟝쟝 2022-11-17 09:07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안은 전쟁이군요? 밖은 지옥이야!!!!! 근데 난 전쟁보다 지옥 체질임 ㅋㅋㅋㅋ 지옥은 혼자 견디면 되지롱~ -자영업자 씀-

물감 2022-11-17 09:30   좋아요 1 | URL
오오 쟝쟝님은 정신승리를 마스터 하셨군요? 저도 분발하렵니다 ㅋㅋㅋ
근데 지옥이냐 전쟁이냐의 선택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아닌가요 ㅋㅋㅋ

공쟝쟝 2022-11-17 09:31   좋아요 1 | URL
치킨을 좋아하냐 계란을 좋아하냐의 문제이기도 한 것입니다!! 살아남읍시다💪💪

물감 2022-11-17 11:29   좋아요 0 | URL
오오케이. 쟝쟝님이랑 다락방님과 치킨 먹방을 하는 그날까지 나는 무너질 수 없다!

다락방 2022-11-17 11:32   좋아요 1 | URL
갑자기 분위기 치킨 먹방 ㅋㅋㅋ 저는 다리, 물감 님은 가슴인데 쟝님은 뭐 좋아해요? 가슴이에요, 다리예요? 아니 물감님, 공쟝쟝 님이 뭘 좋아하든 누군가에겐 불리하다. 다리 좋아하면 나에게 불리하고 가슴 좋아하면 물감 님에게 불리하다. 그러니까 물감님과 저 둘이 만나서 쇼부칩시다. 콜?

물감 2022-11-17 11:52   좋아요 0 | URL
예전에 쟝쟝님도 가슴살 좋아한대서 자기랑 겹친다고 했었죠 ㅋㅋㅋ 전 가리는 부위 없어서 얼마든지 합석 가능합니다. 셋이 만난다면 제가 허벅지살 먹죠 뭐! 다락방님과의 1대1 먹방도 좋아요ㅋㅋㅋ 근데 치킨 한마리에 5만원 할때쯤에나 만날려나...??

공쟝쟝 2022-11-17 11:59   좋아요 0 | URL
전 퍽퍽살 파지만 사실 다 잘먹습니닭!! 모두 모여 닭방찍는 그 날까지 저는 소설을 읽겠습니다!!! 대화에 끼고 싶을 거 같아요 ㅋㅋㅋ (그러나 ㅋㅋㅋ 올해는 처참한 실적 ㅋㅋㅋㅋ 면목 없다…)

다락방 2022-11-17 12:06   좋아요 2 | URL
그러면 올해가 가기 전에 한 번 볼까요? 닭먹기 위해 만나자. ㅋㅋㅋㅋㅋ

물감 2022-11-17 13:21   좋아요 0 | URL
좋아좋아요~ 그럼 엣지있게 12월 25일 어떠신지요 ㅋㅋㅋ
어쩐 일로 12월 토욜은 모두 매진 돼버렸습니다.......!!
와 이렇게 두분의 실물을 영접하는 건가요?? 설렌다 야호

다락방 2022-11-17 13:37   좋아요 1 | URL
뭐야, 물감님 완전 인기인이었어요? 사람 안만나면서 사는 거 아녔어요? ㅋㅋ 일단 12/25 저는 오케이!

공쟝쟝 2022-11-17 13:42   좋아요 0 | URL
역시 F들은 신속하고 자연스러운 만남의 추진자들 이네요?! 저도 당연히 약속 없어요 ㅋㅋㅋㅋ (조금 분하다) 만찬을 즐겨요! 제가 읽고 갈 것은?? ㅋㅋㅋㅋ

다락방 2022-11-17 13:56   좋아요 0 | URL
쟝님이 읽고 올 것은 내 마음?

공쟝쟝 2022-11-17 14:16   좋아요 0 | URL
네메시스로 정했습니다! ㅋㅋ

물감 2022-11-17 14:37   좋아요 1 | URL
약속 잘 안잡지만 그래도 연말이자나요 ㅋㅋㅋ
이럴 때나 사람들 좀 만나고 그러는 거죠 머 ~~

네메시스 좋아요!
코시국과 제법 어울리는 책임다 ㅋㅋ
근데 못읽어도 그냥 오세요 ㅋㅋㅋㅋ뭣이 중헌디

레삭매냐 2022-11-17 10: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진짜 러시아에서는 병력 부족
으로 강제 징병해서 충분히
훈련도 안된 병사들을 총알받
이로 전선에 내몬다고 하네요.

81년 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하나도 없네요.
무시무시한 소비에트 러시아
의 인명경시는 말이죠.

그나마 그 시절에는 외부 침략
자에 대항하는 애국전쟁이라는
프로파간다를 사용했지만 지금
은 자신들이 침략자니...

물감 2022-11-17 18:34   좋아요 1 | URL
정말 미친 짓이다 싶다가도 오죽했으면 어린 친구들까지 동원하나 싶어져요.
그리고 과연 한국이라고 해서 그러지 않으리라는 법도 없고.

러시아 뉴스를 볼 때마다 이 어마무시한 국가에서 어떻게 도끼옹 같은 대문호들이 생겨났는지 늘 의문입니다. 말씀하신 것처럼 침략자가 된 마당에, 러시아에서 메시야가 나온다한들 어느 누가 반겨줄까요. 참 마음이 복잡합니다. 에혀.

책읽는나무 2022-11-17 16:16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오호!!!!
물감님이 읽으시고 쓰신 리뷰는 좀 감동입니다.
전 이 책 진짜 힘겹게 읽었던 지난 여름이 떠오릅니다. 그 감동과 슬픔이 다시 되살아나는 듯 하네요.
가을이기도 하구요???ㅜㅜ

물감 2022-11-17 18:34   좋아요 1 | URL
그런가요? 다른 분들이 남긴 평에 비하면 아주 빈약한 글이던데요...(쭈글)
역시 책읽는나무 님은 타인을 기분 좋게 만들어주는 능력자! ㅎㅎㅎ
많이 무겁고 힘겨운 작품이지만, 그래도 읽기를 잘했단 생각이 들었네요.
부디 계절 타지 마시기를...^^
 
인간 실격 (무선) 웅진지식하우스 일문학선집 시리즈 2
다자이 오사무 지음, 허호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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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플 때면 우울한 노래를 듣게 되듯이, 책도 꼭 그런 것만 읽게 된다. 아플 때가 가장 서럽다는 자취생들의 심정이 내내 지속되는 기분이랄까. 내 마음을 알아주는 이가 없으니 이렇게라도 현실을 도피하여 어딘가에 기대고 싶은 거겠지. 하여 상태가 멀쩡할 땐 손이 안 가던 <인간 실격>을 드디어 읽게 됐다. 확실히 침울할 때 읽어주니까 감정이입이 잘 돼서 볼만했다. 이렇게 저자의 삶과 심연을 대변하는 작품은 참 양날의 검과 같다. 저자에게 푹 빠지거나 혹은 완전히 손절하거나. 일단 나는 후자다. 필독 도서고 뭐고 간에 나는 진짜 일본 문학이랑은 안 맞는 거 같아. 같이 실린 <사양>은 진짜 영 아니어서 <인간 실격>만 리뷰하겠다.


부끄러운 생애를 살았노라고 자백하는 주인공 요조. 타고난 익살꾼으로써 모두에게 사랑받으며 살았지만 정작 그의 심장은 뛰는 법을 몰랐다. 애정을 갈구할 줄만 알았지, 누구와도 진심을 나눠본 적이 없는 그였다. 스스로도 남들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자신에게 통제와 방치를 반복하며 살아간다. 제 가면을 들키고도 솔직해지지 못하는 모습은, 제 존재를 부정하기 바빴던 요조의 삶을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동양 버전의 <데미안>이라고 봐도 될 듯.


험한 세상을 위태로이 살아가는 요조가 꼭 지금의 나를 보는 것만 같았다. 겉보기엔 남들과도 잘 지내고 결혼도 하고 적절히 유흥도 즐기며 사는 평범남이지만, 공허함으로 가득 찬 그 가슴은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는다. 대체 무엇이 그를 공허하게 만드느냐. 딱히 이유랄 건 없다. 그냥 그렇게 설계되었을 뿐, 갖가지 이유와 환경 탓을 해본들 찐따의 DNA가 어디 가질 않으니까. 이 같은 유형에게는 일반적인 이해방식으로 접근해선 안된다. 이상주의자에게 부와 명예와 쾌락 따위는 잠시 있다 사라지는 급여 통장의 잔액 같은 개념일 뿐이니까. 


요조는 겉과 속이 확연히 다른 자신을 환멸 하면서도 방치해두었다. 같잖은 강약 약강의 태도를 보였지만 옳고 그름의 분별력은 있는지라 그렇게 두 사이에 끼어서 방황하며 살아간다. 자신보다 훨씬 매운맛으로 살아가는 이들이 넘쳐나는데도 스스로의 이질감을 용납하지 못하는 그를 통해 저자의 생애도 들여다본다. 눈앞의 현실이 자신과 맞지 않음에도 어떻게든 살아가기 위해 나름의 타협과 굴종을 택했을 저자를 절대 손가락질하고 싶지 않다. 세상과 직접 맞닥뜨릴 자신은 없을지언정 이렇게 글과 문학으로 저항 의지를 보여주지 않았나. 내 스타일의 글은 아니었지만 그의 정신만큼은 높이 사준다. 


장자가 말하길, 인생은 잘 놀다 가는 것이라 했다. 스스로를 찾지 못해 얼마간 방황할 수는 있어도 끝내 본인만의 진리가 있는 곳으로 나아가는 것이 곧 삶에 대한 답이라 하겠다. 방송에 나와 심리상담을 받는 연예인들을 보라. 내 안에서 평화를 얻지 못하면 어떤 인정을 받아본들 공허할 뿐이다. 그 지독한 고독과 공허함에서 나오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은 요조와 오사무를 보며 또 한 번 인생을 배운다. 건강히 살다 가는 비결이란 내가 좋아하는 것들과 가까이하는 거다. 뭔 당연한 소리를 그럴싸하게 말하냐 싶겠지만 그래도 잘 생각해보라. 요조는 그림 그리기를 놓지 않았고, 오사무는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기쁠 때는 더없는 친구가 되어주고, 힘들 때는 유일한 출구가 되어준다. 인간은 혼자 살아갈 수 없는 존재라지만 그래도 남보다 자신을 더 의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쓰고 보니 리뷰라기보단 인생 고찰 비슷한 게 돼버렸는데 뭐 어떠랴. 늘 그렇듯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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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자냥 2022-11-15 14:5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사양> 까는 리뷰도 궁금합니다.....ㅋㅋㅋㅋ

물감 2022-11-15 15:09   좋아요 3 | URL
하... <사양>은 말이죠, 아무리 독서 공백이 있었다지만 내가 이렇게나 집중력을 잃었나 싶을 정도였다니까요 ㅋㅋㅋ 서재공간을 더럽히고 싶지 않아서 <인간 실격>만 썼답니다... 그래도 이만하면 까는 글은 아니지 않나요 ㅋㅋㅋㅋㅋ

잠자냥 2022-11-15 15:47   좋아요 3 | URL
네, 이건 물감 님 평소 리뷰에 비하면 아주 순한맛이네요.ㅎ
전 <인간실격> 예전엔 그렇게 좋던 것이 다 늙어서 읽으니까 오그라들더라고요. ㅋㅋㅋㅋ

물감 2022-11-15 16:05   좋아요 2 | URL
음, 무슨 말씀인지 공감이 가요.
다 커서 독서를 시작한 제게는, 칭찬일색의 작품들이 이해가 안될 때가 너무 많더라는... ㅋㅋㅋ 독자들이 당시 분위기에 취한 게 아니었나 싶기도 하고요. 역시 인생은 길게 살고 봐야한다는 결론입니다!

새파랑 2022-11-15 19:46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공백기 후 첫 읽으신 책이 별로셨군요 ㅜㅜ

저는 <사양> 좋아합니다 ~!! 얼마전에도 갑자기 ‘아 <사양> 읽고 싶다‘ 이런 생각도 했습니다 ㅎㅎ 이유를 설명할수는 없지만 ^^

물감 2022-11-15 20:24   좋아요 2 | URL
제가 질색하는 작품을 다 좋아하시는 새파랑님의 취향을 존중합니다ㅋㅋㅋ늘 느끼는건데 그릇이 참 넓으십니다🙂

공쟝쟝 2022-11-15 20:31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일본문학 안맞는 1인이 내적웃음 짓고 갑니다. 오랜만예여! 물감님!!!!! 되게 반갑네!!

물감 2022-11-15 20:50   좋아요 0 | URL
으아닛 광활한 우주대스타 쟝님, 완전 오랜만이욥! 텐션은 여전하시군요ㅎㅎ이제 자주 봐요😀

공쟝쟝 2022-11-15 21:01   좋아요 1 | URL
전 올해 소설왕 망했어요! 내년에 다시 도전!!!! 이상주의자의 가슴에는 불씨가 🔥🔥🔥있어야죠! 물론 현실은 똥과 텅장이지만 ㅋㅋㅋㅋㅋ 공허는 밀쳐두고 책이나 읽고 세상에 스트레스 푸는 악평이나 씁시다 ㅋㅋㅋ

물감 2022-11-15 22:30   좋아요 1 | URL
그건 쟝님의 관심사가 소설이 아니므로... 내년에도 무리라고 봅니다(진지). 그렇지만 불씨는 계속 타오르라!!! 악평도 오케이!!!ㅋㅋㅋ

coolcat329 2022-11-16 12:04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아 이 책도 읽어야 하는데... 물감님 리뷰가 과연 나는 어느 쪽일지 기대하게 만들어요. 이 책은 젊을 때 읽어야 좋은가보네요. 😅

물감 2022-11-16 14:04   좋아요 1 | URL
개인적으로 엄청 기대했던 책이었는데, 막상 벗겨보니 뭐 없더라고요.
근데 좋다는 독자도 엄청 많아서 정말 모르겠어요. 어떤 가수는 주인공의 이름 따라 요조라고 예명을 썼더만요 ㅋㅋㅋ 나름 필독 도서니까 기대없이 읽어보셔요 ^^

서니데이 2022-12-08 18:29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이달의 당선작, 축하합니다.
따뜻한 하루 보내세요.^^

물감 2022-12-08 18:34   좋아요 1 | URL
서니데이님 감사합니다😀
12월 파이팅하세요ㅎㅎ
 
불편한 편의점 2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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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 번쯤 흔들리면 어른이 된다던데, 하루에도 수천 번 흔들리는 난 대체 언제쯤 어른이 될까. 멘탈이 나간 후로 매일매일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만 같다.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마지못해 살아가는 요즘, 김호연 작가의 반가운 신간이 들려왔다.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던 <불편한 편의점>의 후속작인데, 1편의 분량이 짜다고 투덜댄 나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것이었으면 좋겠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올해도 내가 다 쓰러져갈 때 나타나 일으켜준 고마운 작품이다. 덕분에 자기 연민에 빠져 땅만 보다가 고갤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이 모든 고비가 어서 지나가길 기도하면서.


질병과 전쟁 중에도 K-문화는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한국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만 가는데 정작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바닥을 치고 있다. 나아지지 않는 병리 현상들은 서로를 너와 나로 분리시켜 놓았고, 현실을 부정하기라도 하듯 전부 다 온라인 세상으로 도피해버렸다. 그렇게 나는 홀로 남겨졌다. 이해는 되는데 서운함은 어쩔 수가 없다. 이제 사람들은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제자리로 오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아가리라. 돌아오기엔 흘러간 시간이 너무도 길다. 비록 그렇다 해도, 또 그런 시대라 해도 나는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웃고 떠들며 호흡하고 싶다. 나는 모두가 외로움을 잊은 게 아니라 애써 외면하는 거라고 믿고 싶다. 어쩌면 김호연 작가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뉴페이스 편돌이, 황근배가 등장했다. 과묵했던 1편의 독고와는 정반대로, 똥꼬발랄한 해피바이러스 보균자였다. 독고처럼 나이도 많고 일머리도 없었지만 특유의 넉살로 금방 적응하고 자리를 잡는다. 그의 투머치한 친화력 속에서 요즘엔 잘 없는 인간미를 느낀 손님들은 하나둘씩 속내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얕잡아보는 이들에게 웃으며 할 말 다 하는 이 편돌이는 그야말로 멘탈의 신이었다. 허나 근배씨 또한 말 못 할 사연들로 가득했는데 그것은 지금도 진행 중이었다.


1편이 상처받아 고립된 자들의 이야기였다면, 2편은 상처받지 않으려 고립을 택한 자들의 이야기라 하겠다. 돌다리가 무너진 사람들은 연속되는 실패와 불안으로 방황이 멈추질 않는다. 그래서 자신들의 불행을 감추기 위해,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상처를 준다. 그러나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한 행동들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가져오고 말았다. 그런데도 세상과 타협치 않고 나만의 길을 가겠다? 세상을 왕따시키면 어디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던가. 그런 건 하등 도움 되지도 않을 옹고집에 불과하다. 성벽을 혼자 쌓는 건 대단한 게 아니라 미련한 거거든. 모름지기 사람은 자기 객관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


1편의 독고도, 2편의 황근배도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으면서 편의점을 그만둔다. 그럼에도 이들과의 헤어짐이 슬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더 큰 희망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에겐 그저 잠잠히 응원해주면 되는 거다. 두 편돌이가 그랬던 것처럼. 반대로 아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가 바로 작가가 말하는 ‘궤도 수정‘을 해야 할 타이밍이다.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오랜 고집을 버려야 한다. 내가 곧 정답이라는 생각과 판단을 뜯어고쳐야 된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은, 앞서 말한 자기 객관화를 하는 습관부터 기르자. 자고로 훈수는 제 삼자들이 더 잘 두는 거 아시죠?


또 한번 인류를 향한 작가의 응원과 격려로 탈탈 털렸던 영혼이 조금은 진정되었다. 내가 보아온 김호연 작가의 글에는 조막만 한 인류애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잠재력이라 확신했었다. 그리고 등장한 <불편한 편의점>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출간 후 지금까지도 전 국민의 슬픔을 담당하고 있다. 이분만큼 삶의 애환을 어루만져 주는 작가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분은 언젠가 크게 성공할거라 믿었는데, 역시나 내 눈은 정확했어. 이제는 팬들이 꽤 많아진 듯한데, 그래도 1호 팬은 접니다요. 그럼 2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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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ott 2022-08-31 00:23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종이책을 읽는 물감님은
으른😎이쉼^^

물감 2022-08-31 00:38   좋아요 2 | URL
오랜만이에요 스캇님. 잘 지내시죠? 🙂

구단씨 2022-08-31 00:4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지금 2편 읽고 있어요. ^^

제가 사는 이곳 시에서 올해의 책으로 <불편한 편의점>이 선정되었는데요.
올해에는 다른 시에서도 <불편한 편의점>이 많이 선정되었더라고요. 반가운 소식입니다. ^^
재밌고 훈훈한 이야기는 어디에서도 공감할 수밖에 없나 봐요...

물감 2022-08-31 11:24   좋아요 1 | URL
작가님 팬으로써 반가운 뉴스로군요 ^^
안 읽어본 독자가 없었으면 좋겠네요 ㅎㅎ

mini74 2022-08-31 06:52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도서관 예약이 가득 찬 그 책이군요. 물감님께 큰 위로가 됐다니 궁금해집니다. 1호팬님 *^^*

물감 2022-08-31 11:26   좋아요 1 | URL
1편도, 2편도 작가님이 직접 보내주셨어요 ㅎㅎ
그래서 저는 대여가 그렇게 빡센줄 몰랐네요 ^^;

책읽는나무 2022-08-31 09:1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별 다섯!!!
역시 가슴 따뜻한 물감님♡

물감 2022-08-31 11:27   좋아요 2 | URL
책읽는나무님 오랜만이에요 ㅎㅎ
댓글에서 느껴지는 텐션은 여전하십니다^^

coolcat329 2022-08-31 09:37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오랜만이에요! 2편 읽으셨군요. 불편한 편의점의 성공으로 이와 비슷한 표지들이 많이 나오더라구요. ㅎ

물감님 멘탈 다시 잘 추스리시고 짧아서 더욱 아름다운 가을 🍂 누리시길요~~

물감 2022-08-31 11:30   좋아요 2 | URL
쿨캣님 잘 지내시죠? ^^
한동안은 독서도 글쓰기도 내려놓으려 했는데, 작가님이 책을 보내주셔서... ㅎㅎ
<불편한 편의점> 이후로 비슷한 제목의 작품이 대거 나오더라고요.
백화점, 잡화점, 상점, 도서관 등등... 저는 하나도 안읽었어요 ^^;;

2022년의 리뷰는 이게 마지막이 되겠네요.
건강하시고 언젠가 다시 뵙기를ㅎㅎ

coolcat329 2022-08-31 21:03   좋아요 1 | URL
물감님 너무 오래 떠나진 마시길요~ 건강하시구요!

2022-08-31 11: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22-08-31 13:18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밤은 부드러워라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5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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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주 동안 몸살감기와 장염에 시달렸다. 몸이 무척 가벼운데 한 5kg 빠졌을라나. 아파도 독서모임의 책이라 틈틈이 읽긴 했는데 너무도 맞지 않아 꽤나 고생했다. 피츠제럴드의 대표작이라는 <밤은 부드러워라>를 붙들던 나의 밤들은 그야말로 곤욕이었다. 사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을 때도 피츠제럴드는 나랑은 좀 아니다 싶었다. <개츠비>는 읽는 재미라도 있었지, 이번 작품은 종잡을 수 없는 맥락과 흐름과 엉망스러운 번역까지 골고루 나를 괴롭혀댔다. 컨디션이 정상일 때에 읽었어도 이 감상은 변함없을 듯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잘 이해 못 한 작품은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둔다.


이렇다 할 기승전결이 없어 어떻게 요약하면 좋을지 참. 주변 모두가 사랑하는 다이버 부부. 두 사람은 정신과 의사와 환자로 만나 결혼한 사이이다. 부잣집 딸인 아내 니콜은 지금도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으며, 남편 딕은 그냥 뭐 여러모로 착잡한 상태라 보면 된다. 그리고 한창 떠오르는 여배우 로즈메리가 딕에게 반하고, 이 둘은 썸을 탔다가 정신 차렸다가를 반복한다. 500장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내용은 이게 다다. 그 외에는 없어도 그만인 군더더기와 곁가지로 가득해 나도 정신분열증을 얻을 뻔했다니까.


간단하게는 그냥 불륜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개츠비>랑 크게 다르지도 않다. 단지 서양권의 낭만시대 어쩌구를 갖다 붙이며, 또 정신의 라는 딕의 직업과 환자를 대한다는 명분으로 온갖 상황을 그럴싸하게 포장했을 뿐이다. 딕의 두 여자, 니콜과 로즈메리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예쁜 외모와 집안의 재력. 그가 이런 조건들을 따져가며 여자를 고른 건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드러날 듯 말 듯 한 그의 속물적인 태도는 여전히 거슬렸다.


책 두께에 비해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거의 없다. 그래서 사실 쓸 말도 별로 없다. 뒷단에 해설조차도 짧은 걸 보면 역자도 나와 같은 생각인 갑다. <개츠비>는 그나마 해석할 거리라도 많았지. 읽는 내내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이 생각났다. 그 약간 술 취해서 핀트 나간 것 같은 시점 있잖아. 설명이 부실해서 장면들이 연결도 잘 안되는 그런 느낌. 피츠제럴드가 알코올에 의존하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하니 충분히 이해는 된다만, 출간 당시 독자들의 미지근한 반응으로 대실망을 했다던 저자의 일화를 들으며 코웃음을 쳤다. 아니, 이런 재미도 감동도 없는 이야기로 화끈한 반응을 기대했다니, 진짜 양심도 없다. <개츠비>로 돈 좀 버셨다더니, 개츠비의 자만심을 탑재한 채로 이 책을 쓰셨는 갑네.


책 이야기는 이쯤 해야겠다. 독서하다 보면 나쁜 책을 만나기도 한다지만, 연달아 그래버리니 살이 더 빠질 것만 같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해서 당분간은 독서를 좀 쉬어갈 생각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길 때에 돌아오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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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2-07-24 21:5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이 책 별로인가보네요 😅 피츠제럴드는 단편이 더 좋은거 같아요~! 제가 어제 Blur의 <Tender>라는 노래를 오랜만에 듣고 이 책을 읽어봐야지 했는데 (이 책에서 영감을 얻고 썼다고 하더라구요...) 이렇게 리뷰(?)를 남겨주셔서 패쓰해야 겠습니다 ~!!

물감 2022-07-24 23:13   좋아요 4 | URL
이 작품은 불호의 평이 꽤 많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막 억울하지는 않았습니다.
피츠제럴드의 단편은 읽어본 적 없지만, 전 이것으로 피츠제럴드와 헤어지렵니다ㅎㅎ

다락방 2022-07-25 08:46   좋아요 5 | URL
안됩니다, 물감님. 핏츠제럴드의 단편을 만나보셔야 합니다. <컷글라스보울>같은건 놓치면 안되는 작품입니다!! ㅠㅠ

물감 2022-07-26 23:18   좋아요 1 | URL
다락방님이 말씀하신 그 단편만 어디서 못구하나요? 텍스트만이라도 ㅋㅋㅋ
여튼 기회 닿으면 읽어는 볼게요. 근데 제가 장편만 읽는지라 기회가 있으려나...

다락방님. 전 이제 한동안 여기 없을 거에요.
잘 지내시고 건강하세요^^

얄라알라 2022-07-24 22:4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극심한 장염이셨나봅니다. 5킬로 차이가 날 정도라면...
독서도 쉬엄하시고 컨디션 빠른 회복을 기원드립니다

물감 2022-07-24 23:16   좋아요 3 | URL
네... 그외에도 여러가지가 있긴 합니다만..
여튼 잘 쉬다 오겠습니다. 인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오거서 2022-07-24 23:22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하루 빨리 쾌유하시길!

물감 2022-07-26 13:13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ㅠㅠ

그레이스 2022-07-25 06:2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요새 장염 앓는 분들이 많으시네요.
계란후라이도 노른자터뜨려서 완숙으로 먹으라고 하던데...
책이라도 좋았어야 하는데... 별로셨나보네요.
속히 나아지시길 바랍니다~

물감 2022-07-26 13:13   좋아요 1 | URL
노른자 터뜨려야 하는건 첨 들었네요.
그레이스님도 건강 조심하세요!

책읽는나무 2022-07-24 23:59   좋아요 4 | 댓글달기 | URL
아니....5키로씩이나???
어떡합니까!!! 여름엔 1키로만 빠져도 어지러울텐데...ㅜㅜ
얼른 면역력 키워서 건강한 물감동욱님 뵙게 되길요^^

물감 2022-07-26 13:29   좋아요 2 | URL
그러게요, 빨리 회복해야겠어요 ㅎㅎ
그동안 잘 지내시길 바랍니다 ^^

잠자냥 2022-07-25 09:29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책도 몸 컨디션에 따라서 다르게 다가오던데, 물감 님 몸 아파서 짜증나던 참에 읽어서 더 짜증난 거 아닌가효? ㅎㅎㅎㅎ

나중에 몸 나아지시고 피츠제럴드에 관한 유쾌하지 않은 기분이 사라질 즈음 저 위의 다락방 님 말씀처럼 단편집은 한번 읽어보시길 추천합니다~ ㅎㅎㅎㅎ

물감 2022-07-26 13:43   좋아요 2 | URL
컨디션이 한 몫 했지만, 멀쩡하대도 이 책은 좀 아니란 확신이 들어요... ㅎㅎㅎ
피츠제럴드가 단편에 더 강한 작가라고는 들었는데요, 개츠비나 밤은부드러워의 감성과 단편들의 감성이 같은 거라면... 그리 손이 가질 않겠어요... ㅎㅎㅎ 일단 고려는 하겠습니다 ㅎㅎ

라파엘 2022-07-25 10:27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여름에는 특히 장염 같은 걸 조심해야 할 것 같아요... 물감님, 어려운 일들 모두 잘 해결되고, 건강하시길 기원합니다!! 🙏

물감 2022-07-26 15:19   좋아요 2 | URL
ㅎㅎㅎ감사합니다.
라파엘 님도 건강히 잘 지내고 계세요!

mini74 2022-07-25 10: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얼릉 나으셔서 컨디션 회복하시길 ~~ 푹 쉬시고, 물감님 얼릉 돌아오세요

물감 2022-07-26 15:20   좋아요 2 | URL
네네, 가능한 빨리 복귀 할게요^^
그때까지 알라딘 마을 잘 지켜주세요 ㅎㅎ

Falstaff 2022-07-25 12:0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메이저 출판사에서 찍은 이 작품 들(!)의 문제점은,
자칭 우리나라 최고의 영문 역자들께서 번역작업을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독자들은 찍소리 말고 권위있는 역자..... 요즘엔 ‘역자‘ 대신 ‘번역가‘라고 하는 모양입니다만 언어 인플레를 좋아하지 않아서 그냥 역자라고 하겠습니다, 하여튼 워낙 츨중한 역자들이 번역을 하는 바람에 저 같은 보통의 가방 끈 만을 지닌 독자들은, 혹시 이 역자 들(!)이 지금 나를 능멸하고 있는 거 아닌가 싶을 정도로, 영어야 저보다 월등하게 잘 하겠지만, 함부로 사용한 우리말로 문장을 만들어 놓았다, 라고, 안타깝게도, 주장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저는 이 책의 역자와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악랄한 우리말 문장으로 번역한 다른 메이저 출판사 책을 읽었는데요, 번역체만 감당할 수 있으면 ˝작품 자체는 정말 탁월하다,˝ 이렇게 앙가슴을 치며 안타까워한 적이 있습니다. 그렇다고 역자를 바꿔 이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은 없습니다만.

* 저도 개츠비하고는 별로 친하지 않은데, 그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역자가 큰 역할을 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물감 2022-07-26 22:46   좋아요 1 | URL
갑자기 국내 영화평론가들이 생각나네요. 대중들은 다 좋다고 하는 영화에 어떻게든 유식한 말들을 다 갖다 붙이면서 별로였다고 온몸으로 주장하는 평론가들이요. 그들이나 번역가들이나 독자/대중들을 너무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 그런분들의 영향으로 누군가는 좋은 작품에 나쁜 선입견을 갖기도 할 거고요...
저보다 더 악랄한 번역본을 읽으셨다고요! 어우... 중간에 덮지 않고 끝까지 완독하신 그 내공에 박수를... ㅎㅎㅎ
문동의 개츠비 번역은 이 책에 비하면 아주아주 양반이었습니다!

나비종 2022-07-25 17:23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몸은 좀 나아지셨는지요? 5kg이면 상당히 많이 빠지신 건데ㅠㅠ
저 역시 팔이 반대로 꺾이는 느낌이 들더라구요. 이렇게 안맞기도 힘들다 싶은 작품을 우리는 결국 또 해냈군요.ㅎㅎ
거칠게 뒤척이는 책장과 집어던지고 싶은 시커먼 덩어리 사이를 불안하게 오고간, 다소 거친 밤이었습니다.ㅋㅋ
오오!! 종잡을 수 없는 맥락과 흐름과 엉망스러운 번역! 공감, 공감! 모르는 새 제 머릿속에 왔다가신 거 아닌가요?

없어도 그만인 군더더기와 곁가지를 물감님도 보셨군요. 맥락없이 튀어나왔다 슬그머니 사라지는 인물들과 문장들로 시선을 어디에 두어야할 지 난감했습니다. 집중력이 계속 흐트러져서 배추 세다 김장할 뻔ㅡㅡ;;

딕의 캐릭터도 어정쩡한 게 이도저도 아닌 속터지는 인물이더라구요.

저는 역자의 해설도 짜증났습니다. 차라리 개츠비 뒤에다 저걸 싣지 그러세요~ 라고 속으로만 꿍시렁거렸습니다.ㅎㅎ
이 책을 그렇게나 극찬한 추천사도 다시 읽으며 내가 이상한 건가 싶었어요. 취향 차이로 결론지었습니다.

어서 회복하시길 바랍니다. 이보다 더한 책은 드물거라는 마음으로 한 템포 쉬고 다시 충전합시다~! 쉬시는 동안 호연님 작품 다시 읽기로 에너지 충전하시던지요. 저는 <불편한 편의점> 한 편으로 완전 팬이 되었거든요. 물감님께 힐링이 되실 듯~^^

물감 2022-07-26 23:00   좋아요 2 | URL
와 진짜 피츠제럴드한테 무슨 뒤통수 맞은 기분이었다니까요? 물론 개츠비도 별로였지만 개츠비랑 이렇게 온도차가 크다고? 이러면서요 ㅋㅋㅋ 저자의 말년 배경을 생각하면 그러려니 싶다가도 아니 이건 좀 많이 선 넘었다 싶어지고 ㅋㅋㅋㅋㅋ

듣자하니 개츠비 보다 이 작품이 저자의 대표작으로 불리던데, 정작 이 작품은 읽은 독자도, 리뷰도 많지 않아서 좀 의외였어요. 아니면 난해하다는 소문이 쫙 퍼졌었다거나요 ㅋㅋㅋㅋㅋ 그 소문을 제가 들었더라면 선정도서에 넣지 않았을텐데......

저는 1부 초반부터 이미 이상함을 느꼈기에 적당히 집중하고 팍팍 스킵하며 읽었어요 ㅋㅋㅋ근데 그럼에도 계속 진도가 나가지 않고 제자리걸음 하는 기분. 아 대체 무슨 이야기가 하고 싶은 걸까 하면서요. 배경, 사건, 인물 뭐하나 건질 게 없는 작품이네요. 하아.....

진짜 해설을 기대했거든요. 뭐라도 좀 부연설명을 듣고 싶었는데, 그런 얘기는 아무것도 없고 저자의 이모저모만 늘어놓는. 그게 무슨 해설이래요? 번역도 못하는데 코멘트도 잘 못다는 ㅉㅉㅉ

건강이야 금방 회복하겠지만 그보다 다른 개인 사정이 있어서 한동안은 독서모임을 못할거 같아요. 그래서 나물모임의 시즌1은 이것으로 마쳐야 할 것 같아요 ㅠㅠ 독서를 아에 못하는 건 아니겠지만 이전까지처럼은 어려울 것 같아요. 나중에 시즌2로 다시 함께할 날을 기대하겠습니다^^ 너무 갑작스럽겠지만 이해 부탁드립니다. 그동안 같이 모임해주셔서 감사했어요, 나비종님. 건강하세요!!

scott 2022-07-25 23:25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물감님 장염으로 오킬로 그램이나 ㅠ,ㅠ

정영목 번역가도 개츠비 번역은 어려웠나봅니다

하루키옹의 번역을 추천하고 싶지만 ㅎㅎㅎ



어서 건강 되찾으시길 바랍니다




물감 2022-07-26 22:47   좋아요 1 | URL
감사합니다 스캇님!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푹 쉬다 오겠습니다 ㅎㅎ
잘 지내세요~~!
 
내 동생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50
로버트 두고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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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하게 밝고 싹싹한 직장 후배와 식사 자리를 가졌다. 애써 무리하지 말라고 했지만 자긴 그냥 이게 편해서 어쩔 수가 없단다. 자기주장이 강한 친구들만 보다가 이런 유형의 친구들을 만나면 기특하면서도 참 안쓰럽다. 남들 배려하는 건 좋은데 일단 나부터 돌봐야지, 저러다 멘탈 나가면 결국 본인만 손해거든. 선한 이들의 단점은 똑똑함과 별개로 지혜롭지 못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융통성 부족이란 말도 자주 듣는다. 이들은 어떤 변수라도 생기면 곧잘 사고가 멈춰버린다. 이렇게 제 감정 표현도 못하고 의사결정도 미루는 후배들에게 나는 지혜의 중요성을 꼭 강조한다. 그래야 감정 낭비 없이 오래 버틸 수 있거든. 그러려면 일단 좋은 게 좋은 거라는 생각부터 버려야 한다. 남들이 다 짜장면 시킨다고 나까지 그래야 할 이유는 없다. 물론 모두가 예 할 때 혼자만 아니오 하기는 어렵지. 튀는 게 싫은 한국인의 고질병을 왜 모르겠어. 그래도 아니다 싶은 건 아니라고 자꾸 말해 버릇 해야 된다. 그 예로, 이번에 읽은 <내 동생의 무덤>도 다들 좋다고 난리지만 나에게는 진짜 좀 아니었거든? 그럼 뭐가 맘에 안 드는지 어디 신랄하게 까 보겠다.


동생의 실종사건으로 온 마을에 난리가 난다. 출소한 범죄자의 짓으로 밝혀졌지만 동생의 시신은 어디에도 없었다. 범인이 잡혔는데도 언니는 영 석연치가 않았다. 어찐지 황급하게 사건을 종결했다는 느낌이다. 수년 후 고향 땅 어딘가에서 동생의 뼈가 발견되면서 20년 전의 사건이 재조명을 받는다. 형사가 된 트레이시는 사건을 맡았던 관계자들을 찾아가지만 하나같이 뭔가를 감추고서 시원하게 입을 열지 않는다. 이로써 과거의 재판은 조작된 것이었고, 범인은 희생양이었다는 결론에 이른다. 이제 트레이시는 변호사 친구와 함께 범인을 의뢰인으로 세워 20년 전의 오심에 대한 재판을 열기로 한다.


가장 심각한 점은 매우 흔하고도 진부한 설정과 전개 방식이다. 진실을 찾기 위해 형사가 된 것, 옛 사건의 조작, 함구하는 주변인. 타 범죄소설들하고 다를 게 하나도 없어 중복이다 못해 뒷북치는 느낌마저 준다. 이 시리즈가 법정 스릴러물인데 주인공이 형사라는 건, 두 분야를 결합하여 새 장르를 보여주겠다는 뜻일 거다. 근데 결합은커녕 어느 한쪽도 제대로 못 살린 지못미가 되어버렸다. 주인공이 머리도 좋고 사격도 잘한다길래 멋진 액션씬이 나오려나 싶었는데 내내 조용하기만 했고, 재판 장면에서는 극적인 연출 하나 없이 잔잔하기만 해서 전혀 흥분이 안된다. 스릴이 전혀 없는데 억지로 분위기만 조성하려는 게 아주 그냥 괘씸하더라니까.


사실 사건이 그저 그렇더래도 인물만 잘 뽑으면 시리즈를 이어나가는 데에 별문제가 없다. 그런데 트레이시에게는 입체적인 매력과 개성이 전혀 없다. 이제 겨우 1편이라 해도 말이다. 하나의 캐릭터가 완성되기까지는 성장 배경, 성격, 신념, 약점 등 여러 가지가 필요하다. 이런 조건들을 얼마나 변주하느냐가 관건인데, 이 작품은 뭐 하나도 제대로 활용하는 법이 없다. 앞서 말한 억지 분위기 조성 중에 하나가 트레이시의 트라우마이다. 그녀의 트라우마는 동생의 죽음이 내 탓이라는 평생의 죄책감이고, 그 아픔을 20년 동안 가지고 살아왔다. 그런데 이제 실종된 동생의 시신도 찾았고, 사건의 진실도 알아냈고, 조작된 오류들도 다 바로잡게 되었다. 그러니까 시리즈 1편 만에 트라우마도 해결되고 형사가 된 목적도 달성한 셈이다. 시리즈를 장기전으로 끌고 갈 요소가 벌써 다 사라졌는데, 안 그래도 재미없는 작품을 계속 봐야 하나 싶다.


이제 막 1편인데 러브라인까지 넣을 필요가 있었을까. 그럴 짬이 있으면 사건과 인물 설정에나 좀 더 신경 써주시지. 동생 일로 결혼 준비하던 애인과 헤어지자마자, 변호사로 등장한 친구와 눈이 맞는다는 이런 설정은 누가 봐도 무리수 아입니까? 그리고 조작이다, 재판이다, 뭐다 해서 바쁜 와중에 하트 뿅뿅 거리며 연애질할 여유가 어디 있어 대체. 스토리가 딸리니까 이딴 걸로 분량을 채운다는 게 작가로써 글러먹었다는 증거다. 그리고 사건의 진실은 뭐고 진범은 누구인지 궁금해하지 않아도 된다. 워낙 스트레이트한 플롯이라 궁금하지도 않을뿐더러 알아서 다 알려준다. 출판사에서는 뭘 믿고 이 작품을 모중석 스릴러클럽에 추가한 건지 모르겠다. 내가 책 추천은 몰라도 비추천은 자신 있는데 이 작품은 정말 비추한다. 아무튼 잘들 봤지? 자기주장은 이런 식으로 하면 됩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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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괭 2022-07-17 22:34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내가 책 추천은 몰라도 비추천은 자신 있다 ㅋㅋㅋㅋㅋ 명심하고 이 책은 거르도록 하겠습니다~^^

물감 2022-07-18 00:04   좋아요 4 | URL
소중한 1표, 감사합니다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