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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부드러워라 ㅣ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65
프랜시스 스콧 피츠제럴드 지음, 정영목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6월
평점 :
2주 동안 몸살감기와 장염에 시달렸다. 몸이 무척 가벼운데 한 5kg 빠졌을라나. 아파도 독서모임의 책이라 틈틈이 읽긴 했는데 너무도 맞지 않아 꽤나 고생했다. 피츠제럴드의 대표작이라는 <밤은 부드러워라>를 붙들던 나의 밤들은 그야말로 곤욕이었다. 사실 <위대한 개츠비>를 읽었을 때도 피츠제럴드는 나랑은 좀 아니다 싶었다. <개츠비>는 읽는 재미라도 있었지, 이번 작품은 종잡을 수 없는 맥락과 흐름과 엉망스러운 번역까지 골고루 나를 괴롭혀댔다. 컨디션이 정상일 때에 읽었어도 이 감상은 변함없을 듯하다. 언제나 그렇듯이 잘 이해 못 한 작품은 읽었다는 데에 의의를 둔다.
이렇다 할 기승전결이 없어 어떻게 요약하면 좋을지 참. 주변 모두가 사랑하는 다이버 부부. 두 사람은 정신과 의사와 환자로 만나 결혼한 사이이다. 부잣집 딸인 아내 니콜은 지금도 정신분열증을 앓고 있으며, 남편 딕은 그냥 뭐 여러모로 착잡한 상태라 보면 된다. 그리고 한창 떠오르는 여배우 로즈메리가 딕에게 반하고, 이 둘은 썸을 탔다가 정신 차렸다가를 반복한다. 500장이나 되는 분량이지만 내용은 이게 다다. 그 외에는 없어도 그만인 군더더기와 곁가지로 가득해 나도 정신분열증을 얻을 뻔했다니까.
간단하게는 그냥 불륜 이야기이다. 어찌 보면 <개츠비>랑 크게 다르지도 않다. 단지 서양권의 낭만시대 어쩌구를 갖다 붙이며, 또 정신의 라는 딕의 직업과 환자를 대한다는 명분으로 온갖 상황을 그럴싸하게 포장했을 뿐이다. 딕의 두 여자, 니콜과 로즈메리는 두 가지 공통점이 있다. 예쁜 외모와 집안의 재력. 그가 이런 조건들을 따져가며 여자를 고른 건 아니라고 생각되지만, 드러날 듯 말 듯 한 그의 속물적인 태도는 여전히 거슬렸다.
책 두께에 비해 기억에 남는 장면은 거의 없다. 그래서 사실 쓸 말도 별로 없다. 뒷단에 해설조차도 짧은 걸 보면 역자도 나와 같은 생각인 갑다. <개츠비>는 그나마 해석할 거리라도 많았지. 읽는 내내 커트 보니것의 <제5도살장>이 생각났다. 그 약간 술 취해서 핀트 나간 것 같은 시점 있잖아. 설명이 부실해서 장면들이 연결도 잘 안되는 그런 느낌. 피츠제럴드가 알코올에 의존하면서 이 작품을 썼다고 하니 충분히 이해는 된다만, 출간 당시 독자들의 미지근한 반응으로 대실망을 했다던 저자의 일화를 들으며 코웃음을 쳤다. 아니, 이런 재미도 감동도 없는 이야기로 화끈한 반응을 기대했다니, 진짜 양심도 없다. <개츠비>로 돈 좀 버셨다더니, 개츠비의 자만심을 탑재한 채로 이 책을 쓰셨는 갑네.
책 이야기는 이쯤 해야겠다. 독서하다 보면 나쁜 책을 만나기도 한다지만, 연달아 그래버리니 살이 더 빠질 것만 같다. 개인적인 사정도 있고 해서 당분간은 독서를 좀 쉬어갈 생각이다. 마음에 여유가 생길 때에 돌아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