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불편한 편의점 2 ㅣ 불편한 편의점 2
김호연 지음 / 나무옆의자 / 2022년 8월
평점 :
품절
천 번쯤 흔들리면 어른이 된다던데, 하루에도 수천 번 흔들리는 난 대체 언제쯤 어른이 될까. 멘탈이 나간 후로 매일매일이 눈보라가 몰아치는 겨울만 같다. 벼랑 끝에 선 기분으로 마지못해 살아가는 요즘, 김호연 작가의 반가운 신간이 들려왔다. 너무나 큰 위로를 받았던 <불편한 편의점>의 후속작인데, 1편의 분량이 짜다고 투덜댄 나의 의견이 적극 반영된 것이었으면 좋겠다. 작년에도 그랬는데 올해도 내가 다 쓰러져갈 때 나타나 일으켜준 고마운 작품이다. 덕분에 자기 연민에 빠져 땅만 보다가 고갤 들어 하늘을 바라본다. 이 모든 고비가 어서 지나가길 기도하면서.
질병과 전쟁 중에도 K-문화는 전 세계로 뻗어나간다. 한국의 위상은 갈수록 높아만 가는데 정작 국민들의 행복지수는 바닥을 치고 있다. 나아지지 않는 병리 현상들은 서로를 너와 나로 분리시켜 놓았고, 현실을 부정하기라도 하듯 전부 다 온라인 세상으로 도피해버렸다. 그렇게 나는 홀로 남겨졌다. 이해는 되는데 서운함은 어쩔 수가 없다. 이제 사람들은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제자리로 오지 않고 제 갈 길을 찾아가리라. 돌아오기엔 흘러간 시간이 너무도 길다. 비록 그렇다 해도, 또 그런 시대라 해도 나는 눈앞에 있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다. 내가 좋아하는 이들과 웃고 떠들며 호흡하고 싶다. 나는 모두가 외로움을 잊은 게 아니라 애써 외면하는 거라고 믿고 싶다. 어쩌면 김호연 작가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뉴페이스 편돌이, 황근배가 등장했다. 과묵했던 1편의 독고와는 정반대로, 똥꼬발랄한 해피바이러스 보균자였다. 독고처럼 나이도 많고 일머리도 없었지만 특유의 넉살로 금방 적응하고 자리를 잡는다. 그의 투머치한 친화력 속에서 요즘엔 잘 없는 인간미를 느낀 손님들은 하나둘씩 속내를 꺼내놓기 시작한다. 얕잡아보는 이들에게 웃으며 할 말 다 하는 이 편돌이는 그야말로 멘탈의 신이었다. 허나 근배씨 또한 말 못 할 사연들로 가득했는데 그것은 지금도 진행 중이었다.
1편이 상처받아 고립된 자들의 이야기였다면, 2편은 상처받지 않으려 고립을 택한 자들의 이야기라 하겠다. 돌다리가 무너진 사람들은 연속되는 실패와 불안으로 방황이 멈추질 않는다. 그래서 자신들의 불행을 감추기 위해, 남은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가장 가까운 이들에게 상처를 준다. 그러나 손해 보지 않으려고 한 행동들이 오히려 더 큰 손실을 가져오고 말았다. 그런데도 세상과 타협치 않고 나만의 길을 가겠다? 세상을 왕따시키면 어디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던가. 그런 건 하등 도움 되지도 않을 옹고집에 불과하다. 성벽을 혼자 쌓는 건 대단한 게 아니라 미련한 거거든. 모름지기 사람은 자기 객관화를 할 줄 알아야 한다.
1편의 독고도, 2편의 황근배도 잃어버린 자신을 되찾으면서 편의점을 그만둔다. 그럼에도 이들과의 헤어짐이 슬프거나 하지는 않았다. 더 큰 희망으로 나아가려는 사람에겐 그저 잠잠히 응원해주면 되는 거다. 두 편돌이가 그랬던 것처럼. 반대로 아직 희망이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가 바로 작가가 말하는 ‘궤도 수정‘을 해야 할 타이밍이다. 제자리걸음에서 벗어나려면 자신의 오랜 고집을 버려야 한다. 내가 곧 정답이라는 생각과 판단을 뜯어고쳐야 된다.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냐고 묻는 사람은, 앞서 말한 자기 객관화를 하는 습관부터 기르자. 자고로 훈수는 제 삼자들이 더 잘 두는 거 아시죠?
또 한번 인류를 향한 작가의 응원과 격려로 탈탈 털렸던 영혼이 조금은 진정되었다. 내가 보아온 김호연 작가의 글에는 조막만 한 인류애가 곳곳에 스며들어 있었다. 나는 그것이 세상을 바꾸는 잠재력이라 확신했었다. 그리고 등장한 <불편한 편의점>은 베스트셀러가 되어 출간 후 지금까지도 전 국민의 슬픔을 담당하고 있다. 이분만큼 삶의 애환을 어루만져 주는 작가를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이 분은 언젠가 크게 성공할거라 믿었는데, 역시나 내 눈은 정확했어. 이제는 팬들이 꽤 많아진 듯한데, 그래도 1호 팬은 접니다요.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