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게 말걸기
대니얼 고틀립 지음, 노지양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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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니얼 고틀립. 그는 서른세 살에 전신마비가 되어 30년 가까이 휠체어를 탄 채 살아가고 있다. 평범한 어느 날, 자동차를 몰고 아내의 생일선물을 찾으러 가던 그에게 닥친 거대한 차. 그는 정신을 잃었고 깨어나 보니 이미 예전의 그가 아니었다. 그러나 그 이후에도 여러 가지 일들이 그의 주변에서 벌어졌는데, 아내와 이혼(아내도 암으로 고생했다)했고, 누나와 부모님 마저 세상을 먼저 떠났다. 그러나 그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한 것은 자신의 손자인 샘이 자폐증환자라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다. 저자 자신이 심리학자였기에 자폐증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책을 읽어봤는지 모르겠지만 ‘샘에게 보내는 편지’라는 책이 바로 저자가 자폐증환자인 손자에게 하고 싶은 말을 써 놓은 책이다. 나는 그 책을 보며 가끔 가슴이 울컥하는 것을 느꼈는데, 아래 문장은 오랜 시간동안 기억에 남는다. [온전한 삶으로의 여행]에서 파커J.파머가 ‘상대방에게 충고하기보다 그가 자신의 소리를 들을 수 있도록 도와주라’고 한 말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내가 어두운 터널에 있을 때, 난 나를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있고 싶다. 터널 밖에서 어서 나오라고 외치며 출구를 알려주는 사람이 아니라, 기꺼이 내 곁에 다가와 나와 함께 어둠속에 앉아 있어줄 사람. 샘, 상처를 입으면 널 사랑하는 사람 곁으로 가거라. 널 비난하지도, 섣불리 충고하지도 않는, 네 아픔을 함께해줄 사람 곁으로.”

저자는 오랜 세월동안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르게 살아왔기 때문인지(전신마비이기에 대. 소변 가리는 것은 물론이고, 물건 집는 것부터 시작해서 자기 혼자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다) 뭔가를 하고 싶다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삶을 바라보라는 말을 자주 한다. 항상 포기할 수밖에 없었기에 더욱 절실했는지는 몰라도 그가 깨달은 삶의 방식은 ‘내려놓음’의 모습이다. 자신이 원하는 것을 강하게 요구하기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주목하는 것, 내 자신과 주위사람, 그리고 세상을 내가 옳다고 믿는 대로, 내가 원하는 대로, 내가 했으면 하는 방식으로 이끌거나 고치려 하기보다 현 상태 그대로 바라보는 것이다.

저자는 책 중간에서 큰 딸 알리 이야기를 하는데 이 부분은 슬프다 못해 가슴이 아려왔다. 나도 저자처럼 자식을 키우는 부모이고 아이를 바라보며 안타깝고 가슴 아플 때가 자주 있었기 때문이다. 저자 식으로 표현하면 상처받은 아이를 끌어않지도, 위로의 말도 전하지 못하는 아버지의 상황이다.

내용은 큰딸인 알리가 얼마 전에 사랑하는 개 모리스를 하늘나라로 보냈는데(9년 동안 함께 살았다고 한다) 그것이 알리에게는 큰 충격이 되었다고 한다. (개 한 마리 죽은 게 뭐 그리 대단하다고 생각할지 몰라도 당사자에게는 큰 충격이 될 수도 있다. 우리 어머니를 봐도) 그 후 알리는 사람 만나는 것도 기피하고, 저자가 전화를 해도 받지 않았다. 한번은 전화통화가 되어 그녀에게 도움을 주겠다고 하자 그녀는 지금은 괜찮다며 나중에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겠다고 하고는 전화를 끊어버렸다.

저자는 그런 딸을 보며 울었다고 한다. 도와주고 싶어도 도울 수 없는 아버지의 마음(딸에게 도와주겠다고 해도 싫다고 하는 상황이니까 말이다), 뭐라고 한 마디 위로라도 해줘야 할 것 같은데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이 가슴이 아팠기 때문이다. 어쩌면 저자 스스로가 평소 아이들에게 아버지 역할을 제대로 못했다는 생각 때문에 더 가슴이 아팠을지도 모르겠다. 그들을 돕기보다 의지해야 하는 상황이니 말이다.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나의 인생보다는 아이들의 감정과 권위를 존중해주자는 것이다. 아이들은 우리가 그들에게 말하고 싶어 하는 것들을 이미 알고 있다. 진정한 도움은 열린 손을 내미는 것이다. 아이들을 돕고 싶을 때는 먼저 이런 질문부터 해야 한다. ‘혹시 내가 필요하니?’ ‘내가 어떻게 도와줄 수 있을까?’ 우리의 무력감과 두려움 같은 감정을 미리 잘 다스려서 아이들에게 도리어 짐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먼저 요청하지 않는 한 절대 충고하지 말아야 한다.”

아이는 아이의 인생이 있고, 우리는 우리의 인생이 있다. 아이들도 자신의 길을 걸어가며 스스로 깨닫게 될 것이기에 그들의 아픔을 줄어주겠다고 나서기보다 그저 바라보고만 있을 때가 더 나을 수도 있다. 부모가 자식에게 할 수 있는 일은 아플 때면 언제든지 손을 내밀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절대로 네 곁을 떠나지 않겠다는 믿음을 주는 게 전부가 아닌가 싶다. 물론 이렇게 한다는 게 쉽지 않다. 특히 힘들어하는 아이를 그저 바라만 본다는 것은 정말 어렵다. 나도 그렇고, 당신도 그럴 것이고, 저자도 당연히 지독하게 어려운 일이었다고 고백한다.

나도 가끔 내 아이를 바라보며, 학생들을 바라보며 뭔가 도와줘야 하는데, 뭔가 좋은 말을 해 줘야 하는데, 뭔가 경고를 해야 하는데 하는 마음이 들 때가 많다. 그들의 행동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저렇게 하면 반드시 후회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하지만, 하지만 말이다. 저자 말대로 그들의 인생을 내가 대신할 수 없다면 그들의 회복력(상처 속에서도 다시 일어나는 힘)을 믿고 바라봐주는 것도 그들을 사랑하는 방법이란 생각도 든다. 안타깝고 어렵지만 말이다.

몇 년 전 저자에게 한 아버지가 전화해 스물세 살 난 아들을 만나달라고 부탁한 적이 있었다. 대학도 자퇴하고 무슨 일이든지 꾸준히 하지 않아 걱정되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들과 면담을 진행하면서 아들의 문제가 자신보다 아버지로 인한 문제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신을 포기하고 아들만을 생각하며 살아가는 아버지, 즐거움보다는 고통을 끌어안고 살아가는 아버지, 그런 아버지의 모습을 보며 아들은 고마움보다 삶에 대한 두려움을 강하게 느낀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버지에게 전화해 이렇게 말했다. “(아들에게 도움이 되려면) 아주 간단하면서도 무척 어려운 일입니다. 먼저 자신의 인생부터 돌보세요. 그것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아이들이 아버지의 인생을 곁에서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의미와 기쁨과 충족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저자는 책에서 ‘자아’나 ‘정체성’이란 말을 자주 한다. 극단적으로 표현해서 ‘자신을 안다’고 하는 것이 우리가 세상과 소통하는 것을 가로막은 최대의 적일 수도 있다고 한다. ‘내’가 있기에, ‘나’란 존재를 한정짓고 있기에 세상의 많은 것들을 검열하게 되고, 그런 가운데에서 상대방과의 관계도 일정 선 이상을 넘을 수 없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내 안에서 들리는 이런 말이다. ‘내가 왜 이런 말을 듣고 있어야 하지?’ ‘이런 말은 내가 들을 필요가 없는 말인데...’ 또 어떤 일을 할 때 ‘내가 왜 이런 일을 해야 하지? 내가 바라는 게 이런 것이었나? 나라면 최소한 이 정도 대우는 받아야....’ 나를 비우기만 하면 얼마든지 들을 수 있는 많은 이야기들이 이런 검열 속에서 차단된다.

책 내용 중에서 개의 모습을 우리의 행동과 비교한 구절이 있다. 개는 기쁘면 기쁘고, 배고프면 먹고, 배부르면 아무리 맛있는 게 눈앞에 있어도 먹지 않는다. 그들은, 물론 아프고 고통스럽고 싫은 것을 감지할 능력은 있지만, 누군가를 사랑한다면서 ‘내가 이 사람을 사랑해도 되나? 혹시 나중에 고통 받는 것 아냐?’하며 딴 생각을 하거나, 먹을 것을 줬을 때 배가 부르더라도 ‘혹시 지금 먹지 않으면 나중에 굶는 것 아냐?’ 하는 의구심으로 꽉 찬 위장에 꺽꺽대고 밥을 쑤셔 넣지는 않는다. 그들은 사랑하면 사랑하는 것이고, 고마우면 고마운 것이지 그 이외 다른 생각을 하며 이중적인 행동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바로 현재,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게 살기 때문이다. ‘경청’하려면, ‘현재’에 살려면 우선적으로 ‘나’란 존재를 지워야 한다는 말, 당신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우리는 항상 ‘나는 이래야 하고, 이런 생각과 저런 행동을 해야 하며, 나에게 알맞은 사람은 어떤 사람이고, 내가 상대방에게 보여줘야 하는 태도는 이런 것이다’라는 생각 속에서 살아간다. 스스로 만든 무거운 짐을 짊어진 채 한발 한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던 어느 날 그 짐을 바라보며 주위사람과 세상을 원망한다. 내가 전생에 무슨 죄를 졌다고, 왜 그들은 나에게 이렇게 무거운 짐을 지게 했을까 하면서 말이다. 내가 만들었다는 것도 잊은 채. 있는 그대로의 삶. 뭔가를 규정짓고 이래야만 한다는 고정관념만 털어내도 그만큼 삶이 가벼워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아래에 있는 저자의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꼭 내가 생각하는 내가 되지 않아도 된다. 지금 이대로의 모습으로도 우리는 충분히 사랑스럽다. 이것을 받아들이는 순간 우리를 괴롭혀 온 그 오랜 불안과 열등감과 서서히 자취를 감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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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니멈의 법칙 - 승부를 결정하는 가장 극적인 반전
김광희 지음 / 토네이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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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은 강점혁명 시대이다. 모두가 평균 이상인 세상에서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하고 남다른 모습을 만들려면 강점을 집중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 약점은 열심히 보완해봐야 평균 수준에 머물지만 강점을 키운다면, 그것도 자신만이 가진 강점을 더욱 강하게 만든다면 그것 자체가 자신을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좋은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주변의, 또 세상에서 성공한 많은 사람들을 봐도 대부분 자신의 강점을 인식하고 그를 적극적으로 키운 사람들이다.

하지만 강점만 키우면 반드시 성공하는가? 성공했다손 치더라도 그것이 오랜 시간동안 지속될 수 있는 것인가? 기업체에서는 취업희망자들의 강점만 보고 사람을 뽑는가? 거대한 기업이 왜 하루아침에 무너지는가? 성공가도를 달리던 사람이 왜 갑자기 인민재판 받듯이 욕을 먹고 물러나야 하는가? 이와 같은 질문에 저자는 바로 약점을 관리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세상만사가 다 좋은 것만 바라보고 자신의 강점만 생각하면 된다고 하지만 의외로 사람들은 상대방의 약점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바라본다는 것이다. 실제로 마케팅전략을 수립할 때도 기획담당자가 기를 쓰고 찾으려는 것은 바로 상대기업의 약점 아니겠는가.

그는 약점에 관련해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해 준다. 즉 우리가 평소 약점에 초점을 맞추고 이를 관리해야 하는 이유인데, 첫째, 해당분야의 비범한 일인자를 제외하고는 약점 때문에 촉발되는 다양한 문제를 극복하고 헤쳐 나갈 수 있을 정도의 강점을 소유한 사람은 극소수라는 점이다. 둘째, 특정 분야 혹은 시장의 강자라 할지라도 그 강점은 누구나, 또 언제까지나 유지할 수 있는 절대적인 강점이 아니라 상대적인 강점이라는 점이다. 이와 같은 강점은 언제든지 약점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셋째, 개개인의 정신이든 신체든 한쪽에 약점과 같은 불균형이 존재하면 전체적인 조화와 안정감을 저해할 수 있고 제 아무리 강점이 탁월하다 할지라도 약점이 심각하다면 그만큼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즉 누구든 특정의 강점보다는 전체적인 조화감각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게다가 사람들이 약점에 신경 쓰지 않으려는 이상한 관념 속에는 지렛대와 비슷한 공식이 작용한다고 말한다. 즉 강점과 약점이 있는데 약점에 신경 쓰면 그만큼 강점에 투입할 시간이 줄고, 그것은 강점을 줄어들게 만들어 결국 약점이 커진 수준, 즉 약점과 강점의 평균값 수준으로 하락한다는 관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약점을 키우면 강점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도리어 그 반대현상이 생긴다고 한다. 그 동안 약점 때문에 전체적인 평가가 낮았던 것이 약점이 올라감으로써 전체적인 평가도 함께 올라간다는 것이다. <위대한 반전>이란 책에서도 강점을 활용해 올라갈 수 있을 때까지 올라가다 더 이상 올라갈 수 없으면 그 다음부터 약점을 관리하라고 한다. 그러면 자신의 강점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 평소 이상의 상승을 보장받게 된다는 것이다.

약점. 누구나 가진 것이지만 세상의 약점 기피 관념 때문에 별로 주목받지 못하는 내용을 무척 재미있게 전달한 책이다. 다양한 자료가 들어있어 약점과 관련된 다양한 사례를 알 수 있는 것도 이 책의 재미 중 하나다. 그리고 저자의 결론은 약점은 스스로의 평가를 절하시키는 동시에 전체적인 평가를 억제하는 부적절한 것이기에 항상 관심을 갖고 바라봐야 한다는 말이다. 마치 높이 5미터인 물통의 한쪽 높이가 3미터밖에 안된다면 물통에 담을 수 있는 물은 3미터 이상을 넘을 수 없는 것처럼 하나의 강점만을 키워서는 전체적인 조화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 책 마지막에는 약점을 보완할 수 있는 몇 가지 과정이 기술되어 있다. 요약하면 약점의 실체를 인식하고 인정하는 인식의 단계, 약점 극복을 절실히 갈구하고 이를 통해 얻고자 하는 산출물을 떠 올리며 갈망하는 열망의 단계, 약점 극복을 위한 세부적 실천방안을 마련하는 실천 단계, 그리고 약점을 강점으로 변화시키는 극복단계이다.

혹시 그 동안 자신의 강점을 찾아 이를 키우는 데 몰입한 사람이라면, 또 약점은 관리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 독자라면 이 책을 통해 약점이 무엇이며, 자신의 평가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약점을 보완할 방법은 무엇인지 살펴보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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탤런트 코드 - 재능을 지배하는 세 가지 법칙
대니얼 코일 지음, 윤미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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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곳보다 지속적으로 더 나은 결과를 만들어 냄으로써 사람들에게 부러움을 사는 집단이 있다. 우리는 그들을 명문, 엘리트집단이라고 부른다. 그들은 남다른 방법을 사용해 자신의 조직을 훈련시키고 이들의 능력을 최고로 만들기에 사람들은 그런 곳에 끼고 싶어 한다. 이런 조직에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은 자신의 능력이 남다르게 성장할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자신의 재능 자체를 인정받은 것과 진배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런 집단은 우수한 교육자, 시스템, 훈련환경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남다른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우리가 평소 알고 있는 우수한 집단, 조직과는 조금 거리가 있는 이야기를 한다. 남들은 생각지도 못한, 훈련여건이나 환경이 열악한 곳임에도 불구하고 항상 최고의 기량을 발휘하여 사람들을 놀라게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라포바와 같은 최고의 선수를 배출한 러시아의 선수훈련소 같은 곳이다.

저자는 시대흐름에 상관없이 남다른 기량을 가진 선수들을 배출하는 곳의 비밀은 무엇인지,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재능 그 이상의 뭐가 있는지, 있다면 그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문을 풀기 위해 1년 2개월 동안 세계를 돌아다녔다. ‘재능이란 무엇이며, 그것이 발현되는 조건과 환경은 어떤 것인가’에 대한 의문을 풀고자 한 것이다. 뉴욕의 초라한 음악 아카데미에서 모스크바의 진흙투성이 테니스 고트까지 언뜻 보기에는 별 볼일 없어 보이는 장소까지 찾아다니며 인간의 탁월한 능력을 개발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했다. 그리고 이들 간에 공통된 패턴이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바로 인간의 뇌가 스킬을 습득하는 매커니즘과 관련된 몇 가지 과정이다.

그는 인간의 능력은 바로 해당 업무나 일에 대한 스킬을 연마하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이와 같은 스킬은 ‘미엘린(myelin)’이란 신경섬유를 감싸는 신경절연물질에 큰 영향을 받는다고 한다. 즉 야구선수이든, 바하 연주자든 간에 모든 사람의 스킬은 미세한 전기신호가 사슬처럼 연결된 신경섬유 회로를 통해 이동함으로써 습득되는데, 이때 ‘미엘린’은 전기신호가 새지 않도록, 마치 구리선으로 전선을 감싸는 것처럼, 신경섬유를 감싸줌으로써 정보가 훨씬 빠르고 강하게 전달되도록 해 준다는 것이다. 따라서 ‘미엘린’이 두꺼워지면 정신적이든 신체적이든 모든 활동과 관련된 스킬이 향상된다고 한다.

즉 특정의 영역에서 남다른 능력을 가진 사람을 만들려면 바로 해당 정보가 보다 잘 전달되도록 미엘린을 두껍게 해 주면 된다는 것이며, 이는 시간과 노력을 쏟아 부어 제대로 된 연습을 많이 할수록 스킬은 더욱더 향상된다는 것이다. 나이가 들면 행동이나 기타 결정, 판단력이 젊은이보다 떨어지는 이유도 미엘린과 관련이 있는데, 이때 미엘린층이 벌어져 그 안을 통과하는 정보가 예전처럼 신속하게 흐르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지만 나이든 사람이라고 슬퍼할 이유는 없다. 미엘린층은 죽을 때까지도 지속적으로 생성되기 때문에 특정행동을 계속하기만 하면 그 부분의 미엘린층은 사라지지 않고 더욱 더 강화되기 때문이다. 물론 젊은이보다는 강화속도가 조금 떨어지겠지만 말이다.

그렇다면 미엘린층을 가장 효과적으로 강화시킬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는 연속된 3가지의 과정이 필요하다고 한다. 심층연습, 점화, 마스터 코칭으로 어떤 일에 필요한 행동이나 사고패턴을 몇 가지 중요한 부분으로 나눠 이를 집중적으로 훈련하는 심층연습, 이와 같은 훈련의 가치와 의미를 당사자가 이해함으로써 스스로 성장하고 싶다는 의식을 부여하는 점화, 그리고 이 든 것을 적절히 인도할 수 있는 마스터 코칭이다. 하지만 이와 같은 세 가지 활동은 서로 유기적으로 움직일 때에만 큰 효과를 볼 수 있기에 부분적인 활동은 노력한 만큼 결과를 거둘 수 없다고 한다.

우리가 가진 재능을 어떻게 키울 것인가? 남달리 빠른 속도로 배우는 사람들은 어떤 방식을 활용하는가? 똑같은 시간동안 배우는데 왜 특정인을 떠 빨리, 많이 배우는가? 우리가 평소 궁금했던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최소한 노력만 한다고 될 일이 아니고, 하겠다는 의지만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저자는 세 가지 요인들 모두가 중요하다고 말하긴 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와 같은 재능을 키워내는 교사, 멘토, 코치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 같다. 개인 혼자서 성장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으며, 자신의 재능을 키우는 일이 혼자 힘으로 될 수 잇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운동과 같은 단일한 스킬을 집중적으로 훈련해야 하는 경우에는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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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조론 - 시대를 초월한 인생 지침서 6 시대를 초월한 인생 지침서 6
새뮤얼 스마일즈 지음, 북타임 편집부 옮김 / 북타임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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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엘 스마일즈가 쓴 책을 한 권 더 가지고 있는데 몇 년 전에 우리나라에서 출간된 <인생을 최고로 사는 지혜>라는 책이다. 원 제목은 ‘Self Help'로 지금 이 책과 같은 책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보면 맨 앞 장에 나오는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 라는 문장 이외에는 모두 다르다. 번역된 내용은 물론이고, 목차도, 분량도 다르다. 두 책을 유심히 바라보지 않으면 완전히 다른 책이라고 느낄 정도다. 물론 원저를 편집하는 과정에서 여러 가지 부분을 보완하다보니 이렇게 되겠지만 말이다.(혹시 내가 잘못 알고 있는 건 아닌지..)

하지만 만약 두 권의 책이 같은 책이라면 나는 북타임에서 나온 책이 좋은 것 같다. 약간 고지식한, 딱딱한 문체로 쓰여 있는 것이 언뜻 보기에는 평소 보는 문장과는 조금 다르고, 어색하게 보일지 몰라도 현대인이 아닌 1800년대에 살았던 사람이 쓸 수 있는 문장으로서는 더 적절하다는 생각이 든다. 당연히 저자의 목소리에 더 가까워지는 것 같고.

이 책은 워낙 유명한 책이라 추가적으로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지만 출판이란 것이 일반화되지 않을 당시 밀리언셀러로써 위치를 차지한, 1900년대에 일본에서도 초베스트셀러가 되었던 책이라면 책 내용의 가치는 더 이상 말할 필요는 없다. 현재 우리가 즐겨 찾는 자기계발서의 원조이기 때문이다.

책 내용은 무척 딱딱하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이야기하듯이(원래 그런 목적으로 작성된 것도 있지만) 원론적인 면을 무척 강조한다. 성실, 인내, 자기책임 등 유혹에 쉽게 빠질 수 있는 젊은이들에게 성공이란 것이 무엇이며, 인생이 어떤 것이고, 험난한 삶의 파도를 헤쳐 나갈 때 유념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에 강한 어조로 말한다. 하지만 책 내용을 보면 낮 설거나 어색하지는 않다. 이 책에서 주장하는 많은 부분들이 요즘 우리가 흔히 접하는 자기계발서의 근본을 이루고 있기 때문에 많이 들어본 내용들이다. 자기계발서를 보고 실천하는지의 여부를 떠나 머리로는 이미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자! 이 책에 나오는 내용 중 몇 가지를 이야기해보자. 우선 인간의 성장과 자조 간의 관계다. 그는 세상이 아무리 편해도, 법률이 아무리 공정해도 가난한 열심히 일하는 사람은 열심히 일하고 노는 사람은 놀 수밖에 없다고 한다. 세상의 이치가 그러하듯이 자신행동에 대한 결정은 스스로 하는 것인데 그것을 누가 조장한다고 해서 가능하겠냐는 말이다. 어떻게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말이지만 우리는 이와 관련되어 자주 실수를 범한다. 예를 들어 교통신호를 안 지키기에 법규를 더 만들고 벌금을 높인다. 일자리가 부족하기에 일자리를 강제적으로 만들기 위해 경영자들을 정부가 몰아 부친다. 학교 공부를 더 시키기 위해 공부연수를 늘리고, 졸업할 수 있는 조건을 까다롭게 한다. 뭐 이런 것들 아니겠는가.

하지만 저자는 이런 것도 필요하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다른 데 있다고 한다. 인간 개개인이 하고자 하지 않으면 아무리 법률이 복잡다단하고 세밀하게 만들어져 있어도 안하는 사람은 안하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려면 외적인 문제보다는 인간 내적인 자조능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다.

또 다른 것을 보자. 저자는 천재성보다는 ‘지속성’을 무척 중요하게 여긴다. 무엇이든지 자신의 꿈을 이루려면 이를 위해 꾸준히 노력해야 하며, 노력 그 자체가 순간의 순발력보다는 하나의 습관이 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어떤가? 습관의 중요성. 요즘 자기계발 책에서 자주 보는 내용 아닌가.

또 하나, 나에게 무척 강하게 와 닿은 부분인데 목차 중 ‘진짜 지식과 가짜 지식’이라는 제목으로 되어 있는 내용이다. 저자는 여기서 독서, 지식에 대한 문제를 거론한다. 그는 이런 식으로 말한다. 아무리 책을 많이 봐도 그건 남의 경험에 불과하다. 책에서 얻은 지식을 지혜로써, 자신의 생각으로 발전시키지 못한다면 그건 단순한 유희나 지적 취미와 다를 바 없다. 적당히 술을 마시면 취하겠지만 마음의 자양분은 늘지 않듯이 책에 취한 것 자체가 자신의 인격과 지혜를 늘려주는 것은 아니라고 한다. 결국 지식의 양보다 지식을 얻는 목적이 훨씬 더 중요한 문제이기에 더욱 풍요롭고 가치 있는 인생을 보내려면 독서 그 자체를 갖고 이야기하기보다 지혜와 인격 함양을 논하라는 말이다. 빨리 읽고, 많이 읽고, 다양하게 읽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는 말이다. 

지식, 능력, 기교, 태도, 역량. 요즘 같은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당연히 필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책에서 말하는 것처럼 자기계발과 변화를 실현하려면 스스로 자조하려는 의지가 있어야 한다. 최근 나오는 얄팍한 책들보다 ‘자조’라는 말 자체를 만들어낸 사람의 사상을 직접 체험해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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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만나는 치유의 심리학 - 상처에서 치유까지, 트라우마에 관한 24가지 이야기
김준기 지음 / 시그마북스 / 200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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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살면서 놀라거나 두려움을 한 번도 느끼지 않을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인 것 같다. 건널목에서 자동차가 갑자기 급정거하는 것도 놀라움이고, 기대했던 시험에 떨어지는 것도 충격이며, 애인에게 버림받았다는 감정도 무척 큰 괴로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런 상황이 닥쳐도 ‘에이. 놀랐잖아’ 아니면 ‘어쩔 수 없지. 뭐’하고는 잊어버린다. 아니 잊지 못하더라도 안 좋은 기억이나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은 사건 정도로 생각하고 기억 저편으로 던져버린다. 물론 당시에는 힘들겠지만 말이다.

하지만 이런 고통, 괴로움이 어쩌다 한 번 정도라면 모르겠지만(물론 이것도 무척 강할 경우에는 영원히 지울 수 없는 상처가 되지만) 몇 번씩, 그것도 아주 강한 자극상태에서 여러 번 접하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유사한 상황만 봐도 두려움에 사로잡혀 옴짝 달싹 못하게 된다. 과거의 기억이 되살아나고, 자신 뜻과 상관없이 똑같은 상황에 처하면 어떡하나 하는 두려움에 사로잡히는 것이다. 과거에도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발생했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현상이 가끔, 일정 기간 정도 발생하다 말면 그만이지만 당사자의 일상을 쫓아다니며 한 인간의 삶을 황폐하게 만들거나 의사결정 자체를 못하게 만들거나 정상적인 생활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면 그땐 정신병이 된다. 이 책의 주제 트라우마다.

저자는 트라우마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ost Traumatic Stress Disorder), 즉 신체적 정신적 충격을 경험한 후 나타나는 심리적 외상이라고 정의하면서 이와 같은 장애가 겉으로는 잘 들어나지 않지만, 사람들의 삶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는 심각한 정신장애라고 한다. 그리고 더욱 심각한 것은 고통을 겪는 당사자 이외 다른 사람들은 이해하거나 인정하기 어려운 증상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만약 당신이 어릴 때 불 때문에 큰 화상을 입었던 경험이 있다고 치자. 아마 당신은 당연히 불을 보면 당시 기억이 떠오를 것이고, 다른 사람에 비해 불을 무서워하게 될 것이다. 마치 좁은 공간에 갇힘으로써 고통 받은 사람이 자라면서 ‘밀실공포증’을 경험하는 것처럼 말이다. 하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불이란 게 잘못 사용하면 인명과 재산을 불태워버리지만 잘 만 사용하면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불에 대한 공포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이 불과 관련된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사람에게 뭐라고 할까? 아마도 “괜찮아. 괜찮아. 불 곁에 가지 않으면 되잖아. 또 여기 소화기도 있고...” 하면서 달래지 않겠는가.

하지만 그는 지금 상황이 과거와는 다르고, 두려운 불과 거리를 두고 있고, 소화기도 옆에 있다는 것보다 불에 화상 입은 과거 기억으로 돌아간 상태이기에 이런 말이 귀에 잘 안 들어온다. 당연히 이런 당사자를 보고 주위사람들은 답답해 할 것이고. 트라우마. 우리가 평소 잘 느끼지는 못하지만 인간의 삶 속에서 무척 흔히 겪게 되는 상황이다.

이 책은 무척 재미있다. 트라우마란 단어는 처음 들어봤지만 그런 상황이 어떻게 발생하는지, 트라우마를 겪게 되는 사람의 행동이 어떤 것인지, 그들이 평소 겪는 고통이 무엇이며, 그로 인해 그들의 삶이 어떻게 전개되는지에 실감나게 써 놨다. 학문적인 내용이나 병원에서 치료한 임상례를 갖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이 아니라 영화 속에 나온 주인공의 모습 속에서 트라우마를 찾아내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봤던 영화라면 ‘아! 그때 그 모습이 바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의 모습이었구나.’ ‘아 그때 주인공의 행동이 부자연스러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바로 그것 때문이었구나’ 생각하게 된다. 특히 관심 있게 봤거나 감동받았던 영화라면 저자의 이야기는 더더욱 가슴에 와 닿는다.

나도 이 책에 나온 영화중에서 ‘밀양’ ‘21그램’ ‘샤인’ ‘람보’ ‘미스틱 리버’ ‘나비효과’ ‘포레스트 검프’ 그리고 굿 월 헌팅‘을 봤는데 책을 읽는 가운데에서 내가 봤던 영화의 장면들이 눈앞을 지나가는 듯했다. 람보가 미친 듯이 울부짓으며 총을 난사하는 장면, 한 청년이 어린아이로 돌아가 여자 친구를 범하려는 아버지에게 대드는 모습, 정신적인 장애를 가진 한 청년이 그저 달리고, 달리면서 오로지 한 가지 일에만 몰두하는 모습, 오랜 시간동안 굳게 닫힌 마음이 열리는 순간 앞에 서 있는 교수를 부둥켜안고 처절하게 우는 한 청년의 모습’ 등이다. 이 책에서 심리학의 전문용어는 일상의 단어가 되고, 트라우마는 특정의 사람만이 경험하는 이상한 질환이 아닌,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반적인 질환이 된다. 나는 물론이고 내 주변의 사람들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었다.

저자의 말 중 기억나는 말이 있는데 바로 이것이다. “안전하게 서로 연결되어 있던 인간적인 근본 토대가 흔들리고 끊어지는 것, 그로 인한 극독의 무기력감과 고립감의 경험이 트라우마의 핵심적인 경험이라고 한다면 무슨 일이 있어도 언제든지 내 편을 들어주고 내 아픔을 듣고 이해해주는 사람과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회복하는 것은 트라우마 치유의 핵심적인 경험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글을 통해 나는 내가 트라우마를 심하게 겪지 않은 이유가 있다면 그것은 누군가 내 곁에서 나를 바라봐준 덕분이라는 것이었고, 내가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바로 내가 그들에게서 받은 관심과 애정, 그리고 언제나 함께 하겠다는 믿음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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