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양피지 - 캅베드
헤르메스 김 지음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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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재미있는 책이다. 살림출판사가 평소 강조하는 분위기와 걸맞은 책이기에 어떤 책인지 궁금함을 안고 책을 펼쳤고, 책을 읽으면서 ‘역시’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에 대한 관심은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약 2시간 거리)에 보기 시작한 책을 집에 와서도 계속 볼 수밖에 없었고, 결론이 궁금해서, 결국 책의 마지막 장으로 접고서야 잠자리로 들어갔다. 언뜻 보면 너무나도 당연한 문구 같았지만 책에 들어있는 캅베드의 내용은 설사 그것이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구성한 허구의 것이라 할지라도 마음에 꼭 간직하고 싶은 내용이었다.




사실 처음에는 책을 읽으면서 책에 나온 내용이 진짜인지, 상상인지 구분이 안 되어 조금 혼란스러웠다. 왠만한 사람이면 한번쯤은 들어봤을 대부호인 오나시스의 일생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것도 사실처럼 말이다. 어린 나이에 담배사업으로 성공, 그 성공을 통해 운송업(배)를 시작, 갑부가 되어 수많은 여성들과의 관계, 특히 많은 사람들이 아는 마리아 카라스, 제클린 케네디와의 이야기는 무척 그럴듯했다. 읽다보면 ‘이거 진짜 아냐?’ 하는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게 된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니 어느 순간 내용이 진짜면 어떻고 상상이면 어떤가 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책의 주제, 즉 성공하고 싶으면 그 대상을 공경하라는 ‘캅베드’의 내용과 진실로 공경하기 위해서는 대상의 말을 자세히 들어 그가 원하는 소망을 들어주면 된다는 말이 무척 마음에 와 닿았기 때문이다. 특히 오래 전 이스라엘의 위대한 왕인 솔로몬이 이런 방식을 통해 부귀영화를 누릴 수 있었다는데 뭐라고 할 것인가.




특히 저자의 소망에 대한 분명한 정의는 내가 평소 알고 있던 개념보다 더 구체적인 모습을 그릴 수 있게 해 주었다. 저자는 사람의 소망은 욕망과는 다른데 이는 그가 원하는 본질적인 추구라는 점에서 시시때때로 변하는 욕망과는 분명히 구분되는 것이라고 한다. 따라서 누군가를 감동시키고 그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상대방이 겉으로는 드러내지 못하는, 하지만 반드시 이루고 싶은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한다. 무척 의미 있는 말이었다.




행복한 삶, 성공한 삶, 놀랍고 가슴뛰는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은 항상 우리 곁에 있다. 그것도 너무나도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말 속에. 이 책은 바로 이와 같은 내용을 과거와 현재를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독자 마음 속에 강하게 심어 넣은 힘이 있다. 그리고 그 비결은 저자의 풍부한 인문학적인 지식 덕분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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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라이크 미 - 흑인이 된 백인 이야기
존 하워드 그리핀 지음, 하윤숙 옮김 / 살림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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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년대 미국의 흑백상황.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먼 나라일이기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없었던 상황이다. 하지만 당사자인 흑인에게는 세상에 태어난, 그것도 미국이라는 나라에 태어난 죄로 오로지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 칠 수밖에 없었던 그런 시절일 것이다. 자신이 원해서 미국이란 땅으로 온 것도 아니고, 자신이 거주할 땅을 선택한 것도 아닌 사람들. 남들이 필요해서 강제로 고향을 뒤에 두고 망망대해를 건너온 사람들. 아무리 미국이 자유국가이고 민주주의를 신봉하는 나라이지만 그들 역시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은 봉건주의자니 왕권신봉자이니 하는 것과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 책을 보면 더 했는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흑백문제를 알아내기 위해 몸소 흑인이 된 백인이 있었는데, 이 책은 바로 그 사람이 흑인으로 변장하여 지낸 몇 달의 삶을 기록한 일기장이다. 그는 자신의 이름도, 신분도, 직업도 바꾸지 않았고, 목소리도, 옷차림도 바꾸지 않았다. 왜? 만약 백인들이 말하는 것처럼 흑인이 천대받아야 하는 이유가 본래 무식하고, 놀기 좋아하고 정신수준이 낮기 때문이라면 자신은 그런 수준이 아니니 당연히 그들보다 나은 대우를 받아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 그의 지론이었기 때문이다. 달라진 것은 피부 색깔 하나뿐이니까 말이다.




그러나 결과는 저자의 예상과는 완전히 다른 상황이었다. 백인들은 저자의 모습, 피부색이 검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에게도 다른 흑인들과 똑같은 대우를 했다. 그가 무엇을 아는지, 어떤 직업을 가졌는지에 대해서는 누구도 관심이 없었다.




그가 가장 어려워했던 것은 소변을 보고, 물을 마시는 기본적인 행위였다. 거리마다 즐비한 상점과 음식점 중에서 흑인이 소변을 볼 수 있는 화장실은 극히 제한되어 있었고, 물 마시는 곳은 더더군다나 없었다. 흑인은 돈이 있다손 치더라도 소다수 자체를 슈퍼에서 살 수 없다면 할 말 다한 것 아니겠는가.




그는 이런 상황에서는 아무 것도 생각나지 않았다고 한다. 즉 살아남아야 한다는 것, 인간이기에 느낄 수밖에 없는 기본적인 생리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서는 그 이상의 어떤 것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매슬로우의 5단계 욕구설이 맞다면, 저자의 말도 일리가 있는 것 아니겠는가.




그는 흑인으로 변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세상을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백인 남녀가 칼을 든 채 자신에게 다가오는 꿈을 꾸며 고통스러운 밤을 지내게 되었다. 하루하루의 삶이 자신에게는 너무나 가혹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이런 경험을 한 후 저자는 분명히 말한다. 흑인이 못 사는 것은 그들이 게을러서가 아니고, 흑인이 매일 밤 술 마시고 노래하는 것은 삶을 유쾌하게 살기 때문이 아니라 그것밖에는 자신의 고통을 해소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고, 이들이 무식한 이유는 머리가 나빠서가 아니라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도서관 앞에는 ‘흑인출입불가’라는 팻말이 붙어있지 않았지만, 그렇다고 그 안을 들어갈 흑인은 없다는 것이다. 누가 자신의 목숨을 걸고 책 한권 보기위해 도서관에 들어가겠는가.




남의 나라 이야기이지만 이 책이 마음에 와 닿는 이유는, 이것은 흑백의 문제이기보다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가치관, 이념의 충돌문제와 거의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대학생들이 직장을 자주 옮기는 이유는 무엇 때문일까. 가난한 사람들이 계속 가난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이며, 공부를 못하는 가정의 자녀는 왜 부모와 같이 공부를 못하는가?




이 모든 것이 다른 시각으로 볼 때는 이들이 남들보다 게으르고, 탐욕스럽고, 욕심 많고, 이기적이기에 그렇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 그들이 그럴 수밖에 없었던 주변상황, 주위여건, 그리고 그 여건에 무언으로 동조하는 우리 때문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되었다.




이제 인종문제는 많이 사라졌다. 많은 나라들이 서로를 견제하며 평등을 지키려고 노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예전보다 더 무서운 차별이 있는데, 과거처럼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이기 때문에, 그것은 바로 부와 가난, 아는 자와 모르는 자간의 차별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신자유주의와 같은 요상한 경제이론이, 또 능력 있는 자가 세상을 지배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논리가 가진 자의 마음속에 못 가진 자에 대한 비정상적인 신화를 심어준다면 이는 1950년대의 미국상황보다 더 하면 더했지 절대 덜하지 않은 차별의 극치를 만들어 낼 것이다.




경쟁은 좋다. 하지만 그 안에 내포된 가진 자와 못 가진 자간의 두꺼운 경계선을 무너뜨리지 않은 채 출발점 자체에서 차별을 가한다면 이 책은 1950년대가 아니라 바로 지금 우리 상황을 기술한 책이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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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의 싸움 - 세상에서 나를 지켜주는 위로의 심리학
앨버트 엘리스 지음, 정경주 옮김 / 북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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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항상 불안함을 마음 한 구석에 담고 산다. 세상이 안 좋으면, 내 주위여건이 어려우면 이때는 당연히 불안하고, 또 반대로 모든 것이 다 좋아도 불안감은 줄지 않는다. 단지 이때의 불안감은 세상이 모두 좋다가 갑자기 나빠지면 어떡하나 하는 불안감일 뿐이다.




사람들은 이와 같은 불안감이 자신의 행복을 망친다고 생각하여 저 멀리 던져버리려고 하지만, 불안감은 오래 전부터 우리 몸속에서 우리와 함께 살아온 것이라 쉽게 지워버리지 못한다. 오래 전 인류가 지구상에서 동물과 같이 살아갈 때 우리는 가진 것이 별로 없었다. 호랑이와 같은 강인함과 사슴과 같은 스피드도 코끼리와 같은 힘도 없었고, 하다못해 토끼처럼 잽싸게 도망칠 뒷발도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시절 우리를 생존하게 만든 건 위험을 사전에 감지하는 두려움과 불안감이었다. 이런 감정들이 자신에게 닥쳐오는 위험을 미리 알고 피하거나 대비함으로써 문제소지를 미리 봉쇄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이때부터 인간 몸 안에 자리 잡은 불안이 지금도, 아니 앞으로도 인류가 지구상에 존재하는 한 계속 되리라 본다. 불안이나 두려움이 마냥 나쁜 것은 아니다. 바로 이와 같은 감정이 위험을 회피하고 문제를 찾아 이를 해결하게 만들어 준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불안이 심해 정신적, 육체적인 문제를 일으킬 때이다. 예를 들면 남들 앞에 나서는 것이 두려워 심장이 마구 뛰고 말도 못하고 얼굴만 붉히다 내려오는 경우라든가, 이성 앞에만 서면 세상이 하얗게 변해 아무소리도 못하고 우물쭈물하다 지나쳐버리는 것과 같은 경우다. 이 정도면 삶 자체가 힘들어진다. 나도 어릴 때부터 이유 없는 불안을 자주 느꼈기 때문에 불안이 심한 것이 어떻게 사람을 괴롭히는지 잘 알고 있다.




이 책은 자신도 어릴 적 두려움이 너무 심해 정상적인 활동을 하지 못한 경험을 가진 심리학자가 자신의 상황을 고치겠다고 시작한 연구에서 발견된 것을 정리한 책이다. 저자 자신이 남들 앞에서 말하는 것에 극도의 불안을 느꼈고, 여성 앞에서는 말 한마디 건너지 못해 오랜 시간동안 이성을 사귀지도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어느 날 자신이 겪고 있는 두려움과 불안감을 이기고자 일부러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고, 처음엔 물론 무척 힘들었지만 날이 갈수록 불안감이 줄어드는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나중엔 여성과 대화 때 두려움도 고쳤다고 한다.




저자는 불안을 야기 시키는 과정과 그 결과인 불안을 하나라고 보지 않는다. 즉 내가 무엇인가 잘못했다는 것과 그래서 나는 불안하다는 것이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잘한 것보다는 잘못했을 때 기분이 우울한 것은 당연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자신을 비하하고 또 다시 다른 일을 진행하는 데까지 문제를 일으킬 정도의 불안을 갖게 되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입사면접 때 말을 잘못했거나 면접관이 까다롭게 구는 바람에 취업하지 못했다고 하자. 우리는 이런 경우 자신이 말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비하하고, 다른 곳에서도 당연히 면접에 떨어지리라 생각하면서 다음 면접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어찌 보면 그럴 수 있는 일 같지만, 중요한 것은 면접을 잘못 본 상황에서도 허허 웃고 넘어가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불안의 원인과 결과가 이처럼 사람마다 다른 이유는 불안을 야기 시킬 수 있는 원인적인 모습과 불안이라는 결과 사이에 그것을 해석하는 사람의 마음이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즉 뭔가 잘못했을 경우, 그것을 갖고 스스로를 책망하고 모든 문제를 자기 능력의 문제로 일반화시키는 사람이 있는가하면 이런 상황은 수많은 일 중의 하나이고, 자신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불안이란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라고 한다. 문제를 사전에 알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행동하도록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병적인 불안은 일상생활 자체를 어렵게 하기에 고쳐야 하고, 이때 자신의 능력, 존재가치 그 자체가 아니라 발생한 문제를 대하는 마음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즉 발생원인보다 그것을 합리적인 시각으로 재해석하면 불안의 정도가 눈에 띄게 사라진다는 것이다.




불안. 어쩔 수 없이 짊어지고 가야 할 것이라면 이 책을 통해 좀 더 생산적으로 만들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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땡큐! 스타벅스
마이클 게이츠 길 지음, 이수정 옮김 / 세종(세종서적)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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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많다는 것이 예전에는 일종의 훈장처럼 느껴졌던 시절이 있었다. 나이 50이 넘으면 어디가든지 상석에 앉았고, 무엇을 하든, 무슨 말을 하든지 간에 존경을 받았다. 이들은 당시(1970~1908년대) 젊은 세대들은 경험하지 못한 ‘일제시대’라는 암흑기를 살아왔고, 참혹한 6.25사변에서도 살아남았으며, 4.19를 통해 우리나라를 민주국가로 만들었던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사람들은 나이를 먹은 사람들은 세상에 도움을 주기보다는 남에게 짐을 얹히는 사람처럼 보기 시작한 것 같다. 심하게 말하면 이런 것 아니겠는가. ‘그만큼 살았으면 됐지. 오래 살아가지고 주위사람들 힘들게 해?’ 이거다. 여기서 나이 먹은 사람이란 50대 이상의 사람들을 의미한다.




가끔 젊은이들은 나이 먹은 사람이 아는 것도 없으면서 잘난척한다고 하고(급격하게 변해가는 세상을 쫒아가지 못한 죄로), 나이 먹었다는 이유 하나로 자리를 양보해야 하는 것에 불만을 터뜨리고, 나이를 먹어 먹고 살기가 어려우니 젊은 사람들의 돈으로 연금을 줘야 한다는 말에 짜증을 낸다. 게다가 늘어나기는커녕 점점 더 줄고 있는 취업 자리마저 나이 먹은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으니 더더욱 얄밉지 않겠는가.




하지만 나이 먹은 사람 입장에서 보면 이런 말하는 젊은이들 역시 얄밉기는 마찬가지다. 이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만든 사람이 나이든 사람들이고, 이들이 들어가길 원하는 회사를 만든 이들도 바로 나이 먹은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자신의 젊음을 믿고 큰소리치는 그들을 키운 게 바로 우리들 아니냐고 따지기 시작하면 이때부터 언성이 높아진다.




어떻게 보면 요즘 세상은 나라와 나라간의 전쟁이 아니라, 젊은이와 나이 든 사람간의 갈등이 더 문제인 것 같다. 서로가 자신들의 권리만 주장하다보면 결국 싸움밖에 할 게 없다. 어떤 게 정답인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게다가 살만큼 살았으면 멋지게 한 인생 마감하면 서로 좋은 것을 이것조차 자신의 마음대로 안 되는 세상이다 보니 더욱 젊은이와 나이든 사람간의 갈등이 심화되는 것 같다.




아무런 보장도 없는 상황에서 수명만 길어졌으니, 요즘 세상에서 인생이 길어졌다는 것을 참 기쁨으로 만끽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이 책에 나오는 주인공도 나이 50대에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다. 거의 20년 동안 가족들을 버려둔 채 오로지 직장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았건만 자신이 뽑아 키운 사람에게 퇴사통고를 받았다. 그것도 회사 밖의 음식점에서. 그녀는 이제 당신도 나이를 먹었으니 회사를 위해, 젊은  이들을 위해 퇴사해야 한다고 통보하고는 짐을 싸서 집으로 보내줄 테니 회사에 다시

들어갈 필요조차 없다고 말하곤 총총걸음으로 사라진다.




당시 주인공의 마음은 어떠했을까? 특히 주인공처럼 20여 년 동안 직장하나만을 바라보고 살아온 사람의 경우 무척 당황했을 것이다. 아마도 세상에서 버림받았다는 무력감, 자신을 보호해 줄 보호막조차 없이 험난한 사막으로 쫓겨난 듯한 두려움, 혼신을 다해 충성을 바친 회사에 대한 배신감, 게다가 남은 몇 십 년의 삶을 살아갈 방법조차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느껴야하는 삶 자체에 대한 공포 등 자신의 인생과 직장을 맞바꾼 사람만이 겪어야하는 두려움이다. 이런 상황에서의 심정은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은, 고작 직장생활 4~5년하고 퇴사통고를 받은 사람들은, 회사를 다니면서도 자기 살 길 찾기에 더 열심을 다해 살아왔던

사람들은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심정일 것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이 모든 것을 훌륭히 딛고 일어섰다. 그것도 남들은 이제 인생을 마무리해야 할 나이라고 하는 64세에 말이다. 몸이 힘들고 머리조차 잘 안돌아갈 나이에 젊은 사람들도 힘들어하는 온갖 청소에, 하루 종일 움직여야 하는 커피점 파트너. 게다가 집에서 1시간 30분이나 걸리는 매장까지의 거리까지 모든 것이 무척 힘든 상황에서였다.




그는 이 책에서 자신의 인생3막을 무척 만족스럽게 보고 있다. 과거 직장에서 큰소리치고, 편안하게 살아가던 모습보다 더 만족스러움을 느끼고 있다. 왜 그럴까? 아마도 이는 자신의 삶에 대한 확신, 과거와는 달리 스스로 직접 움직여 완수해낸 일들, 지시와 복종관계가 아닌 믿음과 신뢰를 중심으로 운영되는 스타벅스의 관리시스템, 게다가 사람과 이야기를 하기 좋아하는 주인공의 성격까지 만족을 느낄 수 있는 여러 가지 요건들을 거의 완벽하게 갖췄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 스스로가 자신의 정체성을 훌륭하게 바꿨다는 점 때문인 것 같다. 그리고 이 점이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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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는다는 것 - 나를 돕는 건‘오직 나 자신뿐이다!’
나다니엘 브랜든 지음, 홍현숙 옮김 / 스마트비즈니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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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믿어라. 세상에서 믿을 사람은 너 자신뿐이다. 세상에서 자주 듣는 말이긴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그런 말을 들을 때는 당연한 것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남들 앞에서는 자신 있다고 소리쳐도 뒤돌아서는 순간 ‘과연 내가 저 일을 해 낼 수 있을까?’ 걱정하는 게 우리들이다. 이런 상황은 주변에서 아무리 ‘너는 할 수 있어’라고 외쳐봐야 자기 스스로가 확신하지 않고서는 얻을 수 없는 것들이다.




나의 지난날을 되돌아보면 크게 두 개의 삶을 살았다. 하나는 사람을 만나고, 일을 하고, 판단하는데 있어 자신이 없었던 삶, 그래서 항상 두렵고 누군가의 도움이 없이는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 했던 삶, 또 하나는 나도 뭔가 세상에 기여할 게 있다는 것을 깨닫고 세상을 향해 자신 있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던 삶이다. 나는 이런 삶을 되돌아보며 무엇이 나를 이토록 극에서 극으로 옮겨놨는지 많이 생각해 봤고, 그 결과 여러 가지를 알게 되었다.




어쩌면 내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었던 것 자체가 나에 대한 자신감의 결과였는지도 모르겠지만, 이런 생각은 잘 다니던 대학교 전공을 바꿔 다시 공부를 시작하게 만들었다. 뭐라고 할까. 이왕 멋지게 살아갈 거면 좀 더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결정은 나에게 과거와는 다른 삶을 제공해줬다. 주위사람들은 무엇 때문에 학사 증을 두 개씩이나 받으려고 하냐고 따지기도 했지만 말이다.




우리는 뭔가 하고 싶다는 생각을 갖기 이전에 자신에 대한 자신감(Self-Esteem)이 필요하다. 아무리 하고 싶은 것이 있어도 그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실행이란 것이 따라야 하며, 실행을 위해서는 자신감이 필요하다. 되던 안 되던 한번 해 보자는 마음이다. 이런 마음속에서는, 물론 실패보다는 성공에 대한 확률이 더 높기 때문이겠지만 이와 같은 마음가짐 자체가 바로 자신감에서 시작된다. 바로 나에 대한 자신감이다.




어떤 사람들은 일의 결과는 하늘에 맡기고 자기 앞에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하라고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 그런 말을 하는 사람도 사실 따지고 보면 자신 입장에서는 안 될 확률보다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일을 진행한 것이지, 해 봐야 거의 안 될 것이 확실한 일을 하늘만 믿고 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런 말은 자칫 잘못하면 무척 무책임한 말이 되기도 한다.


세상의 모든 일, 자신을 변화시키는 일에서부터 남들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 하다못해 시험공부를 하고, 남다른 자신을 찾겠다는 것까지도 모두 스스로에 대한 자신감에서 시작한다. 그렇다면 우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바로 자신감을 키우는 것이다.




이 책은 심리학자인 저자가 자신의 임상결과, 환자와의 상담내용을 토대로 하여 자신감이 무엇이며, 그것이 인간의 삶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그리고 이와 같은 자신감을 어떻게 개발하고, 유지, 강화시킬 수 있는지 설명한 책이다. 언뜻 보기에는 고리타분한 이론들로 가득 차 있을 것 같지만 책을 한 장 한 장 넘기다보면 ‘맞아!’하는 소리가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고 다음에는 어떤 내용이 담겨있는지 궁금하게 된다.




나도 처음 몇 장을 읽을 때는 자신감에 대해 기본적인 논리를 설명한 책인 줄 알았지만 계속 책을 보면서 내 자신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수 있었고, 평소 자신감을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중요한 것이라 알고는 있었지만 이토록 한 인간의 인생을 좌지우지할 정도인줄은 이 책을 통해 알게 되었다. 내가 오늘 내리는 결정, 어제 하지 못한 일, 그리고 이유 없이 두려움을 느끼는 대부분의 일들이, 자신의 마음속에는 뭐라고 설명했던지 간에, 자신감과 깊이 관련이 되어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것이다.




자신감 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평소 자신감에 넘치는 사람이라도 그 자신감을 좀 더 확고하게 키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 책을 한번 읽어보기를 바란다. 생각지 않은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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