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판사·법원공무원 보복땐 가중처벌
[국민일보] 2007-01-19 18:33

대법원은 19일 서울고법 박홍우(55) 부장판사의 석궁 테러와 관련,법원장 16명이 참석한 전국법원장회의를 열고 재판과 관련해 판사나 법원공무원에게 보복을 할 경우 이를 가중처벌하는 내용의 ‘사법질서보호법(가칭)’ 제정 등 신변안전 방안을 논의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현재 증인 등을 상대로 한 범죄는 가중처벌되고 있지만 판사 등에 대한 보복범죄에 대해서는 가중처벌 규정이 없다”며 “법 제정으로 인해 판사들에 대한 위협이 상당수준 경감될 것”이라고 말했다.

대법원은 법정내 난동 등을 예방하기 위한 방안으로 법정출입을 일정부분 통제키로 했다. 이에 따라 각급 법원은 직무방해를 초래한 적이 있는 민원인에 대한 정보를 공유해 이들의 출입을 막고 방청권 할당이나 특별기일 지정 등을 통해 방청객수를 제한키로 했다. 대법원에 따르면 법원 내외부에서의 난동건수는 2005년 21건,2006년 24건 등으로 최근 증가 추세다.

재판에 참여하는 사건당사자 등에 대한 신변보호 대책도 마련됐다. 대법원은 신변에 위협을 받는 사건당사자 등이 법정에 출석할 경우 해당 재판부에 신변보호 요청을 할 수 있게 할 계획이다. 이 경우 당사자는 법원경비대 소관의 대기실에 머물다 재판이 끝난 뒤 관할 경찰서와의 협조를 통해 안심할 수 있는 지역까지 동행이 가능해진다.

법정진술이 예정된 증인의 경우 각급 법원은 먼저 합의실 및 준비절차실 등을 증인대기실로 지정하고 사건당사자와는 다른 문을 이용해 법정에 출입하는 조치를 검토키로 했다. 또 선서서 작성 등을 위해 증인이 방청석 등으로 이동하는 행위를 금지할 예정이다.

장윤기 법원행정처장은 “이번 사태는 국민의 자유와 안전을 책임지는 마지막 보루인 사법부에 대한 중대한 도전이자 위협”이라며 “법관이 견해를 달리하는 사람들로부터 공격을 받게된다면 재판의 독립이 위협받게 된다”고 말했다.

허윤 기자 yoo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댓글(1)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외로운 발바닥 2007-01-20 00:5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과거 독재시절에 대한 반작용으로 지금 우리나라의 공권력의 위상이 심각할 정도로 떨어졌다는 생각이 든다. 단적인 예로, 파출소가 취객들의 소란 받아주는 곳이 아니지 않는가...양심고발 같은 프로그램에서 탈세범들에게 세무 공무원들이 꼬박꼬박 존대말 쓰면서 '선생님'이란 호칭을 쓰면서도 탈세범에게 욕설을 듣고 협박당하는 현실은 정말 이해가 가지 않는다. 선생님이란 호칭이 그렇게 한심한 것이었나?

암튼, 공권력이 먼저 공정하게 바로 서야 위상도 서는 것이겠지만, 법원도 이제껏 인권보장에만 초점을 맞추어 공권력 침해사범에 대한 엄정한 처벌에 소홀한 면이 있었던 점을 부인할 수 없다. 판결에 불만을 품은 사람으로부터 판사가 습격당한 것은 정말 충격적인 일이고 다시는 일어나서는 안되는 일이지만, 법원이 그 사건을 계기로 '법원' 공무원에 한정하여 특별 가중처벌법을 만든다는 소식이 왠지 그리 기껍게 들리지는 않는다...
 

한-미 FTA 협상 득실 따져보니…남는 장사 별로 없다
[한겨레신문] 2007-01-19 19:59

[한겨레]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타결점까지의 마지막 고비라고 할 수 있는 6차 협상이 19일 막을 내렸다. 각 분야 협상 결과의 이해득실을 어느 정도 가늠할 수 있는 시점이다. 6차 협상 때까지의 합의사항을 조목조목 따져본 결과, 우리 쪽에는 별로 남는 장사가 아니다.

6차 협상에서 양쪽 협상단이 가장 큰 성과를 이뤄낸 분야가 공산품 관세 개방안이다. 양쪽 협상단은 품목수로 각각 85.1%와 83.9%의 공산품에 대해 관세를 협정 발효 즉시 없애기로 합의했다. 언뜻 공평해 보인다. 하지만 금액 기준으로는 한국이 79.2%나 양보한 반면, 미국은 65.2%에 그친다. 금액 기준 철폐율이 같다 해도 한국은 손해다. 현재 상품당 평균 관세율이 한국은 11.9%로 높은 데 반해 미국은 4.9%에 그치기 때문이다. 우리 쪽 협상단은 대미수출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의 관세 철폐가 빠져서 금액 기준으로 철폐 비율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미국은 자동차 관세 철폐 요구에 대해 “먼저 한국의 배기량 기준 자동차 세제를 미국에 유리하게 고쳐달라”며 두 사안을 연계하고 있다. 미국은 두 가지를 묶어서 거래를 하면 손해는 안 본다는 계산이 깔려 있다. 우리 쪽은 개별 공산품의 관세를 놓고 거래를 하는 반면에, 미국은 국내 세수와 재정운용 기반, 환경정책의 기조에 영향을 끼칠 사안을 내놓으라는 형국이다.

미국의 반덤핑 제재 완화 등을 다루는 무역구제 분야에서는 처음부터 우리 쪽이 공세적이었지만, 5차 협상 때부터 의약품 등 다른 분야와 연계되는 바람에 우리 쪽에 되레 손실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 외교통상부의 통계는 미국의 반덤핑 제재에 따른 피해가 연간 15억달러라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무역구제 분야에서 미국에 요구한 5가지 요구안 가운데 ‘비합산 조처’와 같은 핵심 사안은 이미 관철이 어렵게 되어 있다. 미국의 연방법률 개정사항인데, 미 협상단이 의회에 통보해야 하는 시한이 지난해 연말로 끝나버렸기 때문이다. 비합산 조처가 관철되지 않으면 무역구제 분야에서 미국이 조금 양보하더라도 우리 쪽으로서는 별 경제적 이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수출업계의 주장이다.

반면 미국의 의약품 특허권 연장 요구를 수용할 때 국내 제약산업의 피해액은 우리 정부에서조차 연간 1200억~2000억원 선이라고 추정한 바 있다. 보건의료단체연합의 추산으로는 이보다 훨씬 많은 연간 1조1600억~1조4000억원이다.

섬유와 농산물 간 ‘빅딜’도 거론되고 있지만 역시 불공평한 거래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산업자원부는 섬유수출이 에프티에이 체결 뒤 3억달러(2800억원)에서 최대 5억달러(4650억원) 증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농촌경제연구원은 협정 뒤 농산물의 생산 감소 피해는 적어도 1조1500억원, 많게는 2조2800억원으로 추정하고 있다.

정부조달 분야는 애초 지방정부까지 개방하면 한국이 유리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지방정부는 협정 의무를 지켜야 하는 대상에서 빠지는 것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미국의 주정부는 50개나 되며 예산 등 경제력에서 한국의 지방자치단체보다 조달시장 규모가 훨씬 크다.

지적재산권과 통신·전자상거래, 서비스시장, 금융, 투자 등 나머지 분야도 대부분 미국이 공세적이다. 경쟁 분야 또한 미국이 ‘독점 공기업과 재벌 문제’ 등을 공개적으로 거론해 한국의 아킬레스건이 되고 있다.

전반적인 협상력에서도 계속 밀리고 있다. 미국은 무역구제뿐만 아니라 전문직 비자쿼터,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인정 등도 법개정 사항인만큼 협상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못박고 있다. 반면 우리 쪽은 정부의 공식 집계로도 법을 고쳐야 할 게 37개 정도다. 농협보험의 금융감독기구 감독 의무화, 환경제도 변경시 이해관계자들과의 협의절차 의무화 등 미국이 이번 6차 협상 때 갑자기 제안한 것도 받아들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

이밖에 부동산정책과 조세정책 등을 ‘투자자-국가 제소제도’의 대상에서 제외하는 것과, 신금융서비스(한국에 없는 미국의 금융상품)의 감독 의무화 등 아직은 미국으로부터 양보를 얻지 못한 쟁점들은 정부의 정책주권과 금융시스템 안정에 필수적인 장치들이다. 미국은 이런 사안을 놓고 이전 협상에서 다뤄보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협정문은커녕 ‘확인편지’ 같은 형식의 문서화에도 합의하지 않고 있다.

송창석 기자 number3@hani.co.kr << 온라인미디어의 새로운 시작. 인터넷한겨레가 바꿔갑니다. >>

댓글(3)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외로운 발바닥 2007-01-19 22: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미 FTA 협상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 왠지 걱정이 된다. 우리가 잘 모르는 단계에서 철저히 국익을 따져 준비하고 있는데 다만 우리가 그것을 잘 알지 못하는 것이기만을 바래야 하는 것인지...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한미 FTA를 하는 것인지 정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하고 싶다.

짱꿀라 2007-01-19 23: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분명 에프티에이 협상은 아마도 대한민국은 크게 이익을 보는 장사는 못할 것으로 생각되어지네요. 우리나라가 어찌 미국과 협상을 하는데 이익을 대변하는 일을 보았답니까?

외로운 발바닥 2007-01-20 0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게 말입니다. 정말 생각할수록 걱정만 되고, 정치인들 생각하면 한심하다는 생각만 듭니다.
 

간만에 휴가를 내서 집사람과 당일치기로 춘천에 다녀왔다.

춘천에서는 두달간 생활도 해보았지만 경춘가도가 46번 국도를 말한다는 것은 오늘 처음 알게 되었다. 정확한 명칭이 경춘국도인지 경춘가도인지는 잘 모르겠다. '가'가 아름다울 가자인지 문득 궁금해진다.

새차를 운전한지 오늘로 딱 10일이 되었다. 새차를 운전한 것이 처음이라서 그런지, 정체되는 퇴근길도 그리 짜증스럽지가 않고, 차를 운전할 때 어디로든 운전해서 갈 수 있을 것 같고 또 운전해서 가고 싶은 자신감 내지는 드라이브 욕구가 충만함을 느낀다.^^

그래서인지 경춘국도를 달리면서 주변 경치를 별로 느끼지 못한 것이 좀 아쉽기는 하다. 예전에 양구에 차를 몰고 다녔을 때나 양구에서 춘천으로 차로 갔을 때보다는 경치가 크게 감동적이지는 않았다.

뭐, 내가 새 차의 감흥에 젖어 그랬을 수도 있다. 그래서인지, 오늘 운전하면서 기억에 남는 건, 과적 화물차량이 거칠게 달리며 스티로폼 조각을 여기 저기 떨구고 다닌 모습이었다.

그 트럭을 보면서 든 생각은 쌩뚱맞게도...'달리는 트럭이 마치 비듬을 털고 다니는 것 같다'는 것이었다.


댓글(4)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짱꿀라 2007-01-19 22: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경춘 가도 참 오래간만에 들어보는 길입니다. 그곳 저도 옆지기와 두어번인가 지나 간 적이 있는데 아마 춘천 갈때였나 봅니다. 그때의 일이 발바닥님의 글을 보니 생각이 나네요.

치유 2007-01-20 00: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를 바꾸셨군요..겨울보다는 새잎 이쁘게 올라올때가 더 이쁘겟죠?/하긴 눈이라도 내렸더라면 또 달라보였을지도 모르구요..그래도 기분좋은 나들이셨겠어요..아참 춘천은 닭갈비도 ..막국수도..유명한곳이지요..비듬 떨구는 트럭을 몰고 달리시는 그 분은 아마 모르겠죠??ㅋㅋ

외로운 발바닥 2007-01-20 01:2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산타님/ 겨울인데 눈이 온 것도 아니라 감흥이 좀 적었던 것 같아요. 그래도 나들이 길은 언제나 즐거운 것 같습니다.

배꽃님/ 이번엔 닭갈비만 먹고 왔는데 담번엔 막국수도 먹고 와야겠어요. ^^

우기부기 2007-01-20 23: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새것 좋아하는 건 여전한 건군..
암튼 춘천과 닭갈비는 대만족이었소. 호홍~ 많이 놀러다닙세.
 

 

대법원장의 탈세 의혹과 관련한 파문이 점점 확대되고 있다. 최초에는 5000만원의 수임료에 대하여 27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은 것이 밝혀져서 고의적인 탈세냐 과실에 의한 신고누락이냐가 문제되었다. 대법원장은 이에 대하여 세무사의 실수에 의한 누락이라며 자신의 과실을 인정했고 일부에서는 과연 5000만원의 수입을 누락할 수가 있는지 납득이 되지 않는다며 진실을 가려봐야 한다고 주장을 했지만 그 사실 자체를 크게 문제 삼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대법원장이나 되는 사람이 설마 2700만원의 세금을 내지 않기 위하여 이를 고의적으로 누락시켰으리라고는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었으리라 본다. 아마 최고로 공정해야할 사법부의 수장인 대법원장이 고의적으로 탈세를 했으리라는 생각조차 하기 싫다는 심리도 무의식중에 작용하지 않았나 싶다.


그런데 세금누락파문과 관련하여 수임내역을 모두 공개하겠다고 큰소리치던 대법원장이 변호사시절 5년간 수임했던 사건과 관련된 수임내역서를 모두 파기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국세기본법상 납세관련 자료의 보존의무기간이 3년이라고 하고, 사후에 의뢰인들과 법적 분쟁이 생길 수도 있기에 5년간의 수임내역서를 모두 파기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라며 법조계 안팎의 사람들은 수군대기 시작했다. 대법원장은 법적으로 수임내역서를 보존해야 할 의무는 없기 때문에 위법한 것은 아니고 이사를 하는 과정에서 짐이 될 것 같아 버렸다는 궁색한 변명을 했다. 하지만 숨기고 싶은 치부가 없다면 굳이 5년 어치의 수임계약서를 파기할 이유도 없다는 점에서 대법원장의 변명은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웠다.


무언가 수상쩍은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아직 물증이 확보되고 구체적인 혐의가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무언가 구린 냄새가 풍기는 것이다. 사실 대법원장이 논란의 중심에 섰던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다. 론스타 사건과 관련하여 검찰의 관련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줄줄이 기각된 때에도 대법원장이 변호사시절 론스타의 민사소송을 수임하였던 것이 논란이 되었던 적이 있었다. 당시 일부에서는 론스타측을 변호했던 대법원장이 압력을 행사해 구속영장이 계속 기각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도 제기했지만 이를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사람은 없었다. 변호사로서 어떤 사건이라도 수임할 자유가 있는 것이고 대법원장이 변호사시절 맡았던 사건의 당사자라고 해서 그 영향으로 관련된 형사사건의 영장이 기각될 정도로 우리 사법제도와 법관들이 엉성하다고 믿는 사람은 많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라고 본다. 하지만, 대법원장이 굳이 국부유출의 논란이 일었던 론스타를 대리했어야 하느냐는 비아냥이나 씁쓸함은 남았다.


대법원장의 세금탈루 논란과 관련하여 대법원장이 변호사시절 5년간 60억원의 수입을 올렸다는 사실이 다시 한번 세간의 주목을 받으면서 대법원장이 변호사시절 수임했던 사건에 대해서도 언론이 주목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는 대법원장이 골드먼삭스의 페이퍼컴퍼니인 세나인베스트먼트를 대리하여 진로를 상대로 소송을 수행한 사건이 포함되어 있었다. 진로사건의 상세한 사실관계는 확인하지 못하여 이곳에서 논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 사건 역시 단기차익을 노린 투기자본의 국부유출 논란 및 금융자문회사를 통한 회사내부기밀 유출 논란, 그리고 페어퍼컴퍼니의 남용논란 등이 있었던 사건이고 그러한 사건의 소송대리를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호사시절 수임했다는 것이다. 언론에 보도되었던 대법원장이 변호사시절 수임했던 사건 중 눈길을 끄는 것은 예전 정치깡패 용팔이의 조직인 전주월드컵파가 관련된 보험사기 사건이었다. 1심, 2심에서 유죄판결이 난 사건을 대법원장이 맡아 상고심에서 무죄로 뒤집은 것이었다. 이 사건은 그 내용보다도 검찰조사 과정에서 내용을 인정하던 피고인 및 참고인들이 법정에서 그 내용을 부인하는 경우 검찰조서의 증거능력이 부인될 수 있다는 판결을 이끌어냄으로써 기존의 대법원판례를 전원합의체판결로 뒤집은 것으로 유명했었다. 이는 검찰의 자백위주의 조사관행에 제동을 거는 한편 공판중심주의의 토대를 다지는 판결로서의 의미도 있지만 한편으로는 검찰 수사권의 무력화, 위증 및 수사방해행위의 남용 등의 문제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변호사가 조폭의 변론을 맡은 것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살인범에게도 변호인은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법원의 판례를 뒤집은 것은 법리적으로 유의미한 것이고, 공판중심주의를 외치는 대법원장의 기존 입장과도 일맥상통하는 것이어서 조폭을 변호하여 일응 유죄로 의심되는 자를 무죄방면시켰다는 것만으로 비난을 하는 것은 옳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까지 도마에 오른 것은 아마도 대법원장이 변호사시절 사건을 수임함에 있어 일정한 가치관에 따라 수임여부를 결정한 것이 아니고 관행적으로 대법관 출신 전관변호사에게 몰리는 사건을 가리지 않고 다 수임했다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변호사가 사건을 수임함에 있어 의뢰인을 도덕적으로 판단할 권리가 없다는 논리도 가능할 것이다. 일반 변호사에게 그런 것을 강요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나라의 사법부 총책임자인 대법원장이라면 변호사로서 수임한 사건이 적절한 것이었는지를 국민이 따져 물을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사법부가 국민에게 직간접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법원장이라는 직책이 그만큼 막중한 자리이기 때문이다. 변호사시절 수임했던 사건 하나하나를 몇 년이 지나 도덕적(?)인 잣대로 시시비비를 가리는 것이 반드시 옳다고만은 할 수 없지만,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대법원장이 수임했던 몇몇 사건들을 보면 대법원장이 과연 어떤 가치관과 판단기준으로 사건을 수임했는지 반문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으로서 존경할만한 대법원장을 갖기를 원하는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대법원장이 변호사시절 수임료로 60억원을 벌었고 그중 20억원 넘게 세금으로 냈다고 자랑스럽게 말하는 것에도 문제는 있다. 5년간 60억원을 벌어다준 의뢰인들이 대법원장에게 사건을 맡긴 이유는 무엇일까. 이용훈 대법원장이 변론의 달인이기 때문에 승소율이 높아서 맡긴 것일까? 아닐 것이다. 의뢰인들이 그토록 몰린 까닭은 바로 이용훈 대법원장이 대법관 출신의 전관 변호사였기 때문이다. 이토록 대법원장 자신이 전관예우의 최대 수혜자였으면서 전관예우에 대한 아무런 문제의식도 없이 사법부 수장이 되어 개혁을 부르짖는 것은 무언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다.


세금누락으로 불거진 논란이 이제는 변호사시절 승진한 후배법관들에게 전달한 전별금으로까지 번졌다. 법조계에서의 전별금 관행이 어떠한지 구체적으로 알지 못한다. 고위법관들이 선배 변호사의 전별금 수십만원에 재판의 결과를 바꿀 것이라고도 생각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변호사가 현직 법관에게 평소 알고 지내던 관계에서 통상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선물 수준을 넘어서는 금전을 전달한 행위에 대해서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수십만원에 불과(?)하니 대가성이 없다거나 관행이었다는 얄팍한 전문성을 내세운 눈가림으로는 국민들의 의혹의 눈초리를 가릴 수 없는 것이다.  

처음 신문에서 이용훈 대법원장의 전별금 의혹 기사를 읽었을 때는 정말 큰일이 터졌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사법부 전체가 불신을 받고 대법원장의 거취도 문제가 될 것이라는 생각도 했다. 그만큼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며칠이 지난 지금 대법원장과 관련된 뉴스는 언론에서 거의 사라졌다. 노무현 대통령의 갑작스런 개헌제안이 톱뉴스를 차지하여 비중이 적어졌다는 것은 어쩔 수 없지만 사안의 중대성에 비하여 언론이 너무 소홀히 다루고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부 언론은 대법원장에 대한 음해세력이 있는 것 같다며 검찰이 은근히 이번 사태를 부추기고 있다는 식의 비판까지 하고 있다. 검찰이 법원과의 갈등을 푸는 방법의 일환으로 정보를 흘리고 있다면 이는 비판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문제는 사법부 전체의 신뢰문제가 걸린 대법원장과 관련된 일이다. 문제를 제대로 제기하기도 전에 근거 없는 대법원장 흔들기라며 문제제기 자체를 막으려는 일부 언론의 태도는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


그 밖에도 대법원장과 법조비리로 구속된 조전고법부장과의 관계(조전고법부장은 대법원장이 각별히 아끼는 후배법관이었다고 한다. 언론을 통해 밝혀질 정도로 주변정리를 제대로 못한 조전부장이 문제가 터지기 직전 고법부장판사에 승진한 것도 이해하기 힘든 대목이다), 그와 관련해 대법원이 압수수색영장 관련사항을 대법원으로 보고하게끔 한 대법원예규 등도 함께 논란이 되고 있다. 대법원장을 둘러싼 여러 논란의 사실관계가 완전히 밝혀진 것도 아니고 추측성 보도가 많은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기왕 문제가 불거진 만큼 이번에 철저히 사실관계를 밝히고 그에 대한 대법원장의 명백한 입장표명 및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사법부의 본질과 관련하여 불거진 문제를 법원 스스로가 풀지 못한다면 법원은 조만간 외부로부터의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외로운 발바닥 2007-01-15 20:0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글을 쓴지 4-5일만에 글을 올린다. 그런데 벌써 언론에서는 아무런 말이 없다. 대법원장 관련 파문은 그냥 이렇게 묻혀 가나 보다...

짱꿀라 2007-01-15 21: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발바닥님, 아마 우리나라에서는 '투명성'과 '개혁성'이라는 단어를 끄집어 내기가 참 힘이 드는 가봐요. 뭐 조금만 불리하다 싶은면 진실이건 거짓이건 덮어버리는 것이 아닌가요. 우리나라 특기 같은데 말이죠.

외로운 발바닥 2007-01-16 1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직은 희망적으로 보고 싶은데 머리가 굵어질 수록 점점 사회의 어두운 면을 보게 되는 것 같아 씁슬하네요.

2007-01-18 14:46   URL
비밀 댓글입니다.

외로운 발바닥 2007-01-18 18: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속삭이신님/ ㅋㅋ 저도 외로운 발바닥으로 올 것 같기는 했는데 잼있겠네요.
이젠 외롭지 않지만, 그 닉네임은 아직도 참 애착이 간답니다. ^^; 감사히 잘 읽을께요.
 
 전출처 : kleinsusun > 베끼고 또 반복하자!
몸으로 하는 공부 - 강유원 잡문집
강유원 지음 / 여름언덕 / 2005년 7월
평점 :
품절


소설가인 나의 知己 P언니는 습작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건
"필사"라고 했다.

신인작가상을 탄 소설가들의 인터뷰를 봐도 습작 시절의 "필사" 얘기를 많이 한다. 선배 작가들의 좋은 소설을 여러 번 베껴 썼다고.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에서 이승우도
"베껴 쓰기"를 "느리게 읽기"의 한 방법으로서 추천하고 있다.

작년 9월 암스테르담 출장 때,
시간을 쪼개 "Van Gogh Museum"에 갔었다.

Van Gogh의 초기 습작들을 보면서 난 큰 충격을 받았다.
왜냐?
밀레의 작품들을 "필사"한 것이 몇 점이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밀레의 드로잉을 베낀 다음에(똑 같이!)
페인트 연습을 한 작품이 몇 개나 있었다.

난 그 앞에서 오랫 동안 입을 딱 벌리고 서 있었다.
"아.....고흐 같은 천재도 필사를 했구나!"

고흐의 밀레 필사는 내게 정말.....큰 충격이자 깨달음(?)이었다.
뭐든 혼자 뚝딱 만들어지는 건 없구나!
천재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구나!

왜 자꾸 필사 얘기를 하냐면,
좋은 문장이나 그림을 베끼고 또 반복하는 건
공부에 있어서도 기본이기 때문이다.


쩍 팔리지만 내 사례를 들자면....
고등학교 때 성문종합영어 20번 봤다.
그 덕에 "토종"임에도 불구하고
넘쳐나는 교포와 유학파들 사이에서 잘(?) 버티고 있다.

강유원도 이 책 <몸으로 하는 공부>에서
"베끼기"를 "공부하는 방법"으로 강추하고 있다.

"철학 공부도 마찬가지다. 철학 공부에서 베끼는 것은 철학사를 여러 차례 읽는 것이다.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이문출판사)가 너무 두껍다면 얇은 것이라도 골라서 열심히 되풀이해서 읽는 것이다.
베끼기를 할 때는 베낄 책을 잘 골라야 한다. 일테면 서양 근대철학사를 공부하려면 최소한 코플스턴의 철학사를 잡아야 한다....
(중략)......
하여튼 철학사를 50번쯤, 아무 생각 없이 그냥 죽 읽으면 철학의 기본적인 문제가 어떤 식으로 전개되어 왔는지를 알게 되어 맥락이 잡히는데 이 쯤에서 그걸 가지고 뭘 해보겠다고 나서면 안된다. 아직 베끼기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은 <철학의 제문제>(벽호)처럼 주제별로 다룬 책을 읽는 것이다. 이 책은 철학의 근본 문제들을 정확한 문맥 속에서 설명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각 주제에 관련된 철학자들의 원전을 부분적으로 정확하게 번역하여 덧붙여 주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런 책도 50번은 되풀이해서 읽어야 한다. 철학사를 읽든 철학의 제문제를 읽든 주의할 점은 마음에 드는 부분만 골라서 읽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저 처음부터 끝까지 죽 읽어야 한다. .....(중략)......
베끼기는 초심자 시절에만 하는 것이 아니다. 평생에 걸쳐 해야 한다. 어느 정도 공부를 한 사람들은 더 이상 철학사를 읽지 않는다. 그렇게 되면 자신의 공부에 있어서 균형을 무너뜨리게 된다. ...(중략).....
베끼기는 독학이 가져다주는 폐해도 막아준다. 독학하는 사람은 어떤 분야의 책을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읽기 마련이다. 역사적인 연관이나 주제의 관련성에 유의하지 않고 읽는 일이 흔히 일어난다. 그 결과 아는 게 많아져서 장광설을 쏟아놓는다. 게다가 그들은 최근의 것에 대한 관심도 지대해서 항상 시대에 맞춰 살아가는 듯하다. 그러나 그 분야에 대해 체계적으로 글을 써보라고 하면, 장광설은 사라지고 말을 더듬게 되며, 그 점을 지적하면 원래 제대로 된 공부는 체계에 얽매이지 않는다고 우격다짐을 하곤 한다. .............(중략).....
베끼기를 열심히 하다 보면 책을 제대로 읽는 법을 체득하는 이점이 있다. 어떤 주제에 대해서 공부를 한다면 대개는 참고문헌 목록을 작성하고 이 책 저 책 들춰보면서 노트에 정리한 뒤 끝내는 것이 가장 흔한 일이다. 그러나 이렇게 하면 그 어떤 책도 기억에 남지 않고 문장 몇 개만 막연한 추억처럼 머릿속을 둥둥 떠다닌다. 차라리 가장 표준적인 책을 한 권 정해서 모든 말과 문장을 따져가며 끝까지 읽는 게 낫다."
(p181~184)

이 책을 읽으며 힐쉬베르거의 <서양철학사>를 50번 까지는 아니더라도 어쨌든 쭉~ 읽어보겠다고 결심했다. 불끈!

아쉬운 건 <철학의 제문제>도 읽어보려고 결심했는데,
절판되었다는 거다.
인터넷 헌책방을 몇군데 검색해 봤는데도 없고,
동네 도서관에도 없다.
이런.... 공부하고자 하는 의지에 찬물을 끼얹다니!

강유원의 <몸으로 하는 공부>는 사실 그닥 기대하지 않고 읽은 책인데,
일단 강유원의 시니컬한 글쓰기 스타일 자체가 재미있었고,
공부하는 방법에 있어서 유용한 tip을 많이 얻었다.

새해를 맞아 공부 한번 해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강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