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백산맥 - 전10권 조정래 대하소설
조정래 지음 / 해냄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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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과서에서는 전혀 배울수 없었던, 그러나 우리나라에서 실제로 벌어졌을 개연성이 상당히 높은 사건들이 소설 전반에 걸쳐 끊임없이 일어난다. 해방직후에서 6.25직후까지를 다양한 등장인물을 통해 격변하는 사회속에서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자들과 자신들의 당연한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되찾으려는 자들 사이의 투쟁이 소설의 큰 줄기를 이룬다.

10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만큼 다양한 인물이 등장하며 몇몇 인물은 군자 자체로 묘사되고 또 어떤 자들은 속물 그 자체로 묘사되기는 하지만 실제로 그런 인물이 존재하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 하지는 않고 대다수의 인물들은 비교적 입체적인 성격을 지녔다는 점에서 여러 스펙트럼에 걸친 인간 군상들이 시대적 배경에 따라 잘 묘사되어 있다. 특히 구체적 선택의 순간, 즉 자신에 대한 이익여부를 자로 재어보아야 하는 순간에 있어서의 인물의 심리 묘사는 좀 지나치다 싶을만큼 직설적이면서도 시원하다.

작가가 역사적 정당성을 갖는 것으로 설정한 인물의 입을 통해 작가의 역사의식을 표출하는 듯한 인상이 드는 것은 약간 아쉽기도 했지만, 우리가 잘 알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어두운 과거를 드러내는 소설에서는 약간은 어쩔 수 없는 점이라고도 생각된다.

소설 태백산맥에서는 남한 사회의 지배층의 더러운 과거 전력과 미국의 추악한 의도, 그리고 약삭빠른 자본가 계층이 혼란한 사회를 틈타 어떻게 치부했는지, 그리고 그러한 생지옥과 같은 시대에서 민중들이 빨치산이 될 수밖에 없었던 상황 등이 적나라하게 그려지고 있다. 이 소설을 읽기 전까지도 막연히 빨갱이나 빨치산은 민주주의를 전복시키려던 골수 공산주의자라고 생각했던 나에게 소설 태백산맥은 인식의 전환을 가져다 주었다. 그리고 작가가 제기한 여러가지 역사상의 문제점들 중 지금에라도 해결된 것이 얼마나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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셜록 홈즈 전집 2 (양장) - 네 사람의 서명 셜록 홈즈 시리즈 2
아서 코난 도일 지음, 백영미 옮김, 시드니 파젯 그림 / 황금가지 / 200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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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매력적인 여성이 찾아와 사건을 의뢰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추리소설에서는 그리 참신한 도입부라고 할 수 없지만, 이전에 소년문고 씨리즈에서는 알 수 없었던 홈즈의 참모습과 와트슨의 인간적인 서술이 특히 인상적이었다.

수수께끼 같은 아버지의 실종, 그 후에 배달되는 진주들, 그리고 약속 장소에 간 후에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 밀실 같은 곳에서의 살인 사건과 홈즈가 이를 풀어가는 과정은 이 소설을 처음 읽는 나에게도 그리 놀랄 만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홈즈가 마약 중독자이고 홈즈의 놀라운 추리력에 대해 와트슨이 보여주는 빈정거림이 경외로 바뀌는 것 등은 참신하고도 좋았다. 처음으로 셜록 홈즈의 삽화를 그렸다는 독일 삽화가의 삽화도 맘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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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밀밭의 파수꾼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47
J.D. 샐린저 지음, 공경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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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은 주인공 홀든이 학교에서 퇴학을 당한 뒤 집으로 돌아오는 날 까지의 수일 동안 일어났던 -어찌보면 평범하기까지한- 이야기를 그 줄거리로 하고 있다. 홀든은 어딘지 모르게 반항아 같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 퇴학을 당하고도 조금도 꺼리낌이 없다는 데서 그러한 느낌을 받은 지도 모르겠다. 머리속에 떠오르는 생각을 독백으로 나타내서 그런 느낌을 받은 것일까? 하지만 그는 꽤 부자집 출신이다. 그는 단순히 집이 가난하여 사회에 불만을 가진 반항아는 아닌 것이다.

하지만 홀든은 힘이 특별히 강하지도 않고 '깡'이 있어 극단적인 행동을 취하지는 않는다. 다만 우리가 글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것은 가식적이고 위선적인 모습들, 속물적인 것들에 대한 그의 혐오이다. 그런 것들에 대한 그의 혐오를 읽으면서 속이 시원해지고 기분이 상쾌해지는 것은 왜일까? 평소에 우리-아니면 적어도 내 자신이-그런 상황에 처하고 무심코 느끼고, 말로는 표현하지 못한 것들을 홀든을 통해 공감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모두에게는 가식, 속물성을 혐오하는 내적 자아가 존재한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때묻지 않은 순수한 시절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런 것을 느낄 것이다. 어릴 때는 그저 이상하다고 생각하겠지만. 그러한 내적 자아가 사라질 때가 어쩌면 우리가 진정으로 '어른'이 되는 시기일지도 모르겠다. 평생 그런 '어른'이 되지 않고 살 수 있다면 좋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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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빨개지는 아이
장 자끄 상뻬 글 그림, 김호영 옮김 / 열린책들 / 199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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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자기한 그림에 그다지 두껍지 않은 분량. 그래서 나는 책방에서 이 책을 집어들고 그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 10분이면 다 읽을 수 있는 책이다. 그 사실에 실망할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그렇지만 읽고 나서 인색한 평가를 할 수 없게 만드는 것도 또한 이 책의 마력이다. 이 책의 줄거리는 얼굴이 빨개지는 병이 있는 아이가 항상 재채기를 하는 아이를 만나서 친구가 되고 오랜기간 헤어져 있다가 다시 우연히 만나 우정을 이어간다는 내용이다.

어찌보면 그다지 가슴을 울리지도 않는 이야기이지만, 요즘같이 사람을 이해관계에 따라 만나는 시대에 있어서는 한번쯤 가슴을 녹여줄 동화같은 이야기가 아닌가 싶다. 또한 인연이 있다면 남녀간이든 동성간이든 결국은 다시 만나겠지 하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인연을 쉽게 놓아버려서도 안되겠다는 생각도 하게 한다. 책꽃이에 꼽아놓고 기분날 때마다 꺼내 읽을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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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읽는 경제학
최병서 지음 / 형설출판사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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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작가는 영화를 통해 일반독자에게 간단한 경제학 이야기를 하려했고 어느정도는 그 목적을 달성한 것 같다.

이 책은 각 주제에 따라 영화를 고른뒤에 그 이면에 있는 여러 현상들에 대해 경제학적인 분석을 시도하고 있다. 경제학도가 아닌 나에게 우리가 아무런 생각없이 향유하고 원하고 판단하는 것들이 경제학적 분석에 의해서도 잘 설명될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물론 그 중 상당수는 사실 우리가 알고 있다는 사실만을 알지못한채 인식하고 있는 것도 있기는 하다-예컨대 우리가 살면서 매 순간 내리는 모든 결정은 각자의 이익형량에 따른 결과라는 것-..

특히 결혼을 경제학적으로 분석한 것은 상당히 설득력이 있고 또 신선했다. 자식들의 효용의 가중치가 동서양의 차이가 있다는 점이나 베커의 불효자 정리 등은 우리가 은연중에 인식하고 있는 것이었지만 직접 글로 읽으니 새롭게 다가왔다.

한가지 아쉬웠던 점은-물론 그러한 작업이 쉽지 않은 것은 인정하지만- 영화가 경제학적인 이야기를 끌어내기 위한 도구적인 역할 밖에 하지 못하고 영화에 관한 것은 작가의 개인적인 감상이 주를 이루었다는 점이다. 어쨌든 이 책을 읽고 작가의 경제학 전문가로서의 지식은 차치하고서라도 영화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글과 삶이 일치한다면- 삶에 대한 긍정적이고 여유로운 태도가 부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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