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쓰는 한국현대사 1 - 돌베개인문.사회과학신서 50
박세길 지음 / 돌베개 / 198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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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해방당시부터 한국전쟁까지의 한국 현대사를 민중의 의식과 행동을 중심으로 기술했다. 이 책은 소위 운동권 학생들의 필독서라는 말에 어울리게 친북적, 반미적 관점에서 쓰여졌다. 우리가 당연히 남침이라고 배워왔고 그렇다고 굳게 믿어온 6.25 전쟁에 대해서도 북침이라고 단언하지는 않지만 남침이라고 단언하지도 않고 다만 6.25. 이전부터 산발적인 교전이 있어 왔기 때문에 한국전쟁의 시점을 6.25.로 고정하고 그때부터 전면적인 전쟁이 있었다고 보면서 어느 쪽에서 먼저 6.25.에 침략을 개시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는 견해를 펼친다.

미국의 조속한 개입을 보장받기 위해 한국군이 일부러 패해 도망가면서 군수품도 파괴하지 않았다는 점이나 인해전술의 마술의 실체가 북한 주민들이었다는 점 등은 인용자료가 빈약해서 인지는 몰라도 선뜻 납득하기 어려웠다. 또한 북한군의 점령지에서의 인민 재판 등에 의한 집단 학살에 대해서는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거나 친일 지주 숙청 등의 의미를 부여하는 반면 미국과 한국군은 언제나 비이성적으로 양민을 학살한 것으로 묘사하는 점도 분명 일말의 진실은 포함하고 있겠지만 지나치게 한쪽에 치우친 면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제까지 우리가 교과서에서 일률적으로 배워오던 역사, 특히 현대사에 대해 전혀 색다른 견해와 사실적 근거를 제시해준다는 점만으로도 이 책은 충분히 읽을 가치가 있고 오히려 반드시 읽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역사라는 것이 과거에 있었던 사실에 바탕을 둔 역사가의 재해석이라고 볼 때, 이 책이 반드시 역사적 진실을 말하고 있다고 아직까지 확신할 수는 없지만, 지금 어느 체제가 결과적으로 좀 더 바람직한 쪽으로 발전해 왔는지를 차치하고 논하자면 적어도 해방당시와 6.25.의 시기까지 민중들에게 이승만 정부와 미국은 온갖 만행을 저지르고 친일파를 두둔하는 압제자였고 사회주의가 민중에게 더 환영받았던 것은 사실이었던 것 같다.

우리가 이제껏 전혀 알지 못하던 참혹한 진실이 어떻게 그렇게 완벽하게 덮여 있었고, 우리는 그것에 대해 아무런 의심도 없었는지, 분노와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지금부터라도 암울한 우리 현대사에 대해 균형잡힌 시각을 갖기를 원한다면 처음엔 조금 거부감이 들 수도 있겠지만 이 책을 끝까지 읽어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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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태일 평전 - 개정판
조영래 지음 / 돌베개 / 200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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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전태일 평전을 읽으면서 가장 먼저 느낀 점은 지금 내가 참으로 편한 생활을 하고 있고, 또 대단히 나태하고 안일한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이었다. 시대가 변하고, 그 당시에도 가장 하층민에 속한 전태일의 삶과 평면적으로 비교한다는 것은 무리가 있겠지만, 그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그러한 시련과 매일매일이 지옥과 같은 희망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한가닥의 희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움켜잡고, 주어진 상황속에서 정말로 최선을 다하면서 열심히 살았다. 자신이 믿는 가치를 온 몸으로 실현하기 위해 산화한 그의 삶만큼 강렬하고 뜨거운 것이 어디 있으랴만은 전태일이 분신하기 전의 삶도 정말로 치열하고 뜨겁고 또한 따뜻한 것이었다. 장기표씨가 쓰신 것처럼 전태일은 정말로 단순한 투사가 아닌 성자였다. 그가 온몸을 불사를 수 있었던 것도 자신의 투철한 신념때문이기도 했지만 근본적으로는 인간에 대한 넘치는 사랑때문이 아니었나 생각된다.

이 평전은 조영래 변호사가 지었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개인적으로 그 분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또다른 방식으로 전태일이 살다간 그러한 삶을 실천하신 분이 아닌가 싶다. 그러기에 이 전태일평전이 읽고 나서 더 가슴속 깊이까지 울리는 것 같다. 이 글 속에는 전태일이 처음에는 자기 주변의 시다들에게 온정을 베푸는 것에서부터, 근로감독관에 노동현장의 실태를 고발하여 문제를 해결하려는 단계를 거쳐, 홀홀단신으로 사회의 거대한 부조리에 맞서 싸우기로 결심하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이러한 사람들만 있어도 우리 사회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겠지만- 첫단계로 만족하거나 둘째단계까지 가서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하고 만다. 그러나 전태일은 그 단계를 뛰어 넘었고 자신이 진정으로 추구하는, 모든 인간이 최소한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데 조금이라도 일조하기 위해 기꺼이 자신의 몸을 불사른 것이다.

전태일이 조직한 단체의 이름이 '바보회'라는 것은 많은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조영래 변호사가 잘 묘사하고 있듯이 부조리가 가득한, 그리하여 인간을 비인간화하는 모순 덩어리의 사회는 그러한 삶을 거부하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너무나도 거대한 벽이다. 그리고 스스로 비인간화되고 인간다운 삶을 살지 못하는 사람들조차도 그러한 사회에 정면으로 대항하려는 것에 대해 조소를 보낸다. 전태일을 포함한, 너무나도 당연한 인간 본연의, 인간다운 삶을 추구하는 사람들은 거꾸로 사회에 의해 바보로 낙인찍힌다. 그러나 스스로 바보라 칭하는 전태일은 결코 바보가 아니다. 그는 자신이 추구하는 바가 진정으로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확신하고 있고 스스로 바보라고 칭하는 것은 소위 똑똑한 사람들에 대한 비웃음인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전태일이 살던 시대의 어두운 면을 겪지 못했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당시의 노동상황을 알 수 있었고, 우리가 그토록 자랑스러워 하는 급격한 경제성장의 어두운 이면을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전태일이 마지막으로 남긴 말...'내 죽음을 헛되이 말라!' 이말에 내 자신이 떳떳할 수 있도록 열심히, 올바르게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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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탄길
이철환 지음 / 삼진기획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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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서문에서 스스로 밝히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설마 이런 일도 있었을까? 하는 생각을 가지는 사람이 많을 꺼라고. 그러나 모두 사실에 기초한 이야기라고... 나는 이 글을 읽으면서 저자의 말을 잠시 잊고 있었다. 나는 하나의 장편 이야기를 예상하고 있었는데, 이 글은 짧은 단편들로 이루어져 있었다.

이런 종류의 글을 안 좋아하는 사람들도 많이 있다. 나도 개인적으로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이 글을 읽으면 가슴속에 무언가 느껴지는 것이 있다. 정확히 말로 하기는 어렵지만,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즉, 세상에는 아직도 우리가 바보라고 여기는, 그렇게 순수하게 또는 어떤 가치에 모든 것을 다 받쳐 사는 사람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이 있기에 우리 사회는 아직도 살만하다..이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영원한 사랑을 믿고 싶다. 아직은 그런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고 확신하지는 못하지만, 그렇다고 그런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다고 단정짓지도 못한다. 그런 것이 있다고 믿고 싶다. 하지만, 세상은, 또는 세상 사람들은 그런 것이 어디 있냐고, 그런 것을 믿는 건 내가 아직 세상을 모르고 어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나는 그런 사람들의 말이 맞을까 두렵기도 하다. 내가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소위 '세상을 알게 될까봐' 두렵다. 나이를 먹고 세상을 경험하면서도 이 글에 나오는 사람들처럼 자신의 마음이 진정으로 갈구하는 것을 추구하고 다른 것에 휘둘리지 않을 수 있다면, 나는 세상사람들이 말하는 '바보'로 머물러 있으면서도 행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그것만이 진정한 행복에 이를 수 있는 길일지도 모르겠다.

이 글에 나오는 이야기는 사실 잘 믿기지 않는다. 우연적인 요소도 너무 많다. 그러나 왠지 믿고 싶고, 또 믿기로 했다. 그리고 나는 지금 정말로 믿는다. 그런 이야기를 잘 믿지 못하는 내가 어쩌면 사회에서는 잘 적응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그만큼 진정한 행복에서는 멀어지고 있는 것이 아닌지...그런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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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스트푸드의 제국
에릭 슐로서 지음, 김은령 옮김 / 에코리브르 / 200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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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미국 패스트푸드 산업과 관련된 제반 문제에 대해 자세한 자료와 저자가 직접 발로 뛰어다니면서 얻은 경험을 바탕으로 그 원인과 현 실태 그리고 간단한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책의 앞부분에서 저자는 어떻게 현재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는 패스트푸드 산업이 시작되게 되었는지에 대해 그 역사적 배경을 다룬다. 이 산업의 놀라운 성장을 가능하게 한 핵심적 요소는 조리를 간단하게 하여 미숙련 노동자-특히 저임금의 청소년들-도 간단히 음식을 만들 수 있게 한 점에 있다고 생각된다. 이를 더욱 간단히 말하자면 비용의 최소화라고 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다시말하면 무리하게 비용을 줄이려는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들이 발생하고 반사적으로 패스트푸드 산업은 비약적으로 성장한다. 저자가 제시하고 있는 통계수치-맥도널드사가 미국에서 새로 생기는 일자리의 90%를 책임지고 현재 점포가 28000개에 이르며 매년 2000여개의 점포를 새로 열고 있다는 사실-는 거의 믿기 어려울 정도이다.

이러한 말도 안될 정도의 성장 배경에는 피라미드식 구조에 따는 시장지배자들의 횡포와 그에 따른 군소 사업자들의 도산, 패스트푸드점, 정육사업장 노동자들의 착취와 어린이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들의 비만, 그리고 우리들의 건강에 대한 치명적 위협등이 있다.

이 책은 쉽게 읽히지는 않는다. 그리고 패스트푸드 음식이 우리 건강에 미칠 수 있는 해악보다는 산업 전반의 문제점-노동, 환경 문제 등-에 대해 더 치중해서 쓴 글이다. 이 책을 읽고 우선 새로웠던 점은 가장 선진국이라 할 수 있는 미국에서도 이처럼 빈부의 격차가 심하고 극소수 업체, 또는 그 경영자들의 이윤극대화를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고통받고 로비를 통해 정치인들의 비호를 받으면서 결국 사회전체적으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점이었다. 적어도 이 책을 읽은 후에는 내가 먼저 패스트푸드점을 가자고 할 것 같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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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량 국가 - 미국의 세계 지배와 힘의 논리
노암 촘스키 지음, 장영준 옮김 / 두레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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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암 촘스키는 대단한 사람이다. 미국의 석학이면서 자기 나라의 온갖 만행을 폭로하기 때문이다. 이 글을 제3세계 국가의 학자가 썼었더라면 훨씬 설득력이 떨어졌을 것이다. 그러나 노암촘스키 스스로가 최강대국 미국의 대학 교수이기에 그의 글은 더욱 신뢰를 얻는다. 그만큼 그의 숨겨진 역사적 진실에 대한 폭로는 어려운 일이고 찬송받을 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글은 우리를 경악하게 만든다. 믿기지 않는, 믿기 싫은 역사적 진실들 앞에 우리는 망연자실해지고 분노하게 된다. 이 글을 통해 우리는 미국이란 나라가 민주주의 또는 그 나라의 인권을 수호한다는 미명하에 자국의 이익추구를 위해 얼마나 무자비하고 잔인한 짓을 해왔었는지 알 수 있게 된다. 그 결과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치적인 민주주의(진정한 의미에서의) 전복과 극소수 군부엘리트와 자본가 계급의 사회지배를 통한 대다수 민중의 착취와 인간이하의 삶의 강요로 나타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그 정도는 다르겠지만 서유럽 국가들과 미국 내부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그가 폭로하는 사실은 정말이지 믿기 싫은 것들이다. 그의 말들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너무도 끔찍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가 제시하는 객관적 자료, 그리고 우리가 지금도 무의식적으로 지나쳐버리고 있는 공개된 사실들은 종합해보면 그의 말을 부정하기 어렵게 된다.

그토록 엄청난 역사적 진실이 은폐되고 아이러니컬하게도 지금 이순간 까지도 민주주의 또는 善 그 자체로 둔갑되어 자행되고 있는 국가적 테러에 대해 우리가 이렇게까지 무지하고 무감각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 놀랍다.

촘스키의 외로운 투쟁은 호수에 돌맹이 하나를 던져넣는 것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그의 말 하나하나가 역사적 진실을 폭로하고 있으나 아직도 이를 전혀 알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돌맹이 하나의 파동을 거대한 물결로 변화시키는 것은 그의 글을 읽은 우리 독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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