멍청한 백인들
마이클 무어 지음, 김현후 옮김 / 나무와숲 / 2003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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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다른 내용도 많이 포함하고는 있지만, 마치 조지 부시에 대한 선전포고 내지는 흑색 선전용 책자 같다. 또한 단순 비방이 아니라 지능 지수, 알콜 중동 전력 등 온갖 인신공격으로 가득차 있다. 그런데 미국인이 미국대통령에 대해 무지막지한 인신공격성 글을 썼다는 사실보다 더 놀라운 일은 이 책에 기술된 내용이 '사실'에 근거해 있다는 것이다.(이럴수가..차라리 이 책이 사기였으면)

부시가 플로리다 주에서의 근소한 승리로 연방대법원의 판결까지 거쳐 고어를 제치고 미국의 대통령이 되었다는 것은 이미 많이 잊혀지긴 했지만 널리 알려진 일이다. 그런데 부시 진영이 흑인 등 고어를 찍을 가능성이 무척 높은 일부 유권자에게서 선거권을 빼앗고 부재자 투표의 유효성에 관한 규정을 무시하는 등의 술수를 통해서 플로리다 주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나도 솔직히 이 부분을 100% 믿지는 못하겠다. 미국이라는 나라가 그렇게 엉성한 나라가 아니지 않는가? 그러나 만약 사실이라면 민주주의의 모범국(순수하게 민주주의만을 따져서...예컨대 인권존중 국가라는 말은 접어두고-물론 아니지만)에서 이토록 반민주주의적인 일이 아무런 저항도 없이 자행될 수 있는지 놀라울 따름이다.]

이 책은 여러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책의 구성 면에서 약간 짜임새 없이 이것저것 나열된 면이 없지 않다. 또한 백인 남성에 대한 거침없는 까발림과 독설, '배부른 자들을 위한 기도', '남성이 살아남는 법'등은 좀 억지스러운 면도 많다.(마이클 무어가 경망스럽다는 인상을 주는 것도 여기에서 기인하는 듯) 그러나 최강대국 미국의 일류 인종(?)인 백인, 그중에서도 우월적 성인 남성, 즉 최고의 기득권층인 저자가 스스로 자신이 속한 집단에 대하여 온갖 독설을 퍼붓는 사실 만으로도 정말 대단한 일이 아닌가?

이 책에 소개된 수많은 우울한 이야기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다행스러운 일은 이 책이 미국과 영국에서 베스트 셀러였다는 사실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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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금술사
파울로 코엘료 지음, 최정수 옮김 / 문학동네 / 200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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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치기 산티아고가 꿈을 꾸고 노인을 만나 자신의 꿈을 찾아가는 과정을 그린 이 소설은 등장인물들이 동적이거나 복잡한 소설적 구성을 갖추고 있지는 않다.

그렇지만 마치 부처님이 설법하시는 가운데 등장하는 이야기처럼 소설 전체 그리고 산티아고가 중간중간에 한 인물씩 만나면서 겪는 작은 에피소드들, 그 인물들이 내뱉는 말 하나하나가 수첩에 적어두고 힘들때마다 읽어보고 싶은, 삶의 의미를 되새기게 하는 그런 이야기란 생각이 든다(만물의 정기나 마음과의 대화도 왠지 불교와 친근한 개념인 것 같다. 어쩌면 이런 면에서 모든 종교가 통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양치기 산티아고가 자아의 신화를 찾아가는 과정은 우화적으로 단순화되어 있지만 우리에게 많은 화두를 던져준다. 산티아고가 보물을 찾는 길은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것과 같이 아무런 지침도 없고, 매우 불확실한 것이다. 그러나 산티아고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는 자네의 소망이 실현되도록 도와준다'는 노인의 말을 되뇌이며 묵묵히 자아의 신화를 실현하기 위해 한걸음씩 나아가고 결국은 보물을 찾는다. 그런 면에서 '연금술사'는 '희망'을 담고 있는 소설이다.

여행을 하고 싶어 했으나 팝콘을 팔기 시작하면서 자신의 꿈을 실현할 수 있음을 잊어버린 팝콘 장수나 성지순례의 꿈을 실현하는 순간 다가올 절망에 대한 두려움으로 꿈을 꿈으로 간직한채 일상을 살아가는 크리스탈 가게 주인의 이야기에서 우리도 무의식중에 우리의 꿈을, 자아의 신화를 실현할 수 있음을 알지 못하고, 어쩌면 우리의 꿈이 무엇인지도 잊어버리고 꿈꾸기를 멈추어버린채 일상에 파묻혀 버린 것이 아닌지 생각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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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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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해 이 글을 썼고 그 분석의 시발점을 한국사회의 가족 구조에서 찾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고, 아버지가 절대적인 권위를 지니는 반면 실제적인 가족 구성원들간의 생활에는 어머니가 깊이 관여하는 독특한 하눅의 가족구조를 통해서 저자는 어린시절의 에피소드를 통해 어린 자신의 정신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지금 30-40대 혹은 그 보다 더 나이든 세대의 남성들이라면 거의가 저자와 유사한 가족구조하에서 자라났겠지만, 그보다 어린 세대의 가족구조는 책속에 나타난 것과 반드시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 시사하는 바는 다르지 않다.

자라나면서 어느 순간부터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하던 자신의 부모가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안 내에서 여러가지 모순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낄때가 있을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들이 한 상에서 먹고 어머니를 포함한 여자들은 다른 상에서 먹어야 하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애정 표현도 않고 형식적인 대화만 하는 가정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그런데 우리들 중 대다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막연히 느끼면서도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자신도 그러한 모순적이고 구조적 결점을 지닌채 살아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같은 한국사회의 기형적 가족 구조와 정체성 상실의 원인은 한국사회에서의 가족문화와 신분지향적 인간형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 결과 우리 사회에는 이른바 '동굴속황제'유형의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동굴속 황제의 특징들을 보면 섬뜩할 정도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스스로가 닮고 싶어하지 않는 부모님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부모님들이 이어온 비정상적 가족구조를 이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음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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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유한 노예
로버트 라이시 지음, 오성호 옮김 / 김영사 / 2001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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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과거보다 물질적으로 풍요롭지만 우리가 과연 우리 부모님세대보다 삶의 질이 더 나아졌다고 말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대한 회의적이다.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운 대신(모든 사람들이 물질적으로 더 나아졌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리는 점점 더 열심히 일해야 하고 정작 우리 자신을 위해서 쓸 수 있는 시간이나 가족과 함께 보낼 시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데도 왜 우리는 계속 더 열심히 일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서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사람들이 과거보다 더 열심히 일하는 이유는
①일의 구성이나 보상방식이 더 열심히 일하도록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즉 소비자가 과거보다 더 자유롭게 취향에 따라 이동할 수 있게 됨에 따라 구매자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대부분의 사람들의 수입이 불안정해진다. 가까운 미래의 수입에 대한 예측도 어려워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돈을 벌 수 있는 '현재'에 미리에 돈을 벌 수 없게 될 때를 대비해서 더 열심히 일하게 되는 것이다.

②모든 면에서 성패에 따른 득실의 폭이 커졌다. 앞으로 거둘 경제적 보상이 과거보다 커졌고, 경제적인 부를 성취하지 못했을 때의 결과가 과거보다 더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신경제에 따라 인적 네트워크가 더욱 중요해지고 경제적 지위가 비슷한 사람들끼리 사회 계층을 이루는 분류화 과정이 진행되기 때문에 경제적 부를 획득하지 못할 경우 경제적으로 하위층에 속하게 되고 그런 계층에 속하게 되면 과거보다 더욱 삶이 힘들어 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있는 힘을 다해 돈을 벌기 위해 일하는 것이다.

이런 현상은 이제 전세계적인 추세이다. 신경제를 주도하는 미국에서 이런 현상이 가장 강하게 나타나고는 있지만, 우리나라도 이제 신경제 질서의 예외지역이 아니다. 국가적으로 볼 때에도 다른 나라와의 경쟁에서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신경제질서에 편승하지 않을 수 없지만, 저자가 지적하듯이 전세계적인 이러한 신경제질서에 따라 우리가 소중한 것들을 잃어버리고 있으며 신경제질서를 우리 스스로가 -미국인들조차도- 선택하지 않았다는 점, 그리고 이러한 신경제질서가 우리가 반드시 따라야할 절대적인 가치도 아니라는 점을 생각해볼 때, 우리는 곰곰히 다시 생각해보아야 한다. 과연 이대로 빠른 길로 우리가 잃고 있는 것들은 생각하지 않고 계속 질주할지...

저자는 그에 대한 대책으로 개인적인 선택과 사회적인 선택을 제시하고 있다. 개인적인 선택은 일정한 한계가 있고 사회적인 선택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지만, 이제는 우리가 선택을 할 때가 왔다. 너무 많은 것들을 잃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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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뿐인 어린천사 엘렌
케이 기본스 지음, 송은경 옮김 / 문학사상사 / 199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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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거의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가정환경에서 자란 어린 소녀인 엘렌이 그러한 환경속에서 어떻게 적응하면서 스스로를 지켜나가는지를 주인공인 엘렌의 1인칭 시점에서 서술하고 있는 이 소설은 작가가 실제로 겪은 이야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사실적이다.

알콜중독자에 가정폭력을 일삼고 딸을 성폭행까지 하는 아빠와 그런 삶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엄마, 자기 딸의 죽음을 손녀에게 덮어 씌워 손녀를 학대하는 할머니, 그리고 속물적인 친척들...그 사이에서 어린 소녀인 엘렌이 기댈 곳은 아무곳도 없다. 그래도 그녀는 좌절하거나 미쳐버리지 않는다. 오히려 아빠를 향한, 세상을 향한 표독스러운 분노로 삶을 헤쳐나간다.

11살 소녀인 엘렌의 독백이 그 나이 소녀의 생각과 말과는 너무나도 다르다는 점이, 자신을 힘들게 하는 주위사람들에 대한 저주에 가까운 독설이, 엘렌이 처한 지옥과 같은 현실보다도 더 독자에게 무언가를 느끼게 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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