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발견 - 한국 고대사의 재구성을 위하여
이희진 지음 / 동아시아 / 2004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사게 된 것은 주말 신문의 북리뷰란을 통해서였던 것 같다. 고대전쟁사를 통해 고대사를 재구성한다는 내용이었고 마침 그때 이이화 선생의 한국사 이야기 중 삼국시대 부분을 읽고 있었던 터라 충동적으로 책을 구매하게 되었다. 전공서 말고는 처음으로 책을 읽다가 관련된 다른 책을 읽어보고 싶은 충동도 크게 작용했다. 이제까지는 독서를 많이 하려고 노력은 했었지만 그때 그때 읽고 싶은 책을 읽었을 뿐 책을 읽고 그 책의 내용과 관련되는 내용의 책을 또 찾아서 읽은 적은 없기 때문이다.


책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고 첫 번째 부분은 고대 삼국시대의 전쟁사를 몇 개 되짚어 보면서 당해 전쟁과 관련된 편견, 나아가 그런 편견이 가져온 더 큰 역사적 왜곡에 대해 의문을 제기한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고대 전쟁에서의 제요소를 살펴봄으로써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는 전쟁에 대한 관념으로 과거의 전쟁을 이해할 때 얼마나 많은 오해가 생길 수 있는지를 철저히 보여준다.


우선 책을 읽고 받은 가장 큰 느낌은 저자의 주장이 무척 논리적이라는 것이다. 예컨대 가야정벌의 주체가 백제였는지 왜였는지를 밝히는 부분에서 대부분의 책들은 왜가 그 당시 대륙으로의 체계적인 침략을 할 정도로 국가체제를 갖추고 있지 못하다든지 일본서기가 정확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백제의 근초고왕이 가야정벌의 주체였다는 주장을 펴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그런데 저자는 마치 자신이 근초고왕의 머릿속에 들어간 것처럼 당시 한반도 남부의 강국 백제의 국왕 근초고왕의 입장에서 주변국들과의 정세와 백제의 실익을 꼼꼼히 따지면서 근초고왕이 교묘한 전략으로 별다른 무력행사 없이 가야를 백제의 영향력 하에 복속시켰다는 자신의 주장을 전개한다. 이러한 주장의 핵심적인 논거로 저자는 신흥세력인 신라가 가야에 영향력을 미침으로써 가야를 통해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던 왜가 큰 타격을 받았고 가야를 세력권에 백제의 세력권에 포함시켜 고구려에 대항하려던 백제가 왜의 그와같은 이해관계를 적절히 이용했다는 점, 당시 한반도의 정세가 북쪽의 고구려와 남쪽 대항세력과의 관계라고 할 때 대항세력의 주체를 왜로 보기에는 문헌의 근거나 왜의 사회발전 정도로 보아 여러 가지 무리가 있다는 점 등을 들고 있고 그러한 논거는 무척 설득력이 있었다. 저자의 이론을 뒷받침하는 커다란 틀 뿐 아니라 세부적으로 사람들이 의구심을 가질 수 있는 부분 - ex) 왜가 일방적으로 신라를 침략한 것이 왜의 세력이 신라보다 강했음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에 대해 신라에 대한 왜의 침공은 선진문물을 받아들이는 국가의 사활을 건 문제였음에 반해 왜에 대한 신라의 침략은 당시 사회의 발전정도나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왜의 지리적 이점과 신라의 항해술 등을 고려할 때 실효성도 별로 없고 위험성이 높은 전략적 가치가 떨어지는 선택이었기 때문에 신라가 왜의 본토를 침략하지 않은 것이지 결코 신라의 국력이 왜보다 약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고 명쾌히 설명해준다. - 에 대해서도 현시대를 살고 있는 독자들의 상식에 비추어 이해하기 쉽도록 상세하게 논거를 들어 의구심을 풀어준다.


물론 내가 고대사를 연구할 수 있는 자료를 직접 읽어보지 않아서 저자의 주장에 쉽게 동조하는 것일수도 있다. 그렇지만 저자가 우리가 오해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파고든 역사적 사실들에 대한 편견에 대해 새로운 시각으로 해석한 것은 단순히 삼국사기 등의 기록을 문자그대로 인용하거나 교과서에 실린 내용만으로 국사를 배웠던 나에게는 무척 신선하게 다가왔고 적어도 이 책만을 기준으로 보자면 저자의 주장은 무척 논리적이고 설득력이 있었다. 어떻게 보면 저자가 역사소설을 쓴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하나의 문장과 다음 문장이 논리적으로 아귀가 맞아들어가는 느낌을 받았다.(내가 책을 읽으면서 이런 느낌을 받는 것은 로버트 치알디니의 ‘설득의 심리학’이후 처음인 것 같다.)


역사가 과거의 사실에 대한 기록이기에 필연적으로 주관이 개입되고 그에 따른 왜곡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정작 역사서를 읽는 순간에는 그런 점을 잊게 되는 경우가 많다. 이 책을 읽으면서 또한 역사적 사실이 얼마나 왜곡되기 쉽고 그러한 왜곡된 사실을 우리가 얼마나 쉽게,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 왜곡이라는 점을 알 수 있는 단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를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대부분의 왕조의 몰락은 지배층의 부패와 무능, 그에 따른 민심의 이반의 결과라고 배워왔고 또한 그렇게 이해하고 있다.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일 것이다. 사회 대다수 구성원의 불만이 극에 달하면 비록 고대사회에서라도 그러한 불만을 해소하고 새로운 욕구에 부합하기 위한 신흥세력이 나타나고 그들에 의해 정권 내지는 왕조가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저자의 지적대로 유교적 합리주의 사관이 우리이 사고에 끼친 영향은 그 이상이다. ‘의자왕’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는 백제가 멸망당하려는 순간에도 삼천궁녀와 함께 술판을 벌이면서 충신들의 간언을 무시한 타락과 무능의 화신이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아무리 생각이 없고 술에 쩔어 있는 왕이라도 한나라의 지도자이고 한때 해동증자로까지 불렸던 사람이 수백년 이어내려온 왕조의 존망이 위태로운 순간에 누구나 알 수 있는 전략적 요충지에 군사를 배치하라는 충신의 간언을 무시하고 술판을 벌일 수 있을까?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사실도 조금만 시각을 달리해서 보면 상식적으로 이해가 잘 안간다는 사실이 나에게는 적잖은 충격이었다. 나도 대부분의 사람들처럼 기존의 텍스트를 읽으면서 조금만 달리 생각해보면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을 꼼꼼하게 따져보기 싫어하는 귀찮음에 근거한 비이성적 합리화로 - 사람 망가지는 것은 한 순간이고 술에 쩔어 있다보면 국가가 망하는 순간에도 궁녀들과 놀아날 수도 있는 것 아니냐는 따위의 합리화 - 무비판적으로 수용하고 있었다는 점을 스스로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저자는 백제가 실제로 당나라가 상륙하는 지점에 군사를 배치하여 싸웠었고 성충, 흥수의 주장과 그에 반대하는 귀족들의 입장이 크게 다르지 않았으며 당시 백제의 전략적인 입장에서는 백제가 그와 같이 전장을 선택하고 싸웠던 것이 합리적이었다는 점을 논증한다. 한가지만 생각해보자. 그 당시 사람이라고 생각이 없는 무뇌아는 아니지 않는가?

저자의 말대로 전쟁에는 틀에 박힌 규칙이 적용되지 않고 전쟁에 인간의 의지가 가장 극단적으로 표현된다는 점에서 이전까지 승자의 기록인 역사서에 기재된 논리를 그대로 따른 순박한 단순논리로 - 전쟁에서 졌다면 지휘관이 능력이 부족해서였다든지 전쟁에 동원되었다는 군사의 숫자로 단순하게 당시 전쟁의 규모와 상황을 추측하는 등의 단순함 - 삼국시대의 전쟁사를 해석하고 그에 따라 그 시대의 역사를 이해하려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 저자의 문제의식과 그에 대한 새로운 시각과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들은 무척 인상적이었다.

각주가 있다고는 하지만 여백이 너무 많이 남게 편집이 된 점은 좀 아쉬웠고,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인 스타크래프트와 비교해서 설명한 부분이 자주 등장하는데 스트크래프트류의 게임을 잘 이해하고 있는 나로서는 저자의 의도대로 고대의 전쟁상황을 이해하는데 도움을 받았지만 게임을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는 혼란만 가중시킬 것 같다. 또 책 내용의 진지함을 떨어뜨리는 부작용이 있지 않았나 싶다.


그렇지만 그런 것들은 사소한 옥의 티이고 책의 전체적인 완성도 측면에서나 이 책을 통해 과거사를 밝혀 내는 새로운 시각을 엿볼 수 있고 우리가 가지고 있던 역사의 단면들에 대한 편견을 깨는 중요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강하게 일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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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5-04-14 16: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서평이 너무 길어서 읽다가 포기했어. ㅜㅜ
 
워터보이즈 - (2 Disc)
야구치 시노부 (Shinobu Yaguchi) 감독, 타케나카 나오토 외 출연 / KD미디어(케이디미디어) / 200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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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학생들이 수중발레를 하고 바람의 파이터에서 양동근의 상대역으로 매력적인 연기를 보여준 히라야마 아야가 출연한 작품이라고 해서 꽤 기대를 갖고 보았는데 결과는 매우 실망스러웠다.

'남학생들이 전대미문의 수중발레를 한다' 는 사실 하나 말고는 이 영화에는 내용이 전혀 없다. 단지 그 아이디어 하나만 가지고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에 억지로 스토리를 진행시켜 나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주인공인 야마다 타카유키와 히라야마 아야의 연애구도도 전혀 알맹이가 없고 그 흔한 갈등 구조조차 없다. 영화의 주요 내용이 남학생들이 수중발레를 익혀 나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어떤 상황을 계기로 실력이 향상된다는 느낌보다는 어느 순간 갑자기 수중 발레를 잘 하게 된다는 느낌이었다. (영화에서 흔히 등장하는 주인공들의 장기간 노력에 의한 실력 향상 과정을 압축하여 몇 장면으로 그려 내는 것 조차도 좀 엉성했다.)

이 영화를 보면서 대비적으로 'Bring it on'이라는 영화가 떠올랐다. 학생들의 성장영화이고 함께 팀을 이루어 일을 해낸다는 구조상 상당한 유사성 있는데 다른 학교 상대팀과의 경쟁, 자연스럽게 녹아드는 주인공의 love story, 연습과정에서의 좌절 등을 고루 갖추어 상당한 영화적 재미를 갖춘 Bring it on에 비해 워터보이즈는 영화를 보는 내내 지루함을 느끼게 했다. 워터 보이즈를 보자고 했던 내가 영화를 보는 동안 줄곧 다른 사람들의 눈치를 살펴야 하는 정도였다. -0-

내가 감독의 숨은 의미전달 장치들을 발견하지 못한 것인지도 모르겠지만 영화를 통틀어 인상 깊고 재미있었던 부분은 초반부에 수중발레를 하기 위해 선생님 앞에서 연기를 보이다 완전히 망해 버리는 장면과 마지막에 멋지게 제대로 공연을 하는 장면 둘 뿐이었다.(두 장면은 그런대로 봐줄만하다.)

그래도 일본 청소년들의 풋풋한 모습과 그들의 일상생활의 단면을 약간 엿볼 수 있었다는 점이 영화를 보고남은 점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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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토비전설 2005-11-01 22: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야마다 타카유키는 워터보이즈 드라마에 나오지 않나요?
 
아이, 로봇 [기프트카드] - [할인행사]
알렉스 프로야스 감독, 윌 스미스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4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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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robot DVD를 여자친구와 빌려보게 되었다. 사실 대여점에서 여자친구는 if only를 보자고 했고 나는 i-robot 을 보자고 강력히 주장해서 결국 내 의견대로 i-robot을 빌려보게 된 것이었다. 내가 강력히 주장한데는 윌 스미스가 주인공으로 출연하고 - 내가 이제껏 봤던 그의 출연작중 적어도 오락성 측면에서 나를 크게 실망시킨 것은 없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뭐 생각해보면 wild wild west는 별로였던 것 같기도 하다 - 다른 사람들로부터 그럭저럭 볼만하다는 평을 들었으며 극장에서 본 예고편을 통해 윌 스미스가 로봇을 심문하는 장면이 무척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DVD를 보기 직전까지 내 머릿속에는 '미래 사회에서 로봇이 일상생활의 한 부분이 되고 인간과 같이 사고할 수 있고 감정을 지닌 인공지능 로봇이 출연하기 시작하는 시점에서 인간을 절대 공격할 수 없도록 설계된 로봇이 범죄를 저지르고 그 내부에 숨겨진 음모를 윌 스미스가 파헤치는 스토리'가 그려지고 있지 않았나 싶다.

대략적인 내용은 사실 나의 예상과 크게 빗나가지는 않았다. 하지만 로봇이 범죄를 저지른 범죄로 의심되는 사건이 일어나고 윌 스미스가 용의자인 로봇을 심문하는 장면까지는 짜임새가 탄탄하고 긴장감이 있었지만 그 후의 전개는 만화 영화처럼 윌 스미스 혼자 - 물론 로봇의 약간의 도움은 있었지만 - 엄청난 운동능력을 가진 로봇들을 다 처리하는 내용으로 진행되어 알맹이가 없는 액션영화처럼 흘러간다.

이런 류의 영화의 주안점이 CG를 활용한 화려한 시각효과에 있지 치밀한 스토리 전개에 있지 않다는 것은 알지만 로봇들이 윌 스미스를 공격한다든지 인간을 보호한다는 제1원칙을 지키기 위해 인간의 자유를 제한하고 - 그 와중에 환경파괴와 서로 살상하는 행위를 중지하라는 어설픈 교훈적인 메시지를 던지는 장면은 코미디에 가까웠다 - 신형 로봇이 구형로봇들을 파괴하는 행위는 이전에 일어난 사건들과 논리적으로 연결이 잘 되지 않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인간의 신체능력을 월등하게 뛰어넘는 로봇들을 상대하려면 윌 스미스의 말도 안되는 활약이 필연적이었고 로봇 3원칙간의 모순을 논리적으로 잘 설명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당연하지만 중반 이후의 어설픈 플롯과 더딘 진행 그리고 영화의 설정상 인간인 윌 스미스의 만화같은 초인적 활약 - 물론 여기에도 약간의 보완책을 설정하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초인적이다. 윌 스미스가 엑스맨은 아니지 않는가 - 때문에 뛰어난 특수효과와 독특한 상상력으로 미래세계를 생생하게 표현한 장면들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재미가 많이 반감된 것 같다.

cf. 영화 시작하자마자 남자가 봐도 멋있는 윌 스미스의 근육질 몸매를 맘껏 감상할 수 있다. 예전에는 호리호리 했었는데 언제 저런 근육질의 몸이 되었는지...근육질이지만 느끼하거나 부담감을 주지 않는, 눌러쓴 모자와 가죽잠바가 더없이 잘 어울이는 윌 스미스는...영화는 별로였지만...역시 멋지다. 여주인공도 모델출신인듯 윌 스미스와 더불어 '그림이 잘 나왔지만' 사실 여주인공이라고 하기에는 20%쯤 부족했던 것 같다.-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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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기부기 2005-03-13 23: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도 동감. 좀 지루했지. 다음엔 꼭 이프 온리를 보자. ^^
 
공공의 적 SE (2disc) - 아웃케이스 없음
강우석 감독, 이성재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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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영화에서는 누구나 미워할만한 '공공의 적'을 설정하고 그에 대비되는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강철중 형사(설경구 분)를 주인공으로 배치한다. 인간에게는 누구나 나쁜 놈이 결국에는 정의의 심판을 받고 처절하게 망가지는 모습을 보고싶어하는 감정이 있을 것이다. '인과응보에의 바램'이랄까? 이 영화는 전적으로 이러한 인간의 기대심리에 편승하고 있다.

나에게도 인과응보에의 바램이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영화에서라도 악랄한 악당이 영화 마지막에 가서는 잔인하게 죽임을 당한다든지 주인공에게 시원하게 얻어터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한다. 그런데 이렇듯 영화가 어떻게 진행될 지 빤히 보이고 관객이 기대하는 바가 분명한 영화가 성공하려면 영화의 두 축인 공공의 적과 우리의 주인공 강철중 형사의 캐릭터가 자연스럽게 관객에게 녹아들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영화를 보면서 작위적이라는 느낌이 없이 누구나 저놈은 정말 나쁜 놈이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어야 영화 뒷부분에 그놈이 응징을 받을 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되는 것이 아닐런지.

그런데 공공의 적에 등장하는 공공의 적 규환(이성재 분)은 너무나도 작위적으로 악당으로 만드려고 한 흔적이 보인다. 사실 악당이나 사회에서 없어져야 할 공공의 적이라기보다는 다음 행동을 예측할 수 없이 자신의 감정을 조금이라도 상하게 하면 바로 사람을 죽여버리는 살인광이라고나 할까? 그렇다고 해서 그가 전형적인 싸이코 킬러의 모습을 갖추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렇다고 했다면 - 양들의 침묵에서 등장하는 살인마나 살인의 추억에 등장하는 살인마같은 이미지였다면 - 형사가 살인마를 쫓는 류의 영화가 되지 않았을까? 그리고 그 살인마를 잡았으면 좋겠다는 감정을 불러일으키기는 하겠지만 애당초 영화가 의도한 방향으로 관객들을 이끌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고민끝에 공공의 적에서 등장하는 규환이라는 캐릭터는 상류층의 잘나가는 인물이면서도 전혀 납득이 안되는 이유로 사람 - 심지어는 자신의 부모도 - 을 죽이는 살인광의 어색한 캐릭터로 만든 것이 아닌가 싶다. 결론적으로 전적으로 관객에게 공공의 분노를 일으켜야 하는 공공의 적 캐릭터가 어깨 한번 부딪쳤다고 사람을 죽이는 정도의 어이없는 캐릭터가 되어 영화의 흥미를 반감시켰다고나 할까?

설경구가 강철중 형사의 캐릭터에 정말 잘 어울리고 연기도 정말 잘 하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강철중에게 얻어맞는 깡패들이나 악덕 업자들의 모습을 보면서 어느정도 통쾌함을 느낄 수도 있다.  이성재도 인정없는 패륜의 살인마 역을 잘 연기해 냈다.(이 역 이후 cf가 끊겼다는 말까지 있으니...) 하지만 영화의 잔재미와 배우들의 명연기도 이유없이 벌어지는 살인과 지나치게 잔인한 장면들, 대한민국의 정의를 혼자 다 실현하는 듯한 강철중의 캐릭터에 대한 거부감을 커버하지는 못하는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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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쥬베이 (무삭제판) - [할인행사]
가와지리 요시야키 감독, 아오노 다케시 외 출연 / DVD 엔터테인먼트 / 200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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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특별히 일본 애니메이션을 즐겨보는 편은 아니지만, 케이블 TV나 인터넷을 통해서 '무사 쥬베이'가 작품성이 있고 볼만 하다는 말을 듣게 되었고, 케이블 TV에서는 중간중간 다른 방송을 돌려보거나 중간부터 보게 되어서 언제 한번 처음부터 보자고 마음을 먹고 있던 중, 60%가량 세일을 하는 것을 보고 충동적으로 이 타이틀을 구매하게 되었다.

무사 쥬베이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모두 전형적인 일본 애니메이션의 캐릭터들 처럼 비정상적으로 긴 팔다리와 작은 머리의 특이한 체형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것이 그리 눈에 거슬리지는 않는다. 그보다도 약간은 거친듯한 터치의 캐릭터들이 멋스럽게 느껴졌다. (여주인격인 카게로도 처음에는 여장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분이 잘 안갔고, 계속 봐도 이쁘지만은 않다. ^^;;) 그리고 특이한 모습과 기술의 안티 캐릭터들과 피가 범벅이 되는 굵직굵직한 전투장면들도 볼만하다.

이야기의 줄거리는 쥬베이가 과거 자신이 속해 있던 닌자조직의 배신자와 그를 따르는 8인의 요괴(?)의 음모에 휘말리면서 그들을 하나씩 격파해나가는 단순 구조인데 거기에 비운의 닌자 카게로가 히로인(?)으로 등장한다.  어떻게 보면 세세한 플롯은 엉성한 면이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 짜여진 줄거리에 독특한 관계의 로맨스, 쥬베이를 포함한 등장인물들의 매력 등이 잘 어우러져 있는 작품인 것 같다.  

소장판이 아니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스페셜 피쳐는 사실 제작자의 인터뷰와 간단한 캐릭터들의 스케치 말고는 특별한 것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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