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의 탄생 - 한 아이의 유년기를 통해 보는 한국 남자의 정체성 형성 과정
전인권 지음 / 푸른숲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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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저자는 자신의 정체성을 파악하기 위해 이 글을 썼고 그 분석의 시발점을 한국사회의 가족 구조에서 찾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역할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고, 아버지가 절대적인 권위를 지니는 반면 실제적인 가족 구성원들간의 생활에는 어머니가 깊이 관여하는 독특한 하눅의 가족구조를 통해서 저자는 어린시절의 에피소드를 통해 어린 자신의 정신구조를 분석하고 있다.

지금 30-40대 혹은 그 보다 더 나이든 세대의 남성들이라면 거의가 저자와 유사한 가족구조하에서 자라났겠지만, 그보다 어린 세대의 가족구조는 책속에 나타난 것과 반드시 같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내용이 시사하는 바는 다르지 않다.

자라나면서 어느 순간부터 완벽한 존재라고 생각하던 자신의 부모가 결코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고 집안 내에서 여러가지 모순적인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느낄때가 있을 것이다. 아버지와 아들들이 한 상에서 먹고 어머니를 포함한 여자들은 다른 상에서 먹어야 하며 아버지와 어머니가 서로 애정 표현도 않고 형식적인 대화만 하는 가정은 분명히 비정상적이다. 그런데 우리들 중 대다수는 무언가 잘못되었다고 막연히 느끼면서도 문제의 핵심을 파악하지 못하고 그대로 지나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우리 자신도 그러한 모순적이고 구조적 결점을 지닌채 살아가게 되는 것으로 나타난다.

이와같은 한국사회의 기형적 가족 구조와 정체성 상실의 원인은 한국사회에서의 가족문화와 신분지향적 인간형에서 찾을 수 있는데 그 결과 우리 사회에는 이른바 '동굴속황제'유형의 사람들이 넘쳐나고 있다. 그리고 저자가 제시하는 동굴속 황제의 특징들을 보면 섬뜩할 정도로 우리 자신의 모습을 많이 반영하고 있다.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우리 스스로가 닮고 싶어하지 않는 부모님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그래서 부모님들이 이어온 비정상적 가족구조를 이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깊이 음미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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